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5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51화
A매치와 다를 바 없는 규모의 친선경기에 모처럼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가득 찼다.
거기에 오늘 중계를 따온 방송사는 물론이고 인터넷 중계 역시 접속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이야 관중석 꽉 차는 거 오랜만에 보네 ㅋㅋㅋ
-국대 경기 아니면 관중석 차기 힘들지 ㅋㅋㅋ
-저 중에 K리그 응원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사실 K리그는커녕 뉴캐슬 응원하는 사람도 몇 없을걸? ㅋㅋ
-아마 저기 간 사람들 모두가 윤태양 응원하러 간 거임 ㅋㅋㅋ 승패는 아무 상관없을 듯 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나도 윤태양 실제로 보고 싶다 ㅅㅂ
-박지송, 메날두, 손홍민 이후로 경기장 직관하고 싶은 선수가 저기 있네 ㅋㅋ
-위에 님 날강두 직관 감? ㅋㅋ
-어릴 때 아빠 손잡고 갔다가 씨벌놈 안 나와서 울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억ㅋㅋㅋㅋ
-와 나돈데;;;
-난 우리 아들 데리고 갔다가 안 나와서 ㅈㄴ 욕함
-아재요…….
-혹시 위에 위에 사람 아버지 아님? ㅋㅋㅋ
추억의 날강두를 소환하는 역대급 이벤트, 그 이벤트가 마침내 열렸다.
[K리그 올스타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대결이 지금 시작됩니다.] [네, 만원 관중입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가득 찼어요.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과 경기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겠죠.] [그렇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시작부터 주전급 선수를 많이 내보냈네요.] [네, 윤태양 선수를 비롯해서 카싸마, 아놀드, 리첼라가 시작부터 뛰게 됩니다.]오늘 경기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선발로 기존 선수와 새로운 선수를 적절하게 섞어서 내보냈다.
전방에는 실비오 아우레와 카싸마, 태양을 내보냈고 미드필더 위치에는 노버트 베르치와 메넨데즈, 프랑코 다미아노를 내보냈으며 수비라인에는 린데만과 무리시, 아놀드, 가브리엘을 내보냈다.
아르텔리는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호흡을 끌어올리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런 뉴캐슬 상대로 K리그 팀들은 서서히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뉴캐슬의 공간으로 들어섰다.
이들은 올스타라고 하지만, 사실상 국내파 국가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부 외국인 용병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붙박이는 아니더라도 국가대표로 심심치 않게 차출되는 인물들이었으니 말이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태양을 보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오늘 경기에는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인 이비카 마르코비치도 찾아와 있었다.
그 탓인지 몰라도 K리그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 진심이었다.
물론,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우승한 팀을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호승심도 없지 않아 있었고.
하지만 지금의 K리그가 넘보기에는 뉴캐슬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K리그 선수들이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뉴캐슬은 일제히 달려들어 그들 특유의 거센 압박을 가했다.
압박에도 호흡이 중요하지만,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건 굳이 염두에 두지 않았다.
K리그의 탈압박 수준으로는 프리미어 리그 기준에서야 구멍이 보이는 뉴캐슬의 압박도 쉬이 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만일 수도 있지만, 지금 중원의 선수들을 봐라.
언제 내려왔는지 미드필더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카싸마와 언제나 한결같이 중원을 지키고 있는 메넨데즈, 이 두 선수만 해도 어느 리그에서도 중원을 장악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이었다.
K리그 선수들로서는 그 둘의 압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막말로 카싸마 혼자만 해도 오늘 올스타 선수들의 몸값보다 비싼 선수다.
그런 선수가 자신을 압박한다?
기존 실력도 제대로 내지 못할 판이었다.
[아! 공 뺏깁니다! 공 잡은 메넨데즈 곧바로 수습해서 카싸마에게! 카싸마 달립니다!]카싸마는 윤태양이 혼자 하던 수많은 일들 분담할 수 있는 선수였다.
예를 들면 태양이 중원까지 내려와 공격의 활로를 풀어주던 걸 지금처럼 카싸마가 대신할 수 있다.
활동범위가 좁아지면 태양의 체력은 보전될 수 있고, 공격에만 집중하게 되면 더 위협적인 건 당연한 일이다.
[카싸마 달리는 그대로 마르세유 턴! 그대로 한 명 제치면서 앞을 봅니다, 그대로 패스! 수비라인 사이를 교묘하게 가로지르는 패스!]태양은 센터백의 시선이 공을 향하는 순간, 잽싸게 몸을 컷아웃해 센터백의 등 뒤로 돌아 들어가 공을 쫓았다.
[윤태양 선수 파고듭니다! 공 앞에서 다이렉트로 슈티이이잉! 아, 골입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빠르네요, 네, 빠릅니다. 굉장히 빨라요!]너무나도 손쉽게 뚫린 K리그 선수들은 망연히 윤태양을 바라봤다.
윤태양은 자신을 보며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하프라인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르텔리는 손을 불끈 쥐었다.
카싸마를 영입한 건 정말이지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렇게 보니 태양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메넨데즈와도 시너지 효과가 났다.
지금까지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어 다이렉트로 패스를 보내거나 둘 중 하나가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혹은 몇 번의 패스를 거쳐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카싸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격에 있어서 경우의 수도 많아지고, 후방의 수비도 메넨데즈가 굳이 1선 가까이 올라갈 필요가 없어 단단해진다.
아르텔리는 흡족해하며 다른 선수들을 살폈다.
그 가운데 오늘 경기를 찾은 관중들의 시선은 태양에게서 떠날 줄 몰랐다.
-와 ㅈㄴ 잘하네
-골 왜케 쉽게 넣냐;;;
-프리미어 리그에서 50골 넣었는데 K리그 수비쯤이야
-눈 감고 차도 들어갈듯 ;;;
-진짜 개 ㅈㅂ이네 K리그 ㅋㅋㅋ
-ㄴㄴ 그래도 아챔에서는 성적 개 조은 게 K리그임
-윤태양이 ㅆ사기라서 그렇지 K리그가 마냥 ㅈ밥은 아니다
-그래 봤자 아시아 ㅈㅂ 리그ㅋㅋㅋㅋ
-애들아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냐 왜 K리그 욕하고 앉아있어. 저 골 넣은 윤태양이 한국 선수인 게 중요하지
-암요암요 태양이가 희망이다
-솔직히 태양이가 잘해야 K리그도 발전함
-??
-태양이 보고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는 애들이 많아질수록 유망주들이 늘어나니까
-ㅋㅋㅋ 말 되네 ㅋㅋ
* * *
어느덧 전반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스코어는?
2대0.
내가 한 골, 내 어시스트를 받은 카싸마가 한 골을 넣었다.
수준을 생각하면 점수 차가 크게 안 난다고?
우리는 호흡을 맞춰보는 게 중요하지 굳이 전력을 다할 생각은 없었다.
K리그 올스타팀에게는 잔인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시아 투어, 팬서비스를 위한 경기에 불과하다.
굳이 상대팀을 개박살 내서 우울하게 할 필요도 없고 무리해서 다칠 일을 만들 필요도 없다.
그리고 솔직히 몇몇 아는 선수들이 보여서 정 때문에라도 살살하고 있었다.
저쪽 편에서는 국대에서 얼굴을 마주한 선수도 있고, 지난 삶에서 인연이 있던 사람도 있거든.
예를 들면 전반전 내가 뚫었던 수비수 엄지운은 지난 삶에서 내가 방출되기 전까지 나를 챙겨주던 사람이다.
그리고 미드필더 한 명은 내가 유럽으로 떠나면서 소원해지기 전까지 친하게 지내던 선수였고.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짧은 K리그 선수 생활 속에서도 말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나름대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상대 선수들이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직도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뭐, 다시 살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나.
그래도 상대편으로나마 같이 뛰는 건 즐겁네.
“자, 즐겨볼까.”
앞장서서 라커룸을 나섰다.
맞은편에서 K리그 선수들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야, 너는 선배들 보고서도 인사 안 하냐?”
…아, 말 안 한 게 있네.
지난 삶의 인연들이 꼭 좋은 인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 말이다.
악연도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지.
지난 삶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고도 K리그까지 꾸역꾸역 올라온 나를 괴롭히다 못해 훈련에서 내 무릎을 아작 내서 방출까지 당하게 한 놈이 눈앞에 있었다.
엄석대.
이름만 들어도 아, 이 새끼는 학폭이나 왕따를 해도 수백 번은 했을 거 같은 개새끼.
저 새끼는 다시 사는 삶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썩어 빠진 마인드로 나를 아니꼽게 쳐다보고 있었다.
“선배요? 선배가 어디 있어요? 나 K리그에서 뛴 적이 없는데.”
“는데는 반말이고 새끼야. 넌 한국인 아니야? 한국인이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네 선배 아냐, 이 새끼야.”
그래, 지난 삶에서도 엄석대 이 자식은 온갖 꼰대질로 시비를 걸었었지.
“전반전에 다 인사 드렸어요.”
“난 니 선배 아니냐?”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선배?”
“하… 말 짧은 거 봐라. 잘나간다 이거냐?”
어린애를 겁주려는 듯 으르렁거리는 놈을 보니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런 놈을 상대로 내가 한 마디 쏴주려고 할 때였다.
“뭐야, 태양?”
후반에 교체 출전하는 일리뉴가 상황이 이상한 듯 보이자 내 앞에 서며 묻는다.
아, 안 그래도 되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몰라, 머저리 같은 놈이 지가 내 선배라잖아.”
내가 포르투갈어로 말하자 일리뉴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머저리? 그거 브라질에서 내 별명이었는데.”
“너는 좋은 의미의 별명이 있긴 하냐?”
“많다. 근데 네가 놀지 말라고 했던 그 나쁜 친구들은 나를 그렇게도 많이 불렀다.”
“그놈들이랑 인연 끊었지?”
“당연하지. 나쁜 놈들.”
일리뉴와 시덥잖은 대화를 하며 흘끔 엄석대를 바라보니 일리뉴 덩치에 쫄은 건지 귀신같이 시선을 피하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어휴, 저 강약약강의 교과서 같은 자식.
진짜 지난 삶에서도 쥐어패려다 참았는데, 그때 못 팬 게 한이구나.
“야, 쟤 성격이 원래 좀 저래. 네가 참아.”
내가 후반에는 엄석대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서울의 라이트백, 우태현이었다.
내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같이 뛰며 알게 된 형이다.
“뭐, 크게 신경 안 써요.”
나는 들으라는 듯이 엄석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석대의 눈에서 불똥이 튄다.
나와 놈의 시선이 엇갈리려는 순간, 일리뉴가 슬쩍 끼어들어 시선을 가린다.
이럴 때 보면 눈치가 귀신같단 말이지.
그사이 경기장에 입장하며 후반을 준비한다.
후반은 우리의 선축.
휘슬과 동시에 일리뉴가 공을 나에게 돌리며 경기가 시작된다.
나 역시 공을 뒤로 돌리며 전방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엄석대가 있었다.
엄석대의 포지션은 수비수.
훈련에서 나를 담글 수 있었던 것도 내가 그 당시 공격수 위치였고 이놈이 수비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맘때 엄석대는 터프한 수비수로 나름대로 K리그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그런 엄석대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넌 뒤졌다, 새꺄.”
“뒤지긴 뭘 뒤져? 패려고? 여기 무슨 UFC 경기장인 줄 아나.”
“그냥 뒤진 줄 알아.”
“근데 나 알아요? 언제 봤다고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거지?”
“넌 그냥 마음에 안 들어.”
“아, 잘나가서 아니꼽구나, 내가?”
엄석대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그나저나 이 자식을 보니 살살 하려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놈이 상대라면 철저하게 부셔줘야지.
그리고 그때 마침 카싸마의 공이 나를 향한다.
나는 한발 빠르게 달려가 공을 잡고서 엄석대를 바라보며 질주했다.
엄석대가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순간, 상체 무빙으로 엄석대의 다리 사이를 벌리고 프리플랩으로 놈의 가랑이 사이에 공을 집어넣어 놈을 제치고 멈춰섰다.
“뭐야, 존나 못하네.”
놈의 얼굴이 붉어져 나에게 달려든다.
마음먹으면 이놈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달려 나가 따돌릴 수 있지만, 주변을 살피는 척하면서 속도를 죽여 놈이 나에게 달려들도록 유도했다.
놈이 어깨를 들이밀며 내 신체를 무너뜨리려 든다.
나는 잽싸게 드래그 백으로 뒤로 물러서며 놈의 상체를 피한다.
신체 균형을 온전히 어깨에 집중해 나를 차징하려 한 모양인지 순간 놈이 균형을 잃고 휘청인다.
“와, 진짜 못한다. 꼭 못하는 놈들이 꼰대질 하더라.”
나는 지난 삶에서 가진 감정까지 모두 실어 비웃음을 지어보이고 달려 나가 골키퍼를 피해 골을 집어넣고 엄석대를 지나가며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어휴, 수비 구멍 하나 때문에 전반이랑 다르게 골 넣기 참 쉽네.”
“이… 시벌, 어린놈이…….”
모욕감에 부들부들 떠는 엄석대를 보니 지난 삶이 떠오른다.
나는 놈의 반칙에 부상당하여 고통에 부들부들 떨었고, 놈은 고의가 아닌 척하면서도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비웃고 있었다.
그때 그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그래, 지난 삶에서는 내가 엄석대에게 부상을 당해 좌절했지만, 이번 삶에서는 엄석대가 따라잡을 수 없는 나와의 실력 차이에 좌절시킬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