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9화
U-15 동아시아 교류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케이블 스포츠 채널에서 볼 수 있었고 인터넷 방송인 파프리카에서도 동시에 송출되고 있었다.
전반 11분, 윤태양이 말도 안 되는 높이에서 바이시클 킥을 성공시키며 2대0으로 앞서가자 시청자수가 오르는 것과 동시에 채팅창이 빠르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와 쟤 뭐냐?
-미쳤다
-애가 저런 거 가능?
-아까 골 넣는 것도 봤음? 일본 애들 가지고 놀더라
-드리블 ㅈㄴ 잘 치던데
-라 크로케타 보고 지림;;;
-우리나라에 이런 애가 있나 싶더라
-제2의 손홍민 나올 각이냐?
-ㅋㅋㅋㅋ 요즘 제2의 손홍민 ㅤㅇㅙㄹ케 많냐
-걔들 중 한 명이라도 터져주면 대박이지
-일본 애들 유럽파 8명이라며?
-그중에 세 명은 뭐라더라 세 개의 보물이라고 삼보라 부르던데
-그 삼보 지금 우리 팀 미드필더에 개발리는 중
-삼보는 컴퓨터 아니냐? ㅎ
-…아재요
-아니 근데 일본이 이 정도로 못하는 애들이 아닐 텐데;
-일본이 아무리 잘한다 하더라도 한일전은 다르다
-실력으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지
-와.
-와ㅏㅏㅏㅏ
-미쳤다 방금 아까 그 꼬맹이 두 골 넣은 거 봄?
-쟤 이름 뭐냐?
-아까 라인업 보니 윤태양이라네
-ㄷㄷㄷㄷ 윤…‘태양’?
-일본 가지고 노는 건 완전 태닝 양아치 급이네;
-일본 NTR 당하는 거임? ㅋ
-NTR 뜻은 알고 말하냐? 뭘 당한다고 NTR?
-우승을 ‘태양’한테 뺏기고 있음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 * *
일본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힘을 못 쓸까?
이건 사실, 성인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한국의 축구는 그야말로 상극이거든.
일본의 스시타카는 분명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축구라고 할 수도 있다.
반대로 한국은 투박하고 거칠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스피드와 거친 플레이, 압박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근데 이게 일본에게는 쥐약이거든.
일본은 아시아에서도 유난히 피지컬이 안 되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라다.
그래서 기술과 패스를 중심으로 그저 예쁘게 축구를 하려고 하는데, 한국은 ‘예쁜 축구? ㅈ까’, 이러면서 거칠게 들이대니 페이스를 가져오기 힘든 거다.
일본이 유난히 한국에 기를 못 펴는 게 단순하게 선수들이 한일전의 사명감을 가지는 것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지금 우리 중원은 일본의 쥐약 같은 한국 스타일의 집약체 같은 아이들이 뛰고 있다.
중원에서 뭔가를 해보려는데 해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 일본이 자랑하는 세 놈을 좀 더 자유롭게 풀어줬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아니, 쟤들 중 미드필더 두 명은 병적으로 몸싸움을 싫어해서 어차피 안 되려나?
어쨌든 기세와 주도권은 우리가 가져왔다.
유소년 경기는 멘탈 싸움이다.
멘탈이 박살이 나서 뭘 해보려는 의지도 없애야 한다.
“큭큭큭, 연약하구나, 너희!”
최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본의 공을 빼앗고 되도 않는 소리를 하며 그는 주변을 훑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크크크.”
히죽히죽 변태같이 웃으며 최지우가 하프 스페이스 사이로 공을 찔러 넣는다.
이 자식 이제 패스 좀 할 줄 아네.
수비수를 옆에 두고 하프 스페이스 안으로 파고들며 내 발에 공이 들어오게 만든다.
오른편에서 일본 선수가 나를 붙잡고 밀어붙인다.
내 몸이 다소 왜소하다 보니 몸싸움을 해볼 만하다 생각한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그 정도에 쓰러질 내가 아니었다.
공을 왼쪽에 두고 팔로 상대를 밀어내며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달려가자 골키퍼가 각을 좁히며 다가온다.
내가 왼발, 오른발 두 발로 모두 골을 만들어낸 만큼 골키퍼는 내가 왼발을 사용할 줄 안다는 걸 알고 내 기준 왼쪽 골대 각을 죽이며 달려왔다.
나는 반 박자 빠르게 슈팅했다.
잔디 위를 미끄러지듯 낮고 빠르게 공이 쭈욱 뻗어나갔다.
골키퍼의 발이 미처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슈팅은 가차 없이 골망을 갈랐다.
“아아아…….”
관중석에서 어린 사무라이 재팬을 응원하러 온 관중들의 안타까움이 잔뜩 묻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까는 가족들에게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그런 그들에게 달려가 등을 돌려 내 등번호를 가리켰다.
T Y YOON
7
지켜봐.
앞으로 일본은 대한민국 7번, 윤태양에게 매번 좌절할 거니까.
내 나름대로의 선전포고였다.
* * *
“음.”
“허…….”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던 유럽의 스카우터들이 술렁였다.
“저 선수 이름이 뭐지?”
“유운…태이야앙?”
“윤태양?”
그들은 하나 같이 일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한 아이의 이름을 확인하기 바빴다.
“빠르네.”
“결정력도 좋고.”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네.”
윤태양을 본 스카우터들은 하나같이 감탄했다.
“제2의 손이라고 할 만한 걸?”
“한국은 꼭 한방씩 터뜨려 준단 말이지.”
하나같이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스카우터인지라 동아시아 사정에 대해서는 빠삭했다.
그들은 윤태양을 제2의 손홍민이라 평가했다.
“아니야, 손홍민보다 드리블이 좋아.”
“개인기로 탈압박하는 걸 봐.”
“손홍민과는 타입이 다르네.”
“아시아 선수 같지 않아.”
수군거리던 스카우터들은 이내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는 노인을 바라봤다.
전형적인 게르만의 외모를 지닌 그는 바이에른 뮌헨의 스카우터였던 프리델 마이어였다.
오랜 시간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동하며 바이에른 뮌헨에 걸맞는 월드클래스 선수를 대거 발굴한 세계적인 스카우터였다.
세계 곳곳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그는 아시아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그가 지금 한국의 국가대표팀의 에이스이자 손홍민의 후계자로 통하는 박민균을 시골 촌구석에서 발굴한 거로 한국에서 유명했다.
지금은 비록 바이에른 뮌헨을 나왔지만, 아니, 그래서 그에게 시선이 더 갈 수밖에 없었다.
소속도 없을 그가 도대체 왜 아시아에 왔을까?
삼삼오오 모여서 곳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스카우터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그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구경났나?”
그 말에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이 자리 대부분 젊고 경험이 적은 스카우터가 대부분이었는데, 스카우터답지 않게 한 성깔 하는 거로 유명한 그와 감히 시선을 마주할 사람이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멀어지자 그는 필드를 뚫어지게 노려봤다.
손에 든 맥주가 식어가는 줄도 모르고 손에 든 채로 그의 시선은 윤태양에게서 떠날 줄 몰랐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린다.
“한국은 참 신기한 나라야.”
동아시아 삼국에서 축구 인프라가 가장 좋지 않은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은 어설프지만 그 어설프고 부족한 부분을 돈으로 대신하고 있었고, 일본은 일찍이 생활 스포츠, 학원 스포츠가 잘 정착된 데다가 관중 동원이 잘 되고 학원 곳곳에 지원이 좋아 양질의 선수를 잘 뽑아낸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인구도 가장 적고 K리그 주니어도 훌륭하다 하기 힘든 마당에, K리그 주니어가 아닌 학원 축구는 대부분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희한하게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럽의 축구강국을 한 번씩은 무너뜨린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조국 독일도 몇 번이나 무너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희한할 정도로 저 인프라에서 대단한 선수들이 꼭 한, 두 명씩은 나온다.
일찍이 차붐부터 박지송, 손홍민, 여기에 자신이 데려온 박민균까지.
그리고…….
“저 아이.”
윤태양.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그는 태양의 의미를 잘 알았다.
“Die Sonne.”
이름에 어울리게 아이는 참으로 눈부셨다.
일찍이 그가 본 그 어떤 재능보다도 눈부시다.
절로 주먹이 쥐어지고 가슴이 뛰고 있었다.
손홍민? 네이마르?
아니다.
아이는 그 이상이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이후 후방에서 공간을 점유하며 압박하는 모습을 보라.
압박 끝에 빼앗은 공을 전방으로 보내는 패스는 또 어떤가.
거기에 공을 패스하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 공격에 가담하며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드리블로 라인을 박살 내는 것도 보인다.
자기보다 더 단단하고 키 큰 상대가 들이박아도 넘어지지 않는다.
코어가 좋고 균형감각이 매우 뛰어나단 소리다.
가냘픈 체구라고 무시할 수 없다.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에서 움직임은 또 어떤가.
수준 낮은 선수들을 상대로 희롱하듯 몇 번이나 슛 페인팅을 하다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슈팅으로 네 번째 골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골키퍼는 상대가 왼발을 쓸지, 오른발을 쓸지 몰라 휘둘리고 있었다.
조금 섣부를 수 있지만…….
‘저 정도면 양발의 메시가 아닌가?’
일찍이 그가 육안으로 봤었던 세상에서 가장 완전무결한 선수.
단언컨데 그 어떤 선수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것도 남미가 아닌 아시아에서.
역시…….
“한국은 참 재밌는 나라야.”
그는 식어버린 맥주를 단숨에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야 한다.
일본 때문에 이 자리에 모인 스카우터들이 직접거리기 전에 우리 구단이 저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
* * *
“엄마, 저 사람들 왜 나가요?”
경기를 지켜보던 가을은 문득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일본 관중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물었다.
지민은 딸의 물음에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아직 5분이나 남았는데.”
그 말에 신이나 아들의 이름을 부르짖던 지성이 말했다.
“보면 몰라? 우리 아들이 4골 1도움으로 박살을 냈으니 그렇지.”
“하긴… 어차피 질 거 끝까지 보면 맘 아프긴 하겠다.”
“아, 그렇구나.”
가을은 시선을 돌려 필드를 바라봤다.
경기장에서는 붉은 유니폼의 한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축구를 잘 모르는 가을이가 봐도 일본이 무력하게 휘둘리는 게 보였다.
그 가운데 일본 아이들은 더 이상 골을 주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듯 필사적으로 골문을 사수했고 마침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최종 스코어 5대0.
한국의 압승이었다.
“이겨따!”
“어마, 이겨써?”
자신보다 축구를 더 모르는 동생들은 경기 종료 휘슬과 동시에 오빠랑 같은 편 선수들이 환호하는 걸 보고 눈치껏 이긴 줄 아는 것 같았다.
일본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몇몇 한국 선수들이 그런 일본 선수를 위로하며 유니폼을 주고받는데, 오빠는 그들을 보지 않고 가족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오빠!”
“엉아!”
여름이와 겨울이가 오빠를 향해 양 팔을 벌리고 당장이라도 관중석을 뛰어내릴 것처럼 굴었다.
놀란 엄마와 아빠가 각자 동생들을 안고서 만류하는 가운데 오빠는 유니폼 상의를 벗더니 가족에게 내밀며 씨익 웃었다.
“아들 첫 우승 유니폼이에요.”
유니폼 교환을 할 수 있는데, 오빠는 가족에게 이 유니폼을 기념으로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야… 이런 귀한 걸…….”
아빠가 떨리는 손으로 오빠가 내미는 유니폼을 받아든다.
그걸 본 여름이와 겨울이가 유니폼을 잡으며 말했다.
“아빠 나 줘!”
“아빠 겨우리 꺼야!”
“어… 이건… 어어…….”
당황한 아빠가 말을 못하고 어버버 할 때, 엄마가 말했다.
“그만. 이건 거실에 장식할 거야. 누구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 거야.”
확실히 엄마는 우리 가족의 재판관이었다.
그때 가족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오빠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정강이에 보호대 같은 걸 꺼내 여름이와 겨울이에게 건넸다.
“이건 여름이랑 겨울이가 가져.”
“우아! 내 꺼야?”
“그래, 둘이 하나씩.”
“우아!”
그게 뭐라고 좋아하는 동생들을 바라보니 내심 부럽다는 생각이 들던 차.
오빠는 잠시 어디론가 달려갔다 오더니 가을이에게 건넸다.
공이었다.
“이건 오빠가 해트트릭이라는 걸 한 공이야. 이건 가을이 꺼.”
“우왁… 아, 아빠 꺼는 없냐?”
부러워하는 아빠를 보고 가을이는 상기된 얼굴로 공을 바라봤다.
“앞으로 더 잘해서 많이 드릴게요, 아버지.”
오빠는 의젓하게 그리 말하고 필드로 돌아갔다.
교류전 시상식이라는데, 오빠는 득점왕과 최우수 선수상을 받고서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가을이는 물론이고 온 가족이 모두 태양이를 자랑스럽게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