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엘프 구출 (2)
겨우 진정한 노아나는 카엘의 가슴이 자신의 눈물로 잔뜩 젖은 걸 보곤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보다 슬슬 움직였으면 하는데, 이분들이 걱정이군.”
“아…….”
노아나는 아직 꼼짝 않고 누워 있는 자신의 동족들을 바라봤다.
아무리 회복 포션을 한 모금밖에 못 마셨다고 해도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너무 쇠약해졌어. 원래 이렇게 밥을 안 줬나?”
“…원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아주 조금만 주긴 했습니다만, 저희가 잡힌 뒤에는 아예 굶기기 시작했습니다. 도망칠 힘을 조금이라도 남겨 두면 안 되겠다고요.”
지독한 짓이었지만,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다들 산송장이나 마찬가지라 만약 회복 포션이 없었다면, 구해 냈다고 해도 어디로 옮길 엄두도 못 낼 정도였으니까.
“수분부터 보충하자. 깨끗한 헝겊에 물을 묻혀서 입가에 물려 놔. 몸도 깨끗이 닦아 주고.”
“알겠습니다.”
카엘의 지시에 노아나가 몸을 일으켰다가 비틀거렸다.
“아, 쉬세요. 제가 할게요.”
브로칸이 노아나를 다시 눕히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회복 포션을 더 만들어야겠네.’
품에서 데비하이드의 라이프 베슬을 꺼내자 가방이 격렬하게 움직였다.
카엘은 가방을 열고 안에 넣어 둔 데비하이드에게 말했다.
“왜 그래? 라이프 베슬 안에 마력도 아직 여유 있는데?”
-그게 아니라 아까 지하에 내려갔을 때 엘프 해골이 있지 않았어? 여기 오래 머물 거면 그거로 스켈레톤 만들어서 경비라도 세우자.
괜찮은 제안이었다.
이 오두막에 상주하는 숫자가 적은 거로 봐서는 드워프를 관리하던 병력 쪽과 주기적으로 연락과 물품을 주고받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카엘은 노아나를 쳐다봤다.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동족의 시체로 언데드 몬스터를 만드는 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노아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죽은 형제자매들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간 거니까요. 저희를 구해 주신 것만 해도 육신이 썩어 갈 때까지 갚아야 할 큰 은혜입니다.”
다른 자매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게 반대는 없었다.
“…그래. 고맙다.”
카엘은 그대로 데비하이드를 데리고 지하로 내려갔다.
“얼마나 만들 수 있어?”
-두 개? 그것도 제대로 만들긴 힘들 거야.
“그렇군.”
카엘은 해골을 수습해 자루에 조심스레 담아 나왔다.
허락했다고 해도 예의상 가능한 엘프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한 거였다.
오두막 밖으로 나간 카엘은 자루에서 해골을 꺼내 펼친 뒤, 데비하이드에게 말했다.
“자, 어디 해 봐.”
-응! 간만에 언데드 소환해 보겠네.
기대감에 뼈다귀만 남은 손바닥을 비빈 데비하이드가 주문을 외우자 라이프 베슬의 마력이 반토막이 났다.
동시에 언데드 몬스터 엘프 스켈레톤이 몸을 일으켰다.
근데 데비하이드처럼 어린애 체형인 게 아닌가?
보니까 해골에 가슴뼈와 척추만, 거기에 팔다리뼈가 한 마디씩만 붙어서 팔다리가 짧은 거였다.
“제대로 만들기 힘들다더니, 이거 절대로 엘프들한테는 보여 주지 못하겠군.”
-지금 마력으로는 어쩔 수 없어. 감시용으로는 작은 게 좋기도 하고. 그보다 하나 더 만들게 마력 보충해 줘.
“자.”
카엘은 아조트를 꺼내 데비하이드에게 건넸다.
-치, 싫은데.
-이번에 소드 엑스퍼트 여럿 베고 마력을 잔뜩 흡수했잖아.
-쉿! 알았어. 마력 줄 테니까, 조용히 좀 해.
아조트는 구시렁거리다가 데비하이드의 말에 군소리 없이 마력을 보냈다.
이후 마력을 회복한 데비하이드가 작은 엘프 스켈레톤을 하나 더 만들었다.
카엘은 그걸 하나는 드워프 노역장 쪽 길목에, 다른 하나는 오두막 정면으로 오는 길에 배치하라 지시를 내렸다.
이제 누군가 지나가거나 스켈레톤을 파괴하면 데비하이드가 감지하고 알려 줄 거였다.
이후 회복 포션을 더 만든 카엘은 오두막으로 돌아가 엘프들에게 나눠 마시게 했다.
“으음.”
“크윽.”
“헉.”
몇 모금 더 마신 엘프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그러나 정신적인 충격은 회복이 안 된 듯, 눈에 초점이 없었다.
흐린 눈빛에 멍한 얼굴만 봐도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회복 포션도 더 없고,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거 같네. 그리고 너희는…….”
카엘의 시선이 귀로 향하자 엘프 자매들이 고개를 숙였다.
귀를 거칠게 찢어 내고 불로 지져 놔서 전보다 보기 흉했기 때문이다.
“이제 몸도 회복됐으니까 이거 먹자. 거절은 하지 마. 탈출하는 데 너희 힘도 필요하니까.”
카엘은 따로 챙겨 온 재생 포션을 엘프 자매들에게 건넸다.
“카엘 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다들 사양하지 않고 잠자코 재생 포션을 나눠 받아 마셨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발하면서 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와아.”
다른 엘프들은 멍한 와중에도 그걸 보고 감탄했다.
“너희도 몸이 회복되면 귀를 회복시켜 줄 테니까, 어서 정신 차리기나 해.”
몇몇 엘프들은 카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인지 능력은 약간 돌아온 거 같은데. 지금은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인가.’
그때 데비하이드가 알렸다.
-이쪽으로 인간들이 온다. 제법 숫자가 많아.
“어느 쪽에서?”
-드워프들이 있는 쪽이다.
“그래, 잘했어.”
-헤헷.
데비하이드를 칭찬해 준 카엘이 엘프들을 살폈다.
회복 포션을 조금이나마 마신 덕인지 어떻게든 움직일 순 있을 거 같았다.
그때 데키마가 물었다.
“…참, 드워프는?”
“맞다. 드워프분들은 어떻게 됐죠? 먼저 구하셨나요? 아니면, 이제 구하러 가는 건가요?”
“아니, 그쪽은 이대로 괜찮다며 거절했다.”
카엘의 대답에 엘프 자매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해 안 감.”
“대체 왜 그런대?”
“그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 나중에 칼스벅이나 다른 드워프들과 상의해 보려고.”
“…네, 알겠습니다.”
“당장은 우리부터 탈출해야지. 다들 무기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
“네!”
다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카엘은 먼저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핀 뒤, 데비하이드에게 지시했다.
“스켈레톤 하나를 먼저 내려보내.”
-알았어.
그러고 있으니 엘프들이 하나둘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다 나왔지?”
“네.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나왔어요.”
노아나의 대답을 들은 카엘은 빈 오두막에 불을 질렀다.
화르륵.
‘당장은 오두막을 살피겠지?’
오두막에서 최대한 시간을 지체하길 기대하며 카엘이 지시했다.
“브로칸이 앞장서고, 노아나가 자매들이랑 함께 다른 엘프들을 데리고 내려가. 난 쫓아오는 자들을 막겠다.”
그러고 하산하는데, 엘프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 이동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나마 움직이는 것도 엘프 자매들이 엘프들의 행렬을 오가며 분주하게 동족을 챙긴 덕분이긴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두막 쪽에서 붉은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오두막에 도달한 적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신호를 보내는 모양이었다.
브로칸도 그걸 봤는지 물었다.
“좀 더 빨리 움직일까요?”
“아니, 잠시만.”
카엘은 가방을 건드리며 물었다.
“데비하이드, 혹시 우리 쪽으로 추격대가 오고 있나?”
-어. 기사 하나에 병사 다섯 명 정도? 제법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엘프가 탈출하면 자신들도 목이 달아날 판이니 다급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노아나, 데키마, 모르타. 저 추격대 너희들만으로 이길 수 있겠어?”
“네! 맡겨 주십시오.”
“…가능.”
“죽어도 이길 거야.”
회복 포션을 마신 데다가 재생 포션으로 귀까지 되돌아와서인지 셋 다 기운이 넘쳤다.
“저도 도와주겠습니다.”
“아니, 너는 지켜보고 있어. 엘프들끼리 구출해 간 것처럼 할 작정이니까.”
“아!”
카엘은 노아나를 쳐다봤다.
“그러니 알지? 엘프가 싸우는 것처럼 정령술도 사용하되 다 죽이진 말고 한 명은 살려 둬야 해.”
“알겠습니다! 얘들아, 가자!”
힘차게 대답한 노아나가 자매들을 데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데비하이드, 다른 추격대는 더 없어?”
-오두막 쪽으로 병력이 계속 모이는 거 같아. 어림잡아도 백 명은 넘어 보이는데.
“드워프 굴 안에 병력이 엄청 많았나 보네요. 다들 어서 돌아와야 할 텐데.”
브로칸이 걱정했다.
“금방 돌아올 거야. 그보나 근처 성에서도 병력을 보내올지도 모르겠군.”
카엘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엘프 자매들이 돌아왔다.
“수고하셨… 헉. 괜찮아요?”
반가워하던 브로칸은 엘프 자매들이 모두 피 칠갑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응! 하나도 안 다쳤어!”
모르타가 피 묻은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간의 화풀이를 하느라 정말 인정사정 보지 않고 해치웠나 보네.’
“지시하신 대로 한 명은 도망치도록 내버려 뒀습니다.”
“잘했어. 이제 다시 내려가자. 추격대가 더 몰려온대.”
“다 해치우면 되죠.”
“안 돼! 뒤에 쫓아오는 것만 백이 넘는다.”
“그렇게 많이…….”
“거기다 연기로 위급 신호까지 보내서 외부에서도 지원 올지도 몰라.”
“일단 피하기부터 해야겠네요.”
엘프들은 바로 납득하고,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동족을 챙겼다.
다시 하산하는데, 카엘이 짐작한 대로 저 멀리서 수백 명의 병력이 다가오고 있었다.
게다가 모두 정예병인 듯 무장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대응이 빠르다니.’
“카엘 님, 어떡하죠?”
“일단 숨었다가 지나가면 도망가자. 들키면 하는 수 없이 싸워야겠지만.”
돌파 못 할 건 아니었다.
다만, 엘프들을 전부 챙기기 힘든 데다가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정체를 들켰다가는 여기서 빠져나가더라도 왕국에 압박을 가해 올 테고, 그러면 몬스터 대침공을 준비하는 데 큰 방해가 될 게 분명했다.
“어? 저기 불났나 봐!”
모르타가 소리쳐 고개를 돌리니 그룬트산맥 깊숙한 곳에서 불길이 올라오고 있었다.
“…정말.”
“오두막 위치는 아닌 거 같습니다만.”
놀라는 엘프 자매들과 달리 왜 저런지 짐작한 브로칸이 카엘을 쳐다봤다.
“카엘 님, 설마?”
“드워프 투보크가 불을 질렀나 보네.”
탈출을 거부하던 투보크에게 카엘이 부탁한 거였다.
자신들을 감시하던 기사들이 분주하면 비밀 통로로 나가서 불을 질러 달라고 말이다.
그건 부탁이기도 했지만, 일종의 시험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하겠다 했지만, 계속 억압당하다 보니 뼛속까지 제국에 종속당해 제국에 불리한 짓을 안 할 수도 있었으니까.
‘이번에 호응한 걸 보면 저항할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거 같군.’
역시 탈출을 거부한 것도 잠깐 도망쳤다고 해서 강대한 제국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여겨서인 게 분명했다.
‘몬스터 대침공 이후에라도 도와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
당장에는 제국 이전에 몬스터 대침공부터 막아 내야 했다.
드워프의 동굴이 있던 방향에서 불길이 치솟자 다시 붉은색의 긴급 신호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카엘 쪽으로 향하던 병력들은 그걸 보고 멈추더니, 우회해서 드워프가 있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지하에 가둬 둔 엘프들보다는 금방 사건이 벌어진 드워프들 쪽을 지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 같았다.
양쪽으로 병력을 나눠서 오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었다.
‘아마 적의 숫자도 모르는데, 병력을 쪼개기에는 위험하다는 계산이었겠지.’
덕분에 카엘은 엘프들을 이끌고 무사히 그룬트산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산맥을 나온 카엘은 대로를 따라가지 않고, 동쪽으로 향했다.
이대로 왕국으로 향하면 제국의 검문에 걸릴 수도 있으니 어인족과 사전에 이야기한 대로 동쪽의 바다를 이용해 도망칠 작정이었다.
* * *
소드 마스터 파이슨은 여전히 토라타만평야에 남아 있었다.
나머지 제자들을 위로하면서 소드 엑스퍼트로 키워 볼 만한 인재를 찾기 위해서였다.
물론, 키슬링 황자과 탈프 황자군의 전투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음, 쓸 만한 녀석이 안 보이는군. 슬슬 돌아갈까?’
탈프 황자군과 키슬링 황자군의 지루한 전투를 관전하던 파이슨이 그런 마음을 먹었을 때, 그룬트산맥에서 달려온 전령이 찾아왔다.
“뭐? 엘프들이 모두 탈출했다고?!”
난데없는 흉보에 파이슨이 분노하자 순간 사방에 불길이 일었다.
그 주위에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파이슨이 다짐했다.
“어떤 자식들이 손쓴 건지 몰라도 가만 안 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