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4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43화
선덜랜드에게는 꿈이 있었다.
언제나 위기이긴 하지만, 막연하게 우리는 추락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깨지며 강등당한 것도 모자라 4부까지 떨어져 본 그들은 언젠가 1부로 다시 올라갈 거라는 꿈을 가졌다.
그리고 기름냄새나는 부자 구단주를 만나서 기고만장한 뉴캐슬 놈들의 콧대를 짓밟아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뉴캐슬은 리그 우승도 모자라서 트레블을 이뤄냈다.
이제 어디 가서 우리의 라이벌은 뉴캐슬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비웃었다.
타인위어 더비?
다른 지역에서는 더비 취급도 못 받을 지경이 되었다.
뉴캐슬이 너무 강해졌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타인위어 더비를 포기할 수 없었다.
뉴캐슬이 상대해 주지 않더라도, 그들은 원정을 가서 뉴캐슬 놈들에게 신나게 자신들의 응원가를 부르짖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많은 팬들이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뉴캐슬은 그들을 잊지 않았다.
수준 떨어지는 너희가 무슨 라이벌이냐, 얻어터지러 왔냐 조롱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기에 하는 발언들이었다.
화가 나지만,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즐거웠다.
그래, 이게 더비지.
이 맛에 내 팀 응원하는 거지.
기뻐하는 것도 잠시.
뉴캐슬은 자신들을 배반하지 않았지만, 정작 팀이 그들을 배반했다.
더비란 무엇인가.
수준 차이가 나도 전력을 다해서 부딪치는 게 더비다.
절대 질 수 없다는 마인드로 화끈하게 말이다.
적어도 선덜랜드의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잔뜩 겁을 먹은 선덜랜드의 선수들이 텐백으로 뉴캐슬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던 더비는 이런 게 아닌데…….
아니나 다를까.
“하하하, 못 본 사이에 검은 고양이놈들 죄다 중성화라도 한 모양이네!”
“저렇게 쫄아서 싸울 거면 불알을 떼는 게 맞지!”
“창피한 줄 알아라, 이 새끼들아!”
툰들의 매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선덜랜드의 팬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야유가 넘치는 가운데 공을 잡은 윤태양이 달리기 시작했다.
선덜랜드의 팬들도 윤태양이 대단한 걸 안다.
모를 수가 없지.
솔직히 뉴캐슬 선수가 아니었으면 그를 보기 위해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뻔질나게 드나들었을지도 모를 정도다.
그들의 바람은 비록 윤태양에게 골을 먹히더라도 선덜랜드 선수들이 처절할 정도로, 그래, 윤태양이 이끈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필사적으로 스페인과 디오스를 막았듯이 그런 장면을 보여주길 바랐다.
그러기는 개뿔.
[윤태양 치고 달리는 것만으로 단숨에 세 명을 제쳐 버립니다!] [수비수 앞에 두고 한 번 접고 그대로 슈티이잉! 골입니다!] [이번 시즌 여섯 번째 골이 터집니다.] [전원 수비를 손쉽게 뚫고 득점하는 윤태양!] [전원 수비라고 하지만, 많이 허술한데요?] [아니, 이렇게 쉽게 뚫릴 거면 전원 수비를 왜 하는 겁니까?]태양의 돌파와 득점은 어떻게 보면 홍해를 가르는 모세와도 같았다.
일견 보기에는 그저 달릴 뿐인데 선덜랜드 선수들이 다 비켜준 것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우우우우.
뉴캐슬이 환호하는 사이에 선덜랜드 팬들이 야유를 보낸다.
그건 뉴캐슬을 향한 야유가 아니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십수 년 만에 맞이한 더비 경기에서 이런 졸렬한 싸움을 하려는 자기 팀을 향한 야유였다.
그 한가운데에는 이 선수도 있었다.
이엘 하츠.
윤태양이 오기 전에만 해도 뉴캐슬 유스팀의 에이스였지만, 윤태양에게 밀려나고 부모님의 이혼으로 선덜랜드로 떠났던 이 사내는 원래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선덜랜드 성인팀에서 당당히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뉴캐슬 선수들을 바라봤다.
그도 한때는 저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서 프로팀에서 뛰는 걸 꿈꿔왔었다.
저기 자신과 같이 유스팀에서 뛴 선수들처럼 미스터 툰과 함께 뛰어보고 싶었고, 그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상상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선덜랜드의 선수.
지금의 팀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프리미어 리그까지 함께 올라가는 그 과정 동안 정말로 사랑하게 됐다.
뉴캐슬을 향한 건 뭐랄까, 그래, 헤어진 여자친구를 마주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는 뉴캐슬 선수 사이에서 오연하게 서있는 윤태양을 바라봤다.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한때는 그를 질투하고 시기했지만, 이제는 그럴 기분도 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실력에 감탄할 뿐.
‘저 녀석은 나를 기억할까?’
그때였다.
득점 후에 골대에서 하프라인으로 걸어가던 태양과 눈이 마주친다.
이엘 하츠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순간.
“여어, 오랜만이다?”
윤태양이 이엘 하츠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 어어…….”
“이야, 옛날에는 나만 보면 이를 갈더니. 너도 어른이 됐구나?”
그 말에 이엘 하츠는 멋쩍게 웃었다.
그래,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그게 얼마나 철없는 짓이었는지 지금은 안다. 이혼 가정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몇 번이고 꺾이면서 그는 달라졌다.
하지만 그걸 보여줄 방법도, 상대는 볼 생각도 없을 거다.
이 필드 위에서 보여줄 건 하나.
자신의 실력뿐이었다.
[선덜랜드 킥오프합니다.] [공을 가지고 시간을 끄네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플레이입니다.] [실점해서 뒤쳐지는데 도대체 왜 이런 플레이를 하는 걸까요?]선덜랜드의 답답한 플레이에 야유가 더 커져가는 가운데 뉴캐슬이 라인을 올려 대대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두 팀도 감당하지 못했던 거센 전방 압박에 선덜랜드는 핀치에 몰린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패스는 희한할 정도로 끊기지 않았다.
[패스가 좋은데요?] [건강을 이유로 사퇴한 전임 감독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지금 선덜랜드는 저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 전임 감독과 이번 시즌 부임한 현 감독의 전술이 뒤섞인 느낌이 드는데요?]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껴지네요. 전임 감독은 라인을 내려 수비적인 태세로 상대를 끌어올리고 킥앤런, 고전적인 방식으로 득점을 만드는 스타일의 감독이었죠? 지금 모습이 딱 그 모습이군요! 그럼 현 감독이 보여준 건 뭔가요?] [텐백입니다. 전임 감독은 수비지향적인 감독이지만, 저렇게 허술한 텐백은 구사할 사람이 아니거든요.]지금 선덜랜드 감독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수비시 텐백, 공격시에는 빠른 빌드업으로 공을 앞으로 보낸다는 자신의 전술을 무시하고 선수들은 전임 감독의 유산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왜?
감독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선수들은 지금의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 그가 별 볼 일 없는 감독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에서 감독의 전술대로 했다가 대판 깨진 그들은 이번 경기에서 감독의 의도를 은연중에 무시하며 원래 하던 플레이로 더비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뉴캐슬이 하프라인까지 넘어 압박에 들어오자 상황을 보던 선덜랜드의 주장인 센터백이 후방을 노리고 롱킥을 찼다.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롱킥.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맹렬히 선덜랜드의 두 스트라이커가 달려 나갔다.
고전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빅앤스몰 조합.
큰 선수가 떨어지는 공을 머리로 따내서 작은 선수, 이엘 하츠에게 건넨다.
이엘 하츠는 그대로 전진했다.
‘봐라, 태양.’
그는 이를 악물고 골키퍼를 향해 달려 나갔다.
옆에서 촉촉하게 젖은 잔디를 밟고 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엘 하츠는 흘금 옆을 바라봤다.
뉴캐슬의 이적생 데스포토비치가 분주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엘 하츠는 자신 있었다.
무리시가 아닌 이상 자신의 속도를 따라올 뉴캐슬 선수가 없다는 걸 말이다.
오늘 경기에서 뛰는 데스포토비치나 드미트리 모두 공격수와 비교할 정도로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었다.
발끝에 힘을 주어 달리며 골대를 바라본다.
이런 기회는 앞으로 거의 없을 거다. 뉴캐슬이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엘 하츠는 지금처럼 집중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집중하며 골대 구석을 노리며 슈팅했다.
빠르게 뻗어나가는 공.
이건 골이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
파세리니가 날아올랐다.
신장 198cm, 팔 길이만 213cm나 되는 그가 팔을 쭉 뻗었다.
그러고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위치의 공을 한 손으로 잡아냈다.
“마, 말도 안 돼!”
파세리니.
고작 20살이라는 나이로 리첼라를 국가대표 부동의 골키퍼 자리에서 밀어낸 사나이.
그는 피지컬 자체가 골키퍼로서는 가장 사기적인 피지컬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팔 길이부터 사기인 것도 모자라 심지어 그는 손가락도 길며, 악력도 엄청났다.
점프력과 반사신경 역시 말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일찍이 농구계에서 그를 탐낼 정도였지만, 그는 축구를 사랑하는 이탈리아 남자였다.
어쨌든 아직 경험도 미천한 어린 소년이 그 ‘이탈리아’의 국대 골키퍼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 봐도 그의 피지컬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지 알 수 있었다.
이엘 하츠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얼어붙은 사이, 파세리니는 착지하며 곧바로 기나긴 팔로 공을 던졌다.
마치 발로 찬 것처럼 공이 쭈욱 날아가 단숨에 중원에 있던 소비올라에게 닿는다.
소비올라는 그대로 턴하면서 공격수 진영에 패스를 보냈다.
이엘 하츠에게 눈치나 보던 소년은 카싸마와 메넨데즈라는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보고 배운 패스로 정확하게 윤태양의 발에 패스를 전달했다.
그리고 윤태양은, 이엘 하츠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강력하고 정교한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그걸 본 이엘 하츠는 생각했다.
자신이 뉴캐슬에서 밀려난 것은 당연했다.
‘트레블을 차지할 수준의 팀에서 뛰려면 저런 괴물들이 되어야 하는군.’
뉴캐슬은 더비 정신을 일깨워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하늘 위에 하늘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두 번째 골을 시작으로 선덜랜드는 빠르게 기세가 죽기 시작했고, 뉴캐슬은 기세를 살려서 정신없이 선덜랜드를 몰아붙여 전반에만 4대0으로 앞서 나갔다.
그리고 윤태양은 후반이 시작되기 무섭게 추가 득점을 올리며 2연속 해트트릭과 1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곧 바로 교체되어 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며 물러났다.
[윤태양 선수가 교체되어 나갑니다.] [파티노 선수가 들어갑니다.] [파티노 선수는 발렌시아에 있을 당시 지금의 감독인 베이트호벤의 관심을 받았던 선수입니다. 비록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라 뉴캐슬을 선택하면서 그들이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여기서 이렇게 스승과 제자로서 만나게 되는군요.] [네, 눈여겨봤었던 선수인 만큼 베이트호벤 감독이 파티노를 잘 다룰 것으로 봅니다.]윤태양과 교체되어 투입된 파티노는 지난 시즌 아쉬웠던 출장 횟수에 이번 시즌에는 더 많이 뛰고 싶다는 것을 어필하기라도 하듯 팀에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뉴캐슬의 7대1 대승을 거뒀다.
모두들 뉴캐슬의 압도적인 화력에 감탄했지만, 경기장을 떠나는 선덜랜드 팬들은 1골에 의미를 두었다.
“이엘 하츠, 이 자식만 개같이 뛰더라.”
“그렇게 열심히 하는 놈인 줄 몰랐어. 생긴 건 재수 없게 생겨서는.”
“잘 커서 주장까지 해줬음 좋겠네.”
득점의 주인은 이엘 하츠.
그는 선덜랜드에서 유일하게 투지를 드러내며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