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7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79화
A매치 기간이 진행되는 가운데, 소집되지 않아 구단에 남은 선수들은 구단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물론, 태양과 같이 모든 경기를 뛰어야 하는 핵심 선수에게는 며칠 휴가를 주고 구단에 출근해도 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도록 관리받는 것에 집중된다.
가볍게 공을 만지고 곧바로 물속에서 할 수 있는 트레이닝을 하고 크라이오테라피[냉각요법] 기계를 이용하고 마사지를 받는다.
그사이에도 스포츠 과학자 다섯이 붙어서 태양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한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 중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태양은 스탭에게 그리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마사지를 받고 노곤노곤한 상태로 창밖을 바라본 그는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쟤는 아직도 저러고 있어?”
훈련장에는 한 사내가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진짜 개가 되려고 저러나…….”
쉬지 않고 달리는 사내는 이젤 에드워드였다.
이젤 에드워드는 아르텔리가 고심 끝에 잔류시켰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간 상황이었다.
그럴 만한 게, 지금 1군에는 이젤의 자리가 없었다.
당장 샬렛과 아우레, 파티노가 최전방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윙어를 기용하는 포메이션을 뒀을 때도 샬렛이나 파티노가 뛰거나 윙백들이 윙어 역할을 하지 이젤이 뛸 자리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젤은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방출하지 않은 감독과 구단에게 고마워하며 매일같이 전력으로 훈련에 임하고 2군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후.”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매일같이 개처럼 열심히 뛰다보니 체력은 팀 내 최고, 아니, 어쩌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 외에 것들은 단 하나도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이것밖에 안 되나…….”
25살이 되도록 제자리걸음인 자신을 보면 자괴감에 빠진다.
주변에 어린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면 더욱더 말이다.
“그렇게 뛴다고 1군으로 올라오냐.”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태양.”
2년 전만 해도 유스팀과 성인팀, 그리고 이제 막 1군으로 콜업된 선수와 백업 선수였지만, 이제는 왕과 2군 선수로 완전히 위치가 달라지다 못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게 된 어린 선수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집에 간 거 아니었어?”
“어어. 이제 슬 가려다가 네가 보여서.”
“그렇구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기에는 너무나도 대단한 선수 아닌가?
자조적인 생각을 하는 가운데, 태양은 말없이 잔디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그렇게 뛴다고 뭐가 달라져?”
“…….”
순간 욱, 하고 뭔가 올라오는 말이었지만, 이젤은 말을 아꼈다.
태양은 그런 이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가만 보면 유럽사람 같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꼭 아시안 선수 같다고. 너희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아시안 축구 선수.”
“음…….”
“그래 가지곤 아무도 너를 봐주지 않아, 이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태양?”
태양은 이젤이 물어보는 사이, 이젤이 훈련을 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공에게 다가가 기습적으로 이젤에게 공을 패스했다.
스핀이 걸린 묵직한 패스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이민 이젤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순두부 트래핑은커녕, 이젤의 발에 닿은 공이 붕 떠서 이젤도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굴러갔기 때문이다.
“그걸 못 받아?”
이젤은 붉어진 얼굴로 공을 쫓아 단숨에 공을 챙겼다.
“발은 빠르네.”
애초에 이젤이 뉴캐슬의 유스로 발탁될 수 있었던 것도 또래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준족에 있었다.
자신의 속도를 칭찬하자 이젤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 뭐하냐? 공을 잡는 순간 그 속도를 살리지도 못하는데.”
“그, 그래도 많이 늘었다고.”
그 말에 태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많이 늘었어. 그런 건 훈련으로도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어. 못하면 축구 접어야지.”
“으응…….”
표정이 밝아지던 이젤은 다시 시무룩해졌다.
꼭 비 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이었다.
그런 이젤을 바라보며 태양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했다.
“발 감각은 타고난 거라 아마 더 열심히 해도 늘진 않을 거야. 대신 지금처럼 공을 가지고 치고 달리는 건 계속 연습해.”
“응.”
“그리고…….”
“그리고?”
“쓸데없이 뛰는 건 그만두도록 하고.”
“응? 하지만…….”
“하지만 네 장점은 체력이라고 말하고 싶겠지. 물론, 대단한 장점이야. 그렇다고 아무리 열심히 뛴다고 해도 필드에서 지금보다 더 많이 뛸 수는 없어.”
“그럼?”
“그 체력과 빠른 발을 가지고 얼마나 영양가 있게 뛸 수 있을지 연구해야지.”
“연구?”
“그래, 공의 흐름을 파악하고 네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연구를 해. 그게 네가 뉴캐슬에서, 아니, 하다못해 다른 클럽팀을 가더라도 오랫동안 선수로 뛸 수 있는 비결이 될 거야.”
아직도 와닿지 않은 모양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젤을 보고 태양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박지송이란 선수의 동영상을 찾아보면 네가 가야할 길이 보일 거야. 그리고 전술 분석관을 찾아가. 그에게서 경기를 보는 법을 배워.”
태양은 그리 말하고 뒤돌아 훈련장을 벗어났다.
그가 지난 삶에서도 그랬듯이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지금 뉴캐슬이 그때와는 다르게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됐다는 걸 알고 있기에 태양은 그에게 해답을 알려줬다.
그걸 깨닫고 발전하는 건 이제 이젤의 몫이었다.
* * *
“다들 잘하고 왔냐?”
라커룸에 들어온 리첼라가 환한 얼굴로 동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지, 평소 리첼라답지 않은데?
“뭐예요, 왜 이렇게 표정이 밝아요?”
“모처럼 보니 다들 반가워서.”
글쎄, 그럴 양반은 아닌데.
집에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자 리첼라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래, 내가 평소 이런 놈이 아니지. 사실은 아내가 셋째를 가졌거든!”
“오오, 그래서 그랬군요? 축하해요.”
“고마워. 으하하핫.”
자식을 가진다는 건 이탈리아 사람답지 않게 무뚝뚝한 리첼라도 웃게 만드는 모양이다.
“축하한다, 리첼라. 아들이냐 딸이냐?”
그때 리첼라의 뒤에서 일리뉴가 밤톨 머리를 쓱 하고 내밀며 묻는다.
“응?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는데?”
“그렇군. 나는 아들아들딸이다.”
“세쌍둥이가 이란성인가 보군?”
“응.”
셋 다 일리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네.
“바보 2세 사이에서 안나 2세가 있다니 다행이네.”
“아니지. 어쩌면 딸이 일리뉴 2세일 수도 있어. 딸은 아빠를 닮는다잖아?”
“으음… 음…….”
일리뉴 유전자가 강한 딸이라?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 나도 결혼해서 아이 갖고 싶다.”
그사이에 무리시가 끼어들며 말한다. 무리시는…….
“너어는 핸드폰에 저장된 여자들 번호나 지워라.”
“왜? 여자 번호가 있어야 연락하고 만나고 결혼까지 하지.”
“죄다 네 돈 보고 꼬이는 이상한 여자들뿐이잖아. 걔들이랑 결혼하려고? 아마 네 인생, 재산 파탄나는 건 순식간일걸?”
“내가 바보냐? 그중에서 골라내는 중이야, 걱정 마.”
골라내는 거 치고는 만나는 여자가 수시로 바뀌는 것 같던데.
저놈 여자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자, 다들 모여 있군?”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서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사이에 아르텔리 감독이 라커룸 안으로 들어왔다.
아르텔리 감독은 훈련장 라커룸에는 어지간하면 들어오지 않는다.
훈련을 하고 퇴근을 준비하는 장소인 만큼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하는 공간 정도로 취급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들어오는 건 아니다.
오늘처럼 오랜만에 본다거나, 다음에 중요한 경기가 있다거나.
아, 오늘은 둘 다겠네.
오랜만에 보는데 하필 다음 경기가 중요한 경기였다.
“다들 다음 경기 상대가 어디인지 알지?”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일리뉴를 향한다. 일리뉴는 그 시선을 받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사우스햄튼입니다.”
그 말에 아르텔리 감독이 껄껄 웃었다.
“일리뉴가 아는 걸 보니 모두 알고 있겠군.”
그 말에 모두 웃음을 흘렸다.
일리뉴 빼고 말이다.
일리뉴는 불퉁한 얼굴로 말했다.
“나도 중요한 경기는 외운다!!”
“그런 놈이 챔스 경기도 까먹냐?”
“챔스라도 상대가 약하니깐.”
참 당당하게도 말한다.
“자자, 그래. 다음 경기는 일리뉴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우스햄튼과 경기다.”
사우스햄튼.
이번 시즌 돌풍의 팀이었다.
34살 젊은 감독이 이끄는 이 팀은 이번 시즌 6승 1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었다.
지난 시즌 15위로 마감한 팀이라고 믿을 수 없는 반전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어디까지나 이번 시즌 새롭게 부임한 젊은 감독 루카스 반 이완 감독 덕분이었다.
루카스 반 이완 감독은 지난 삶에서도 굉장히 잘나가던 감독이다.
아니, 막말로 10년 정도 후에는 현역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히게 될 명장이었다.
그는 남들이 불가능하다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적의 감독으로도 유명했다.
그 기적의 시작이 바로 사우스햄튼이다.
“반 이완 감독은 굉장히 유능한 감독이지. 그렇다고 선수들도 무시할 수 없네.”
감독을 제대로 만난 덕분인지 몰라도 지금 사우스햄튼의 선수들은 미처 터뜨리지 못한 포텐을 마구 폭발시키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그 포텐을 터뜨린 라인이 공격진이 아니라 수비진이라는 거다.
설명하면 복잡한데, 수비라인이 수비, 점유율 장악, 공격까지 모두 다 하는 팀이다.
“다들 짐작하겠지만, 이 팀을 상대로 우리가 해야할 건 하나밖에 없다. 일리뉴, 그게 뭔가?”
일리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당연히 공격입니다.”
“그래, 공격일세. 공격. 공격하고 또 공격해서 콧대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사우스햄튼의 수비라인의 콧대를 꺾어줘야 하네.”
“늘 하던 일이군요.”
일리뉴가 덧붙여 말하자 아르텔리 감독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를 포함한 선수들을 쭉 훑어보며 말했다.
“그래, 다행히 나의 팀은 그 팀의 콧대를 꺾다 못해 박살 내줄 선수들이 넘쳐나지.”
아르텔리 감독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렇게 띄워주면 조금 부끄러운데.
“그렇다고 방심하라는 건 아닐세. 상대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시즌의 다크호스니까.”
“알겠습니다!”
늘 말하지만, 축구는 기세라는 게 있다.
그게 시합 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시즌 전체적으로도 흐름을 타기도 한다.
그렇게 우승까지 단숨에 달려가는 팀이 한, 둘이 아니다.
다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레스터 시티 이후에 그런 팀이 없는 상황이긴 하다.
박싱데이라는 살인 일정 덕분이었다.
그 살인 일정은 어지간한 스쿼드로는 감당하기 어렵거든.
하지만 지금은 박싱데이 이전.
아직 선수들의 체력도 완벽하고, 기세도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정도로 무섭게 타고 있다.
우리는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알았냐?”
짝.
“아! 일리뉴 아프다!”
감독의 뒷말은 아랑곳 않고 그전 말에만 꽂혀서 기가 살아 사우스햄튼은 별 거 없구나, 하고 헤실 웃는 일리뉴의 정수리를 짝 소리 나게 때려주며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그사이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나선다.
우리를 믿는다고 말한 감독 치고는 이번 사우스햄튼을 상대하기 위한 훈련은 꽤나 타이트하고 엄격했다.
훈련 도중 감독의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감독이 긴장한 것 같았다. 아니, 결연한 건가? 불안한 건가? 불안이 맞는 것 같다.
공격력에 자부심을 느꼈던 감독이 불안해하는 건 어떤 부분일까?
사우스햄튼과 일전이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