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1화
-나 : ㅎㅎㅎㅎ엄마, 아버지 저 해트트릭 하고 옴 ^^
-엄마 : 와, 우리 아들 멋지네
-아빠 : 해트트릭?
-나 : 네 아부지 ㅎ
-아빠 : …꼭 그렇게 했어야만 했니
-나 : ㅎ 수원 애들 생각보다 못하더라고요
-아빠 : 헐
-아빠 : ㅠㅠㅠ
-아빠 : (좌절하는 이모티콘)
-아빠 : 내 아들이… 내 아들이… 난지도라니… ㅠㅠ
-엄마 : 태양 아빠 쫌!!
-엄마 : 그만 좀 해라? ㅡㅡ
-엄마 : 아들이 이겼다는데 축하는 못해줄 망정 으이그으이그
-엄마 : (화내는 이모티콘)
-아빠 : 하지만… 난 수원의 푸른 피가 흐르는 걸…….
-아빠 : (수원 대성 블루 이모티콘)
-엄마 : 아버님도 할아버님도 서울 사람인데 수원의 푸른 피는 어디서 수혈 받았다는 거야?
-나 : 아버지 도대체 수원은 왜 좋아하는 거예요? 1군은 유소년보다 더 못하던데
-아빠 : 아니다, 아들아 수원은 다시 날아오른다!
-엄마 : 응 아니야 ^^
-아빠 : 자기가 뭘 안다고 그래!!
-엄마 : 갈수록 지원 줄어들어서 3년 전에 강등 한 번 당하고 올해도 6위인가 그러지 않아?
-아빠 : …작년엔 아챔 진출했어 그래도…….
수원과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넣고 엄마와 아버지를 놀린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또 금요일이 찾아왔다.
모처럼 경기가 없어서 집으로 가기로 한 날이었다.
엄마가 데리러 오기로 해서 부랴부랴 짐을 챙기는데 진유준이 눈에 들어온다.
“야, 너는 어떻게 하냐? 여수 멀잖아?”
멀기도 먼데 진유준의 부모님은 장사를 하셔서 주말에도 아들을 보러오기 힘들단다.
개막전에 유준이 보러 온 것도 거의 5년만에 처음으로 가게를 쉰 거라고 했던가?
“나? 나는… 어…….”
“우리집 가기로 했어.”
어느새 나타난 공세환이 한참이나 위에 있는 진유준의 어깨에 억지로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래? 안 불편하겠냐?”
“우리 집 방 많아서 괜찮아. 아니면 내 방에서 같이 자도 되고. 내 방 거실에 엑스트라 배드 설치하면 되거든.”
방 많은 건 알겠는데 자기 방 거실은 또 뭐냐.
우리나라에 그런 집도 있었나?
금수저인 건 알지만 도대체 어느 수준의 금수저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회귀 전에 국대에서 친한 사이이긴 해도 부모님이 잘사는 거 그 이상으로 알려주진 않았거든.
이참에 물어볼까?
“야, 너네 부모님 도대체 뭐하시냐?”
“응? 우리 엄빠? 노는데?”
“…논다고?”
“응, 내가 보기엔 맨날 노는데. 가끔 땅 보러 가고 건물 보러 가고 그러는 거 빼고.”
“건물을 보러 가? 땅을 보러 가고?”
대충 건물주에다가 땅부자 이런 건가?
“건물 많나보다?”
“엄마 아빠 거는 몇 채인지 몰라.”
“…엄마 아빠 거는?”
“응, 내 것도 있어. 세환 빌딩이라 되어 있는 거 다 내 거야.”
…말을 들어보면 그 세환 빌딩도 한 채가 아니라 여러 채인가 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자였구나.
어쩐지 선수 생활 내내 자기 연봉보다 돈을 더 많이 쓰고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축구센터를 짓나 했더니만…….
평생 같이 할 친구였구나, 세환아.
“우리 세환이 집에 가서 유준이랑 같이 재미있게 놀다와.”
“뭐야, 왜 그래. 오글거리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 너희들이 있어서 내가 잘할 수 있다는 뭐 그런거?”
“그지? 이제야 알아주네. 내가 뒤에서 열심히 공 뺏어주고 유준이 막아주고 하니까 네가 날아다니는 거지.”
“그래, 그래.”
“앞으로 잘해.”
“아무렴요.”
* * *
집에 오니 할아버지 두 분이 모두 와계셨다.
모처럼 온 가족이 다 모인 거다.
식탁 위에 다 앉을 수 없어 거실에 상을 펴고 삼겹살 파티를 하게 됐다.
아버지가 열심히 고기를 굽는 가운데 외할아버지가 내 밥그릇 위에 잘 익은 고기를 올려 놓고 흐뭇하게 웃으신다.
“많이 먹거라, 우리 장손.”
“네, 외할아버지.”
“윤가네 장손이 언제 김씨네 장손이 된 겨?”
“거, 참. 별걸 다 따지네.”
맞은 편에 앉은 친할아버지가 불퉁한 목소리로 툭하고 말하자 외할아버지의 인상이 대번 구겨진다.
“외동딸 하나에 손주라고는 외손주들밖에 없는 사람한테 좀스럽게 그럴 건가?”
“좀스럽긴, 좀스러운 건 자네 아녀? 치사하게 같이 오자니까 기름값 아까워서 나 버리고 홀랑 가는 게 사람인겨? 좀생이지?”
“기름값 때문에 그랬나? 나오라니까 30분이나 바깥에서 기다리게 한 게 누군가? 자네 아닌가?”
“고기 떼어오느라 늦는다고 기다리라 했잖여?”
“진즉에 그렇게 말하지!”
두 분은 50년지기 친구다.
50년이나 알고 지내면 원수가 뒤는 건지 몰라도 뵐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거 같다.
“아이고, 두 분 좀 그만하세요. 손주들 봅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한마디 하자 할아버지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는 네놈은 맨날 징징거리기 바쁘다더만. 니 애비 고향인 충청도도 아니고 왜 매일같이 수원 타령 하는 겨?”
“자기가 일렀어?”
“아니, 가을이가.”
아빠가 너무하단 표정으로 가을이를 바라봤지만, 가을이는 삼겹살을 먹기 바빴다.
“하여간 별난 놈이여, 별난 놈.”
“지성이, 아니, 사위가 축구 좋다고 노래를 부른 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그니까 희한한 거여. 야구장을 그렇게 데려갔는데 어째 축구에 빠진건지 원.”
“매일 지기만 하는 야구 뭣하러 봐요?”
충청도에서 야구는 부처가 보는 야구라고 하기는 하지.
근데 수원도 딱히…….
“아들아, 내가 축구에 빠질 때는 수원이 엄청 잘했단다.”
수원이 축구를 잘하던 시절이 언제지? 수십 년 전인가.
“앞으로 서울이 더 잘할 거에요.”
유럽을 목표로 하는 내가 서울에 애착이 생겨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회귀 전 삶에서 서울이 짧게나마 K리그 정상에 군림하는 시기가 잠깐 오긴 한다.
“아들, 그러지 말고 유럽을 가자니까?”
“아버지가 영어 할 줄 알면 생각해 봤을 텐데…….”
내가 아쉬운 듯 말하자 아버지가 움찔한다.
우리 아버지는 육체파여서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거든.
“에잉, 쯧. 그러게 어려서 공부 좀 하라 그랬잖여. 아들한테 영어 못한다고 면박이나 당하고, 잘헌다, 잘혀.”
“아버지도 영어 못하시잖아요.”
“나 때랑 니 때랑 같어? 이?”
알고 봤더니 유럽에서 어린이한테 주급을 주진 않아도 전도유망한 외국 유망주에게는 부모의 직업을 알선해 주고 살 곳까지 알아봐 준다고 하더라.
문제는 언어가 돼야 한다는 것.
뭐, 다 떠나서 두 분 할아버지와 동생들 때문에라도 당장 유럽 갈 일은 생각 안 하고 있지만.
“그나저나 태양이가 축구를 그렇게 잘한다고?”
외할아버지 말에 엄마가 말했다.
“어, 아빠. 내 아들이지만 엄청 잘해. 커서 국가대표 될 것 같다니까?”
“그래, 축구 잘 아는 윤 서방이 보기에도 그런가?”
“말도 마세요, 장인어른. 서울에서도 애지중지할 정도로 잘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어휴, 우리 손자가 국가대표 달 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외할아버지, 벌써부터 그러시면 어떻게 해요. 오래 사셔야지.”
“그랴, 장손 말이 맞어. 이제 막 환갑 넘은 양반이 재수 없게 벌써 죽네 마네 하는 겨?”
“사람 일은 모르는 거 아닌가.”
“이이, 그렇긴 햐.”
그렇긴 하지.
두 분 모두 할머니를 일찍 떠나 보내서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잠시 동안 고기만 먹는 시간이 찾아온 가운데.
“응? 자기야, 자기 전화 온 것 같은데?”
“그래? 가져와서 스피커 좀 해줄래?”
“응. 모르는 번호네?”
“문의 전화인가 보지.”
엄마가 아버지 폰을 가지고 와서 스피커 모드로 통화를 연결하고 아버지가 고기를 굽는 손을 멈추지 않은 상태로 말했다.
“네, 윤지성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축구협회 이창본 대리입니다.
“네? 어디요? 축협이요?”
축협이 아버지한테 무슨 일일까?
모두가 먹던 걸 멈추고 아버지의 스마트 폰을 바라봤다.
-네, 맞습니다.
“어… 아니, 축협이 저한테는 무슨 일로?”
-네, 아버님, 아드님이 윤태양 군 맞으시죠?
“네, 제가 태양이 아빠입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윤태양 군이 이번 청소년 한일 교류전에 15세 미만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로 차출되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 한일교류전이요… 네? 구, 국대요?!”
그러니까 내가 U-15 국가대표가 됐다는 건가?
한일 교류전이니 일회성이긴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여기서 잘하면 프로젝트 2038 라인업에 들어가 미래의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아직 미성년이라 부모님이 동의하셔야 하는데, 동의… 하시죠?
“네, 당연하죠.”
-그러면 준비하실 게 있습니다.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분주하게 메모지를 찾더니 본격적으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아버지를 뒤로 하고 할아버지가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가, 지금 뭐라는 겨? 우리 장손이 국가대표 됐다는 겨?”
“그… 그렇다는 것 같은데요?”
“허허…….”
“철한이 자네 죽기 전에 국가대표 보고 죽어야 한다더만, 바로 보게 생겼구먼?”
“그러게 말일세.”
“아들! 으하하하핫! 아이고, 내 새끼! 내 새끼가 국가대표라니! 아버지, 장인어른! 들으셨죠? 우리 아들이, 윤씨 집안 장남이 국가대표랍니다! 국대!”
“엄마, 국대가 머야?”
“오빠 그러면 TV에 나오는 거야?”
“글쎄? 자기야, TV 나온대?”
“쓰으… 너무 어려서 모르겠다만, 축구 전문 채널에서는 나올지도 모르지.”
“우와!”
놀라는 가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엄마가 내 어깨를 다독인다.
“세상에, 우리 장남 정말 낳길 잘했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을 담아서 엄마에게 말했다.
한때는 날 왜 낳았을까 원망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고마울 뿐이다.
* * *
이정후가 보러 왔었기 때문에 머지않아 국가대표팀에 뽑히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 기회를 잡았다.
지난 삶에서는 꿈에도 꿀 수 없었던 엘리트 축구 코스를 밟기 시작한 셈이다.
물론, 내가 한일 교류전에서 활약을 해야겠다만.
그런데 교류전이 스케일이 조금, 아주 조금 커지는 것 같다.
[동아시아 축구의 미래를 가늠하는 축제의 장 한일 교류전, 중국 참가 의사 밝혀.] [중국, 북한도 함께 동아시아 교류전으로 하자 제안.] [대만, 홍콩 교류전 참가 요청.] [한국, 일본 적극 수용.] [제1회 동아시아 유소년(U-15) 교류전 개최.] [개최지는 후쿠오카.]실시간으로 스케일이 커져 한일 교류전이 아니라 동아시아 교류전이 되어버린 거다.
뭐, 그렇다고 해봤자 핵심은 한, 중, 일, 세 나라가 될 거다.
여기서 다크호스로 북한 정도?
물론, 유소년 축구, 그것도 U-15이기 때문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는 하지만, 유소년 축구를 꾸준히 장려하고 키운 나라를 따라잡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중국은 한때 멈췄던 축구굴기를 구단의 막대한 자금 운용이 아닌 유소년 육성에 집중해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은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북한 구시대 엘리트스포츠, 국가에서 주도하는 스포츠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어서 어려서부터 축구만 한 애들이 위험하고.
문제는 일본이다.
2020년대부터 해외파 100명 시대를 열었던 일본은 지금은 해외파 150명, 유소년 유학은 그 수배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유소년 명문으로 알려진 클럽에만 해도 1, 2명은 꼭 일본 유망주가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그 반면 한국은?
우리나라 나이 기준으로 15, 16세는 주축이 되어야 할 선배들이 전체적으로 골짜기 세대에 속하는 편이라 문제다.
그나마 유망주라 할 만한 게 우리 중학교 1학년, 14살들인데.
아니나 다를까.
“아니, U-15인데 왜 죄다 14살만 모인 거야?”
이정후, 이 미친 감독이 15, 16세를 배제하고 죄다 14살만 소집한 게 아닌가.
누가 축미새 아니랄까 봐 지나치게 극단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