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1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18화
네덜란드는 암흑기와 황금기가 뚜렷하게 교차되는 나라였다.
골짜기 세대로 암울한 시기를 한동안 보내고 나면 어느 순간 기라성같은 선수들이 대표팀 선수단을 가득 채운다.
이번에 우리가 상대할 네덜란드는 암흑기에서 황금기로 접어들려는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스무 살 전후.
지금이야 만만해 보이는 신입이지만, 나중에 가서는 하나같이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괴물들이다.
이걸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야.
네덜란드라는 그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인재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한가득 주기적으로 나오지?
이런 걸 보면 축구 유전자라는 게 따로 있긴 한 건가?
“네덜란드 애들 국대에서 뛰면 축구 더럽게 한다던데.”
네덜란드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 배상현이 내 옆에서 말한다.
글쎄, 모르겠다.
붙어봤어야 알지.
나는 네덜란드 국대와 인연이 없다. 나도 처음이라 이거지.
“뭐, 어린애들이 거칠게 해봤자 뭐 얼마나 거칠게 한다고. 어쭙잖게 하다가 카드 수집이나 하겠지.”
내 말에 배상현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본다.
“야, 니가 더 어려.”
“아, 그렇지.”
가끔은 나이를 지난 삶까지 포함해서 계산하고는 한다.
그렇다고 내가 정신연령이 높다? 그건 아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50년 즈음 되고 느끼는 건데, 남자가 철이 든다는 건 나이를 먹어 예전처럼 까불 수 있는 몸과 체력도 안 되고, 체면이라는 게 생겨서 참을 뿐이다.
몸도 젊고 체면이라는 게 없으면 100살 먹은 노인도 다시 10대, 20대 청년처럼 까불고 놀 수 있다.
내가 그러고 있으니 장담한다.
물론, 말투나 습관은 100살 먹은 노인이겠지.
이 부분은 참 다행이야.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서 나잇대별로 말투를 배울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가끔 정말 가끔 무의식적으로 20대? 애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누군가 내가 회귀한 걸 아는 사람이 있다면 꼰대스럽다고 욕하려나?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비행기가 착륙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 대표팀은 이번 경기가 펼쳐질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 근처 우리가 머물 호텔에 도착했다.
덴마크를 이겨서 그런지 몰라도 호텔 근처에는 한국 기자들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기자들도 제법 많이 몰려와 있었다.
“윤이다!”
“윤!”
“윤 여길 봐요!”
아니네.
나 때문에 몰려온 모양이다.
네덜란드 기자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그건 한국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윤태양 선수!”
“윤태양 선수! 손이라도 흔들어주세요!”
그들도 나를 찍기 위해 혈안이었다.
대표팀 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꽂혔다.
“이야, 부럽다. 윤 스타.”
배상현은 피식 웃으며 내 옆구리를 쿡하고 찌른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기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무수한 스포트라이트가 나에게 쏟아졌다.
거, 드럽게 눈부시네.
* * *
[네덜란드에 상륙한 윤태양.] [네덜란드 상대로 활약할 것인가?] [툰의 왕자는 네덜란드와 싸움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윤태양의 국가대표 합류는 뉴캐슬어폰타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었다.
지역 일간지에서는 온통 윤태양의 이야기뿐이었다.
여느 때처럼 피터의 펍에서 브라운 에일과 함께 보내던 두 할아버지는 신문을 보고서는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
“거, 뉘집 자식인지 참 잘생겼구먼?”
“그러게 말일세. 외손주를 이렇게 신문으로 볼 줄이야.”
흐뭇해하는 두 사람을 본 피터도 웃음 지으면서 말했다.
“기분이 좋으시겠습니다?”
“이이, 기분이 좋구말구.”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 긍게 말여.”
“아이참, 어르신들 죽는단 말이 그리 쉽게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태양이가 더 활약해서 뉴캐슬에 우승컵도 많이 가져오고 결혼하는 것도 보셔야죠.”
그 말에 두 할아버지의 시선이 교차했다.
“태양이 결혼?”
“이, 생각해 보니 태양이도 곧 어른이여.”
“우리 태양이는 어디 참한 여자랑 결혼하려나?”
잠시 생각하던 외할아버지, 김철한의 말에 친할아버지 윤창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서 오래 살았으니, 영국 처녀를 만나지 않겠나 싶구먼?”
“흐음… 노랑머리 손주며느리라…….”
“아, 며느리뿐이여? 사위도 그러지 않겄어?”
“생각해 보니 그렇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창수는 브라운에일을 단숨에 벌컥 들이켜고는 말했다.
“거야, 뭐, 우리 손주들이 알아서 할 소관이지. 우리야 낯설겠지만, 글로벌 시대가 지나도 한참 지났는디 어색하다 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녀?”
“그렇지. 그래도 기대는 되는구만. 우리 손주들이 누구를 데려올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피터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왕이면 태양이가 뉴캐슬어폰타인 출신 여성과 결혼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대를 이어서 뉴캐슬의 왕으로 남기를 바라니까요.”
“왕자가 아니라?”
피터는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듯 할아버지들을 쳐다보다 말했다.
“왕자가 크면 왕이 돼야죠. 이제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려, 그렇지. 왕자는 왕이 돼야지.”
참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다.
대한민국에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한 도시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국민영웅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창수는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장손 말이여.”
“태양이는 왜?”
“어디까지 올라가려나?”
태양이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말이다.
이미 한 시즌 만에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발돋움한 손주가 이대로 계속 큰다면 과연 축구계에서 얼마나 대단한 아이가 될지… 상상만 해도 설레고 흐뭇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우리 정신 좀 보게. 사돈, 이제 경기 시작 아녀?”
“아, 그렇지. 피터! TV 안 틀 건가?”
“이미 틀었습니다, 어르신들!”
그 말에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봤다.
아까까지 한적했던 펍엔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TV 너머에서 태양이 몸을 푸는 모습을 보자 태양을 위한 응원가, 프린스 태양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 * *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친선경기가 펼쳐질 이곳은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입니다!] [우리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윤태양 선수도 보이네요. 오늘 컨디션이 아주 좋아보입니다!] [윤태양 선수가 오늘도 멋진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네, 경기 시작 전에 앞서 오늘의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대한민국
FW 김현수/조동호/박민규
MF 윤태양
김호/이현석
DF 윤진용/유성재/박동근/우태현
GK 신호성
네덜란드
FW 버나드/리호프/니흐만
MF 반 굴/돈크/원더렌
DF 뮬러/반 벨젠/뷔유크/바히어
GK 로샤네일
[네덜란드 선수들을 보면 2034년 월드컵까지 분투한 노장 선수들이 라인별로 포진해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형세입니다. 해설위원님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장들이 비록 16강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남아있는 노장들 대부분 유럽을 풍미한 선수들이거든요?] [그렇군요.] [절대 무시해선 안 됩니다. 무엇보다 대부분 선수들이 어리다 하더라도 네덜란드 리그에서 맹활약하며 빅클럽에서 영입하려는 선수들입니다. 그들은 지금 경험이 부족한 거지 실력이 없는 게 아닙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휘슬 울립니다!]대한민국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태양은 자신의 앞까지 굴러온 공을 좀 더 뒤로 보내고 위로 올라가며 주변을 훑었다.
주황색 네덜란드 선수들과 하얀색 동료들이 보인다.
공격수로 골을 넣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미드필더로 뛰는 것도 재미있었다.
처음 미드필더로 있었을 때는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몰라 무지성으로 전진 패스만 하려고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 성향 같은 것만 봐도 예측하게 되고 상상 못할 패스를 찔러주고는 했다.
그리고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더 이상 선수로 뛸 수 없어 은퇴를 하려고 할 즈음에는 망가진 몸과 다르게 머리는 축구에 닳고 닳아 마치 위에서 아래로 필드를 내려다보듯 선수들의 움직임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그 머리를 가지고 완벽하게 관리된 몸으로 뛰는 지금, 태양은 중원에서 전진하지 않고 공을 주고받으며 공격수들이 올라가기를 기다렸다.
그 모습은 얼핏 보기에는 네덜란드의 거친 압박에 쉬이 공을 앞으로 보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보세요, 윤태양 선수도 저 위치에서 공을 앞으로 보내지 못합니다. 네덜란드의 어린 선수들의 수준이 이렇게 높습니다.]-ㄹㅇ 윤태양을 왜 미드필더로 두는 거야 차라리 공격수에 두면 라인이고 뭐고 다 부술 텐데
-저 위치 있으면 선수를 몇 명이나 벗겨내야 해
-근데 윤태양 없으면 플레이메이킹을 해줄 사람이 없어 패턴이 단순해짐
-압박 ㅅㅂ 개 빡세네 네덜란드 놈들
사람들이 상황이 어렵게 돼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였다.
태양이 미드필더 라인을 데리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네덜란드가 풀백까지 동원해 중원의 머릿수를 더해가며 압박해 들어오자, 태양은 김호와 이현석을 같은 선상에 두는 것도 모자라 간격을 좁힌 뒤 패스를 이어가며 더욱더 앞으로 전진했다.
그럴수록 네덜란드의 압박은 더욱더 거세졌다.
나중에 가서는 태양에게 패스하는 것조차 힘들어 태양이 거의 공을 소유하고 있다 싶다.
-어?
-언제 상황이 이렇게 됐냐?
-네덜란드 미드필더랑 수비수 간격이 너무 좁은 거 아님?
-축잘알로서 심상치 않다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상황이 뭔가 묘해진다 생각할 즈음이었다.
김호에게 공을 패스한 태양은 김호에게 공을 달라 소리쳤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자신의 앞을 막기 전에 태양의 요구대로 김호는 잽싸게 공을 패스했다.
태양이 공을 잡은 위치는 네덜란드 미드필더의 뒷공간으로, 센터백이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반 벨젠이 호기롭게 태양이 공을 차지하기 전에 가로채기 위해 달려 나왔다.
코앞에 반 벨젠을 두고 태양은 공을 발 안쪽으로 공을 끌어 턴하면서 손쉽게 반 벨젠을 제쳤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반 벨젠이 비운 공간, 그곳을 향해 태양이 공을 찔러넣었고, 빈 공간을 보고 본능적으로 달려 나갔던 조동호가 공을 받더니 골대를 향해 몇 번 움직이다 그대로 슈팅했다.
[조동호 슈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전반 8분! 대한민국의 선제고오오올! 조동호!!]생각지도 못한 한국의 선제골에 네덜란드 관중들이 침묵했다.
환호하는 건 오늘 경기장을 찾아온 한국 사람들뿐.
그 가운데 득점한 조동호는 태양에게 달려가 태양을 안아올렸다.
[패스가 끊기지 않게 하면서 라인을 올려 네덜란드의 2선과 3선의 간격을 좁히고 수비수를 벗겨낸 태양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민하게 움직인 조동호도 칭찬할 만합니다!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절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선제골을 넣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태극전사들!] [이제 점수를 지켜야 합니다. 물론, 추가 득점으로 격차를 벌이면 더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