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50)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50화
이비카가 본 한국 축구의 강점을 보자면 아시아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강인한 피지컬에 있었다.
코어가 좋고 힘이 세며, 평균 신장도 아시아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놀랍게도 백인이 주축인 호주와 비교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월드컵에서는 호주보다 2cm 가량 더 클 정도였다.
이건 유럽에서도 피지컬에 있어서는 통한다는 소리다.
기술은 부족하지만 축구 이해도가 나쁘지 않아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으며, 양발을 쓰는데다가 유럽과 밀리지 않는 피지컬은 큰 무기다.
하지만 이비카가 생각한 한국의 가장 큰 무기는 이거였다.
[유세프!! 이현석에게 밀려서 공을 전개하지 못하고 뒤로 돌립니다.] [카미스 공 받자마자 전방으로 롱패스!!] [떨어지는 공, 아메드가 받나요? 아아, 유성재가 달려들어 몸으로 막아냅니다! 이거 자칫하다 아메드의 발에 머리를 차일 뻔했어요!]그래, 바로 저거다.
나쁘게 보면 무모하지만, 좋게 보면 이들은 겁이 없고 투지가 넘쳐난다.
이거야말로 가장 큰 무기다.
이들은 어떻게든 적을 물어뜯으려는 맹수의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비열하지 않지만, 이기기 위해서라면 전력을 다한다.
이들은 자국에서 칭하는 별명대로 태극전사, 그래, 전사다.
‘과거의 전사들은 얼마나 더 했던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들이 전사로서 투지가 예전에 비하면 형편없다 말한다.
이거 보다 더 심하면 용맹한 게 아니라 무모한 거 아닌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비카는 그들의 투지를 상대를 압박하는 데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일단, 이 모습은 아랍에미리트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일본이 큰 무대에서 한국과 붙으면 고전하고 어려워하듯이, 아랍에미리트 역시 자신들의 아기자기한 패스 게임을 우악스럽게 저지하고 들어오는 한국을 상대로 버거워하고 있었다.
거기에 지난 과거와는 다른 체계적인 싸움법까지 익힌 태극전사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카운터 그 자체였다.
최근 두 경기에서 압도적으로 한국을 짓누르던 아랍에미리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무력하게 한국의 압박에 휘둘려 빌드업을 하지 못하고 공을 뒤로 돌리다가 되려 한국에게 탈취당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됐다.
태양은 본인의 득점 이후에는 유난히 김현수와 조동호에게 기회를 만들어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애들 가르치네
-실전에서 훈련시키는 중 ;
-아니 최종예선인데 ;;;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이래도 됨? ㅋㅋㅋㅋ
-그만큼 월드컵 진출에 진심이라는 얘기
-본인은 이미 만렙 고인물이니까 뉴비들 쩔해줘서 키우려고 그러네
-ㅋㅋㅋㅋ쩔이라니 언제적 단어냐 ㅋㅋㅋㅋ
-아재요 ㅋㅋㅋ 쩔 ㅋㅋㅋ
-아재 쩌네 ㅋㅋ
-태양이도 쩐다
“현수 형! 저기 공간이 있으면 내가 공을 찔러주기도 전에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현수 형! 누가 봐도 내가 프리잖아? 왜 안 찔러주고 혼자 하려드는데?”
“동호 형! 하… 반 박자 빠른 슈팅은 봤어도 반 박자 느린 슈팅은 뭐야?”
경기 내용면에서 아랍에미리트를 압도하기 시작하자 태양은 조동호와 김현수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슈팅 연습을 그렇게 했을 분들이 그러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냥 연습한 대로 몸이 따라가는데 왜 거기에 잡생각을 넣어?”
“아니, 그게 쉬우면 내가 뉴캐슬에 있지, 인마.”
잔소리를 듣다 못한 조동호가 버럭 소리치자 태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경기에 집중했다.
바깥으로 나간 공을 골키퍼 모하메드가 롱킥으로 찬다.
단숨에 대한민국의 수비진영으로 떨어지는 공, 그 공을 향해 피지컬이 좋은 아메드와 에드아르두가 달려들었지만, 한국의 센터백 라인은 공중볼 싸움에서 아시아 선수들한테 질 일이 없는 선수들로 구서됐다.
당장 나이 어린 배상현만 해도 어느새 189cm에 달했고, 구단에서 잘 먹이고 잘 키운 값을 해내고 있었다.
[아, 배상현이 따낸 공을 박동근이 전방으로 보냅니다!] [김호, 공 받고 김현수에게!]김현수는 태양을 바라봤다.
‘시벌놈.’
잘하면 잘했지, 아주 그냥 잔소리 대마왕이다.
‘개똥같이 줘도 잘하는지 어디 보자.’
김현수는 공간을 향해 있는 힘껏 공을 찔러넣었다.
거의 슈팅이나 다름없는 패스는 단숨에 수비 사이를 가르며 뒷공간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태양은 기가 막히게 수비수들의 눈을 속이고 그 공을 쫓아갔다.
관건은 공을 터치하는 순간.
힘이 실린 공을 얼마나 잘 터치할 것인가?
적어도 김현수의 상식선에서는 받을 수 없는 개똥같은 패스였다.
하지만 태양은 오른발 인프론트로 가볍게 공을 받고서 왼발이 슈팅하기 쉽게 떨궈주고 그대로 왼발을 휘둘렀다.
단 두 번의 터치, 그렇게 태양의 발을 떠난 공은 우아하게 휘어지며 골키퍼를 피해 반대편 골대 구석에 꽂혀 들어갔다.
[골! 골입니다! 윤태양의 두 번째 득점!!] [전반 막판에 스코어가 3대0으로 벌어집니다!]득점한 윤태양은 김현수와 조동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들 이게 어려워?”
김현수와 조동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윤태양의 골을 마지막으로 전반전이 마무리됩니다.] [아랍에미리트를 말 그대로 압도한 전반입니다.]전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비카 감독은 후반전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A매치인 경우 친선경기가 아닌 이상 다섯 명의 교체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굉장히 많았다.
일단 조동호와 김현수를 빼고 이성호와 방성환을 투입했다.
사실 방성환, 윤태양, 이성호의 쓰리톱은 이미 올림픽에서 많은 걸 보여준 체제여서 그들의 호흡을 볼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건 이들의 경험이었다.
윤태양이야 당연히 둘째치더라도 방성환과 이성호는 월드컵까지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특히 이성호 같은 경우에는 A매치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도르트문트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것이다.
여기에 수비라인에 박동근을 빼고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독일과 링크되어 있는 김종연을 투입해 4-3-3 포메이션을 완성했다.
전반전보다 좀 더 공격적인 라인업이었는데, 이게 또 먹혀들었다.
윤태양은 방성환과 이성호에게 각각 한 개씩 어시스트를 하며 팀을 5대0으로 만들고 후반 23분 일찍이 교체됐다.
태양은 총총 걸음으로,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채운 붉은 악마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빠져나가다 자신과 교체를 준비하는 선수를 보고 멈칫했다.
김태훈.
올해 23살.
엘리트 코스는 커녕 K리그 2에서 데뷔해 상무에서 잠재력을 터뜨리고 전역하면서 수원으로 이적해서 뛰게 된 선수다.
어떻게 보면 태양이 알 리가 없는 선수였지만, 태양은 이 선수를 잘 알았다.
지난 삶에서 봐서?
아니다.
서울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푸른 피가 흐른다고 자부하는 아버지가 이 선수 플레이가 좋다고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이다.
“데뷔 축하해.”
태양이 손으로 어깨를 두드리며 하는 말에 태훈은 흠칫 놀라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그런 태훈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말을 안 했는데, 우리 아버지가 네 팬이야.”
“아, 응.”
그 말이 뭐라고 이리 설레고 사기가 오르는지.
긴장으로 잔뜩 굳어진 얼굴을 하고 있던 태훈은 조금은 밝아진 얼굴로 필드에 들어갔다.
* * *
[대한민국 6:0 아랍에미리트] [난적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태극전사들!] [세계 최고의 선수, 윤태양. 한 차원이 다른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다.] [상암벌을 지배하는 윤태양]-키야 ㅋㅋㅋ
-윤태양이 국대 승선한 이후로 고구마 따윈 절대 없네
-A매치마다 행복사 할 거 같음
-ㅈㄴ 든든하다
-애들아 그거 앎? 우리 태양이 이제 18살임 최소 10년은 국대에서 볼 수 있음
-ㅅㅂ ㅋㅋㅋ 생각만 해도 ㅈㄴ 좋네 ㅋ
-아랍도 가지고 놀았는데 이란은 어떠려나?
-이란도 ㅈ도 아닐 듯
-그래도 이란인데 ;; 무시하지 말자
-애들아;;; 태양이 친선경기에서 브라질 가지고 놀다 이긴 거 기억 안 남?
-아 그러네;;;
-브라질이랑 비교하면 이란은 ㄹㅇ 젓밥이지 ㅋㅋㅋ
-그러고 보니 태양은 그때부터 독박축구를 하고 계셨군요……?
-야 이 멍청이들아 이란도 이미 한 번 이겼어 ;;;;
-아 맞다… 브라질 하고 싸우고 그 담이 이란이었지?
-이란 무조건 이긴다고 본다
일본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최강국으로 취급하는 이란이지만, 이란은 작년에 이미 태양의 2골 1어시, 총 스코어 5대 1로 패배한 전적이 있었다.
그걸 기억해 낸 사람들은 이란도 어렵지 않게 이기리라 생각했다.
그들의 생각대로였다.
이란은 시작부터 구차하게 늘어지며 그들이 갈고닦은 침대축구를 선보였지만, 태양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윤태양은 전반에는 1골, 후반에는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 * *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
소집일까지 합하면 대충 10일간 일정이었다.
“바로 영국으로 가?”
파주에서 마지막 인사를 주고받은 뒤 훈련장을 빠져나가는 길, 공세환이 나에게 물었다.
“음… 아무래도 그래야지?”
“아쉽네.”
“시즌 중이라 어쩔 수 없잖아.”
“그건 그래.”
공세환은 예전처럼 사람 좋게 웃었다.
공세환은 이란과 경기에서 후반 15분을 뛰며 A매치에 데뷔했다.
사람들은 이성호에 이어서 파격적인 A매치 데뷔라고 했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와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기를 기다렸는데, 10일 동안 고작 15분을 뛰다니.
안 아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환이는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짧은 시간에 선배들에게 배운 게 많다며 좋아했다.
얘가 이렇게 긍정적이었나?
지난 삶에서는 커가면서 점점 한량이 됐던 기억이 있는데, 그 시절 공세환은 더 이상 없을 모양이다.
그건 그거대로 아쉬운데.
은퇴하고서 이 녀석이란 노는 재미가 쏠쏠했거든.
뭐, 그렇다고 사람 본성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그쯤 되면 또 같이 신나게 은퇴 라이프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넌 언제 가냐?”
“이따 새벽 비행기야.”
오우, 가려면 아직 좀 있어야 하네. 잠시 생각하던 나는 슬쩍 그에게 물었다.
“가기 전에 요 근처에 갈비집에서 갈비나 먹고 갈래?”
“오, 갈비 좋지! 그럴까?”
언제부터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파주 훈련장 근처에는 포천이동갈비가 있었다.
아니, 바로 옆동네가 포천인데 왜 굳이 파주에다가 포천이동갈비라는 이름을 달고 장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관광지 식당화 되어버린 본토 보다 파주 훈련장 근처에 있는 이 갈비집이 훨씬 맛있다.
“육회도 먹을 거지?”
“당연한 거 아냐?”
내가 씨익 웃는 사이에 뒤에서 누가 버럭 소리친다.
“야! 치사하게 니들끼리만 먹으려고?”
허겁지겁 달려오는 건 배상현이었다. 그 뒤에는 이성호도 있었다.
“우리도 먹자 갈비!”
일행이 두 명 더 추가됐다.
공세환은 나와 두 사람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유소년 대표팀 멤버네?”
“그러게. 히야… 그중에 넷이나 국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나머지 친구들 중에도 나중 가면 A매치 승선하는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꽤 이른 시간에 네 명이나 합류한 건 의외이긴 하다.
뭐, 일찍이 A매치에서 뛰면서 성장하면 좋은 거지. 여러모로.
그때였다.
혼자 뭔가 생각하던 이성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꼭 포천으로 이동해서 갈비 먹어야 해? 여기 근처에 없어?”
“…….”
“포천이동갈비가 그게… 그… 하… 아니다 됐다.”
배상현이 말문이 막힌 듯 말을 멈춘다.
나는 애초에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눈을 지그시 감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