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2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24화
뉴캐슬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팀이라는 명성답게 뉴캐슬은 시작부터 라인을 올리며 선제골을 노렸다.
그 모습을 본 히스 조나단은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나.
뉴캐슬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시즌이 거의 마무리돼 가는 시점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보면 뉴캐슬은 전반 15분 안에 득점한 경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선제골을 바탕으로 기세를 올리고 압박해 경기를 지배한다.
선제골을 막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경기에서는 완더레이의 부재로 내보내지 못한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태양을 막기 위해 히스 조나단과 코치진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또 분석해 내놓은 포메이션이었다.
일단, 중원의 선수들은 뉴캐슬 선수들을 일대일로 상대하면서도 윤태양에게 공이 가는 걸 차단한다.
최후방의 3인도 마찬가지다. 간격을 크게 벌리지 않은 채로 언제든지 윤태양을 포위할 준비를 했다.
일리뉴와 샬렛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데이터상 가장 먼저 공을 받는 건 무조건 윤태양이고 가장 많은 골을 넣는 것도 윤태양이기 때문에 일단 윤태양부터 차단하는 거다.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 두 명, 이들 역시 수비 시에는 라인을 내려 막는다.
여기에 선수 한 명, 한 명 세부적인 지시를 완벽하게 내려놓은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자신의 선수들이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물론, 히스 조나단은 자기의 선수들이 보여줄 거라 믿었다.
그리고 승리할 것도 굳게 믿고 있었다.
더욱이 태양에게 공을 연결해 줄 핵심선수인 메넨데즈도 없지 않은가.
오늘은 기필코 뉴캐슬을 이길 기회다. 그리고 이대로 우승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으리라.
[소비올라, 고메즈에게 패스합니다. 고메즈 앞으로 공을 보내려고 합니다만, 아, 공간이 없어요. 다시 소비올라에게!] [첼시의 진영이 너무 촘촘합니다. 산체스와 린데만이 가세해서 올라옵니다만, 첼시는 공격수까지 내려와 중원의 머릿수를 채워주네요.] [아, 뉴캐슬 어렵습니다.]첼시가 공간을 쉽게 열어주지 않자 뉴캐슬의 템포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어렵게 느껴진 뉴캐슬의 중원은 결국 공을 뒤로 돌렸다.
첼시를 끌어들여 역습을 하려는 의도였지만, 첼시는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저 공격진만 올라와 뉴캐슬의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압박을 가할 뿐이었다.
라인을 올리지도, 그렇다고 간격을 벌리지도 않으며 철저하게 수비적으로 나서는 첼시를 상대로 뉴캐슬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건 뉴캐슬 선수들뿐만 아니었다.
경기가 지루해지자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 나온다.
그때였다.
지지부진하다 생각하던 가운데, 바우프티니가 뉴캐슬의 공을 가로챘다.
첼시가 귀신같이 태도를 바꿨다.
델로아가 전진하며 바소모 시비와 바우프티니, 델로아 세 명이 뉴캐슬의 골대를 노리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그 중심에는 단연, 이 선수.
델로아가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고블린이 영악함을 드러내며 뉴캐슬의 수비진영을 희롱한다.
이 역시 계산된 행동이었다.
무리시는 1대1 상황에서 뛰어난 순발력으로 막아낼 확률이 높은 반면, 아놀드는 1대1 상황에서 무리시보다 약했다.
델로아는 감독의 지시에 충실하며 아놀드에게 달려들었다.
아놀드가 심할 정도로 편향적인 오른발임을 알고 있는 델로아는 아놀드의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아놀드가 어설픈 왼발을 뻗다가 델로아를 놓치는 사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무리시가 달라붙었다.
델로아는 눈을 빛내며 무리시의 뒤로 파고드는 시비에게 공을 패스했다.
[바소모 시비!!]무리시가 가로채지 못한 공을 시비가 왼발로 받아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한다.
빠르게 뻗어나가는 공.
“우오옷!”
리첼라가 괴성을 지르며 쭉 몸을 뻗어 공을 잡았다.
[역시 리첼라! 기가 막힌 선방입니다!]리첼라는 평소처럼 킥을 하려고 준비했다.
“으응?”
그런 그의 두 눈에 보이는 건 잘 정비된 첼시의 진영이었다.
애초에 첼시는 델로아와 시비, 바우프티니만을 믿고 라인을 올리지 않은 채였다.
뉴캐슬의 역습을 대비했다는 소리다.
리첼라는 킥을 포기하고 아놀드에게 안전하게 패스했다.
[첼시 선수들이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져가지 않네요.] [뉴캐슬이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철저하게 자기 진영을 지킨다는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멀리서 전체적으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최전방, 특히 윤태양 선수가 고립된 걸 볼 수 있습니다.] [히스 조나단 감독이 정말 단단히 준비한 모양입니다.]뉴캐슬은 중원과 수비라인이 무의미한 패스를 주고받기만 했다.
도저히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 그 가운데 이번에는 델로아가 공을 가로채 다시 공격이 이어진다.
델로아를 맞이하는 건 소비올라였다.
소비올라는 수비적으로도 공격적으로도 재능을 겸비한 전천후 미드필더 유망주였지만, 상대는 발롱도르까지 수상한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미드필더 델로아였다.
또다시 손쉽게 델로아에게 길을 내주고야 말았다.
그리고 델로아는 플랜대로 아놀드를 공략하려고 나섰고, 그걸 눈치챈 듯 무리시가 먼저 델로아에게 달라붙는다.
델로아는 순간 속도를 높여 무리시와 거리를 두면서 무리시가 만든 공간으로 파고드는 바소모 시비에게 공을 찔러줬다.
불과 8분 만에 다시 찾아온 득점 찬스, 시비는 좀 더 침착하게 감독의 지시를 떠올리며 리첼라가 실점을 가장 많이 한 위치를 향해 슈팅했다.
[골! 골입니다! 바소모 시비!!] [첼시의 선제골입니다!]시비가 포효했고, 동시에 히스 조나단도 미국인답게 과장되게 환호했다.
반면에 아르텔리는 태연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당장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쉬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넨데즈만 있었어도 이렇게 답이 없진 않을 텐데.
지난 감독이 남기고 간 선수단은 아르텔리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어린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을까.
“쓰읍.”
피울 수 없는 담배 대신 니코틴 껌을 씹으며 생각에 잠긴 사이, 필드에서는 한 선수가 무릎 보호대를 고쳐 쓰고 있었다.
마테오 실바였다.
“마티, 무릎 상태가 별로예요?”
소비올라가 무릎 보호대를 다시 차는 실바를 보며 걱정스럽게 묻자 그는 씨익 웃었다.
“아니, 괜찮아.”
“확실해요?”
“괜찮아, 태양이한테 물어봐. 저 자식 내가 무릎 아파하면 귀신같이 알아채잖아.”
그 말에 소비올라는 아, 하고 탄성을 내지르더니 태양에게 달려갔다.
“미친놈, 물어보란다고 진짜 물어보네. 에잉… 쯧. 언제부터 팀에 윤태양 부하들이 이렇게 많이 생겼지?”
새파랗게 어린놈이 특별히 뭘 하지도 않는데 구단 장악력이 장난 아니다.
뭐, 좋은 일이려나.
자신 하나 빠진다고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야말로 준비된 왕이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왕이야. 쉽게 넘겨줄 수야 없지.”
실바는 허리를 쭉 펴고 킥오프를 준비했다.
그렇게 재개된 경기에서 첼시는 아까와 같은 모습을 취했다.
뉴캐슬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공을 주고받는다.
어떻게 보면 이 모습은 항상 뉴캐슬의 상대팀이 보여주던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한정으로 말이다.
지금 뉴캐슬 진영에서는 이 상황을 풀어줄 크랙이 없었다.
“그나저나 이 자식은 뭘 하는 거야?”
실바는 시선을 돌려 윤태양을 찾았다.
“저놈…….”
윤태양은 뚱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다.
“아아, 결국 이 늙은 천재가 나서줘야 하나.”
실바는 툴툴거리면서 소비올라를 바라보며 공을 달라 외쳤다.
뒤로 공을 돌리려던 소비올라가 실바에게 공을 연결했다.
[오늘 미드필더로 출전한 마테오 실바가 공 잡습니다!] [미스터 툰이 공을 가지고 전진합니다!]그때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태양이 라인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첼시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실바는 봤다.
태양을 따라 첼시 선수들이 움직이면서 생겨나는 공간들을 말이다.
실바는 그 공간을 놓치지 않고 패스를 찔러 넣었다.
공간을 향해 쭉 뻗어나간 공을 잡은 건 일리뉴였다.
일리뉴는 유일하게 자신에게 들러붙은 케이퀘를 힘으로 제치고는 골대를 향해 힘차게 왼발을 휘둘렀다.
깡!
공이 골대를 때리고 튕겨 나갔다.
얼마나 위력적인지 골대가 다 울릴 지경이었다.
[강력한 슈팅이었지만, 골대 맞습니다!]모두가 아쉬워하는 사이 태양이 일리뉴에게 달려왔다.
“이 시키야 똑바로 안 할래?!”
“미, 미안.”
“어휴, 발도 왼발밖에 못 쓰는 놈이 그것도 제대로 못 차면 어쩌자는 거야, 인마!”
“미, 미안해. 잘할게.”
“한국말 말고 영어!”
“쏘, 쏘리?”
“쏘리도 틀린 단어인지 아닌지 몰라서 자신 없어 하면 어쩌자는 거야! 어휴.”
실바는 한국 선수가 영어로 다그치고 브라질 선수가 한국어로 대답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실바를 바라보며 태양이 슥 다가와 말했다.
“봤죠?”
“뭘 봐?”
“내가 움직이니까 홍해 갈라지듯이 쩍쩍 갈라져서 공간 생기는 거 못 봤어요?”
“봤지. 그러니까 일리뉴한테 패스했지.”
“좋아요, 계속 그렇게 하자구요.”
“너는?”
“저도 뭔가 하겠죠.”
뻥치지 말라고 뭐라 하고 싶은데, 이 자식은 진짜 뭔가 해낼 놈이어서 말을 못하겠다.
“지켜본다, 너.”
“영감님이나 잘하세요. 지켜봐 드릴 테니.”
어휴, 언제 저리 머리가 커서는 말 한 마디 질 생각을 안 한다.
실바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피식 웃음을 흘리는 사이.
첼시의 골키퍼 데스타노글루가 완더레이에게 공을 패스하며 다시 시작한다.
골키퍼부터 시작한 건 처음인 상황에서 첼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이 상황에서 첼시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후방에서부터 서서히 라인을 올리며 빌드업에 들어간다.
완더레이가 코작과 오렐레나가 패스를 주고받다가 델로아에게 공을 패스한다.
델로아는 몸을 돌리며 소비올라를 바라봤다.
두 번이나 돌파당한 소비올라가 긴장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델로아는 거침없이 소비올라에게 달려들었다.
소비올라는 필사적으로 델로아를 막아보려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역부족이었다.
그때였다.
델로아가 라 크로케타로 소비올라를 제치는 그 순간.
“요!”
그 뒤에 귀신같이 나타난 실바가 델로아의 발 앞에서 공을 가로채 갔다.
“!!”
그가 놀라 뒤를 돌아보는 사이 실바는 전방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대지를 가르는 패스.
메넨데즈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완벽한 패스가 쭉 뻗어나가 일리뉴의 발끝에 걸렸다.
일리뉴는 완더레이를 등진 상태로 힘으로 완더레이를 밀어내고 몸을 돌려 골대를 바라봤다.
슈팅, 이대로 슈팅!
슈팅을 하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었지만, 골대를 때린 탓에 이번에야 말로 골을 넣으려는 생각으로 슈팅을 하려던 그때.
“패스해, 이 자식아!”
어느새 나타난 태양의 목소리에 일리뉴는 공을 앞으로 밀어줬다.
일리뉴의 스루패스를 받은 태양은 골대를 향해 질주했다.
언제 따돌린 건지 모를 첼시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태양을 쫓는 가운데 태양은 오히려 그들과 거리를 벌리며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데스타노글루가 예측하지 못한 아웃프론트 슈팅, 안으로 감아차는 게 아니라 역으로 휘어 들어간 공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골! 골! 골골골! 윤태야아아아아앙! 골입니다!] [언제 침투한 거죠? 대단합니다! 역시 윤태양입니다!] [시즌 37번째 골! 믿겨지십니까? 17세 소년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37골을 넣는 걸 목격하고 계십니다!]골을 넣은 태양은 기뻐하긴커녕 총총 걸어가 일리뉴에게 무작정 슈팅하지 말라며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첼시에게 득점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그 모습에 히스 조나단 감독을 비롯한 첼시 선수들은 마음에 천불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경기가 서서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