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84)
축구가 간절하다 284화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는 최후방의 롱패스를 통한 역습은 아이코브 아이마르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의외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무대가 챔피언스 리그라면 그가 의외의 방법을 택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축구 선수, 감독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커리어 중 하나가 챔피언스 리그였으니까.
새로운 시도로 상대의 허를 찔러서 이길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 따위는 언제든지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코브 아이마르도 그런 감독이었을 뿐이다.
무엇보다 파세리니라는 말도 안 되는 골키퍼 때문에 막히긴 했지만, 지금 봤다시피 작전이 먹히지 않았는가.
“무리시가 바이스티거와 함께였다면 힘들었을 텐데. 운이 따라주는 건가.”
아니면 평소 세트피스를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일까.
아이코브는 시선을 돌려 전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바라봤다.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는데, 상대는 태연했다.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건가?’
하긴, 저렇게 라인을 올렸는데 감수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지금도 봐라.
그들은 뒷공간을 털려면 털어봐라는 식으로 라인을 잔뜩 올리고 빌드업하고 있었다.
뉴캐슬의 빌드업은 후방이 중심이 아니라 중원이 중심이었고, 굉장히 위협적이다.
카싸마와 메넨데즈 그리고 이 두 사람 앞에 윤태양까지 가세한 패스워크를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런 뉴캐슬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압박해 공간을 내주지 않는 방법밖에 없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쉬운 게 아니다.
그러니 리그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가능하다.
무엇보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라면 더더욱.
봐라, 잘 막고 있지 않은가?
공을 앞으로 전진시키지 못한 카싸마가 소비올라에게 백패스를 하고 있다.
공을 받은 소비올라는 자신에게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압박해 오기 전에 메넨데즈에게 공을 패스했다.
메넨데즈는 공을 가지고 간격을 벌린다.
그 틈을 비집고 소비올라가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센터백과 대열을 나란히 하며 철저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움직이는 소비올라의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양쪽 풀백도 모자라서 소비올라까지 올라온다고?
정말 뒷공간이 탈탈 털려도 괜찮은 거야?
아이마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베이트호벤을 슬쩍 바라봤다.
그 순간 가만히 앉아서 팔짱을 끼고 있던 베이트호벤이 벌떡 일어나서 필드 가까이 다가선다.
그 모습을 본 아이마르도 시선을 돌렸다.
[소비올라, 윤태양에게 공을 연결합니다!]직선에 위치한 윤태양이 아래로 내려오자 소비올라는 망설일 것 없이 그에게 공을 연결했다.
[윤태양! 공 잡습니다!]“마, 막아!!”
아이마르가 기함했다.
윤태양, 저 대체불가능하고 측정불가능한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가.
실제로 그의 플레이를 본 적이 없고 그를 상대해 본 적 없던 그는 몇 개의 대책을 내놓고 훈련을 시키면서 이쯤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선수들을 바라볼 때마다 이 정도로는 태양을 막을 수 없다는, 자기 선수들의 회의적인 표정을 봤다.
보통 이러면 선수들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너무 겁을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아이마르는 달랐다.
그는 그들과 동화되어 태양을 향한 공포심을 키워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네 골을 집어넣어 버린 전설적인 존재가 아니던가.
지금도 봐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가득 채운 마드리디스타들이 윤태양이 공을 잡은 순간 일시적으로 조용해졌다가 뒤늦게 야유를 보낸다.
그들 역시 태양을 두려워하고 있는 거다.
아이마르 감독은 태양을 막아내길 바라며 경기를 지켜봤다.
윤태양은 공을 가지고 몸을 돌렸다.
기다렸다는 듯 메네제스가 그의 앞에 있었고, 태양은 그 메네제스를 상대로 왼쪽으로 빠지는 모션을 취했다.
메네제스가 바짝 붙으며 그 길목을 차단하려는 순간, 태양이 공을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메네제스는 그 즉시 몸을 빙글 돌려서 태양에게 달라붙으려 했다.
하지만 태양이 한 박자 더 빨랐다.
순식간에 가속한 태양이 메네제스를 몇 걸음이나 따돌리며 단숨에 수비진영까지 나아갔다.
[갈레고가 태양을 상대합니다. 태양을 앞에서 상대하기보다 같이 달리며 몸싸움을 시도합니다.]앞에서 1대1로는 절대로 막을 수 없다 생각한 갈레고는 태양이 진입하는 타이밍에 맞춰 태양의 옆에서 어깨를 들이밀었다.
피지컬에 자신 있는 갈레고 입장에서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상대는 윤태양이었다.
훈련에서 드미트리가 힘으로 밀어붙여도 신기하다 못해 미스터리로 취급될 정도로 절대 넘어지지 않고 드리블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는 갈레고에게 절대 밀리지 않고 오히려 타이밍을 맞춰 갈레고를 밀어내며 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는 속도를 높였다.
갈레고가 점점 더 멀어진다.
마이어가 사선으로 달려와 그런 태양의 앞을 막아섰지만, 태양은 마이어가 달려오는 타이밍에 빠르게 달렸다가 지척에 다가오는 순간 감속하며 마이어의 스탭을 꼬이게 만들고 다시 가속해 그를 따돌렸다.
이제 남은 건 골대 앞 골키퍼.
그 사이를 가로막기 위해서 칼론지가 분주하게 달려들었지만, 태양이 그보다 빨리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채찍같이 휘는 공이 골키퍼를 피해 가차 없이 골망을 갈랐다.
우우우우우!
[윤태야아아앙!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백곰 참사를 만들어낸 당사자가 득점합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11번째 득점입니다!]득점한 태양은 야유를 보내는 관중석을 유유히 산책하고는 자신의 등번호를 가리켰다.
[등번호를 보여주는 세리머니!] [마치 내가 왔다! 라고 선포하는 것 같습니다!] [마드리디스타들은 지지난 시즌 홈경기와 지난 시즌 결승에서 각각 네 골씩 넣으며 레알 마드리드를 무참하게 짓밟았던 윤태양을 떠올리고 있을 겁니다.]-ㅅㅂ…….
-PTSD 온다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3경기 9골 ㅎㅎㅎㅎ 3경기째는 현재 진행 중
-백곰 사냥꾼이냐 ㄹㅇ?
-백곰, 골 넣으면 꼼짝 못해 ㄷㄷ
-홈에서 지면 2차전에서 어쩌려는 거야 이 새끼들은 ㅡㅡ
-16강따리로 끝날 듯;;;
-베이트호벤 ㅈㄴ 좋아하는 거 보니 꼴받네
-느그 회장이 쫓아낸 거 아님? ㅋㅋㅋ 감수해야지
-개같은 파블로
-ㅅㅂ
태양은 시큰둥한 얼굴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훑었다.
비록 레알 마드리드를 만날 때마다 지난 삶이 생각나 악착같이 뛰면서 골을 많이 넣긴 했지만, 지금과 베이트호벤 체제에서 레알 마드리드 당시를 생각하면 어수선했다.
하긴 갑자기 많은 것들을 주문 받으면 적응하는 데 애를 먹기는 할 거다.
지난 삶에서 명장 반열에 오른 감독인 아이코브 아이마르는 선수들이 전술을 이해하는 데 어려운 감독으로 손에 꼽혔다.
아무리 닳고 닳은 선수라 하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지금이 적기다.
저 명장이 레알 마드리드를 완전히 장악하고 선수들이 적응하기 전에 짓밟아 자신만 보면 벌벌 떨게 만들 수 있는 적기 말이다.
경기가 재개되고 난 후, 태양은 선수들을 독려하며 주도적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압박해 들어갔다.
[메넨데즈가 레알 마드리드의 공을 뺏습니다! 카싸마에게 패스! 카싸마, 일리뉴에게로! 일리뉴 슈티이잉!]떵!
공을 뺏기 무섭게 단 두 번의 패스, 그리고 일리뉴의 강력한 슈팅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골대를 강타하고 말았다.
골대가 울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페나조이아는 허겁지겁 공을 품에 안았다.
[뉴캐슬, 매서운 공격이었습니다만, 골대가 레알 마드리드를 살렸습니다!] [페나조이아 그대로 칼론지에게 패스! 칼론지 롱킥! 수비 뒷공간을 노립니다!] [아, 하지만 성급했어요! 이미 위치로 돌아간 드미트리가 공을 따내며 바이스티거에게! 바이스티거 공 가지고 그대로 전진합니다!]독일산 백호가 자신의 영지를 벗어나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넘어 2선의 위치까지 올라가며 머릿수를 채운다.
바이스티거의 가세에 카싸마가 1선으로 들어가며 공격진의 머릿수를 채운 가운데, 바이스티거는 빠르게 그런 카싸마에게 공을 전달했다.
그 순간 태양이 컷아웃하며 빠져나간다.
태양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칼론지가 태양을 쫓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라인이 벌어지고 카싸마는 넓은 공간에 골대를 향해 거침없이 중거리슛을 날렸다.
철썩!
골키퍼의 손을 쳐내며 공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골! 골입니다! 전반 31분!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두 골이나 앞서갑니다!] [홈에서 두 골이라니요, 이건 치명적입니다!]아이코브 아이마르는 양팔을 들어올리는 제스처를 취하며 답답한 이 상황을 표현했다.
하지만 답답한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티낼 수도 없는 상황.
팀의 주장인 칼론지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자, 자, 이제 두 골이야. 따라잡으면 그만이야. 다들 힘내자고!”
주장의 말과 함께 선수들이 다시 경기를 준비한다.
[경기 재개됩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뉴캐슬! 레알 마드리드, 기죽지 않고 패스를 주고받습니다!]앞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칠리기리스의 인상을 구겼다.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답답한 감독 아래에서 부품 정도로 취급되면서 마음껏 날뛰지도 못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태업과 권력싸움으로 이미지가 망가진 탓에 숨죽이고 있었지만, 결국, 그는 그의 본성을 억제하지 못했다.
엄격한 감독에게 항명하듯, 그는 라인을 내리며 손을 들어 외쳤다.
“공 줘!!”
그의 외침에 홀린 듯 때마침 공을 가지고 있던 한니발이 그에게 공을 패스했다.
공을 가진 칠리기리스는 몸을 빙글 돌리며 뉴캐슬의 진영을 바라봤다.
징글징글한 놈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난공불락은 아니다.
가장 우선, 눈앞에 소비올라.
이 녀석이 가진 재능은 진짜다.
그 잘난 델로아 놈의 공도 뺏은 걸 봤다.
하지만, 아직 애송이일 뿐.
델로아보다 더 빠르게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몇 번이고 뒤흔들면 그만이다.
세 번 접고 라 크로케타로 소비올라를 제친 칠리기리스는 공을 바스코에게 넘기고 드미트리를 피해 뒷공간으로 파고든다.
바스코가 그런 칠리기리스를 읽고 그에게 공을 찔러준다.
‘이놈도 괜찮아.’
아마 윤태양이나 디오스 같은 괴물이 없었다면 주목받는 신인으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황금길을 걸었겠지.
어쨌든, 그런 놈이 찔러준 공을 가지고 칠리기리스는 침착하게 골대를 노려봤다.
뉴캐슬의 골키퍼가 그를 보고 대기한다.
이 녀석도 괴물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막는 골키퍼라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는 법.
칠리기리스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가 절대 막지 못할 위치를 상정해 공을 찼다.
[칠리기리스 슈티이이이잉!]이건 골이다.
무조건 골일 수밖에…….
“아니……?”
없는 슈팅인데, 놈이 훌쩍 뛰어올라 팔을 쭉 뻗어 손끝으로 공을 쳐낸다.
저 위치에 손이 닿는 것도 신기한데, 그 이전에 슈팅에 반응하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된다.
[파세리니! 믿을 수 없는 선방! 저걸 반응합니다!!!]“Μαλάκας”
공을 쳐내고 포효하는 파세리니를 보며 칠리기리스가 거친 욕을 내뱉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