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78)
축구가 간절하다 278화
박싱데이가 지나고 나면 희한하게 한가해진다.
3, 4일 간격으로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는데 챔스도, 컵대회도 없는 1, 2월은 일주일에 경기가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일 정도다.
당장 22라운드를 치르고 7일 뒤에나 23라운드가 치러질 예정이다.
뉴캐슬의 23라운드 상대는 첼시.
꾸준한 첼시는 주포인 바소모 시비의 이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승리를 이어오며 리그 3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물론, 바로 뒤에 승점 1점 차이로 맨유가 쫓아오고 있었고, 초반에 잘나가던 맨시티가 뉴캐슬과 패배를 기점으로 기복을 보이며 6위까지 떨어진 덕분도 있지만, 자신들의 경기력을 유지하며 3위를 지키고 있는 것도 대단한 거다.
그만큼 히스 조나단은 능력 있는 감독, 명장으로 취급해도 충분한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약점이 있었다.
바로 뉴캐슬.
그와 그의 첼시는 뉴캐슬의 대항마로 취급받은 적도 있지만, 결국,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게다가 베이트호벤이 부임하고 난 뒤 첫 대결에서 대항마로 불리던 시절이 무색할 만큼 무력하게 지지 않았던가.
히스 조나단이 베이트호벤에게 영감을 받았다면, 원류에 가까운 베이트호벤은 히스 조나단의 생각을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손오공처럼 훤히 꿰뚫고 있었다.
다만, 히스 조나단 입장에서는 핑계를 댈 만한 것들이 있긴 했다.
우선, 뉴캐슬에는 윤태양이 있다는 것.
지금에 와서는 감독이 없어도 우승을 하게 만들 선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첼시의 주포가 없었다는 것.
바소모 시비와의 갑작스런 이별로 대체할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첼시는 이번 시즌 내내 득점력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당장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인 윤태양의 존재는 여전히 해결하기 힘들지만, 첼시는 디네이를 영입하면서 두 번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디네이가 첼시의 득점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팀을 넘어 리그 자체를 옮긴다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그 어떤 빅리그와 비교해도 가장 거칠고 강한 피지컬을 요구하는 리그였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드는, 리그 상위권부터 하위권 팀까지 만만하게 볼 팀이 없는 세계 최강의 리그였다.
그런 곳에서 과연 디네이가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네이는 피지컬보다는 속도와 기술을 이용하는 스타일의 선수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그의 데뷔전은 그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시험 무대이기도 했다.
문제는…….
-데뷔전이 뉴캐슬 ㅋㅋㅋㅋㅋ
-디네이 ㅈ같겠누 ㅋㅋㅋ
-지난 시즌 챔스 결승전 ptsd 오는 거 아니냐?
-아무리 봐도 디네이는 프리미어 리그 스타일이 아냐
-디오스는? 디오스도 디네이랑 비슷하지 않나?
-디오스는 재능이 차원이 다르잖아 ㅡㅡ
-디네이는 뭐 ㅅㅂ ㅈ밥이냐?
-난 디네이는 안 될 거라고 봐ㅋ
-호드리구 기억 못함? 디네이랑 플레이 판박인데 이 ㅅㅋ 라리가에서 날아다니다가 프리미어 리그 와서 ㅈ 박은 거?
-호드리구 진화판이 디네이잖아 디네이는 다름
-디네이도 팬이 다 있었네
-디네이 빠는 애 처음 봄 ㅋㅋ
-디네이 희한하게 인기가 없긴 하지
모두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디네이와 비슷한, 아니, 스타일이 똑같은 호드리구라는 선수의 사례 때문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 선수였던 그는 라리가에서 33경기 39골을 넣는 인간계 최강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세계 유수의 빅클럽의 관심을 받았었다.
그런 그를 데려온 팀은 다름 아닌 그 당시 프리미어 리그 최강의 팀 맨체스터 시티였다.
한화 2,400억, 주급 6억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화려하게 입성하다 못해 심지어 때마침 은퇴한 홀란드의 뒤를 이어 9번을 단 그는 그 시즌 31경기 12골, 다음 시즌 18경기 5골에 그치며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고 방출됐다.
사람들은 디네이도 호드리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확신하다시피 했다.
워낙 스타일이 똑같고 심지어 체격도 작았기 때문이다.
이에 디네이가 자신의 SNS에 답했다.
@DINEI_SANTOS
[나는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 디네이니까.]그리고 잠시 뒤.
@DINEI_SANTOS
[당장 데뷔전부터 잘하겠다는 소리는 아냐… 알지?]그는 의외로 소심했다.
* * *
뉴캐슬어폰타인에 사는 사람들 중에 뉴캐슬 토박이라면 모태신앙과 동시에 모태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경기장을 찾아가진 않더라도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10번 중 7번은 펍을 들르는 사람이 수두룩했고, 딱히 축구를 너무 좋아하지 않는 뉴캐슬 사람이라 하더라도 뉴캐슬 경기가 하는 시간에 딱히 할 게 없으면 자연스럽게 TV에서 뉴캐슬 중계를 틀어놓는다.
첼시 경기가 열리는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고, 경기장 주변에서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면서 경기장 안 사람들이 부르는 응원가를 같이 부른다.
그리고 뉴캐슬의 모든 펍도 사람들이 가득 찼다.
피터의 펍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피터의 펍은 언제나 사람들이 붐볐다. 킹의 할아버지들과 함께 경기를 시청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사람들이 피터의 수제 브라운 에일이 담긴 피터 펍 특유의 투박하고 두꺼운 맥주잔을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캔이나 병맥주를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피터와 할아버지들이 합작해서 만든 맥주 브랜드의 시제품이었다.
그 병에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니, 툰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검고 흰 줄무늬 바탕에 까치 한 마리가 그려진 방패와 그 위에 금색 왕관을 쓴 숫자 7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맥주의 이름은…….
King’s Brow Ale.
뉴캐슬의 근본과 뉴캐슬의 왕을 상징하는 이 맥주는 마치 네덜란드 맥주 회사에 팔려 나간 브라운 에일보다 자신들이 진정한 근본이자 원조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맛도 그랬다.
“이야… 그래, 이거지. 이게 브라운 에일이지.”
“진짜 옛날 생각나는 맛이네.”
“진짜 잘 만들었군.”
네덜란드로 팔려 나간 브라운 에일은 맛이 많이 변한 것에 비해 할아버지들과 피터가 만든 맥주는 뉴캐슬 사람들이 그리워하던 과거의 맛을 재현해 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몰라도 뉴캐슬 사람들로서는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마치 햄맛 빠진 삼X라면에 햄맛이 돌아오고, ㅅ라면이 수십 년 전 본래의 맛을 재현해 판매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건 자네의 브라운 에일 맛이 아니지 않나?”
“맞아. 피터의 브라운 에일은 좀 더 달지.”
그 말에 피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한 가지 시제품을 더 꺼내놨다.
“아직 계획 중이지만, 세 가지 맛을 낼 예정이야. 이건 피터 버전.”
“오오.”
사람들이 감탄사를 터뜨리는 사이 할아버지들은 흐뭇하게 병맥주를 부딪쳤다.
피터와 함께 고심해서 재현한 맛이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아, 그럼 세 번째 맛은 뭔데?”
“이거지.”
피터가 또 하나를 꺼냈다.
“무려 도수 14%!! 상남자의 에일이다.”
“오오!!”
에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거하게 취하기 위해서 술을 먹는 사람도 있는 법.
하지만 위스키는 너무 세고 커피나 탄산수에 타먹는 건 밍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세 번째 버전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 외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짓말처럼 펍이 조용해지고 그를 주목한다.
“자, 친구들. 오늘은 우리가 만든 맥주와 함께 경기를 즐기세!”
“오오오오!”
환호성과 함께 피터가 외쳤다.
“왕이시여!!”
“Your Majesty!!”
* * *
[프리미어 리그 23라운드! 뉴캐슬과 첼시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경기 시작 전에 라인업 보고 가시죠!]뉴캐슬 UTD
샬렛/윤태양/일리뉴
메넨데즈/카싸마
소비올라
린데만/무리시/바이스티거/산체스
파세리니
첼시
세레티/디네이/바우프티니
코작/델로아/오렐레나
주니뉴/데 누초/케이퀘/크루즈
데스타노글루
[양 팀 모두 베스트 멤버입니다! 어떻게든 승점을 얻어내겠다는 열의가 보이네요!] [저번 전반기 경기에서 무력하게 패배했던 첼시인데요. 과연 이번 경기는 어떠할지 이게 오늘 경기의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켜봐야 할 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디네이죠.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한 그가 과연 라리가에서 만큼 해줄 수 있을까요?] [그건 오늘부터 증명해야 할 일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됩니다!]주심의 휘슬과 함께 첼시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첼시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진영을 정비하고 서서히 전방으로 빌드업해 가는 가운데, 히스 조나단은 답지 않게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베이트호벤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명장을 상대로 여전히 벽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은 뉴캐슬 선수단 빨이다, 윤태양 덕분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디테일은 같은 감독으로서 소름 끼칠 정도다.
어느 정도냐면 플랜만 십수 가지가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수시로 바뀌는 전략은 히스 조나단의 데이터 축구를 무력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오늘 선택한 방법은 정석대로 하는 축구다.
첼시가 하는 축구 그대로 순수하게 부딪쳐 보는 거다.
다행히 급한 대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사람들은 바소모 시비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디네이에게 의문을 표했지만, 모든 데이터를 들고 통계를 내보아도 디네이는 바소모 시비보다 더 나은 카드였다.
아니, 압도적으로 좋은 카드다.
사람들이 당장 첼시의 주포가 빠져서 바소모 시비의 존재를 크게 보는 착각에 빠져있지만, 바소모 시비는 딱히 영양가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결과만 보면 지난 리그 33경기 21골로 좋은 성적이지만, 빅클럽과의 경기나 중요한 경기에서의 득점률은 30%도 되지 않았다.
쉽게 말해 강약약강의 선수다.
그렇다면 디네이는?
누가 뭐래도 레알 마드리드가 세계를 호령할 때 주포의 한축을 담당한 공격수다.
썩어도 준치라고 프리미어 리그 적응에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결국에는 바소모 시비 그 이상의 뭔가를 해줄 선수다.
아니나 다를까.
뉴캐슬에게 공을 쉽게 내주지 않고 점유율을 높여가던 어느 순간.
[디네이 돌진합니다! 무리시를 제치고 그대로 감아찹니다아아아! 골! 골입니다!]델로아가 기습적으로 찔러준 공을 받은 디네이는 무서운 속도로 반응하며 앞을 가로막은 무리시를 가볍게 제치며 데뷔전 데뷔골을 넣었다.
“그렇지!”
히스 조나단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하, 히스 조나단 감독이 저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요!] [그만큼 환상적인 득점이었습니다! 디네이, 모두의 우려를 종식시키듯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습니다!] [디네이의 골도 골이지만, 델로아가 영리하게 패스를 찔러 줬어요.] [생각해 보면 델로아와 디네이, 두 사람은 브라질 국가대표로서도 호흡이 잘 맞았었죠? 국대의 두 사람이 한 팀에서 A매치에서처럼 멋진 호흡을 보여줬습니다!]차갑게 식은 듯한 경기장 안에서 히스 조나단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상대는 뉴캐슬이야!!”
그래, 이제 고작 한 골이다.
한 골에 기뻐하다가 두들겨 맞은 게 어디 한, 두 번이던가?
그건 선수들도 잘 알고 있었다.
득점에 잠깐 기뻐했을 뿐, 첼시의 선수들은 이내 날카로운 시선으로 뉴캐슬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뉴캐슬 진영에서 윤태양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