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rth-Style Savior Archetype RAW novel - Chapter 275
279화. 아버지와 아들(1)
대체 무슨 의미일까. 지금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게 이쪽뿐이라니.
민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때.
쿠구구구…….
전방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에 다시 그리로 고개를 돌린 민구의 입에서 별안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
7일 차 침입자를 본 것이다.
쿠웅, 쿵……!
이족보행체의 형상을 한 이 초대형 괴물은 마차에서 약 1킬로 떨어진 지점을 걷고 있었다.
그럼에도 몸집이 워낙 커서 존재감이 엄청났다.
숱한 역경을 거친 민구조차 위축시킬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놈이 움직일 때마다 빠르게 지워지는 지구의 공간.
스으으읏.
놈이 걷는 걸 잠시 지켜봤을 뿐인데도 그사이 두 개 블록 규모의 공간이 사라졌다.
“그럼 저게…….”
“예, 저게 7일 차 침입자입니다. 이 행성에 남아 있는 진입로의 수만큼 존재하겠죠.”
“…….”
민구는 비로소 아들이 사라져 버린 이유를 막연하나마 알 것 같았다.
일반적인 인간이어선 저런 것들과 결코 싸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녀석은 어느 순간 인간이길 포기해 버린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건 타의였을까, 아니면 자의였을까.
민구는 왜인지 먹먹한 마음으로 다시 정우를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놈의 시선은 오로지 신장 수백 미터짜리 괴물에게만 붙어 있었다.
“저걸 어떻게 죽이지? 다른 놈들과 마찬가지로 힘 싸움인가?”
민구가 이렇게 물었음에도 정우는 침식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대신에.
“충분한 힘을 모아 왔다면 가능하죠. 이 순간을 위해서 저 같은 존재가 필요했던 겁니다.”
이렇게 말하고선 오른손 끝에 대량의 정수를 끌어모았다.
파아아앗!
“……!”
정수를 웬만큼 다룰 줄 아는 자들은 전부 느낄 수 있었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양의 정수가 이 마차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츠으으읏…….
이윽고 마찰음 같은 것이 나면서 정우의 손에 시퍼런 창이 나타났다.
날 부분이 나선형으로 꼬여 있고, 몸체에 해당하는 기다란 손잡이엔 어떤 문양이 온통 어지럽게 새겨져 있었다.
모르는 이가 봐도 여느 각성자가 사용하는 정수 창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저 빛이 촘촘히 모여서 창 형태를 만든 것 같은 일반적인 정수 창과 달리 지금 정우가 만든 건 고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으니까.
‘정수 수십억 개를 한데 모으면 저렇게까지 되는구나.’
아므라는 정우가 만든 푸른 병기를 멀거니 쳐다봤다.
그러다 마침내.
화앗.
정우의 팔이 허공을 갈랐고, 길쭉한 창이 침식자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쐐애애애액!
놈에게 청력이란 게 있다면 들을 수밖에 없을 거다.
고막을 찢을 듯한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정수 창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미터를 주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