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rth-Style Savior Archetype RAW novel - Chapter 41
41화. 방주 (1)
왜 그랬을까.
왜 이쪽을 피해 멀리 도망가지 않고, 이 자리까지 와 버렸을까.
선웅은 이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두 남자를 쳐다봤다.
사실 한쪽은 ‘남자’라고 표현하기에 모호할 정도의 존재였다.
일곱 살 정도나 될까 싶은 꼬맹이였으니까.
얼마나 무거운 배낭을 멨는지, 티셔츠의 어깨 부분이 안쪽으로 말려들어 가 있었다.
그러나 큰 짐을 진 건 꼬맹이와 나란히 선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사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버지와 아들인가.’
선웅은 놀랍도록 닮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상대도 이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걸음을 멈추고 뒤를 흘깃 돌아봤다.
다음엔 사내가 아들의 손을 붙잡기 위해 상체를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그의 커다란 그림자가 아들을 숨기듯 덮었다.
등에 진 산악용 배낭이 팽팽하게 부풀어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내의 그림자가 유난히 큰 이유 말이다.
‘멀리서 온 사람이군.’
정우는 아까부터 남자의 정수 보유량을 보고 있었다.
441개.
사람이든, 동물이든 뭔가를 꽤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긴 대성 그룹이 통제 중이었으니, 이곳 출신은 아닐 거란 게 정우의 추론 결과였다.
따라서 죽이기 전에 질문을 할 필요가 있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두 그룹의 거리는 약 15미터.
이미 정우의 공격권이지만, 상대가 그걸 알 리 없었다.
질문을 받은 사내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매복 중인 사람이 있나 보는 걸까?
정우는 이 부자(夫子)의 지난날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종로 근처에서 오는 길입니다.”
힘겹게 흘러나온 대답.
이에 정우가 곧바로 되물었다.
“종로에서 왜 여기까지 오셨죠? 거기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러면서 발밑의 패스파인더를 살폈다.
정수 화살표는 아직도 북쪽, 강 건너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에서 북쪽이라면 일단 남산이 있고…… 이태원, 용산, 명동 그리고 종로가 있다.
“어……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군요. 무법 지대입니다. 그곳은…….”
종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지, 사내의 초점이 잠시 흐려졌다.
그러다가 어금니를 꽉 깨문다. 어쩌면 아내나 또 다른 자식을 종로에서 잃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수를 400개나 가지고도 도망쳐 나와야 할 정도였나. 도망쳐 오는 길에 정수가 불었을 수도 있긴 하다만.’
정우는 종로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이제 헬기도 있으니, 종로에 들러 보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만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정우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떨어졌음을 알아챈 사내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살기를 내비쳤다.
일이 틀어지면 바로 실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이쪽의 머릿수가 더 많음을 알면서도 사내가 굳이 길을 돌아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 남자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이쯤이면 정수를 꽤 모았다고 스스로 진단한 걸 거다.
“…….”
정우는 말없이 꼬마를 쳐다봤다.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지금은 울적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다.
정수 보유량은 1.
지구도 이 꼬마에겐 큰 기대를 걸지 않은 것이다.
‘아이한테까지 정수를 쥐어 주다니. 그럼 설문도 동일하게 진행시켰던 건가.’
가슴이 저릿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살려 둘 명분이 생기진 않았다.
정우는 두 사람을 향해 손을 슬쩍 들었다.
여태 해 오던 대로 정수를 방출해서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증발할 터.
그런데.
홱!
난데없이 누군가 그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정우가 뒤를 돌아보니 용헌이 눈을 크게 뜬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뭐, 뭡니까? 애도 죽인다고요?”
이 말을 듣고 가장 놀란 건 아이의 아버지일 것이다.
팍!
사내는 고함조차 지르지 않고, 날렵하게 몸을 움직였다.
상대가 뒤를 돌아본 틈에 죽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헉!”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선웅이 기겁한다.
사내의 몸이 파랗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봤던 그 사자처럼.
남자의 강화된 신체는 15미터를 단숨에 주파했다.
정우가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쯤엔 사내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기 시작한 뒤였다.
홰액!
“……!”
막 상대를 인지한 정우의 시야에 납작하게 접힌 사내의 상의 소매가 들어온다.
문자 그대로 번개 같은 주먹이었다.
순간 정우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고, 반사적으로 정수의 파동을 뿜어냈다.
푸아아아악!
익숙한 소리.
정수에 의해 살점이 파열되는 소리다.
다만,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뿜어져 나간 파동이라 사내의 신체 일부만 날려 버렸다.
정확히는 무릎 위에서부터 아래턱까지만.
“어…….”
정우의 바로 뒤편에 있던 용헌이 신음 같은 것을 흘렸고, 그사이 허공에 떠 있던 사내의 머리 일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다음엔.
까득!
사내의 윗니가 콘크리트 타일에 부딪히며 박살 났다.
“맙소사.”
현 사태를 정확히 묘사하는 용헌의 한마디.
남자의 묵직하던 그림자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단, 무릎 위의 모든 걸 잃은 두 다리 중 하나가 용케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이 덕분에 가느다란 그림자가 남게 됐다.
때는 오전 9시 4분.
해는 동남쪽 높은 하늘에 떠 있었고, 이 햇볕을 받은 ‘다리 조각’이 북서쪽을 향해 그림자를 드리웠다.
믿기 어려운 우연의 일치이거나 초월적인 현상에 가까웠다.
하필 북서쪽은 정우 일행이 걷던 방향이자, 이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아이가 서 있는 방향이었으니까.
세 사내의 시선이 자연스레 녀석에게 옮겨 간다.
“…….”
아이는 울지도, 그렇다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조금 전 자신의 아버지가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서, 정우 일행을 멀거니 바라볼 뿐이었다.
정적에도 깊이가 있다는 걸 모두가 새삼 깨닫는다.
“미안하다. 마지막에 이런 걸 보게 해서.”
정우의 목소리가 15미터 허공을 뚫고 아이에게 닿았다.
녀석은 이 이야기를 듣고도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슥.
마침내 정우가 팔을 다시 들어올렸다.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거다.
“제길!”
결국 용헌이 정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필요한 사람 외에는 다 죽인다는…… 그런 원칙 같은 게 있는 겁니까?”
사십 대 중반의 대기업 부장. 세사(世事)에 지쳐 멀겋게 된 눈을 가졌지만, 지금만큼은 날선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에 정우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양심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어제만 해도 그쪽 직원들을 도살하듯 죽였으니까.”
양심……?
그렇다면 무고한 아이를 죽이는 건 양심에 걸리지 않는단 말인가?
알 듯 모를 듯, 정우의 모순된 말에 용헌은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장면을 지켜보던 선웅은 어렴풋이 이해했다.
‘세계가 바뀌었으니, 상식과 질서도 바뀌어야 하는 거야. 아니, 적어도 정우 씨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든, 어른이든 죽음의 무게는 같다고.’
이 기묘한 구원자가 예외로 두는 게 있다면 방주에 태울 만한 자들이다.
자신의 성장에 꼭 필요한 도구나 자원에 해당하는 사람들.
또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살려 둬야 하는 인재들.
“아니…… 이런 식이면 그 방주라는 게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이들을 죽이면서까지 살아남겠다고요?”
용헌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상대가 누군지도 잊은 채 험악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러자 정우가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내더니 용헌의 이마에 들이밀었다.
“그럼 지금 죽어요. 괜히 뒤늦게 마음 바꿔서 피곤하게 만들지 마시고.”
“그, 그게……!”
당황한 용헌이 더듬거리자 이를 보던 선웅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거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자신 또한 정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거.
어쩌면 그보다도 더 못난 인간임을 인정하는 일.
“애니까 살리자고요? 그럼 다음에 만날 아이들도 전부 살립니까? 살린다고 치면, 녀석들의 부모도 살려야 할 테고. 그럼 독신자들은 죽어도 되는 사람인가요? 아니겠죠. 그렇다고 모두 살리면 결국 모두 죽어요.”
정우도 마지막엔 감정이 격해졌는지, 날카로운 눈빛을 쏘다가 이내 눈을 감아 버렸다.
지구에 대한 폐쇄 절차가 시작된 지금, 인류의 대다수가 죽어서 구원의 양분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권이 자신에게 주어졌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죽을 자를 골라야 할까?
그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던 것이다.
“하…….”
정우의 이야기를 들은 용헌이 날숨을 깊게 뱉었다.
사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나씩 배우고 깨우쳐 왔다.
사회라는 것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약속들 말이다.
노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도의적인 룰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구원자랍시고 나타난 사내가 이전에 세워진 모든 룰을 버리라고 요구해 오고 있다.
용헌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다.
그럼에도.
털썩.
용헌이 무릎을 꿇으면서, 정우의 만년필에서부터 벗어났다.
“……일단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 역시 살고 싶었다.
또한 살아서 직접 보고 싶었다.
기존 세계의 잔해 위에 새로 세워질 신세계.
인간성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다 내버리며 도착한 곳엔 무엇이 있을 것인가?
“…….”
용헌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있는 사이, 정우의 시선이 다시 아이에게로 향했다.
이를 본 선웅은 침통한 마음으로 다음에 벌어질 일을 상상했다.
그러나 이어진 정우의 대사는 예상 밖이었다.
“살고 싶으면, 지금 가. 당장.”
이에 공허하던 아이의 눈빛에 뭔가가 깃들었다.
복수심이었을 수도 있고, 막연한 생존본능이었을 수도 있다.
탓.
이윽고 정우는 정수 1개짜리 아이가 작은 발소리를 내며 도망가는 것을 보게 됐다.
아비의 시체 일부를 등 뒤로 하고서 말이다.
“어……?”
용헌이 의아하다는 소리를 내자, 정우가 만년필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두 번은 없을 일입니다. 다음에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시면, 반드시 죽일 겁니다.”
* * *
오전 9시 12분.
정우 일행은 CGV 건물 앞에 도착했다.
정문 셔터가 내려가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자물쇠가 걸려 있진 않았다.
취르르륵.
정우는 셔터를 들어 올리면서 정수를 확인했다.
‘12,883개……. 아직 한참 부족해.’
한 아이의 아버지를 죽였지만, 기존의 정수에서 4% 정도가 늘었을 뿐이다.
앞으로 몇만 개의 정수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감정을 좀 더 거세해야만 한다고, 정우는 생각했다.
아직도 머릿속에서 아이의 표정이 어른거리고 있었으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1층의 다른 상가로 이어지는 통로와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정우는 상가 쪽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이 기계가 마지막으로 도착했던 곳은 5층.
건물 안내문에 따르면, 극장 매표소가 있는 곳이다.
‘설마 층 하나에 전부 몰려 있는 건가.’
띵.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문을 열었고, 세 사람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발을 내디뎠다.
정우는 의아하다는 얼굴. 용헌은 여전히 슬픔에 젖어 있었고, 선웅은 초조해했다.
이젠 정우만큼이나 ‘현장 경험’이 많은 선웅이 초조해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의사는…… 또 어떻게 설득하지?’
용헌만 해도 정우에게 붙는 대가로 조건을 붙였고, 그럼에도 막상 눈앞에서 살인이 벌어지자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생명을 다루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의사의 반응은 어떨까.
띵.
그가 속으로 고민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했다.
스르르륵.
자동으로 문이 열리면서 세 사람 앞에 매표소의 전경이 펼쳐졌다.
“혹시 모르니 조심들 하세요.”
정우는 냅다 공격이 날아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5층엔 겁에 질린 사람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각자 손에 대걸레 자루나 깨진 유리병을 들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게 대체 몇 명이야?’
정우는 사람들을 눈으로 훑어보면서, 오늘 아침에 봤던 군인들을 떠올렸다.
이들이 지금 하고 있는 짓이 화면 속 군인들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무슨 진입로라도 되는 것처럼, 7미터 정도 거리를 둔 채로 아치형 대열을 이뤘다.
별 의미 없는 무기를 꽉 쥐고 있는 것까지 비슷하다.
머릿수는 대략 백여 명.
“음…….”
정우는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고개를 천천히 움직였다.
전시안이 찾아낸 의사가 여기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곧 그의 고개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인파 속 누군가에게 전시안 표식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표식의 주인이 누군지 바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
묘한 위화감에 잠시 주춤한 정우가, 표식 근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했다.
“거기, 좀 비켜 보시겠습니까? 옆으로요.”
그가 급하다는 표정으로 손짓을 하자 그제야 멀뚱히 서 있던 사람들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뭐야, 갑자기, 아침부터.”
“저 사람이 누군데요? 이게 다 뭐예요?”
몇몇이 툴툴거리긴 했지만, 정우의 신경은 오로지 전시안 표식의 아래쪽에 쏠려 있었다.
표식 근처의 사람들이 옆으로 비켜서면서, 그 사이에 감춰져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
새로운 남자의 모습을 본 정우의 입에서 이제야 알겠다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자를 바로 찾아낼 수 없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신장이었다.
주변 사람에 비해 키가 너무 작았던 것이다.
160이 좀 넘을까 싶은 정도.
더군다나 엄청난 추남(醜男)이었다.
“아뇨, 그쪽은 가만히 계세요.”
정우는 이제 막 옆으로 비켜서려던 이 남자를 멈춰 세운 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자꾸만 눈이 간다.
남자의 얼굴에 말이다.
녹다 만 고드름인가 싶을 정도의 코와 현무암 같은 피부.
전반적으로 축축 흘러내리는 느낌의 얼굴인데, 눈매는 또 날카로워서 이게 더 이상했다.
물론 이 얼굴에 어떤 눈을 갖다 붙여도 보기에는 좋지 않겠다만.
피부가 워낙 안 좋다 보니, 나이를 측정하기도 어려웠다.
지난 삶이 순탄치 않았으리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외모다.
그래도 우주가 찾아낸 인재 아닌가.
이런 외모 속에 엄청난 재능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
정우는 오히려 기대감이 샘솟는 느낌이었다.
정우가 그를 계속 쳐다보고 있자 상대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시선을 맞받아쳤다.
이에 정우의 입이 열린다.
“거기, 의사 되시죠? 혹시 전공이 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어?”
자신이 의사인 줄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반응.
다음엔 갑자기 주변을 둘러봤다.
처음엔 근처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를 찾나 싶었는데, 말하는 걸 보니 아닌 것 같았다.
“음,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지금 진료 시간도 아니고, 영업하기 힘듭니다.”
“아니, 전공을 물었는데요.”
동문서답에 정우가 살짝 짜증을 내자 남자가 입술을 샐쭉 내밀었다.
“비뇨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