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0)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0화
전반이 끝났다.
스코어는 0대0.
과연 매단은 매단이었다.
수비라인이 단단했다. 철옹성이 따로 없다.
“어휴, 미안하다, 태양아. 그렇게 잘 넣어줬는데 골을 못 넣었네.”
“…아니에요, 선배.”
아니.
매단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격수 선배들이 문제인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골을 못 넣을 수가 있지?
발에 가시라도 달렸나?
힘껏 슈팅하면 후지산이 폭발하고 가볍게 툭 차면 숙녀가 따로 없다.
골대랑 마주하는 게 부끄러운지 툭, 하고 차고서 골키퍼 품에 안겨주더라고.
“어으, 빡세다.”
반대로 수원 애들은 중원의 에이스인 최지우를 꽁꽁 묶어놨는데도 어떻게든 경기를 풀어나갔다.
측면을 이용하든, 아니면 풀백이 중원에 가세하든지 해서 말이지.
가만 보면 수원은 풀백의 중요성을 알고 진즉에 효과적으로 키우는 게 보인다.
최근 10년 동안 국가대표 풀백도 수원 출신, 매단의 아이들이 채우고 있었으니 말 다했지.
“야, 존나 다 부술 거처럼 말하더니 왜 그러냐?”
그때 공세환이 내 옆으로 와서 투덜거린다.
“네가 캐리할 생각은 안 하고 내 탓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네가 해트트릭은 넣어준다며!”
“공격수로 안 뛰잖아 지금.”
“그것도 그렇네.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우리 선배들 진짜 못하더라.”
소곤거리며 말하는 공세환의 말에 피식 웃었다. 다 듣고 자기를 째려보는 걸 눈치 못 채고 있다.
“웃음이 나오냐?”
“알았어, 후반부터는 제대로 해줄게.”
“…뭐야? 그럼 전반은 뭔데?”
“새로운 포지션이니까 연습 좀 했지. 이제 내가 캐리해 줄게. 걱정 마.”
그래, 우리팀 공격진이 뭔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건 헛된 바람이었다.
내가 알아서 해야지.
그렇게 시작되는 후반전.
그래도 한 번만 믿어보자.
그런 심정으로 수원 애들 둘을 제치고 벌어진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향해 스루패스를 찔러 넣어준다.
신기한 건 나 대신 스트라이커로 뛰는 선배나, 양쪽 윙포워드 선배나 모두 골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
지금도 마찬가지.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 들어가는 공을 향해 오른쪽 윙포워드 선배가 맹렬하게 달려간다.
그리고 공 앞에 다다르자마자 다이렉트로 슈팅!!
“아…….”
“어휴.”
그와 동시에 아쉬운 탄성이 여기저기 들려온다.
아, 슈팅 그 타이밍에 하는 거 아닌데!
볼 간수도 못하고 컨트롤도 못하는 그 세모발로 무슨 다이렉트 슈팅이냐고.
역시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해.
마음을 다잡은 나는 뒤를 바라봤다.
그래도 센터백에서 후방 미드필더로 이어지는 후방 라인은 믿음직스럽다.
나는 서서히 라인을 올려 1.5선 위치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우리팀 라인도 올라간다.
좁아진 라인 때문에 애초부터 기를 못 쓰던 최지우가 공세환에게 공을 빼앗기고, 그 공은 내 발 앞에 들어왔다.
내가 공을 잡자 수원이 뒤로 조금 물러나면서 우리팀 공격라인을 한 명씩 마크한다.
내 옆에 붙은 것도 단 한 명.
멍청한 자식들.
고작 나한테 한 명만 붙이면 해결될 거라 생각한 건가?
공간이 좁아서 속도도 못 내고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착각한 모양인데, 오판이지.
어린 급식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줄 시간이 된 거 같다.
짐덩어리와 같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보물 같은 내 다리, 내 발끝에 힘을 주고 앞으로 치고 나간다.
돌아온 삶에서 멀쩡한 내 몸은 나도 놀랄 정도로 무서운 속도를 자랑했다.
좁은 공간, 짧은 거리?
신경 쓸 거 없다.
몇 걸음이면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낼 수 있으니까.
“엇!”
옆에서 나를 견제하던 상대가 빠르게 치고 나가는 나를 보고 당황해 손을 뻗어온다.
어딜.
팔을 뻗어 탁, 하고 놈의 손을 쳐내고 앞을 바라보고 달렸다.
유일하게 마킹하는 선수가 없던 수비수가 나에게 달려온다.
속도를 죽이지 않은 상태로 이리저리 몸을 틀다가 왼쪽으로 향할 듯한 모션을 취해 수비수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반대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이번에는 스트라이커 선배를 마킹하던 놈이 나에게 달려온다.
그래, 무수한 찬스를 날려 버린 선배보다 내가 더 위험하게 느껴지겠지.
그것도 모르고 여유가 생긴 선배는 손을 들어 자신에게 공을 달라 어필한다.
“태양아!!”
내 이름까지 부르면서 말이다.
하지만 저 선배를 마킹하던 수원의 센터백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바라본다.
내가 혼자서 해결할 거라고 확신하듯이 말이다.
그래, 원래 내 포지션이 스트라이커고 지금까지 온갖 골을 내가 거의 다 넣었다는 걸 알고 있다면 나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을 거다.
나는 히죽 웃으며 선배에게 공을 패스했다.
당황한 센터백이 멈춰서는 가운데.
나는 쌩하고 놈을 지나쳐 달려가며 외쳤다.
“선배 공 다시!!”
…선배 귀가 막힌 거 같다.
내 말은 듣는 척도 안 하고 골대만을 바라본다.
반드시 넣겠다는 의지와 전의로 온 몸이 불타는 것 같다.
저러다 폭발하겠지.
후지산마냥.
그렇게 둘 수 없어 소리친다.
“야! 공 내놔! 공 달라고!!”
충격요법으로 반말로 버럭 소리치자 흠칫한 선배가 홀린 것처럼 나에게 툭하고 공을 밀어준다.
공을 받고 그대로 전진한다.
남은 건 골키퍼.
신중하게 자세 잡고 내 오른발을 바라본다.
그 순간 나는 공을 왼쪽으로 굴리고 왼발을 크게 휘둘렀다.
지금까지 공식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내 왼발에 골키퍼의 두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지지만, 내 오른발 슈팅을 막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 골키퍼는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그저 몸을 뒤로 젖히며 골망을 뒤흔드는 슈팅을 망연히 바라볼 뿐.
“와아아아!”
내가 골을 넣기 무섭게 우리 선수들이 나에게 달려온다.
“이야! 야! 진짜 캐리하네?”
“내가 뭐랬냐?”
좋다고 달려온 공세환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하프라인으로 걸어간다.
별거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사실, 고작 중학생 상대로 골 넣었다고 세리머니 하는 게 낯간지러워서 이러고 있었는데, 이게 의외로 상대를 도발하는 데 효과가 좋더라고.
아니나 다를까, 그 천하의 매단의 아이들도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치, 침착해 애들아! 이제 한 골이야! 따라잡으면 돼!”
매단의 주장이 선수들을 다독인다.
그사이 우리 조봉수 감독님은 선수를 교체했다.
스트라이커 선배를 빼고 내가 다시 최전방으로 올라가고, 수비수 한 명이 들어와 343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1골을 지키면서도 나에게 골을 바라는 뭐, 그런 포지션일까?
그래, 속 터지는 미드필더 보다는 내가 해결하는 공격수가 낫지.
공격수에 서고 보니 매단의 약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패스가 좋은 아이들로 꾸려서 그런지 몰라도 두 센터백의 발이 상당히 느렸다.
라인을 내려서 유인한 뒤 후방을 공략하니 어김없이 골이 터져 나온다.
* * *
이정후는 영상을 통해 본 윤태양을 그저 발 빠르고 골 좀 넣는 선수로 규정했다.
빠른 발은 축구 선수에게 큰 무기이고 현대 축구에 이르러서도 유소년의 잠재력을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정후는 대한민국 유소년 팀을 꾸릴 때 빠른 발의 선수는 선호하지 않았다.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 축구의 선두주자인 유럽은 빠른 발을 지닌 선수를 체계적으로 키워 그저 빠른 발이 전부가 아닌 선수로 키워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국내 축구에서는 빠른 발을 가졌으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훈련시키는 곳이 많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육상 꿈나무에게 육상은 돈이 안 된다며 축구하라고 꼬시고 그 발만 이용해 먹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리고 혹사시킨다.
그 가혹한 환경에서 그나마 살아남는 아이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부상으로 가진 전부인 빠른 발을 잃어 사장되거나, 그 빠른 발을 제외하면 축구 실력이 형편없어 사장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당장 이용해 먹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강기적인 프로젝트인 2038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이정후의 판단이었다.
그런데도 윤태양을 찾은 건 공을 가진 상황에서도 볼 컨트롤이 좋아 속도가 줄지 않는 점, 뛰어난 골 결정력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은 거였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걸?
윤태양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경기 초반에 보여준 우측 빈 공간을 노린 날카로운 롱패스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위치를 조율하거나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는 패스, 선수들 한, 둘은 가볍게 벗겨내는 탈압박 능력 등.
전반 내내 그는 미드필더 위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A매치 100경기는 뛴 베테랑 같네.”
그랬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이미 기술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배울 게 없어보인다.
모자란 게 있다면 아직 어려 완성되지 않은 피지컬 하나뿐.
“저 자식 뭐 환생이라도 했나?”
그게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아니면 단 하나.
타고난 천재, 천재 그 이상의 천재.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쯤 되니 의아해진다.
조봉수 감독은 도대체 왜 역습 상황에서 속도를 이용해 골을 넣는 것만 시킬까?
저 다재다능한 천재를 두고?
전반이 끝나도록 지켜보고 나서야 알 것 같았다.
조봉수가 의도한 게 아니었다.
준수한 수비라인과 다르게 서울의 공격라인은 형편없었다.
그렇다고 수원처럼 팀 전체의 패스가 제대로 되지도 않았다.
그래, 새삼스럽게 서울이 다른 팀과 비교해 유난히 골짜기 세대라는 말을 들었던 거 떠올린다.
아무리 선수를 유인하고 탈압박해서 공간을 만들어주고 패스를 찔러 넣어줘도 아무도 제대로 골을 넣지 못한다.
지금까지 답답하니 혼자 해결한 거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된 후반에서 윤태양은 미드필더 위치에서 세 명을 제치고 왼발로 골을 넣어 결국 또다시 혼자서 해결한다.
그나저나.
“왼발까지?”
그것도 골대 구석을 정확하게 노릴 수 있는 수준급 왼발이다.
천재적인 재능의 양발을 사용하는 선수라.
귀하다.
귀하기 그지없다.
골을 넣고 포메이션을 바꿔 수원의 뒷공간을 노려 평소처럼 혼자 해결하는 것까지 지켜본 이정후는 코치에게 물었다.
“U-17 예정된 경기가 언제지?”
“U-17은 당분간 없습니다.”
“아, 맞네. 예선도 끝났으니 내년 친선전까지 경기가 없구나. 아, 쟤 한번 데려와서 부려보고 싶은데.”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던 코치가 손뼉을 치고는 말했다.
“U-17은 몰라도 U-15는 있습니다.”
“응?”
“한일 교류전이요.”
그 말에 이정후는 눈을 번쩍 떴다.
“그래, 그걸 잊고 있었네.”
매년 일본과 치러지는 U-15 축구 교류전을 떠올린 이정후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참에 3.5세대라 부르는 애들 모두 한 번 시험해 봐야겠네.”
그 생각을 하니 모처럼 신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경기도 한일전이란다.
자고로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는 그 한일전 말이다.
이건 애들 싸움이라고 해도 피가 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가만, 어린 애들도 지면 동해 바다 헤엄쳐서 오라고 욕하려나?”
“…아마도요? 아니, 그 전에 감독님이 애들 보고 그러라고 하실 것 같은데요?”
“내가? 에이, 나 그런 사람 아냐.”
일본이 아니어도, 지면 눈이 돌아가는 축구의 미친 새끼가 본인 아닙니까?
코치는 차마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필드만 바라봤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호텔 뷔페를 외치는 윤태양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