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제국으로 (3)
지옥 훈련이라고 해도 별거 없었다.
카엘이 클리페우스성에서 했던 훈련을 그대로 했을 뿐이니까.
새벽부터 일어나 달린 뒤, 야영지를 정리하고 이동했다.
그러다 해가 질 무렵에 다시 야영지를 꾸리고 검술 훈련을, 저녁 먹은 뒤에는 근력 훈련을 시켰다.
용병들이 훈련받는 모습을 보는 카엘은 감탄했다.
‘다들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하려는 의지가 대단한데.’
그간의 방탕한 생활을 생각하면 못 하겠다고 앓는 소리를 할 거라 생각했다. 근데 지쳐서 나가떨어질지언정 악을 쓰며 버티는 게 아닌가?
호위 기사에게 그 말을 했더니 당연한 거 아니냐며 설명했다.
“운 좋게 왕자 저하를 모시게 됐으니, 이 기회에 잘 보여 떠돌이 용병 생활을 그만두려는 거겠지요. 잘만 하면 정규군이 될 기회가 아닙니까?”
정작 용병들의 사정은 달랐다.
“아이고 힘들다. 그나저나 훈련하라니까 하는데, 훈련을 왜 하는 거지?”
“몰라서 물어? 망나니 왕자가 시킨 거지.”
“왜?”
“당연히 우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려는 거 아니겠어? 안 그래도 힘들어 뒈질 거 같은데, 왕자가 웃으면서 지나가더라.”
“에이, 설마. 우리 호위로 고용된 거라며.”
“야! 솔직히 호위가 필요해? 저번만 해도 카엘 님 혼자서 강도들 다 쓸어 버리던데, 우리쯤이야 한 손으로 다 쓸어 버릴걸?”
“허억.”
“재미없게 굴면 정말 재미없어지니까, 반항하지 말고 말 잘 들어야 해.”
“정말 조심해야겠어. 역시 용병 짬밥 그냥 먹은 게 아니네.”
“뭐, 이 정도쯤이야. 그래도 보수는 짭짤하니까 좀만 참지.”
이렇게 지레 겁먹은 용병들은 마지못해 훈련을 견디는 중이었다.
문제는 평소 푼돈이라도 생겼다 하면 술을 퍼마시고 놀던 용병들에게는 훈련이 너무 고됐다는 거였다.
그 덕분에 평소라면 어떻게든 빠졌을 보초 근무를 다들 맡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것도 모르는 호위 기사들은 용병들이 근성 있게 훈련을 받는 걸 보고 감탄했다.
왕자에게 잘 보이려는 허례허식치고는 꾸준했던 거였다.
“저렇게 열심히 훈련받다니. 왜 카엘 님이 저들을 훈련시키려고 마음먹은지 알겠어.”
“사람을 보는 안목도 대단하시구나. 우리도 이럴 게 아니라 도와주자고.”
심지어 훈련을 거들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덕분에 더욱 괴로워하며 훈련을 하던 용병들은 어느 날, 이상함을 느꼈다.
피로한 것도 덜하고, 전신에 제법 힘이 붙었는지 훈련도 수월하게 느껴진 거였다.
“요즘 몸이 왜 이렇게 가볍지?”
“너도 그렇게 느꼈어? 힘도 확실히 세진 거 같아.”
“훈련의 성과인가 봐.”
바로 옆에서 훈련을 봐주던 호위 기사들도 용병들의 달라진 모습을 바로 눈치챘다.
“이것들 이제 훈련을 가볍게 받는 거 같은데.”
“확실히 그래 보여.”
“근데 성과가 이렇게 빨리 나타난다고? 이것들 타고난 근골이 좋은 건가?”
의아해하는 호위 기사들의 말을 우연히 들은 카엘은 씩 웃었다.
‘효과가 있나 보군.’
용병들의 달라진 모습의 이유에는 고된 훈련도 있지만, 카엘이 저녁을 만들 때 몰래 이런저런 약재를 넣었기 때문이다.
특히 디오스바타타는 혈관을 이완시켜 근육 생성에 도움을 주고.
아스트라갈로스로 피로 회복과 상처 회복을 빠르게 했다. 여기에 카시아로 사지 관절의 동통을 완화하고 기혈의 순환을 촉진시켜 치료 효과를 냈다.
이걸 고된 훈련을 받은 뒤 꾸준히 복용하면 체내의 나쁜 기운이 점점 없어지고 신체가 단련됐다.
‘인간의 잠재력을 뛰어넘을 정도는 못 되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병사를 육성하는 데는 이보다 좋은 게 없지.’
회귀 전에도 이걸 이용해 쓸 만한 병사를 빠르게 육성했다.
다만, 훈련을 병행하다 보니 사절단의 이동이 너무 느렸다.
하루는 호위 기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카엘 님, 저희 너무 느긋하게 이동하는 게 아닙니까? 이대로라면 왕국의 사절단보다 제국에 늦게 도착하겠습니다.”
“아, 친구를 좀 기다린다고요.”
“친구?”
“마침 저기 오네요.”
카엘은 저 멀리 달려오는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엘프 자매들과 접촉한다고 먼저 킹스콧을 빠져나간 브로칸과 모르타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른 엘프 자매 둘이 보였다.
‘다행히 무사히 만났나 보네.’
카엘은 말 머리를 돌려 먼저 다가가서 반겼다.
“다들 고생했어.”
“카엘 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엘프 자매 중 첫째 노아나와 둘째 데키마는 카엘을 보자마자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었다.
“이거 부담스럽게 왜 그래.”
“카엘 님 덕분에 정령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큰 은혜를 어찌 보답해야 할지.”
“…너무 고마워.”
두 엘프는 그렇게 말하며 귀까지 덮은 모자를 벗었는데, 귀가 모르타처럼 원상 복구 되어 있었다.
모르타에게 준 포션을 먹은 거였다.
“보기 좋네.”
카엘의 말에 모르타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안 그래도 귀를 돌려받고 둘이서 어찌나 울던지. 난 언니들이 그렇게 우는 거 처음 봤어.”
“모르타!”
“…….”
노아나가 큰 소리를 내자 브로칸이 한 마디 했다.
“모르타도 울었잖아.”
“야! 비밀이랬잖아!”
모르타가 빽 하고 소리 질렀다.
그 모습을 보며 카엘이 웃으며 달랬다.
“벌써 울면 안 되지. 아직 기뻐서 울 일이 많을 텐데. 제국에 있는 동족도 구하고 치료할 테니까.”
“네!
“그런데 보답은…….”
“우리 성에서 지내면서 몬스터가 쳐들어올 때 막는 걸 도와주면 돼.”
카엘의 말에 엘프 자매들이 다짐했다.
“맹세컨대 카엘 님을 보호하고, 클리페우스성을 지키겠습니다.”
“…나도.”
“앞으로 살 곳을 지키는 건 당연하지.”
“저도 함께 싸울 겁니다!”
브로칸도 신나서 소리쳤다.
카엘이 진지한 얼굴로 경고했다.
“쉽진 않을 거야. 언제 몬스터의 대군세가 들이닥칠지 모르거든.”
“저희 라이칸스로프 부족와 엘프들, 드워프들까지 함께할 텐데 걱정하실 거 없어요!”
브로칸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재까지만 보면 카엘이 회귀한 뒤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비가 잘되고 있다고 봐야 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해.’
염두에 둔 인재들의 영입은 물론, 적의 군단에 대응하기 위한 병력 육성.
그리고 그 병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도 조달해 둬야 했다.
무엇보다 오크 군단 외에 드래곤과 아크 리치도 대비해야 했다.
“오, 다른 엘프들도 왔나 보네. 난 레오폴드라고 하네.”
한편 카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 본 레오폴드가 사절단을 멈추고 다가왔다.
“푸른 숲의 숲지기가 저하를 뵙습니다.”
“…레오폴드?! 정말?”
노아나가 한쪽 무릎을 굽히며 바로 옆의 둘째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데키마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됐다.
그걸 본 모르타가 소리쳤다.
“왜 그런 반응이야? 망나니가 아니라고 말해 줬잖아!”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멀쩡해서.”
“아.”
노아나가 놀라서 얼른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저하.”
“괜찮아. 솔직한 게 마음에 드네.”
레오폴드가 개의치 않아 하는 걸 본 엘프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카엘은 웃으며 노아나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일은 어떻게 됐나?”
“제국에는 드워프 아이들을 납치하는 데 성공했으나 은밀히 옮기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거리고 했습니다.”
“다른 기사 없이 혼자 나타났다고 의심하지는 않고?”
“네. 예전에도 귀찮다며 저 혼자 보고하라고 할 때가 많아 괜찮습니다.”
“그렇군.”
“드워프들은?”
“…출발했어.”
데키마가 대답했다.
별말이 없는 걸로 봐서는 발레라산맥에서 순조롭게 출발한 모양이었다.
‘그쪽은 알아서 잘 오겠지.’
레오폴드가 웃으며 말했다.
“일이 잘 풀린 모양이군. 그럼 다시 출발하자고.”
“네, 다들 가지.”
카엘이 대답하며 말에 올라탔다. 엘프들도 다시 귀를 덮는 모자를 쓰고 사절단이 있던 곳으로 왔다.
그러고 사절단에 합류한 엘프들을 본 용병들은 눈이 커졌다.
“우와! 예쁘다.”
“정말, 천사가 내려온 거 같네.”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난생처음 봐.”
감탄에 이어 용병들의 눈빛에 욕정이 깃들었다.
‘이거 얼굴을 가려야 하나.’
카엘은 잠깐 고민했지만, 이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정령술을 쓸 수 있게 된 엘프들은 용병들이 한꺼번에 덤벼도 어찌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무엇보다 용병들이 훈련받는 걸 보며, 엘프들이 자신도 단련하겠다며 함께 훈련에 나선 게 주효했다.
한편 엘프도 같이 훈련한다는 말에 용병들의 입은 귀에 걸리다 못해 찢어질 듯했다.
훈련하며 그간 단련된 몸으로 매력을 발산하면 엘프들이 넘어오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가졌다.
그러나.
엘프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태어날 뿐만 아니라, 세 자매는 암살자로서 훈련까지 받은 상황.
새벽에 하는 기초 훈련부터 뒤처지다가, 저녁에 대련 훈련 할 때는 얻어맞기 일쑤였다.
그것도 암살자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무차별적으로 찌르고 후려치니 예쁘다는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공포스럽기만 했다.
몇몇은 그마저도 매력적이라고 했지만, 대부분 엘프라면 학을 뗐다.
그렇게 왕자가 이끄는 사절단이 국경에 다다랐을 때 용병들은 너덜너덜해 있었다.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온 것처럼 차림새도 엉망에 초점 없는 눈으로 터벅터벅 걷기만 할 뿐이었다.
이게 다 엘프들이 신나게 굴린 덕분이었다.
이 꼴로 제국 측 검문소에 들어가니 제국 기사와 병사들이 비웃기 바빴다.
“망나니 왕자의 사절단이 먼저 온다더니, 꼴이 저게 뭐야?”
“망나니 왕자답게 무뢰배들을 데리고 다니나 보네. 이거 왕국의 앞날이 어둡구먼.”
“언제는 밝았나? 크크.”
그런 조롱과 야유를 레오폴드는 못 들은 척 실없이 웃고 떠들어 댔다.
‘하여튼 망나니로 살기도 쉽지 않다니까.’
그 모습을 보며 카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레몽을 불렀다.
“검문소에는 병력이 별로 안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때?”
“저기 카르카손성 내에 제법 많은 병력을 상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훈련 중인 예비대도 있고요. 그뿐만이 아니라 길목마다 감시소가 있어서 육로로 몰래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다더군요.”
“몰래 넘어간다고 한 적 없는데?”
“아, 그게…….”
카엘의 말에 레몽이 우물쭈물했다.
‘눈치는 빠른 거 같은데, 입조심을 못 하는군.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겠네.’
어인족을 두려워하는 걸 봐서는 어지간하면 배신은 안 하겠지만, 아직 완전히 신뢰하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역시 왔던 길로 엘프와 드워프들을 구출해서 돌아가는 건 힘들다고 봐야 하나.’
카엘은 검문소의 병사에게 동화 하나를 던져 주며 물었다.
“성내에 신전은 어디 있지?”
“성문 바로 왼쪽에 바로 보입니다. 근데 가셔도 한참 기다려야 할 겁니다. 지금 병든 사람들이 잔뜩 몰렸거든요. 대부분 클루니 마을에서 온 사람들입니다만.”
‘벌써 시작됐나 보군.’
병사의 말에 짐작한 카엘은 레오폴드에게 돌아가서 말했다.
“검문소 통과하면 성에 안 들르고 바로 출발했으면 합니다만.”
“나야 상관없다만, 어디 갈 곳이 있나 봐?”
“클루니로 가려고 합니다. 여기서 그렇게 멀진 않습니다.”
“그럼 가야지. 들었지?”
레오폴드가 결정을 내리며 레몽을 돌아봤다.
“네. 전달하겠습니다.”
레몽이 멀어지는 걸 본 카엘은 검문소를 통과하자마자 따로 움직이기로 한 엘프 자매들과 브로칸과 작별 인사를 했다.
“접선 장소에서 봐. 무슨 일 있으면 브로칸을 보내서 연락을 취하고.”
“네, 알겠습니다. 지시하신 일 철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어? 그럼 제가 안 오는 게 나은 거겠네요.”
“그래. 그동안 마음껏 냄새 맡고 다녀.”
고개를 갸웃하는 브로칸에게 카엘이 웃으며 말했다.
한편 레몽에게 전달받은 용병들이 볼멘소리를 냈다.
“바로요? 좀 쉬었다 가지 않고.”
“그러게 오랜만에 한잔하나 했는데.”
“나는 제대로 씻고 싶다고. 침대도 그립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훈련한다고 영주들의 마지못한 초대도 거절하고, 열흘 가까이 노숙했다.
간만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몸을 닦고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뉠 거라고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만 투덜거려. 클루니 마을로 가면 쉴 거 같으니까. 여기서 하루면 가.”
“아, 그래요? 진작에 말씀하시지.”
“근데 거기는 뭐 하는 곳인데 바로 간다고 난립니까?”
“그야, 카엘 님이 가자고 했으니까 기도하러 가시려나 보지. 예전에 신성력을 발휘하기도 하셨다니까.”
“기도요?”
“아, 모르나? 클루니 마을은 클루니 신전을 중심으로 세워진 이른바 신전 마을이거든.”
레몽의 설명에 용병들은 울상을 지었다.
“엇. 신전 마을이요? 그럼 술도 못 마시는 거 아니에요?”
“아냐. 신전 내에서만 그렇고, 마을에서는 신경 안 쓰는 분위기야.”
“휴. 다행이네.”
안도한 용병들은 다음 날 클루니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기겁했다.
마을 입구를 지키던 청년이 나와서 마을에 유행병이 도니 조심하라고 알려 줬기 때문이다.
그 말에 레오폴드가 관심을 보였다.
“그래? 어디 한번 보자.”
“저하, 안 됩니다.”
“왕자 저하를 이런 위험한 곳에 모실 수 없습니다.”
호위 기사들이 기겁하고 막았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보고 올 테니까요.”
카엘은 그렇게 말하며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미래의 성녀님을 찾으러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