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1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13화
챔피언스 리그 16강이 끝나고 8강 추첨이 이뤄졌다.
[첼시 VS 밀란세비야 VS 맨체스터 UTD
레알 VS 유벤투스
PSG VS 뉴캐슬 UTD]
레.파.뮌에서 뮌헨을 이기고 올라왔더니 다음 상대가 파리 생제르망이라니.
뭐야, 추첨 조작이라도 한 거야 뭐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뮌헨도 뭐 같지만, PSG는 진짜 말 돌릴 필요 없이 축구 ㅈ같이 하는 구단이다.
돈으로 모든 걸 산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사실, 이 부분은 맨시티도 만만치 않다.
FFP 위반으로 조사를 몇 번이나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PSG는 더 하다.
얘들은 도대체 조사를 어떻게 피하는지 모를 정도로 돈을 써대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선수를 독식하고 있다며 온갖 욕을 다 먹고 있다.
아마 팬만큼이나 안티도 많은 구단 중 하나일 거다.
일단 딜런 먼로와 펠리시아노와 함께 한국에서 세계 4대 스트라이커 밈으로 통하는 바실 그라디나루와 라브로스 칠리기리스가 모두 PSG에 있었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를 다투는 몇 안 되는 선수 중에 두 명이 한 팀에 있다는 거다.
뮌헨도 모자라서 이런 팀이란 싸울 생각을 하니, 나는 모르겠다만, 감독은 머리를 감싸쥐고 있을 것 같다.
우리 감독님… 머리가 많이 휑하시던데, 이러다 대머리되는 건 아니겠지?
챔피언스 리그를 뒤로하고, 우리 팀은 리그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
나에게 여섯 골이나 먹히면서 끝도 없이 추락할 거 같은 이 팀은 그래도 10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겨울에 보강도 했지만, 예전 같은 포스를 되찾으려면 완전히 세대교체를 해야 할 듯싶은데, 그래도 무시할 수 없다 이걸까?
개발에 땀나도록 열심히 뛰었는데 0대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이건 우리 팀이 못했다기보다는 지난 경기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은 맨시티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말 악착같이 뛰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쯤에서 우리 팀은 승점 73점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우리 뒤를 바짝 추격하던 첼시는 중간에 한 번 미끄러져서 승점 69점으로 우리와 4점 차이가 나 있었다.
그 아래로는 순서대로 아스날, 맨유, 리버풀, 레스터가 쫓아오고 있었지만, 그들은 우승과는 많이 멀어져 있었고, 여전히 우리와 첼시가 우승을 두고 레이스를 하는 상황이었다.
이어서 우리는 FA컵 8강전을 치렀다.
나는 휴식을 취한 가운데, 우리 팀은 리즈와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오르게 됐다.
희한한 일이다.
FA컵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후보 선수와 2군을 대거 기용했는데도 희한할 정도로 이겨내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준결승, 결승까지 노려볼 만하다.
아무튼, 리그 일정을 모두 치른 나는 지금 짐을 싸고 있었다.
“덴마크가 여기서 얼마나 걸리니?”
“런던 경유하면 두세 시간? 그 정도 걸리는 것 같던데요?”
“쉬운 거리는 아니구나.”
엄마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한국으로 가는 것 보다는 낫죠.”
“그건 그렇네.”
아시아 선수에게 국가대표 경기를 참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A매치를 아시아에서 치르게 되는데 이게 왔다 갔다 하는 게 사람 심력은 물론이고 몸도 갈아내는 거거든.
지난 삶에서도 한국에서 국가대표 경기를 하러 갔다 오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무릎과 발목이 안 좋았던 시절이니 비행기 안에서 고통과 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
하지만 뭐, 두세 시간 거리쯤이야.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구단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구단주님, 그러니까 사우디의 왕께서 본인의 전용기를 빌려줄 테니 타고 가라고 하신다.
아니, 왜?
“A매치 잘 치르고 건강한 모습으로 구단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왕의 지시가 전해진 탈리크 회장의 지시를 받아 나에게 온 비서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몸 간수 잘해서 리그 우승이나 해놔라, 이거인가?
이런 대접을 받는 선수가 얼마나 있겠냐만은 아예 없는 건 아닐 거다.
PSG나 맨시티에서 몇 번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
뭐, 개인 전용기를 가진 선수도 있고.
아무튼, 그래도 뉴캐슬 공항에서 직항으로 가면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국왕이 보낸 전용기의 수준은 내 상상을 초월했으니까.
이런 비행기는 타본 적이 없다.
거의 순전히 한 사람을 위한 비행기였다.
최소한 탑승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집이 따로 없다.
침실이 있고,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거실과 식당, 응접실 같은 곳들이 모두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개인 바까지.
그냥 하늘을 나는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나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비행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이왕 빌려준 거 큰 맘 먹고 이용해야지 싶어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지긋지긋한 비행기 구경할 게 뭐 있어, 푹신한 침대에서 자는 게 최고지.
짧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제는 뭐 한국 비행기, 그것도 이코노미 좌석에서도 쓸 수 있는 와이파이였지만, 속도 자체가 다르네.
“뭐야, 이게 벌써 소문이 났어?”
내가 구단주의 전용기를 타고 합류하는 게 뉴스에 떠있었다.
구단에서 자랑하려고 일부러 흘렸나?
깊은 사정은 모르겠다만, 나에게 나쁠 건 없다.
나의 입지가 더 커질 수 있는 거니까.
국대 중에 구단에서, 그것도 빅클럽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선수가 누가 있냐?
이건 그 망할 놈의 박민규도 못 받는 대접이다.
그러고 보니 박민규도 합류하겠네.
국대에서 기싸움 좀 하겠구만.
일단 만나봐야 알 일이고.
덴마크에 도착해 비행기에 내려서 뉴캐슬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국대 선수들이 모여있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기 무섭게 나를 향해 스포트라이트가 터져 나왔다.
한국에서 건너온 기자들이 나를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한국 기자와 마주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뉴캐슬에서는 어린 선수인 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한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인터뷰를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MOM으로 선정됐을 때나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오죽하면 뉴캐슬에서 나를 과보호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아무튼, 지금은 나를 보호해 줄 뉴캐슬은 없었다.
뭐, 개의치는 않는다.
나는 기자들에게 익숙하다.
특히 기레기들에게 말이다.
지난 삶에서는 참 많이도 두들겨 맞았지.
“윤태양 선수! 최연소 국가대표로 합류하게 됐는데요, 기분이 어떻습니까?”
나는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봤다. 조금 있으면 스탭들이 나를 데리러 올 거 같지만, 짧게나마 인터뷰를 가지는 것도 좋겠지.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태극마크를 달게 되어서 기쁩니다.”
“마르코비치 감독이 윤태양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심이 된다는 건 단순하게 제가 어리기 때문에 대표로 말씀하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태양 선수만을 위한 플랜이 아니라 이건가요?”
“그렇죠. 축구는 혼자가 아니라 11명, 나아가 팀원 전체와 팬들이 함께하는 거니까요.”
형식적인 인터뷰였지만, 기자들은 흡족한 것 같았다.
뭐, 어린애가 갑자기 일약 스타가 됐는데 건방지지 않은 걸로 충분해 그런 느낌?
물론, 못하면 물어뜯겠다는 그런 눈빛을 몇몇 받기는 했지만, 어려서 그런가 큰 말은 없었다.
일단 자극적인 기사를 쓰기에는 내 이미지가 너무 좋고 안티가 적어서 굳이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짧게 인터뷰를 하고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로비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짐을 내려놓을 사이도 없이 컨퍼런스 룸으로 불려갔다.
캐리어를 스탭에게 맡겨둔 채로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그리고 제일 앞에 서서 나를 지켜보는 외국인과 눈을 마주한다.
이비카 마르코비치였다.
기껏해야 40대 초중반?
사진을 통해서도 봤지만, 실물은 처음이다.
그는 바짝 마른 것도 모자라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생겼다.
왠지 모르게 위장약이나 두통약을 달고 살 것 같은 외모랄까.
아, 그리고 어디 먼지가 있거나 물건이 어지럽혀져 있으면 짜증 낼 것 같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소집회의를 시작한 지 12분이 지났군. 본격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니, 사전 설명 없이 회의를 이어가겠다.”
한편으로는 관상은 못 속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자리에 앉도록.”
감독은 손수 자리까지 지정해 줬다.
감독의 바로 앞자리.
학교라면 공부 제일 열심히 할 것 같은 애들이 앉을 자리였다.
난 뒷자리가 편한데.
머리를 긁적이면서 걸음을 옮겼다.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일단 전체적으로 30살이 넘은 선수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시작부터 2038년에 뛸 수 없을 것 같은 선수는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렇게 대표팀만 놓고 보면 유럽파, 혹은 내 기억 속에 유럽파가 될 선수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물론, 이들이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지만, 유럽에서 데려갈 만한 수준의 선수들은 오늘 이 자리에 다 왔다는 거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저기 나를 보다 시선을 돌리는 박민규가 있고.
그다음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고 있지만, 다음 시즌이면 네덜란드로 진출할 조동호가 있었다.
아, 이 선수도 있었다.
신호성.
대한민국 국가대표 역대급 골키퍼라 불리는 선수다.
전술적인 부분은 아쉬운 게 많지만 발밑도 좋고 킥도 좋고, 일단 골키퍼로서 기본적인 골을 막는 능력이 좋다.
한국에서 최초로 유럽진출을 할 골키퍼다.
지금 포르투갈 리그에서 활약하는 김태현도 있구나, 그리고 독일에서 뛰는 김현수, 이현석, 김호도 있고, 스페인까지 진출할 장기환도 있고, 사우디에서 뛰다 이탈리아 가는 유성재까지.
이렇게 말하고 나면 꽤나 화려한 거 같지?
하지만 현실은 한,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절반의 성공, 혹은 실패 후 K리그나 유럽 변방 리그에서 커리어를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쓰읍,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
내가 지난 삶에서 보고 느꼈던 이들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이 왜 다 실패했을까?
선수 개인이 아닌 모든 사정들이 겹치고 겹쳐서 그렇다.
그 중심에는 선수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며 심지어 괴롭히거나 묻어버릴 정도로 악독한 지영수 라인이 있었다.
가장 큰 똥이 치워졌고 생각지도 못한 좋은 감독이 국대에 왔으니 이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려나?
왠지 모르게 기대가 되는 가운데 감독은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덴마크, 네덜란드.”
이번에 우리가 친선경기를 펼칠 나라를 이야기한 그는 곧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희는 이길 수 없다.”
다소 도발적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