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1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17화
킥오프를 하기 전 덴마크는 부랴부랴 선수를 교체했다.
친선경기를 앞두고 정규 경기처럼 교체카드를 다섯 장을 쓰기로 약속했는데, 덴마크는 한 번에 네 장의 카드를 교체했다.
포메이션도 442 포메이션에서 352 포메이션으로 바꿨다.
다분히 태양을 의식한 변화였다.
덴마크는 우선 중원의 우세를 바탕으로 한국을 공략했다.
머릿수가 많으니 다시 패스 공급이 원활해지고, 프레데릭 얀센이 활개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한국의 최후방까지 공을 보내는 건 쉽지 않았다.
끌려다니는 듯해도 김호와 이현석이 무슨 일이 있어도 공을 뒤로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덴마크가 공을 앞으로 전개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 윤태양 선수 내려옵니다.] [프레드릭 얀센 앞에 선 윤태양!]프레드릭 얀센은 공을 가지고 주춤주춤 했다.
윤태양은 자세를 잡고 얀센을 바라봤다. 순간 주춤한 얀센이었지만, 이내 표정을 굳혔다.
속에서 무언가 하나 꿈틀하고 올라온다.
호승심이었다.
호승심을 참아내기에는 얀센은 아직 어렸다.
그렇게 얀센은 자신보다 더 어린 태양에게 공을 몰고 달려들었다.
17살짜리가 어른들 상대로 그런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자신이 저 17살 하나 못 제쳐서야 되겠어?
그리고 나름대로 생각도 있었다.
공격수가 수비를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어?
프레드릭 얀센은 거침없이 달렸다.
[윤태양! 공 뺏습니다!]너무나도 손쉽게 공을 뺏겼다.
얀센은 공을 오른발 바깥에 두고 드리블을 하는 타입이었다.
그런 사람이 왼쪽으로 빠지려 하니 발만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공을 뺏을 수 있었다.
공을 차지한 태양은 그대로 질주했다.
태양의 앞을 얀센을 받쳐주던 두 명의 미드필더가 달려들었다.
태양은 그 사이를 속도를 늦췄다가 급가속하면서 가뿐하게 제쳐 버렸다.
아니 저걸 왜 못 막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쉽게 선수들을 제쳐 버린 태양은 조금 더 앞으로 나가며 수비라인의 균열을 만들었다.
태양은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는 수비수를 발견하기 무섭게 그 뒤로 공을 찔러넣었다.
조동호가 잽싸게 그 수비수의 뒤로 파고들어 태양이 찔러준 공을 차지했다.
그렇게 골키퍼를 앞에 둔 상황.
조동호는 곧 바로 슈팅했다.
철썩!
[골! 골입니다! 조동호오오오! 고오오올!] [역전입니다! 후반 21분! 조동호의 골로 역전을 이뤄내는 대한민국!]골을 넣은 조동호는 그대로 달려가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환호했다.
조동호의 역전골로 상황이 급해진 건 덴마크였다.
홈에서 약세로 생각했던 대한민국에게 패배할 상황이 놓였으니 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리머니가 끝나고 다시 킥오프로 재개된 경기에서 덴마크는 모든 선수들이 라인을 올리며 거세게 대한민국을 공략했다.
덴마크는 저항했지만, 결국에는 또 공을 뺏기고 말았다.
공을 뺏은 건 측면의 우태현.
우태현이 김호에게 공을 패스했고, 김호는 그대로 윤태양에게 공을 보냈다.
윤태양은 공을 가지고 전진했다.
어김없이 덴마크 미드필더들이 태양의 가벼운 발재간에 너무나도 손쉽게 뚫려준다.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박 터지게 싸운 탓인지 몰라도 여기선 뭘 해도 되는 것 같다.
그 가운데 태양이 어느새 1선으로 들어가자 동료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말 배려심이 넘치는 선수들이다.
하나같이 컷아웃하거나 상대 선수의 이목을 끌며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양할 필요 없지.
태양은 박민규와 조동호가 벌려준 공간을 파고 들어갔다.
뒤늦게 상대 수비수가 태양을 발견하고 그 앞을 막아섰지만, 태양은 시저스 드리블을 선보이다가 프리플랩으로 상대방 가랑이 사이에 공을 흘려 제치며 골대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브로리크가 코앞으로 달려와 있었다.
태양은 브로리크가 마중 나온 걸 보자마자 툭하고 차올렸다.
브로리크가 웃었다.
로빙슛은 예측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멈춰서 로빙슛에 대비하려던 찰나.
브로리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태양이 띄워 올렸다 생각한 공은 미처 높이 떠오르기도 전에 태양의 몇 걸음 앞으로 툭하고 떨어졌기 때문이다.
로빙슛마저 페이크였던 거다.
태양은 씨익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공을 쫓아 차지하고 왼쪽으로 툭하고 치고 갔다.
브로리크가 나오는 바람에 텅텅 빈 골대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태양은 브로리크를 약 올리듯 가볍게 툭 차서 골로 만들고는 산책하듯 하프라인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 경기장을 찾아온 한국 사람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놀랍습니다! 놀라워요! 이게 윤태양인가요? 프리미어 리그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어린 선수가 A매치 데뷔전에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이 선수를 누가 어린 선수로 보겠습니까?]스코어가 3대1로 뒤지면서 크게 의욕을 잃은 덴마크는 막는 것에만 급급했고, 대한민국은 선수 교체를 단행하며 국내파 선수들의 가능성을 점검하기까지 했다.
윤태양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던 덴마크는 윤태양을 막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 * *
[이비카 호(號), 덴마크 3대1로 격파하며 순조롭게 시작하다.] [윤태양, 데뷔전 2골 1도움 맹활약!] [명불허전 윤태양.] [이비카, 윤태양은 특별한 선수.] [조동호, 윤태양의 패스는 수준이 달랐다.] [윤태양, 데뷔전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활약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진짜 태양이 공 잡을 때마다 짜릿했다
-아 국대 경기 보면서 사이다 마신 거마냥 속 시원한 건 처음임
-공 잡을 때 마다 두, 세 명 제치는 건 기본이던데 ㅋㅋㅋ
-진짜 개쩔었다
-저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라니 진짜 참…….
-다음 경기는 어떠려나?
-네덜란드는 어렵지 않으려나?
-그래도 윤태양 있으니 기대해 본다
* * *
3대1로 승리를 가져오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집중됐다.
그 중심에는 단연 태양이 있었다.
뉴캐슬에서 프리미어 리그를 휩쓸고 챔피언스 리그를 짓밟고 있는 그가, 국가대표로서 활약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던 사람들에게 태양은 그들이 바라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가뜩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던 태양의 인지도는 하늘을 뚫어 우주까지 날아갈 기세였다.
단 한 번의 활약으로 국민적인 선수가 된 상황이었다.
고작 한 경기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랬다.
지금까지 한국을 빛낸 스포츠 선수들은 무수히도 많았지만, 어느 순간 올림픽을 향한 국민의 관심은 짜게 식었고, 가장 큰 사랑을 받던 운동인 축구와 야구는 과거처럼 빅리그에서 세계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빛나는 박민규도 과거 선배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감이 있는 상황이었으니 스포츠를 좋아하는 국민들은 목이 말라 있었다.
독일을 초토화시키며 독일 국민의 찬양을 받고 지금도 아인트라흐트에서 레전드로 심심하면 언급되는 차범곤,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빅클럽에 입단해 활약하며 해외 축구의 길을 열어준 박지송, 최초의 프리미어 리그 아시아 득점왕이자 토트넘의 전설로 남은 손홍민 그 이상의 선수를 간절히 바란 거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윤태양이라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이런 선수가 없을 거라 평가되는 천재가 등장했으니, 그를 향해 모든 관심이 집중 안 되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이제 온 국민의 관심은 다음 경기를 향했다.
다음 경기는 오렌지 구단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이번 친선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소집할 때 대부분 20대 초반에 어린 선수들로 구성했다.
축구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네덜란드가 한국을 얕보고 2군을 불렀다고 하겠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네덜란드는 희한하게 이십대 중반의 선수들이 골짜기 세대라고 할 만큼 뛰어난 선수가 없었다.
그 탓인지 최근까지, 아니, 2034년 월드컵까지 30대 노장들이 대거 뛸 정도였고, 그 노장들이 힘내서 16강까지 진출했지만, 16강에서 고배를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이 악물고 뛴 노장들을 욕할 수 없었다.
네덜란드 국민들은 네덜란드 축구의 미래를 걱정했다.
하지만 축구 강국 네덜란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인재들이 다시 쏟아져 나왔다.
그게 지금 국가대표에 소집된 스무 살 전후의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끌어줄 멘토와도 같은 30대 노장 선수들인 이브라힘 싸일과 율리안 리호프, 스티븐 버나드가 함께하고 있었다.
종합적으로 네덜란드도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1군이란 소리였다.
게다가 이들이 어리다고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도르트문트에서 19세부터 활약하며 이번 시즌부터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설이 오가는 수비수 피터 바히어, 마찬가지로 분데스리가에서 뛰면서 프리미어 리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미첼 뮬러, 아약스 4총사라 불리는 푸힐 돈크, 켄 반 굴, 린 반 벨젠, 밀란 니흐만까지.
이들을 어린 나이임에도 무섭게 성장해 프리미어 리그나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와 같은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기용하기 위해 무수히도 많은 이적 링크가 나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사실, 지금 그들 대부분이 맹활약하고 있는 네덜란드 리그 자체가 무시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빅클럽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선수를 키워서 비싸게 파는 셀링 클럽만 있는 곳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지만, 유럽 리그 순위 6위로 영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다음이었다.
세계 5리그 다음으로 가장 강한 리그, 이 수준을 무시할 순 없었다.
애초에 돈 많은 빅클럽이 네덜란드에서 활약하면 데려가는 이유조차도 네덜란드가 그만큼 수준이 높기에 믿고 데려가는 이유도 있었다.
몇몇 인물은 지난 월드컵에서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네덜란드이기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윤태양 혼자 날고 기어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이번 덴마크 전에 윤태양 혼자 캐리하는 것을 보고 의견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과연, 윤태양이 네덜란드를 상대로도 통할까?
그를 중심으로 한 축구가 유럽을 꺾을 수 있을까? 그런 기대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 기대에 부응한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더 큰 기대를 할 거다.
월드컵 4강 이후로 단 한 번도 16강을 넘지 못했던 한국이 더 높은 곳으로, 어게인 2002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기대 때문에 어린 태양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CHOOKTAEYANG
[(사진)오렌지를 손에 들고 있는 윤태양] [전 오렌지보다 바나나 좋아함. 오렌지 셔서 싫어요 ㅎ]…아무래도 기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