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75)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75화
새해를 맞이한 다음 날 새해 첫 일정이 시작됐다.
프리미어 리그 21라운드, 상대는 스완지시티였다.
[윤태양, 득점합니다!! 새해 첫 득점!!] [완벽한 바이시클 킥이었습니다!] [뉴캐슬의 새해 첫 골도 결국, 이 선수가 해주는군요!] [여러분, 뉴캐슬의 왕입니다!]득점한 윤태양을 위한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윤태양은 엠블럼에 키스하고 양팔을 활짝 벌렸다.
경기장의 온갖 조명이 윤태양을 비추는 듯 윤태양이 환하게 빛났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람들이 윤태양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커리어나 상황과 관계없이 오로지 순수하게 윤태양 본인 모습의 인생에 손꼽히는 인생샷으로 기록될 사진이었다.
이어서 복귀한 카싸마와 일리뉴가 득점하면서 뉴캐슬은 3대0으로 새해 첫 승을 거뒀다.
그 가운데 윤태양이 첫 골을 넣고 보여준 인생샷으로 인해 윤태양 팬클럽은 난리가 났다.
궁녀단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태양궁(Sun Palace)로 불리는 팬클럽은 한국 수준을 넘어서 국제적인 팬클럽이 된 지 오래여서 지금에 와서는 한국어인 태양궁보다 Sun Palace로 더 많이 알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궁녀들은 여전히 궁녀라 불렸는데, 대신 아이디 옆에 자신의 국가 약자를 표기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Lisa[GBR] : 안녕, 애들아! 경기 직관 갔다가 좋은 사진 얻어서 올릴게!
-Lisa[GBR] : [득점 후에 양팔을 벌리고 선 태양의 모습(사진)]
-E.F[UAS] : 어머 이 사진 뭐야?
-YEON[KOR] : 전하 ;ㅁ; 너무 멋지세요 ㅠㅠㅠㅠ
-DIANA[GBR] : TV 중계로 봤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직관 가서 그 장면을 찍은 궁녀가 있었네! 소장하고 싶었는데 고마워! 너무 멋있다 😀
-KARINA[JP] : 타이요 오오사마 다이스키
-DeboRa11[ESP] : JEONHA!! 너무 사랑해
-BLACKCAT[BRA] : Your Majesty!!!
윤태양의 인기는 국제적이었고, 팬클럽도 국제적인 만큼 회원수도 상상을 초월했다.
회원 가입한 회원수만 합쳐도 7천만을 넘어섰고, 가입인사와 동시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만 10%를 넘어서고 있었다.
축구가 국제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지만, 이는 역사를 찾아봐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누가 보면 꼭 가수나 아이돌의 팬덤 같지 않은가.
그래서 일간에서는 윤태양을 축구계, 혹은 스포츠계의 아이돌로 부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윤태양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 * *
“기존 것들은 제외하고 새로 제안 들어오는 광고는 모두 거절해 주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 태양, 그래도 제안 온 광고 단가들이 하나같이 거액인데요?]“당분간은 축구에 집중하고 싶어요.”
[어, 음…….]“아무튼, 그렇게 알고 계세요. 아, 혹시 유니세프 같은 자선단체에서 오는 제안은 받을 거니까, 저한테 말씀해 주시구요.”
[아무래도 태양, 다시 생각을…….]나는 안나와 통화를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이 안 맞아.”
나는 나에게 무작정 권유하는 사람보다 내가 요구하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나를 케어해 줄 에이전트를 원했다.
하지만 안나는 그러지 않았다.
돈을 바라고, 사심을 마구 심어넣는다.
시즌이 한참인 사람한테 팬미팅을 권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그런데 안나는 내 사정을 생각 안 하는지 본인이 욕심을 내는 건지 몰라도 이번 윈터 브레이크 기간에라도 팬미팅을 하자는 의견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팬미팅 금액을 전액 기부하자는 말을 하고 난 뒤에 쏙 들어갔다.
아무래도 개인의 사심과 돈 욕심이 같이 얽혀있는 것 같다.
지난 삶에서는 굉장히 유능했던 에이전트이자 거대 에이전시의 주인이었던 안나는 이번 생에서 예전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와 계약하면서 그녀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일들을 마주할 일이 없어 정체된 걸까?
그게 아니면 나 하나로 만족하고 발전이 없거나.
아무리 사람이 포텐이 높다 하더라도 그 포텐을 모두 터뜨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게임처럼 말이다.
아니, 게임에서처럼 내가 세심하게 관리해 줘야 하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난 축구선수지 에이전트가 아니니까.
아무튼, 돈 욕심과 사심만 가득한 그녀가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이 앞선다.
“에이전트를 바꿔야 하나.”
아니, 바꿔야겠다.
문제는 누구와? 또는 어디와 계약을 하냐는 건데.
뭔가 이거 하자 저거 하자 간섭하지 않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주는 곳 없으려나?
“아버지한테 부탁해 볼까…….”
문득, 아버지가 생각난다.
적지 않은 축구 선수가 가족에게 에이전트를 맡기는 일이 많아서 생각이 난 거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다.
무역업을 해온 아버지는 협상도 익숙할 테고, 금전적인 부분도 밝으니까.
그리고 축구판에 문외한인 것도 아니다.
몸에 푸른 피가 흐른다고 자처하시는 우리 아버지는 원래 축구를 좋아하는데, 자식이 축구 선수다 보니 나보다 더 빠싹하게 축구판 이야기를 알고 계신다.
어디서 저런 정보를 구해오는지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자격증만 따고 적응만 잘 하면 금방 이 일을 익숙하게 할 수 있으실 것 같은데.
거기에 내가 향후 추진하려는 것들을 함께 하기에도 좋을 것 같고.
뭘 추진하냐고?
뭐… 축구 교실이라든가, 축구팀 운영이라든가 이런 거?
아직은 막연하지만, 나 나름대로 후진 양성에 힘써볼 생각이거든.
그리고 꾸준히 하고 있는 기부도 내 이름으로 하고 있는데, 내 이름으로 자선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너무 막연하고 포괄적인가?
그런데 이런 일을 나 혼자 할 수는 없잖아.
상의하고 함께 할 사람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렇다면 아버지가 최선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말하자 아버지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들이 도와달라면 당연히 도와줘야겠지만… 아빠도 나름대로 고민 좀 해볼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아버지. 그냥 혹시나 하고 물어보는 거니까.”
“사실, 솔깃하긴 하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이 축구 관련 일을 할 수 있다는데 안 좋겠니?”
“그건… 그렇죠?”
“근데 네가 말하는 일이 워낙 스케일이 큰 일이라, 이 아빠가 할 수 있을지 고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하겠다면, 어떻게 뭐부터 시작할지 플랜도 고민해 보고.”
“네, 아버지. 충분히 고민해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아버지와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할아버지들이 찾아왔다.
두 분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장손.”
“네, 할아버지.”
“네 외할아버지랑 이 할애비가 진지하게 하려는 일이 생겼지 뭐여.”
아니, 두 분은 또 무슨 일을……?
“사돈, 말은 똑바로 해야지. 피터 이름은 왜 쏙 빼는감?”
“이, 그렇지. 피터까지 셋이여.”
“세 분이서 무슨 일을 하시려고요?”
할아버지가 외할아버지의 옆구리를 쿡하고 찌르자 외할아버지가 헛기침을 하시고는 뒤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이거… 맥주 아니에요?”
정확히는 브라운 에일.
“그래. 피터가 만든 브라운 에일이란다.”
지금에 와서 피터의 펍은 뉴캐슬 축구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 되었다.
왜냐고?
우리 할아버지들이 매일같이 출근하고 우리 할아버지들과 축구를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피터의 펍 이름도 D.O.T로 불리고 있었다.
약자인데 풀어쓰면 Dog’s of Taeyang, 태양의 개들이라는 이름이었다.
브라운 에일의 별칭이 Walk the dog인데, 브라운 에일을 마시러 펍에 가는 뉴캐슬의 남자들의 모습이 꼭 산책에 신나서 뛰쳐나가는 개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나의 개들이라는 말은, 여기서 파생된 말로 나의 경기를 브라운 에일 마시며 보기 위해 펍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비유해서 생겨난 거다.
아, 그리고 피터가 손수 제작하는 브라운 에일도 피터의 펍이 뉴캐슬 축구의 성지가 되는 데 한몫했다.
가장 대표적인 브라운 에일인 ‘뉴캐슬 브라운 에일’이 건강을 빌미로 이런저런 원재료를 빼먹으면서 옛맛을 잃었는데, 피터는 정확하게 뉴캐슬 사람들이 좋아하던 옛 브라운 에일의 맛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그걸 펍에서 파는 것뿐만 아니라 마트에서도 살 수 있게 상품화 하겠다는 거다.
“맛 좀 볼텨?”
“아아, 아니요. 아직은. 아무튼, 맥주 회사를 만든다는 거예요?”
“흠흠,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네.”
“음…….”
외할아버지가 난처해하자 답답했는지 할아버지가 대신 입을 열었다.
“거… 회사 소리 좀 들어보려면 회사를 차려야 하는디… 투자가 영…….”
“그래요? 제가 투자할게요.”
거 조그만 맥주 회사 하나 차리는 데 얼마나 든다고.
두 분이서 노년에 하릴없이 시간 보내는 거보다 보람찬 일일 텐데 당연히 투자해 드려야지.
“역시 우리 장손이여.”
“우리 손주 덕에 맥주 장사 좀 해보겠구나.”
“이이, 아, 이럴 게 아니지. 사돈 뭐하는가, 피터한테 가서 말혀야지.”
“그래. 피터가 좋아하겠군.”
두 분 할아버지는 찾아온 순간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지셨다.
할아버지들한테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Walk the dog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락없는 뉴캐슬 사나이들이 되신 것 같다.
“그나저나 요번에는 어디를 가서 쉬지.”
윈터 브레이크를 맞이한 지금 뭘 할지 고민이다.
영국은 겨울에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아이들 데리고 어디 가기도 애매하고.
엄마는 요즘 동생들 돌보는 건 물론이고, 유튜브 라방을 하느라 바쁘시다.
아버지도 회사 때문에 바쁘신 와중에 내 제안까지 고민해야 할 시기였고.
할아버지 두 분은 방금 본 것과 같이 사업을 구상 중이시고.
가만히 생각하다 떠오르는 게 있어서 무릎을 탁하고 쳤다.
언젠가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바로…….
“낚시 가자.”
낚시는 지겹게 하고 있지만, 꼭 하고 싶던 낚시가 두 가지 있었다.
남태평양에 가서 바다낚시 하는 것, 그리고 북유럽에 가서 민물과 바다낚시를 하는 것.
2주면 둘 중 아무 곳에서나 낚시가 가능할 것 같다.
아니지.
낚시 후에 복귀해서 며칠이나 더 쉴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지.
2주라는 시간이 긴 거 같으면서도 은근히 짧으니까.
“그래, 가자.”
마음을 정했으니 바로 가야지.
장비는 집에 차고 넘친다.
일찍이 취미처럼 낚시 장비를 모았거든.
나는 냉큼 내려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저 여행 가려고요.”
“혼자?”
“네. 성인된 기념으로.”
엄마는 내 말에 뭔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우리 아들, 지금까지 가족들 사이에서 부대끼느라 혼자만의 시간이 없긴 했지.”
음… 혼자만의 시간은 지난 삶에서 충분히 체험했기에 그다지 아쉽진 않은데.
그냥 온전히 낚시에 몰두하고 싶은 거다.
눈 덮인 오두막에서 벽난로에 불 피워놓고 책도 읽고 싶고.
뭐, 그런 거 있잖아.
은거 기인 같은 그런 느낌.
아, 이게 혼자만의 시간이랑 결이 비슷한 건가? 아무튼.
“그래, 다녀오렴. 혼자서 괜찮지?”
“정 안 되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돼요.”
북유럽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아, 아니다.
“아니지. 아마 구단에서 경호원은 꼭 데려가라고 할 걸요?”
“그것도 그렇네?”
경호원을 생각지 못했다.
뉴캐슬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 혼자 움직이는 걸 원하지 않는다.
잘못되면 큰일나니까.
치안이 완벽한 한국에도 꼭 경호원을 붙이려고 하는 게 우리 구단인데.
대신 한 사람만 데려간다고 해야지.
“비행기 표는 예약하니?”
“아… 비행기도 아마 아무거나 못 타게 할 걸요?”
비행기 사고라도 날까봐.
분명 구단주 개인 비행기 타고 가라고 하겠지.
막상 혼자 떠날 생각이었는데, 엄마보다 과보호가 심한 뉴캐슬 때문에 혼자만의 여행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아무튼, 가족 없이 갔다 올게요.”
“그래, 그러렴.”
가자.
북유럽으로.
어디로 갈까?
노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