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6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64화
브라질을 상대한 한국의 다음 친선경기 상대는 이란이었다.
중동의 최강국이자 자타공인 아시아 최강국으로 뽑히는 이란은 한국에게 있어서 걸림돌 같은 나라다.
그렇다고 중동의 최강자로 한없이 군림한 건 아니었다.
사우디나 카타르같이 돈이 많은 나라들이 반짝하고 빛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뛰어난 선수들이 나타나고 유럽에서 활약하면서 황금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상대였다.
단순하게 전력 차이로만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이란이나 중동 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 특유의 한 골 앞서가면 추하다 싶을 정도의 침대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방지하게 위해 피파에서는 선수가 누운 시간 만큼 플레이 시간을 늘리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소용 없었다.
한 번 넘어지면 오 분이고 십 분이고 누워있으면서 흐름을 끊고 선수들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리기 때문이었다.
빨리빨리 문화가 기본 페시브로 장착된 한국은 이런 이들의 행동에 누구보다 격하게 반응하고 휘말리기 일수였다.
이란은 이번에도 한국을 그런 식으로 상대할 예정이었다.
“한국 수비는 뚫을 만하니까 모두 다 달려들어 선제골을 넣고 시간을 끌자고.”
“그럼 또 멘탈이 흔들리겠지.”
“그러고 조급한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면 한국은 이기기 쉽다니까?”
이란 선수단은 그렇게 단정 지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이란이 윤태양을 모르는 건 아니다.
윤태양을 모르는 게 이상한 거긴 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한국 선수야.”
“얘도 휘둘릴걸?”
“한 골 넣고 윤태양한테 거칠게 플레이하고 드러눕자고.”
이란은 윤태양도 같은 방식으로 공략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윤태양의 멘탈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건 이란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염려하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선수고 중동의 치사한 축구를 한 번도 상대한 적이 없으니까.
선배들은 윤태양에게 신신당부했다.
“태양아, 걔들 진짜 치사하게 축구하거든? 절대 흔들리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해.”
“그래, 태양아 걔들한테 휘말릴 필요 없어.”
“네 입장에서 걔들 별거 아니잖아? 막말로 ㅈ밥이잖아? 할 수 있지?”
“네, 형들.”
태양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해맑게 웃었다.
참, 걱정 많은 형들이다.
그런데 다들 알까?
윤태양은 지난 삶에서도.
‘중동 킬러로 불렸지.’
그런 사람이었다.
피지컬을 키운답시고 뭣 모르고 벌크업을 한 탓에 축구선수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중동이나 아시아를 만나면 중전차처럼 묵직하게 밀어붙이며 거친 플레이를 즐겨했다.
태양에게 침대축구를 하려다 진짜 병원 침대로 가는 거다.
그리고 희한할 정도로 중동을 만나면 골도 잘 들어갔다. 후방에서 힘껏 밀어붙여 올라온 뒤 중거리 슛을 때려서 넣은 골이 쏠쏠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없는 몸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중동, 이란을 상대하기에 가장 최적의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윤태양 선수 골입니다!] [윤태양의 선제골! 이란 선수들 급해집니다!]애초에 침대 축구를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수가 뒤진 상태에서 이란은 절대 침대 축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사적으로 골을 넣으려고 한다.
그런 상태인 이란은 한국에게도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태양의 선제골로 기세를 가져간 한국은 이란의 맹공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오히려 공을 탈취해 태양에게 역습 찬스를 제공했다.
그리고 태양은…….
[골! 골입니다! 역시 윤태양! 이란을 상대로도 날아다닙니다!]이란을 더욱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이참에 태양은 아예 2선 가까이 내려와 중원을 지휘하며 자신과 톱 쓰리를 구성하는 조동호와 김현수에게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찔러 넣어줬다.
그리고 태양이 다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꽂으면 되는 일을 못하는 바보는 지금 대표팀 공격수 중에는 없었다.
[조동호! 태양의 어시스트를 득점으로 연결합니다!] [김현수도 골입니다! 4대0!! 이란을 상대로 우리 태극전사들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줍니다!]대한민국은 전반에만 4대0이라는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이비카 감독은 태양이 있으면 중동의 침대 축구는 무용지물이라는 걸 깨닫고 후반전에는 이란과 사전에 협의한 교체카드 다섯 장을 모두 써 주전 선수들을 대거 빼고 후보 선수들을 내보냈다.
결과는 후반 막바지 이란이 한 골을 넣으며 5대1로 마무리되었다.
이란을 상대로 기념비적인 기록을 만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월드컵 예선 2라운드.
사실 윤태양과 같은 선수들을 소집하기에는 예선 2라운드의 수준은 매우 낮았다.
이번 상대는 네팔, 피파랭킹 178위의 약팀 중에 약팀이었다.
사실, 브라질과 친성경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부득불 1군을 부른 거지, 어중간한 팀과 붙는 경기였으면 태양과 같은 1군 선수들을 부를 일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오히려 친선경기보다 힘을 잔뜩 뺀 상태로 전원 후보 선수를 내보냈다.
결과는 5대0 완승.
네팔에게는 잔인하고, 한국 선수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말일 수도 있지만, 당연해야 할 결과였다.
“다들 지금까지 수고 많았다. 다음 소집 때까지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잘 하고 있길 바란다.”
이비카 감독은 그답게 짧은 말로 소집 해제를 알렸다.
“아, 이제 돌아가는구나.”
“독일까지 언제 가냐…….”
“아, 귀찮다.”
“벌써부터 종아리가 아파오는 기분이네.”
유럽으로 돌아가야 하는 유럽파 선수들은 벌써부터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런 형들 뒤를 따르던 배상현은 옆에서 나란히 걷는 태양에게 물었다.
“너는 좋겠다.”
“왜, 뭐가?”
“전용기 타고 가잖아. 어떠냐, 사우디 왕 전용기는?”
“내가 이런 말 쉽게 하는 사람은 아닌데…….”
“아닌데?”
“존나 좋음.”
“캬. 독일 경유해서 가면 안 되냐? 개부럽다, 진짜.”
태양은 배상현의 말에 큭큭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넌 몇 시 비행기야?”
“부모님 뵙고 내일 가려고. 너는?”
“나? 나 도착하면 바로 출발 준비할 듯?”
“이야… 시간도 네 맘대로 되는구나. 개 부럽네.”
“부러우면 열심히 해, 인마.”
“그래도 안 될 것 같은데, 끄응…….”
“모르지. 네가 뉴캐슬로 와서 나 가는 김에 끼어서 같이 탈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그 말을 들은 배상현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구나……! 이제 내 목표는 뉴캐슬 이적이다.”
“오, 큰 결심했네.”
“나중에 내가 좀 잘해지면 너도 구단에 어필 좀 하라고. 나 영입해 달라고.”
“봐서.”
“봐서가 뭐냐, 쌀쌀맞은 새끼. 그나저나 유스 국대 애들은 잘 지내나 모르겠다.”
“너랑 같이 독일에 있는 애들도 있는데 안 봐?”
“뭐, 하루이틀 거리냐? 그래도 너보다는 낫긴 하겠구나. 나는 시즌 중간중간 틈나면 보긴 하니까.”
태양은 그 시절 동료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고 보니 공세환은 잘하고 있으려나?
한동안 열심히 연락을 하더니 빡세게 훈련을 시작한 뒤부터는 연락을 자주 안 한다.
진짜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건지 아니면 멀어진 거리만큼 소원해진 건지는 모르겠다.
“연락 한 번 해봐야겠네.”
“응? 뭐라고?”
“아냐. 다음에 또 보자.”
“그래, 얼른 가라.”
태양은 서둘러 에이전시에서 몰고 온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조국의 품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역시… 태양이는 대단하네.”
공세환은 유튜브를 통해 태양의 브라질 활약상을 지켜보며 감탄했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서울 유스팀에 입단한 게 엊그제 같은데 친구는 어느새 저 멀리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었다.
아니,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세계 최고지.”
은근히 인종차별을 하는 유럽 땅에서도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활약을 하면서 찬양받고 있는 대단한 선수다.
“후우.”
한참을 친구의 영상을 지켜보던 공세환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련님, 식사는 어떠셨습니까?”
그런 세환에게 집사가 물어온다.
“네, 맛있었어요.”
“남김없이 드신 걸 보면 셰프가 좋아할 것 같군요.”
근육질의 전속 셰프를 떠올린 공세환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 그 자리에서 상의를 벗었다.
단단하게 잡힌 세환의 근육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태양이 빛나고 있을 때, 공세환도 열심히 자신의 몸을 갈고닦은 상황이었다.
부모님의 막대한 돈으로 고용한 코치진과 스포츠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작품이기도 했다.
집사가 건네는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은 공세환은 집 마당으로 나왔다.
프랑스인 코치가 그런 공세환을 반겼다.
“왔구나.”
“네, 코치님.”
지금 세환은 부모님의 도움으로 프랑스로 건너가 훈련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치는 스포츠 과학팀의 보고서를 보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리그 1 강팀의 유스 입단테스트는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네.”
“가면 유스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네가 받은 점수를 봐라. 이 정도면 프랑스에서 촉망받는 유망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걸?”
“…태양이를 100점으로 한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그 말에 코치는 움찔했다.
아무리 코치라지만, 상대는 막대한 금액으로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아 조심하는 거였다.
“제 친구니까 괜찮아요. 제 목표이자 롤모델이기도 하고요. 얼마나 따라잡았는지 알고 싶거든요.”
“음… 내가 실제로 그의 기록을 보지 못해서 정답은 아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0점? 아,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어. 다른 애들도 다 그 수준이니까.”
하긴, 세계 최고, 아니, 역대 최고가 될 친구를 생각하면 30점도 후하다.
“갈 길이 멀군요.”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생각하며 세환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영국에 도착했으려나?”
어느새 자신의 목표가 된 친구를 떠올리며 세환은 몸을 풀었다.
* * *
다시 영국이다.
“으어, 선선하니 좋네.”
한국과는 다른 뉴캐슬어폰타인의 선선한 바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물론, 미세먼지로 공기가 탁한 건 거기나 여기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여기가 좀 나으려나?
“태양, 귀국을 환영해요!”
지나가는데 공항 여직원이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는다.
음, 귀국이라니.
귀국은 귀국인가? 영국에서 사니까.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누고 공항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찾았다.
“아오, 무거워.”
혼자 알아서 집으로 간다고 했는데 짐을 생각하면 좀 도와달라고 할 걸 그랬나?
영국에서 구하기 힘든 음식이나 과자 같은 걸 잔뜩 사왔더니 캐리어가 다섯 개는 된다.
캐리어를 차안에 간신히 우겨놓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면 애들이 있으려나?
아, 개학해서 없겠구나.
보미랑 엄마만 있겠네.
“으어, 집이다.”
집에 도착하니 피곤이 몰려온다. 당장 침대로 가서 자라고 독촉하는 기분이었다.
“씻고 자야지.”
그 생각만으로 차에서 내리는 순간 멀리서 개 여섯 마리가 우르르 몰려왔다.
“왈!”
“월! 워워워월!”
“헥헥헥헥.”
“그래, 그래, 형 왔다.”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역시나 집순이 가족들이구나.
귀여운 자식들.
일일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경비원들에게 부탁해 함께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기 무섭게 맛있는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그리고 엄마가 부엌에서 나와 나를 반겼다.
“그래, 고생했네, 우리 아들!”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요?”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거 잔뜩 만들었지! 아이고, 볼 홀쭉해진 것 봐. 고생했어, 아들?”
엄마는 그리 말하며 나를 안아줬다. 엄마의 체온과 향기가 느껴진다.
“네, 다녀왔어요.”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진짜 집에 온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