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uke's Medicine Sucking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4
64화 드래곤 하트 (3)
심해성 밖에서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어인족 경비병들과 코그를 따르는 어인족 전사들이 맞붙어 싸웠다.
싸움이라고 해도 서로 어지러이 엉겨 붙어 물고 뜯고 하는 게 다였지만.
그 와중에 다른 어인족보다 덩치가 두세 배는 큰 어인족이 있었다.
코그였다.
어인족 경비병들을 뚫고 심해성에 도달한 코그는 괴력으로 심해성을 두들겼다.
쿵!
쿠웅!
쿵!
아무리 후려쳐도 심해성을 두르고 있는 마법 방어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해룡 제피슈가 걸어 놓은 마법인 만큼 매우 단단했다.
막상 코그도 부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언젠가는 자신이 다스릴 곳이었으니까.
코그가 노리는 건 어디까지나 선조의 드래곤 하트!
선조의 왕릉에 모셔져 있다는 건 알았지만, 문제는 왕릉의 위치를 모른다는 거였다.
심지어 수시로 이동해서 위치가 바뀐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찾을 수도 없고.’
왕릉이 노려진다는 걸 알면 완전히 숨겨 버릴지도 몰라 최대한 은밀히 찾아야 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코그가 심해성을 공격하며 소란을 피우는 동안 마법사 트라이샌드가 왕릉의 위치를 찾는 중이었다.
마침 방주가 오가면서 틈이 생기기도 해 절호의 기회였다.
‘아직 멀었나?’
코그는 저 멀리 트라이샌드가 보낸 신호가 떴는지 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런 신호가 없었다.
그때 심해성에서 뛰쳐나온 어인족 경비병들이 코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잡아라!”
“멈추게 해!”
“가소롭다!”
코그는 자신에게 공격해 오는 어인족 경비병들을 후려쳤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어마어마한 압력에 막지도 못한 어인족 경비병들이 쓸려 나갔다.
그 와중에도 나머지가 코그에게 매달렸다.
“이것들이 감히! 심해성의 진정한 왕에게 무슨 짓이냐!”
펑!
분노한 코그가 외치자 그 충격파가 바닷속을 뒤흔들었다.
거기에 휘말린 어인족 전사들이 기절해 우르르 떨어졌다.
귀찮은 것들을 떨쳐 낸 코그는 다시 신호가 떴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신호도 없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한 거야?’
그때였다.
파앗!
노란빛이 잠깐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쯧, 또 실패했나 보군.’
잠시 투덜거린 코그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코그는 곧바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후퇴한다, 후퇴!”
그 말에 어인족 전사들이 곧바로 몸을 돌려 바다 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 * *
코그가 해수면을 뚫고 고개를 내미니 거대한 함선이 보였다.
붉은 해골 깃발을 매달고 있는 저 함선은 핏빛 죽음 해적단, 코그가 바닷속에 굴러다니는 황금 따위를 주워 주고 고용한 배였다.
“흡.”
코그는 바닷물을 박차고 단번에 함선에 올라섰다. 그러곤 그 중앙에 놓여 있는 거대한 옥좌에 턱 하니 앉았다.
배까지 내려오는 긴 수염에 챙이 긴 모자를 쓴 노인이 기다란 지팡이를 짚으며 다가왔다.
마법사 트라이샌드였다.
코그는 곧장 트라이샌드를 추궁했다.
“또 탐색에 실패한 거냐? 이번에야말로 그대의 마법으로 찾을 거라 하지 않았느냐!”
“제 탓은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충격파로 해류가 급격히 바뀌는 바람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또 브레스를 쓰셨습니까?”
“…쓰긴 썼지.”
트라이샌드가 당당히 대답하는 소리에 코그가 떨떠름한 얼굴이 됐다.
“조심해 달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습니까? 자칫하면 들켰을지도 모릅니다.”
“아, 알겠네. 앞으로 조심하지.”
“만약 저희가 왕릉을 추적한다는 걸 들켰다가 숨겨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 주의해야 합니다.”
“알았다고!”
코그가 화를 내려 하는 걸 본 트라이샌드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래도 이번에 왕릉 위치의 범위는 제법 좁혔습니다.”
“정말인가?”
“네, 앞으로 두세 번이면 완벽히 이동 경로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다음에 바로 찾을지도 모릅니다.”
“다음에 바로?! 크으.”
대번에 기분이 좋아진 코그가 주먹을 흔들었다.
“좋다! 다들 오늘은 다들 수고했으니 먹고 마시자!”
“오오!”
“역시 코그 님이야!”
함선 위로 올라온 어인족 부하들과 해적들이 휘파람을 불며 함성을 내질렀다.
그때 코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닐 텐데요?”
“누가 무엄하게… 넌 뭐냐?”
코그가 어이없어하며 뒤를 돌아보니 처음 보는 인간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어떻게 몰래 여기까지 올라왔지?’
경계하는 눈초리로 노려보는데 되레 공손하게 인사하는 게 아닌가?
“저는 심해성에 초대받은 카엘이라고 합니다. 코그 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심해성에 초대?!’
코그는 심해성에 들어갔던 방주를 떠올렸다.
내부 첩자의 보고로는 병환이 깊던 메르가 인간 의원의 약을 먹고 쾌차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악화했다고 했다.
심지어 그 돌팔이가 심해성에 도와 달라는 신호를 보내와서 발칵 뒤집혔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아까 본 방주에 그 돌팔이 의원을 태워 온 모양이었다.
‘그럼 이 인간은 그 돌팔이가 고용한 용병인가?’
대충 정체는 짐작됐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저 무례한 녀석을 붙잡아라!”
코그의 명령에 어인족 전사들이 우르르 덤볐다.
“잡아!”
“코그 님 앞에 무릎 꿇려라!”
안 그래도 코그가 기분 좋아 포상을 내려 준다는데 초를 친 인간.
혼쭐을 내 줄 작정이었다.
그러나.
카엘은 검을 뽑지도 않고 주먹으로 어인족 전사들을 때려눕히고 바다에 던졌다.
그걸 본 코그는 내심 감탄했다.
‘제법인데?’
어인족 전사들로는 도저히 잡기 힘들어 보였다. 그래 봐야 코그 자신에게는 상대가 안 되어 보였지만,
“코그 님.”
트라이샌드가 넌지시 불렀다. 자신의 마법으로 제압할까 물어본 거였다.
코그는 고개를 젓고는 부하들을 제지했다.
“다들 멈춰라.”
단번에 부하들이 카엘에게서 물러섰다.
코그는 여유로운 얼굴로 카엘을 바라봤다.
“인간치고는 실력이 좋군.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러 온 건가?”
“드래곤 하트가 숨겨진 왕릉의 위치를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카엘의 말에 여유롭던 코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토록 비밀로 했건만 어떻게 안 거지? 죽여 버릴까?’
의문과 함께 살심이 치솟았다.
저 인간을 당장 죽여서 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 거였다.
그 낌새를 눈치챈 카엘이 말했다.
“제가 여기에 아무런 대비 없이 왔을 거 같습니까?”
그 말에 공격하려던 코그가 멈칫했다.
“만약 제가 안 돌아가면 제 동료가 코그 님이 왕릉을 노린다고 고할 겁니다. 그럼 왕릉을 한동안 모래 한 알 안 보이게 숨겨 두겠죠.”
“이 자식이!”
“코그 님! 조금만 진정하십시오. 그래서 그대는 왕릉의 위치를 안단 말인가?”
“네. 메르 8세가 자랑하는 걸 들었습니다.”
카엘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트라이샌드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왕릉을 찾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항구에서 들었죠. 해적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한걸요?”
거짓말이었지만, 그럴듯했다.
해적들은 주점에서 허세를 부리느라 있는 말도 부풀리고 없는 말은 지어내는 게 다반사였으니까.
실제로 누설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뭣이?!”
덕분에 코그도 대번에 카엘의 말을 믿었는지 화난 얼굴로 해적들을 노려봤다.
해적들은 억울했지만, 코그의 무시무시한 위압감에 꼼짝달싹 못 했다. 몇몇은 바지에 지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코그 님, 고정하시지요.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트라이샌드가 얼른 말렸다.
괜히 해적들이 도망치기라도 하면 수영을 못 하는 자신만 곤란해졌으니까.
“그럼, 어서 말해 주게.”
“공짜로 알려 드릴 수는 없죠.”
“뭘 원하는가?”
보상을 요구할 거라는 정도는 코그도 예상한 듯 별로 개의치 않고 물었다.
“이 배를 가득 채울 금화를 주시면 됩니다.”
“푸하핫!”
코그가 박장대소했다.
뭘 요구하나 했더니, 별로 어렵지도 않은 요구라니.
“좋다! 이 배에 가득 황금을 채워 주지. 어서 알려 주기나 해 다오. 내 곧바로 찾아갈 테니.”
코그가 금방이라도 바닷속으로 뛰어들 기세인 걸 보고 트라이샌드가 만류했다.
“코그 님. 잠시만, 잠시만요.”
“왜 그러냐?”
“저 인간 뭔가 수상쩍지 않습니까?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함정?!”
코그가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카엘을 노려봤다.
“제가 왜 코그 님을 함정에 빠트립니까? 무슨 이득이 있다고요?”
“메르 8세에게 황금을 약속받았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쪼잔한 자가 약속을 지킨다고요? 안 그래도 약을 고친 사례도 제대로 안 한걸요!”
카엘이 메르 8세를 욕하자 코그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트라이샌드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진실인지 확인해 보시죠.”
“아, 그러면 되겠지.”
코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트라이샌드가 노예들에게 신호를 줬다.
그러자 노예들이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왔는데, 그 끝에는 투구가 매달려 있었다.
그 투구를 본 카엘이 깜짝 놀랐다.
심해성에서 본 수호병의 투구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코그가 웃음을 흘렸다.
“흐흐, 놀랐나? 감히 나를 안 따른다고 하길래 본때를 보여 줬지.”
그렇다고 저 수호병의 머리를 잡아 뜯다니, 어마어마한 괴력이긴 했다.
‘그러고 저 마법사가 주워다가 지팡이를 만든 모양이군.’
“이 인간이 왕릉의 위치를 알려 준다는 게 진실인가?”
-진실입니다.
“됐지? 어서 어딨는지 말해!”
“심해성 북쪽 해저 협곡에 있는 바다거북의 등에 있다고 했습니다.”
“알겠다!”
코그는 마음이 급한 듯 카엘의 말을 듣자마자 바닷속으로 몸을 던졌다.
풍덩!
코그가 사라진 걸 본 카엘은 트라이샌드를 슬쩍 쳐다봤다.
‘이 마법사는 어떻게 제거하지?’
마법사는 그 존재만으로 몬스터 대침공을 막는 데 방해가 됐다.
실제로 몬스터 대침공 때도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몬스터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오히려 말이 통하는 몬스터와 손을 잡았으니까.
잘못해서 드래곤 하트가 저 마법사의 손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마법사가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품은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게 되면 소드 마스터 못지않은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거였다.
‘드래곤 하트는 하나만 남겨 두게 해서 넘어갈 일은 없지만.’
당장은 마법사가 코그를 지원하는 걸 막아야 했다.
‘그러려면 둘 사이를 갈라놓아야 해.’
첨벙!
거대한 뭔가가 해수면을 찢고 튀어나왔다.
뱀처럼 기다란 몸에 반짝이는 푸른 비늘로 뒤덮여 있는 게, 전설 속에 내려오는 해룡의 모습 그대로였다.
코그가 순식간에 해룡이 되어 나타난 거였다.
‘벌써 갔다 오다니, 정말 빠르군.’
내심 놀라고 있을 때 트라이샌드가 얼른 다가가 물었다.
“설마 바로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신 겁니까?”
“그렇다! 망설일 이유는 뭐가 있나?”
“위대하신 코그 님이 해룡님이 되어 나타나셨다! 코그 님 만세!”
“코그 님 만세! 만세!”
어인족들은 코그를 보고 감격해 엎드려서 칭송했다.
코그는 그 칭송을 가만히 즐기다가 카엘을 보며 말했다.
“그대의 말이 사실이었으니, 약속을 지키겠다. 나는 메르 8세와 다르니까!”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심해성을 손에 넣어야 하니 조금만 기다리도록.”
“물론입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실 일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푸하핫!”
카엘의 말에 기분이 더 좋아졌는지 코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기운이 얼마나 강력한지 주변의 공기가 찢어지면서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해일이 몰아쳤다.
“으아악!”
해적들은 난데없는 기후변화에 혼란에 빠졌다.
‘어마어마한 힘이긴 하군.’
카엘이 혀를 내두를 때, 해적 선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미친…….’
이대로라면 함선이 쪼개져서 가라앉을 판이었다.
어인족들이야 바다로 뛰어내리면 되지만, 이런 망망대해에서 배를 잃는 건 죽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트라이샌드 님!”
해적 선장이 애타게 마법사를 불렀지만, 이미 다른 데 정신이 팔린 트라이샌드는 해적들이 어찌 되든 알 바 아니었다.
“코그 님! 저와의 약속도 지키셔야 합니다! 제 드래곤 하트는 챙겨 오셨죠?”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묻는 트라이샌드의 눈빛은 탐욕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코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아. 깜빡하고 바로 나와 버렸군.”
“…….”
트라이샌드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카엘도 어이가 없었다.
일부러 드래곤 하트를 한 개만 남겨 두라고 했는데, 정말 그것만 찾아서 먹고 나오다니.
“걱정하지 마라. 내 메르의 심장을 뜯어내서 줄 테니! 훨씬 싱싱하지 않겠느냐?”
“가, 감사합니다.”
뜻밖의 횡재에 트라이샌드가 감사를 표할 때, 카엘이 나섰다.
“코그 님! 잠깐만요!”
“음?”
“제가 주제넘게 나설 일은 아닙니다만, 저 마법사가 뭘 했다고 드래곤 하트를 받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