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
4화 체질이 바뀌었다 (1)
카엘은 약초 창고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약초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의자에 앉아 졸고 있던 노인이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약제사 하브로스였다.
“잠깐, 몇 가지 약초만 좀 챙겨 갈게.”
“음? 누구?”
낯선 목소리에 하브로스가 눈을 뜨고 돌아봤다.
“…카엘 님?”
“어, 나야.”
“병세에 차도가 있으셨다 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아 보이시는군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고마워.”
“근데 듣기로는 약을 직접 지어서 드셨다고…….”
하브로스가 눈빛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였다.
하긴 관심이 안 가려야 안 갈 수가 없었다.
‘10년을 넘게 누워만 있던 내가 그 약을 먹고 일어났으니까.’
카엘은 미리 생각해 둔 변명으로 둘러댔다.
“어, 맞아. 책 보고 만들었어.”
“그렇습니까? 그 책 저도 좀 보여 주시죠.”
“안 돼! 귀한 책이라 함부로 보여 주면 안 된다고 했어.”
“쩝. 그렇습니까?”
하브로스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 사람이 어디 귀중한 조제법을 날로 먹으려고.’
그래도 그 기분은 이해됐다.
자신도 신기한 약재나 조제법에 대한 소문이라도 들리면 쫓아가서 찾아보고 연구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들은 아직 카엘의 머릿속에 그대로 있었다.
‘그나저나 제법인데?’
카엘은 선반 위의 약재들을 보며 감탄했다.
약재의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모두 상태가 좋았다. 제법 신경 써서 관리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조제법 몇 가지 정도는 가르쳐 줘도 잘하겠네.’
카엘은 그리 생각하며 필요한 재료를 하나둘 챙겼다.
“이거랑 이거. 음, 아쉬운 대로 이걸로도 되겠지.”
바구니에 넣은 건 세 가지.
먼저 틸로데스의 뿌리줄기.
틸로데스의 겉면을 벗겨 내 말려 놓은 것으로 혈관 확장 작용을 해 지구력을 증가시킨다.
거기에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육계나무의 어린 가지를 추가하고, 마지막으로 심장을 튼튼하게 해 주는 구부러진 가는 끈 모양의 아사럼까지 챙겼다.
“이제 가십니까?”
창고를 나서려는데 하브로스가 바구니 안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어떤 재료를 챙겨 가는지 기억해 두려는 거 같았다.
‘그래 봐야 소용없는데.’
여기에 방에 남아 있는 약재를 더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하브로스도 알고 있겠지만,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카엘은 곧바로 조제를 시작했다.
만드는 건 체력 증강제!
재료도 다 있겠다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방 조제를 마친 뒤 환약으로 나눠 종이로 쌌다.
이러면 먹기도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도 있었다.
다 끝내고 정리하는데, 소피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카엘 님! 카엘 님! 내일부터 훈련 나가신다면서요? 어떻게 된 거예요?”
“아.”
막시마가 교관한테 말한다더니 정말 곧바로 말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됐어.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괜찮다니요. 아직 몸도 성치 않으신데, 그 몸으로 어떻게 고된 훈련을 받아요.”
소피아가 울먹이며 말했다.
클리페우스성의 훈련은 혹독한 걸로 유명했다. 어설프게 훈련하다가는 실제 몬스터랑 맞닥뜨렸을 때 목숨이 위험했으니까.
덕택에 이곳의 병사들은 다른 병사들 서너 명 몫은 했다.
“하필이면 마님이 안 계실 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소피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카엘의 어머니는 현재 아버지와 함께 수도에 계신다고 했다.
아직 날이 따뜻해 몬스터들의 침공이 뜸한 틈에 어머니의 가문에도 들른다고 하니 한참 뒤에나 돌아오실 예정이었다.
“아니면 브란 님께라도 말씀드려 볼까요?”
맏형인 브란 브리운은 현재 성주 대행을 맡고 있다.
브란이 한마디 해 주면 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못 느꼈다.
‘이미 체력 증강제도 만들었는데 시험해 봐야지.’
게다가 지금도 성주 대행을 맡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굳이 신경 쓰게 만들기 싫었다.
“됐어. 어차피 계속 피할 수도 없는데.”
“그래도 많이 힘드실 텐데…….”
“힘들면 힘들다고 드러눕지, 뭐.”
정말로 그럴 작정이었다.
‘아프다고 드러눕는데 어떻게 훈련을 시키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훈련 상황은 카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여기 훈련이 원래 이렇게 쉬웠나?’
* * *
다음 날 새벽.
카엘은 움직이기 편한 복장으로 훈련장에 나갔다.
다행히 등급별로 따로 훈련하기에 막시마는 안 보이고 초급반 훈련생들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쫓아와서 귀찮게 굴지는 않겠지.’
카엘을 본 훈련생들은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렸다.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공작가의 막내 도련님이 뜬금없이 나왔으니 신기한 거였다.
정작 카엘은 그 데면데면함보다 훈련생들의 몸이 신경 쓰였다.
‘정말 다들 고된 훈련을 받았나 보군.’
아직 어린데 옷 아래로 근육질의 단련된 몸이 드러나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카엘은 예상보다 힘든 훈련이 될 거라 짐작하며 주머니에 넣어 둔 체력 증강제를 하나 집어삼켰다.
그때 짧은 머리의 교관이 나왔다.
네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교관은 바로 가볍게 몸을 풀게 하고 훈련을 시작했다.
첫 훈련은 달리기.
그냥 달리는 게 아니라 투석용 돌과 레인저들이 쓸 화살통을 비롯해, 각종 물품이 든 가방을 들었다.
성벽을 따라 뛰면서 교관의 지시대로 탑과 성벽 위에 물품을 올려놓고 내려왔다.
훈련 중에 전투준비까지 같이 하는 거였다.
효율적이었지만, 당연히 훈련생들은 죽어났다.
그 몸 좋은 녀석들도 개처럼 헐떡이면서 뛰어 올라갔다가, 끙끙대며 내려왔다.
그렇게 몇 번 하니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질 못했다.
카엘만은 달랐지만.
‘이거 할 만한데?’
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 숨도 차지 않았다.
가벼운 화살통을 짊어져서 그런가 싶었는데, 비슷한 화살통을 든 다른 훈련생을 보면 아닌 듯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색도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으니까.
‘아, 체력 증강제를 먹어서 그런가.’
약효를 잘 받는 체질이 된다고 했는데 예상보다 효과가 좋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은 남았다.
‘매일 받는 훈련일 텐데 다들 왜 이렇게 힘들어하지?’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다들 똑바로 안 뛰어?!”
“교, 교관님, 평소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데요.”
“카엘 님은 안 처지잖아. 갓 일어난 환자한테 뒤질 거야? 기합 넣어!”
“악!”
교관의 호통에 훈련병들이 이를 악물고 버티기 시작했다.
카엘이 아무렇지도 않게 훈련을 소화하는 걸 본 교관이 훈련 강도를 올린 거였다.
‘이런, 나 때문이었나.’
조금 미안했다.
성벽을 한 바퀴 돌고 훈련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다들 녹초가 됐다.
“허억! 헉!”
“앗!”
“누가 퍼질러 앉아?! 어서 일어나지 못해?!”
교관의 으름장에 훈련병들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러다 멀쩡히 서 있는 카엘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됐다.
“어? 혼자 멀쩡하잖아.”
“어떻게 된 거지?”
“표정 한번 안 바뀌네.”
“카엘 님, 괜찮으십니까?”
네먼 교관마저도 신기한 듯 쳐다봤다.
카엘은 웃으며 적당히 둘러댔다.
“몸에 좋은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 가 봐.”
“하하하!”
“체력만 좋은 게 아니라, 농담도 잘하시네요.”
“다시 봤습니다.”
다들 같은 생각인지 한바탕 웃었다.
‘진짠데.’
잠시 훈련병들이 숨을 고르고 난 뒤, 훈련은 재개됐다.
이번 훈련은 검술.
네먼 교관은 목검을 하나씩 나눠 줬다.
카엘도 목검을 받아 쥐었다.
‘오랜만이군.’
어렸을 때 카엘은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언젠가 병이 나으면 꼭 검술을 배울 거라고 말이다.
가끔 억지를 부려 먼 곳에서 검술 훈련을 지켜보기도 했고, 검술에 관한 책도 구해다 읽으며 검을 휘두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것도 한때.
나이를 먹어 갈수록 병세가 악화하는 바람에 그런 기대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스승이 병을 치료해 줬다.
그 후.
혼자 몬스터와 대적할 정도로 강한 스승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으나 기본적인 것밖에 못 배웠다.
체력 부족이라 한계가 있던 탓이었다.
‘지금은 좀 다르겠지?’
“오늘은 처음 온 훈련병이 있으니 기본부터 알려 주겠다!”
네먼은 차근차근 쥐는 법부터 자세를 알려 주고, 기본적인 휘두르기까지 시범을 보였다.
“그럼, 다들 방금 내가 한 그대로 반복해서 검을 휘두르도록!”
“네!”
훈련병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카엘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목검을 휘둘렀다.
붕!
‘역시 전보다 훨씬 할 만하네.’
손발에 힘이 넘쳐서인지 검 끝에 흔들림이 없었다.
붕! 붕!
묵직한 목검이 허공을 가르며 내는 소리가 귓가를 기분 좋게 간지럽혔다.
“오! 자세 좋습니다.”
훈련병들 사이를 오가며 자세를 교정해 주던 네먼 교관이 칭찬했다.
그 말에 훈련병들이 카엘을 쳐다보곤 감탄했다.
“어, 정말이잖아. 동작 시원시원한 것 좀 봐.”
“처음 목검을 잡는 게 맞아?”
“휘두르기 예리한 것 좀 봐.”
한편 검술 훈련에 재미를 붙인 카엘은 칭찬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열중해서 휘둘렀다.
짝! 짝!
“자, 자. 이제 그만하고 모여.”
한참 뒤 교관이 손뼉을 치며 중단시켰다.
다들 힘들어했지만, 카엘만은 멈추는 게 아쉬웠다.
다행히 다음 훈련은 그 아쉬움을 달래 주기 충분했다.
“신입이 잘 따라오니까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 이리로.”
교관을 따라 옆 훈련장으로 이동하니 허수아비들이 열을 지어 늘어서 있었다.
허수아비라 해도 팔뚝만 한 통나무를 박아 둔 거라 무척 단단해 보였다.
“이번에는 실제 대상을 향해 휘두르기를 하겠다.”
이번에도 네먼 교관이 시범을 보였다.
퍽! 퍽! 퍽퍽!
교관이 목검을 휘두를 때마다 허수아비가 거세게 흔들렸다.
‘확실히, 허공에 휘두르는 것보다 재밌어 보이네.’
“자, 시범 보인 대로 각자 100번씩 휘두른다.”
“네!”
힘차게 대답한 훈련병들은 뛰어가 허수아비 앞에 줄을 섰다.
선착순인 걸 몰랐던 카엘은 마지막 열에 서야 했지만, 다른 훈련병들이 휘두르는 걸 보기만 해도 재미있었다.
탁! 탁! 탁! 탁!
“하나! 둘! 셋! 넷!”
퍽! 퍽! 퍽!
“한! 둘! 셋!”
다들 있는 힘껏 훈련에 임한 덕분에 카엘에게 차례가 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좋아! 어디 한번 해 볼까?”
카엘은 목검을 움켜쥐고 허수아비를 향해 있는 힘껏 휘둘렀다.
펑!
“어? 어떻게 된 거지?”
카엘 쪽에서 난 굉음에 바로 옆의 훈련병이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봤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엘의 앞에 놓인 허수아비가 박살이 나 있어서였다.
난데없는 굉음에 교관을 비롯해 훈련병들이 모여들었다.
“뭐야? 어, 허수아비가 왜 이래?”
“혹시 썩어 있었나?”
“내가 칠 때는 괜찮았는데.”
“아슬아슬하게 버텼었나 보지.”
다들 멋대로 추정하고 떠들어 댔지만.
당사자인 카엘은 어떻게 된 건지 확실히 알았다.
힘이 세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것도 너무너무 세서.
그걸 증명하듯 손에 쥐고 있었던 목검의 윗부분도 사라진 상태였다.
교관이 물었다.
“카엘 님, 혹시 다친 데는 없습니까?”
“네.”
카엘은 그러면서 몰래 목검을 버렸다.
“안 다쳐서 다행입니다. 일단 이거 치우고 훈련을 재개하시죠.”
다행히 다들 허수아비가 낡은 탓에 벌어진 일이라 여겼다.
훈련을 재개한 카엘은 허수아비가 또 부서지지 않도록 애써 힘을 조절해야 했다.
훈련을 마치자마자 방으로 돌아온 카엘은 자신의 힘을 시험했다.
콰직!
나무 장작의 양쪽을 잡고 힘을 주니 도끼로 내려친 것처럼 쪼개졌다.
쾅!
주먹으로 돌멩이를 내려치니 박살이 났다.
믿기지 않는 힘이었다.
“…이거 약효가 잘 듣는 체질이 된다더니 잘 듣는 정도가 아니잖아!”
투덜대는 것과 달리 카엘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보상을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전설에도 괴력만 믿고 날뛰다가 유명을 달리한 영웅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니, 몬스터 대침공 때만 해도 무모하게 몬스터와 맞붙겠다고 나섰다가 쓰러진 영웅들이 부지기수였다.
아무리 괴력이라고 해도 인간은 인간.
오크와 비슷하거나 조금 나을 뿐, 오거나 트롤 같은 거인족의 후예에게는 견주기 힘들었다.
인간을 초월하려면 단순한 괴력이 아니라, 오러를 쓰는 소드 마스터가 되어야 했다.
“약효는 얼마나 가려나?”
약마다 다르지만, 이 체력 증강제의 약효는 한두 시간. 길어야 대여섯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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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약효가 너무 오래가는데?”
카엘은 또다시 산산조각 난 돌멩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