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36)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36화
“징한놈.”
메넨데즈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혼자 축구한다는 말이 통용되는 유일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뭘?
“공격은 혼자할 수 있지만, 수비는 아무리 태양이라도 혼자할 수 없다는 걸.”
사실, 당연한 걸 수도 있지만 이건 중요하다.
윤태양이 골을 넣는다고 꺾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까.
윤태양이 골을 넣으면 스페인도 골을 넣으면 된다. 그것도 더 많이.
윤태양은 거의 혼자서 해내고 있지만, 스페인은 디오스는 물론이고 자신까지 골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 넘쳐난다.
“쫄지 마! 우리는 계속 공격한다!”
메넨데즈의 외침에 스페인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느끼는 게 있었다.
막는 건 어렵지만, 골을 넣는 건 생각보다 많이 쉽다는 걸 말이다.
동점 상태에서 재개된 경기, 스페인은 다시 티키타카하며 질풍노도처럼 빌드업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선수들 스페인의 빌드업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한쪽으로 그렇게 몰리면 반대편 공간이 텅텅 비어요!]선수들이 압박을 위해 공이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걸 본 메넨데즈는 공을 받자마자 반대편에 있는 카르멜로에게 공을 패스했다.
대지를 가르는 그 특유의 패스를 보내고 뿌듯해하던 메넨데즈의 얼굴이 대번 구겨졌다.
그의 패스는 어느 순간 윤태양에게 맞춰져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가로채지 못하게 빠르고 강한 힘이 실린 중거리슛 같은 패스를 보낸다.
이걸 디오스도 받아내기에 스페인에서도 줄곧 이용했는데, 카르멜로는 그 공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발에 맞은 공이 순간 붕 떠올랐지만, 그래도 그 역시 라리가에서 어린 나이에 시즌 14골이나 넣은 선수였다.
서둘러 공을 수습하며 앞으로 전진하려 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배상현이 득달같이 달려갔고 카르멜로의 발아래 공을 가로채 갔다.
배상현은 슬쩍 앞을 바라봤다.
자기가 공을 잡기 무섭게 움직이는 태양이 보였다.
‘야, 공 잡으면 나 달리는 위치 보고 대충 때려.’
태양의 말을 떠올린 배상현은 발을 바라봤다.
‘근데 너 킥이 병신이더라. 가르쳐 줄 테니까 배워봐. 바이스티거가 킥을 좀 치더라고. 뭐? 내 스타일은 어렵냐고? 넌 죽었다 깨어나도 나 못 따라해, 인마.’
학구열과 굴욕을 동시에 선사했던 그놈의 말을 떠올리며 배상현은 힘껏 킥을 찼다.
대포알처럼 그의 발을 떠난 공이 쭈욱 뻗어나간다.
“해줘, 태양아.”
해줘 마인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진짜 바랄 게 태양밖에 없다.
모두의 기대를 받는 가운데 태양은 떨어지는 공을 갈레고와 함께 맞이하고 있었다.
기민한 움직임으로 갈레고를 등 뒤로 밀어넣고 앞을 차지한 태양은 갈레고가 연신 밀어내는 것도 버티면서 떨어지는 공을 발등으로 받아 그대로 플릭으로 뒤로 넘기며 몸을 빙글 돌려 떨어지는 공과 함께 달려 나가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골을 넣은 태양은 선수들을 바라봤다.
“봤지? 막기만 하면 골은 넣어준다고!”
버럭 외치는 태양의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결승에서 무려 해트트릭까지 해줬다. 진짜 다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서 지면 태양한테, 아니, 온 국민한테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잘하자 애들아.”
윤진용은 선수들에게 그리 말했다.
평소 사람 좋기로 소문난 윤진용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엄격 근엄 진지 그 자체였다.
사실, 그 역시도 군면제가 절실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윤진용만이 아니다.
“내도 미안타! 이제부터 잘 막아보께!!”
그건 신호성도 마찬가지였다.
신호성은 소리가 나도록 박스를 치면서 외쳤다.
“마, 니들 정신 안 차리나? 군 면제 받아야지 않겠나! 정신 차리라!”
“네!!”
선수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사실, 그들에게 간절함이 없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실력 차이일 뿐이었다.
아무리 군면제 버프를 받아도 지금의 스페인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간절한 만큼 몸이라도 불사질러야지.
그사이 킥오프와 동시에 스페인 선수들이 빌드업해서 들어온다.
저 빌어먹을 패스만 어떻게 막으면 될 것 같은데,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스페인 놈들은 기가 막히게 패스 길을 뚫어냈다.
단숨에 최전방까지 공이 연결되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디오스가 공을 잡았다.
디오스는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저 괴물은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도 기어이 해트트릭을 하는구나.
그 반면에 강력한 우승후보인 동료들을 데리고 두 골만 넣는 게 말이 되겠는가.
보여줘야 한다.
디오스는 환상적인 드리블로 끈적하게 달라붙은 김정환과 이지훈을 제치면서 안으로 들어가다 골대가 보이자 득달같이 슈팅했다.
“으랴아!”
신호성이 빠르게 뻗어오는 공을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뛰어오른다.
이번에는 공이 그의 손끝에 걸린다. 그는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손끝으로 공을 긁어 바깥으로 쳐냈다.
“씨바, 막았……!”
희열에 젖으려는 순간, 그 앞에 나타난 카르멜로를 보며 그의 안색이 굳어진다.
카르멜로는 이건 골이라고 확신을 가진 듯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빈 골대 쪽으로 슈팅한다.
그 순간.
[아!! 김정환이 뛰어들어 몸으로 막아냅니다!]카르멜로의 슈팅은 김정환의 배를 맞고 튕겨 나갔다.
빌어먹을 놈, 코앞에 있는 골대로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배가 다 얼얼하다.
그 가운데 다시 튕겨 나간 공을 향해 한국과 스페인의 선수들이 달려든다.
그들을 헤치고 공을 차지한 건 다름 아닌 메넨데즈, 그가 골대를 향해 힘껏 슈팅한다.
펑!
그의 발을 떠나간 공이 무서운 속도로 골대를 향한다.
이번에는 신호성이 펀칭으로 공을 쳐낸다.
신호성의 주먹을 맞고 공이 앞으로 튕겨 나간다.
[디, 디오스!!]그 공을 향해 디오스가 몸을 날려 오버헤드킥을 때려넣는다.
이젠 아무도 못 막겠지.
해트트릭이다.
[아아!!]하지만 그 공을 향해 몸을 날린 선수가 있었다.
배상현이었다.
배상현은 빠르게 달려드는 공을 향해 몸을 들이밀어 얼굴로 막아냈다.
배상현의 얼굴을 맞고 떨어져 나간 공을 김정환이 다급하게 앞으로 걷어냈다.
“씨발, 드럽게 아프네.”
배상현은 얼얼한 얼굴에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확인하고 한 손으로 콧구멍 한쪽을 막고서 팽, 하고 풀었다.
그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깨달았다.
재능이 없고 기술이 없어도 골대 앞에서 몸뚱아리를 굴리면 골을 막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다치면 어떤가?
선수 생명이 끝날 수준의 치명적인 부상만 아니면 오늘 이 경기에 다 쏟아부어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해서 이기면 군대로 낭비할 시간을 벌 수 있는데 뭔들 못하리.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더욱더 독해진 순간부터 전반이 종료될 때까지 한국은 거북이처럼 웅크리며 이 악물고 골대 앞을 지켰다.
작정하고 몸을 던져가며, 교묘하게 파울까지 저지르면서 막아내니 스페인으로서도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다.
[전반전 3대2로 종료됩니다! 스페인을 상대로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 열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특히 전반 말미에는 지금은 없어졌다 평가되는 대한민국 특유의 투지가 느껴졌습니다!] [금메달을 향한 간절함이 느껴졌어요!]-ㅋㅋㅋㅋㅋ 몸도 풀리고 긴장으로 굳은 것도 풀리니 군면제 버프가 제대로 들어간 듯
-그래 ㅅㅂ 못하면 저렇게라도 해서 막아야지
-언제까지 태양이 독박 축구 시킬 거야 해줘야지
-잘했다 후반에도 전반 마지막처럼 해줘라
-이거 이기면 군생활로 낭비하는 시간 벌 수 있는 거다 이 악물고 뛰어야지
-부상 당할래 군대 갈래 하면 부상 당할 거잖아? 이 악물고 해라
-나 같아도 저렇게 할 듯
-어릴 때 우리나라 선수들 축구하는 거 보는 거 같다 투박하지만 투지가 보여서 욕할 수 없는 그런?
-ㅋㅋㅋ 예전에 그놈의 투지투지 하면서 욕했는데 지금 보니 뭔가 끓어오르네
-맨날 유럽 세련된 축구만 보다가 이런 경기 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
-영화 하나 나왔다
-이건 ㄹㅇ 영화로 만들어도 될 듯
-아마 머지않아서 윤태양 다큐 무비 나오지 않을까?
-ㄹㅇ 그럴지도 모름
전반 마지막에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에 국민들이 서서히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태양이 넣어주면 다른 동료들이 막아주는 이상적인(?) 모습이 나온 덕분이었다.
“막판에 보여준 모습은 괜찮았어.”
라커룸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태양도 그 점을 칭찬해 줬다.
“힘들지만 우리 좀만 더 해보자.희망이 보이잖아. 그지?”
태양의 말에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눈은 희망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흙과 시퍼런 잔딧물이 들어 엉망인 유니폼과 배상현을 비롯한 몇몇 선수는 몸을 아끼지 않고 들이민 덕분에 피가 나고 얼굴이나 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뛰다보니 체력적으로 지친 듯 헐떡이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앓는 소리 하나 하지 않았다.
“다들 멋졌다. 그래, 이게 한국 축구지. 누군가는 욕해도 결국, 지지 않으려는 투지가 너희들의 실력도 끌어올려 주는 거야.”
이정후도 만족스럽게 말하고는 잠시 뒤 라커룸 뒤에 팬들이 건네주고 선수들이 일부러 걸어놓은 커다란 태극기를 주먹으로 쿵쿵 두들겼다.
“군면제 좋지. 그리고 너희 가슴에 이거 달고 있잖아? 비록 올대지만 그거 달아보고 싶어서 간절한 선수들이 어디 한, 두 명이었냐? 그거 생각하면 이 태극마크가 존나게 자랑스럽지 않냐?”
선수들은 자신의 가슴에 달린 태극기를 바라봤다.
어느 순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을 동경하며 언젠가 달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 자리 모두의 공통적인 목표였다.
“그리고 생각해 봐라. 이 마크를 타고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다고 말이다. 아마 10년, 20년, 아니, 어쩌면 30년이 지나도 언급될지도 모를 자랑스러운 기록이 될 거야. 그거 생각하니 짜릿하지 않냐?”
떠올려 본다.
너희는 금메달 따봄?
못 따본 새끼들은 아닥해라.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가자. 오천만 국민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동료가 부러워하고 후배들이 우러러 볼 역사적인 순간 한 번 만들어보자!”
이정후 감독의 말을 끝으로 선수들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새로운 마음으로 필드 위로 올라섰다.
삐이익!
그리고 주심의 휘슬과 함께 후반이 시작됐다.
전열을 가다듬은 스페인이 대한민국을 향해 빌드업해 나간다.
반복되는 상황이었지만, 역시 막는 건 힘들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끈질기게 따라붙어 물고 늘어졌다.
한 마리 개처럼 물고 늘어져서 그들을 서서히 늪으로 끌어들였다.
아무리 대단한 스페인이라 하더라도 한국이 비벼볼 만한 게 있었다.
이건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게 뭐냐고?
바로 체력.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 구시대 코치들이 강요하고 또 강요하던 구시대적 훈련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순간 빛을 보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움직임이 느려질수록, 한국 선수들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유난히 돋보인다.
[아, 한국 움직임이 좋아요!] [글쎄요, 이게 한국의 움직임이 좋아진 건지, 스페인 선수들이 둔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후반에도 힘을 내는 대한민국입니다!]스페인 선수들은 서서히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몸이 무거워질수록 그들은 더욱더 버둥거렸다.
하지만 늪 속에서는 발버둥칠수록 위험하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노영근이 공 뺏습니다!]더 깊이 빠져들기 때문이다.
[노영근 지근거리에 있던 윤태양에게 공 연결합니다!]그리고 그 늪에는 유일하게 홀로 자유로운 굶주린 호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윤태양 달립니다!]벌써 여럿 먹어치웠음에도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한 호랑이가 매섭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