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6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62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을 박살 내고 이어서 11월에는 카타르 원정에서 유럽파의 도움 없이 카타르와 무승부를 만들었다.
다가오는 12월, 상대는 북한과 중국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북한은 한국의 홈에서 경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한의 홈으로 한국이 갈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양국은 피파의 허락을 얻고 제3국인 중국과 일본에서 두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이번에는 한국의 다음 경기가 중국인 만큼 중국에서 북한과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다.
북한은 알 수 없는 상대였다.
상대 전적은 9승 9무 1패로 한국이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최근 10년 동안은 두 경기를 뛰어서 모두 이겼다.
유일한 1패는 1990년 평양 원정 친선경기에서 북한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판정으로 북한이 2대1로 간신히 승리한 경기가 전부였다.
알 수 없는 상대라고 이유는 전적에서 승리와 무승부 횟수가 같다는 걸 알 수 있듯이 한국과 북한의 전력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다.
다만, 갈수록 북한의 내부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체육에 대한 투자 역시 많이 줄어들어 선수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이번에는 한국이 무조건 이길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예전보다 더 열악해져 끼니도 제대로 챙기는지 걱정될 정도로 깡마른 북한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선수가 있는 한국을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한국의 축구팬들도 북한은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는 중국이었다.
수준은 축구굴기 이전으로 회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중국 축구 리그는 부정부패로 물들어 있었고, 구단들 역시 구단주들이 부도와 부실경영을 이어가며 망해가는 구단이 지금도 생겨나는 중이었다.
오죽하면 국가 위신까지 우려해 국가나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클럽이 1부에도 세 팀이나 있을 정도였다.
2부부터는 사실상 모두 이른바 인민구단이었고, 생활체육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가뜩이나 거친 그들의 축구가 과거로 회귀하며 과거만큼이나 거칠어졌기 때문이다.
-짱개 ㅅㅋ들 하는 게 축구냐? ㅅㅂ 쿵푸지
-ㄹㅇ로 소림축구 실현 중이잖아
-저번 아챔에서 광저우 선수가 박치기 한 거 잊을 수가 없다
-난 지들끼리 축구하다가 연장들고 패싸움 한 거 ㅋㅋㅋㅋㅋ
-우리 애들 중국이랑 싸우게 하는 게 맞냐?
-ㄹㅇ 그중에서 태양이는 어쩌냐 태양이 다치면 큰일인데
-태양이 다치면 국가적인 손실이다
-뉴캐슬도 a매치 차출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낸 거지 아니면 안 보냈을 듯
한국의 팬들은 대표팀이 중국의 홈에서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한편, 중국은 어떨까?
[첸하오위 vs 윤태양의 대결.] [세기의 축구 천재들이 만난다.] [중국의 보물, 윤태양을 넘어설 기회.] [첸하오위 “윤태양이 대단한 선수지만, 나 역시 프리미어 리그에 있었다면 그 정도는 했다.”]우물에서 간신히 고개를 내밀어 바깥세상을 둘러보기라도 했던 중국은 자국 축구 수준이 퇴보한 만큼 다시 우물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좁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ㅋㅋㅋㅋ 미친놈들이네
-첸하오위가 누구냐?
-상하이 샹강에서 뛰는 애 ㅋ
-샹강 ㅋㅋㅋ ㅅㅂ ㅋㅋㅋㅋ 아챔에서 전북한테 8대1으로 깨진 팀 아니냐? 저번 시즌에? ㅋㅋ
-그때 1골 넣은 애가 첸하오위임 ㅋㅋㅋ
-전북 상대로 1골 넣는 놈이 뭐? 윤태양? 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들 얼마 전에 베트남 하고 친선경기에서도 3대1로 지지 않았냐?
-그런 새끼들이 윤태양을 개호구로 보네ㅋㅋㅋㅋ
-예전에 우레이도 손홍민이랑 비교하던 놈들인데 뭘 더 바라냐
-우레이는 그래도 해외에서 뛰기라도 했지 ㅋㅋㅋ 첸하오위 이 새끼는 뭔데? ㅋㅋㅋㅋ
-첸하오위 중국 리그 기록 23경기 12골 4도움
-ㅋㅋㅋㅋ 중국 리그에서 고작 12골 넣고ㅋㅋㅋㅋ 뭐?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었음 자기도 윤태양만큼? ㅋㅋㅋ 억ㅋㅋㅋ
-ㅅㅂ ㅋㅋㅋㅋ 개그맨인가
중국의 반응을 전해 들은 한국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제는 아시아 축구도 꾸준히 발전하고 윤태양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는 만큼, 예전에 손홍민도 우습게보던 동남아에서도 함부로 한국 축구를 평가절하하지 못하는 판국인데, 중국은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 * *
“진짜 무슨 자신감이냐?”
“몰라, 중국놈들 이상한 거 어디 하루이틀 보냐?”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정작 대표팀 선수들이 오히려 첸하오위와 중국의 발언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넌 화도 안 나냐? 별것도 아닌 놈들이 저러는데?”
배상현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중국 사람들 착하던데? 막 와서 싸인 받으려고 하고 나 보고 한국말로 사랑해요 막 이러더라.”
“…아니, 언론이나 첸하오위인가 저놈 떠드는 거 화 안 나냐고.”
나는 또 한 번 어깨를 으쓱했다.
“개미가 공격한다고 사람이 반응하냐?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개미라니…….”
“굳이 대응하지 마.”
내 말에 배상현이 대인배로군, 하고 감탄하는 사이에 윤진용이 내 뒤에서 내 머리에 꿀밤을 먹이면서 말한다.
“웃기고 있네, 이 자식.”
“아야! 왜 때려? 머리 부상이라도 당하면 오천만 국민이 형 욕할 거란 생각 안 해?”
“임마, 네 SNS 봐라. 꿀밤이 안 마렵게 생겼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봤어?”
불과 3시간 전.
#CHOOKTAEYANG
[넌 첸하오위와 우리 중국 대표팀에게 네 형편없는 실력이 들통날 거야. 울면서 집에 갈 네 모습이 벌써 상상된다.]한 중국 인플루언서가 나에게 SNS 태그를 하며 도발을 해왔다.
아니, 중국놈이 어떻게 SNS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밑에 무수히도 많은 중국인들의 댓글이 달리더라.
바로 답변해 줬다.
@CHOOKTAEYANG
[중국은 이 SNS 불법 아니었어? 법이 있어도 안 지키는 민족답네.그런데 첸하오위가 누구야? 중국에도 프로리그가 있었던가?]
이렇게 말이다.
“별로 자극적이지 않은데?”
“첸하오위가 발작을 하던데? 중국인들도 자기 나라 무시하냐고 난리 치고 있다고. 길가다 테러 당할 걱정 안 하냐?”
“괜찮아, 형. 중국 간다니까 뉴캐슬에서 경호원을 잔뜩 보내줬어. 그리고 얘들 폭탄 테러 같은 건 안 해. 칼을 좋아해서 문제지.”
난 지난 삶에도 중국과 붙으면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자기들이 명예 유럽인이라고 생각하는 듯 콧대를 세우는 일본도 싫지만, 주제 파악 못하고 큰소리치는 이놈들이 더 싫었다.
“경기는 어쩌려고? 중국놈들 진짜 소림축구한다.”
윤진용이 걱정스럽게 말한다.
K리그 최강팀 전북 소속으로 아챔을 몇 시즌이나 나가본 그는 확실히 나 보다 중국을 잘 알고 있다.
“어지간한 반칙에는 안 당할 자신있어요.”
“그 정도 수준이 아니야. 팔이 닿으면 일단 잡고 본다. 주먹질도 하고. 발이 닿으면 일단 차고 보고.”
“아니, 그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배상현이 기염을 토하며 윤진용을 바라봤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경기에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이 자식이 도발했으니 기본적으로 살인태클은 각오해야 할 걸?”
“히익.”
“진짜 싫다.”
확실히 중국은 붙으면 피곤하다. 부상까지 걱정해야 하니 매 순간마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거든.
“그러니까 그만 떠들고 경기 뛰거든 조심하라고. 잡히면 진짜 뭐 된다?”
윤진용에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안 잡히면 되는 거야.”
“안… 잡히면 된다고?”
“굳이 몸싸움할 필요 없잖아?”
“그게 되냐?”
난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난 될걸?”
“좋겠다, 축구 잘해서. 망할놈.”
“썩을놈.”
아니, 중국편이세요?
왜 갑자기 내 욕을……?
* * *
중국은 중국이고.
이번 소집의 첫 상대는 북한이다.
그런데 왜 북한이 같은 호텔에 있는 걸까?
휴전이긴 해도 엄연히 적국이고 이번 상대인데 같은 호텔을 배정하는 게 맞아?
축구 실력만 퇴화된 게 아니라 중국 놈들 축구 행정도 개판인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신경을 안 쓰는 걸지도.
퇴화된 축구 실력과 별개로 중국의 영향력은 나날이 커져서 피파도 눈치를 볼 정도니 말이다.
그래도 한 식당에서 마주치게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그래도 좀 많이 떨어뜨려 놓기는 했다만.
“쟤들 왜 저리 말랐냐?”
방성환이 신기한 얼굴로 북한 선수단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는 시선을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
방성환의 말대로 북한 선수들은 상당히 말라있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지방을 뺀 것과는 달랐다.
저건 분명 먹지 못해서 마른 거다. 안색을 봐 건강한 안색이 아니잖아.
그리고 그들은 음식을 한가득 퍼서는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옆에서 코치인지 감독인지, 아니면 북한에서 보낸 감시자인지 몰라도 그런 그들에게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대충 거지같이 먹지 말라는 것 같다.
“아니… 굶기고 운동을 시키니 저렇게 먹지. 요즘 북한 진짜 힘든가 보다.”
배상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거 보면 안타까운데, 더 안타까운 건 내가 은퇴해서 과거로 돌아오기 전까지 저긴 바뀌지 않았다는 거다.
안타까운 일이지.
코로나 이후로 식량난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을 하는 저런 애들도 저런 몰골로 나온다.
아마 피파를 통한 수익이 아니었으면 창피해서 내보내지도 않았겠지.
그건 그건데…….
“우리 성호는 굶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거지같이 먹을까?”
“응?”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성호를 향한다. 이성호는 음식을 한가득 퍼서는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팔각향이라고 해야하나? 중국 특유의 향신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저렇게 못 먹겠던데…….
“야, 너 진짜 굶었냐?”
보다 못한 배상현의 물음에 이성호가 말했다.
“으응? 아뇨. 중국음식 맛있네요. 전 아마 전생에 중국인이었나 봐요.”
아마 전생에 장비나 이런 사람 아니었을까?
“그래… 많이 먹어라.”
성호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
대충 먹고서 자리를 털고 먼저 일어나 식당을 빠져나온다.
그때였다.
북한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수 하나가 화장실을 다녀온 듯 입구로 들어오다 나를 보더니 멈칫한다.
뭐지?
“유, 유, 윤태양……!”
오.
“나를 알아요?”
“어… 그…….”
그는 흘끔 북한 선수단이 모여있는 자리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축구 선수가 윤태양을 어찌 모르겠슴까? 박힘 공격수로는 최고 아닙네까?”
박힘 공격수는 뭐야……?
“신기하네요.”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네다.”
묘한 기분이다.
다른 나라인데 말이 통하니까 지방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랄까?
“지도원 동지께서 경기도 다 보여줬습네다. 어찌 그리 공을 찰 차는지. 부럽지 말입네다.”
“통일이 됐다면 같이 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
그는 다시 한번 눈치를 본다. 때마침 북한 선수단에서 누군가를 찾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무래도 이 선수를 찾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겠습네까?”
그는 작은 목소리로 서둘러 그리 말하고는 나와 대화 같은 건 나누지 않았다는 것처럼 허겁지겁 북한 선수단을 향해 걸어갔다.
솔직히 통일을 바라진 않았는데, 막상 이렇게 마주하고 보니 기분이 묘하다.
통일이라.
“그랬으면 좋겠네.”
꼭 통일이 되겠지.
언젠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