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89)
축구가 간절하다 289화
인터넷 세상에는 이런 말이 있다.
빠가 있으면 까도 있다.
이건 절대불변의 법칙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가장 위대한 주장으로 꼽히는 해버지 박지송도, 윤태양 등장 이전에 프리미어 리그 최초의 득점왕을 비롯한 리그와 팀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전설 손홍민조차도 국민의 희망으로 아낌없는 찬사를 받는 한편, 무수히도 많은 욕과 비난을 당해야만 했다.
박지송이나, 손홍민이나 그들이 인격적으로나 행실로 욕을 먹을 일은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까들은 작고 사소한 것 까지 모두 트집을 잡아서 그들을 까내리기 바빴다.
그건 태양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역사상, 아니, 축구 불모지라 불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조차 전무후무한 선수로 불리고 있고, 그 탓에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어 까들이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을 뿐이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장작에 불이 붙는 순간 그 불을 활활 태우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번 축협 내부 고발은 그런 까들이 달려들기에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이 새끼 이제 성인된 새끼가 축구 좀 잘한다고 윗사람 개무시하고 다녔던 거구만
-어쩐지 평소 껄렁거리는 꼬라지가 싸가지 ㅈㄴ 없어보이더라
-축구 좀 잘 한다고 지가 무슨 진짜 왕인 줄 아나봄
-ㅋㅋㅋ 뉴캐슬에서 빨아주니 한국에서도 왕인 척 갑질해도 되는 줄 알았지?
-ㅋㅋㅋㅋ태순실이었네
-선수단 ㅂㅅ들 새카맣게 어린 막내한테 찍소리도 못 내고 있었누? ㅋㅋㅋ
-축협 회장도 눈치 보는 판국에 선수들이 무슨 힘으로 윤태양한테 뭐라 했겠냐?
까들이 신나게 온갖 커뮤니티에서 윤태양을 까내리기 시작하면서 모든 커뮤니티는 까와 빠의 싸움으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윤태양 왜 해명 안 함?
-해명 안 하는 거 보니 ㄹㅇ 진짜인 모양인데?
-아… 설마
-무엄한 것들 우리 전하가 그럴 것 같아?
-ㅋㅋㅋㅋ ㅂㅅ들 ㅋㅋㅋ 윤태양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에서 갑질하고 사냐?
-ㄹㅇ ㅋㅋㅋ 진즉에 영국 귀화했을 듯
-내가 보기엔 지금 조용한 건 억까들 깝치는 거 죄다 캡쳐해서 고소각 잡으려고 지켜보는 중일 듯 ㅋ
-내가 보기엔 위 댓글 말이 맞다
사람들의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태양은 뭘 하고 있었을까?
안나와 이별 절차를 밟고 있었다.
-태양, 다시 한번 생각해 봐요
-가족 경영이 좋은 건 아니에요
-가족의 입김 때문에 망가진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닌 거 아시죠?
안나는 구차하게 태양에게 매달렸지만, 태양은 단호했다.
가족의 입김?
그래, 그녀의 말대로 가족 입김으로 인해 선수 생활이 꼬인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태양은 바보가 아니었다.
사기를 당하거나 휘둘리거나 그런 일은 지난 삶에서 충분히 당해봤다.
말년에 들어서는 오히려 동료 선수들에게 상담을 해줄 정도로 닳고 닳은 게 태양이었다.
그런 태양이 보기에 안나는 글러먹었고, 차라리 믿을 만한 아버지를 중심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직원들을 갖춰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게 나아보였다.
태양은 가차 없이 안나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아버지를 통해 자신만을 위한 에이전시를 준비하게 했다.
태양의 아버지는 태양에게 모든 걸 위임받기 무섭게 태양과 함께 뉴캐슬 소유주의 전용기에 올랐다.
“와… 아들, 매일 이런 비행기 타고 다닌 거였냐?”
“괜찮죠?”
“…이게 괜찮은 수준이니?”
출장 갈 때마다 이코노미에 몸을 구겨넣고 다니던 지성에게 있어서 전용기는 그야말로 다른 세계의 비행기였다.
“그러게 퍼스트 클래스라도 끊어드린다니까.”
“퍼스트 클래스가 어디 한, 두 푼이냐? 내 연봉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젠 달라질 거예요.”
“그래, 안다. 아들 잘 둔 덕에 이제 이 아빠도 돈 많이 벌겠지.”
지성은 그리 말하면서 안락한 의자에 등을 기댔다.
기다렸다는 듯 승무원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음료 드릴까요?”
“아, 음료요?”
쉬이 대답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태양이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위스키 좋아해요. 어… 이 비행기에서 제일 좋은 걸로 아, 아버지. 스트레이트로 드셔요? 언더락?”
“그게, 아, 언더락.”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나는 바나나랑 무가당 오렌지 주스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태양에게 물었다.
“이런 거 막 먹어도 되냐?”
“그러라고 자기 비행기 빌려주는 거예요. 드시고 싶은 거 해달라면 다 해줘요. 라면 드실래요?”
“오우, 라면도 줘?”
“비행기에서 할 수 있는 한식은 다 해줘요.”
지성은 새삼 뉴캐슬 소유주, 그러니까 사우디의 왕이 태양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황제 대접이라니.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6강전.
레알 마드리드의 파블로 회장은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질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온 소년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는 자연재해와도 같다. 그는 내가 꿈꾸는 갈락티코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그를 데려올 수 있다면 5억 유로, 아니 10억 유로도 아깝지 않다.]5억 유로는 한화 7천억가량, 10억 유로는 1조 4천억가량이다.
장사꾼으로서 면모가 과거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인 페레즈 회장 못지않은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정말 5억 유로를 줄지는 모르겠다만, 5억 유로도 우습게 생각하는 뉴캐슬의 주인은 그저 태양이 떠나질 않길 바라며 이렇게 극진히 대접하고 있었다.
그런 내 아들을 건드려?
망할 파벌 놈들, 쫓겨났으면 자숙하진 못할망정 아직도 밥그릇 싸움을 하려들다니.
“아버지, 무슨 생각하세요?”
태양이 말을 걸자, 지성은 퍼뜩 정신 차리고 말했다.
“아아, 그 우리 에이전트 직원 말이다. 내 친구를 데려올 생각이야.”
“친구 분이요?”
“어어. 내 친구가 미국이랑 한국에서 변호사 일을 하거든.”
지성의 친구는 소위 국제 변호사라 불리는, 외국법 자문사, 외국 변호사였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국과 미국의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분을 모셔오려고요? 지금도 아쉬울 게 없는 분일 텐데……?”
“걔가 좀 많이 똑똑한데 문어발이야. 해보고 싶은 일이 많거든.”
“좋네요. 모셔오면 좋을 거 같아요.”
“계약금으로 네 싸인 유니폼이랑 축구공 요구할 거야, 아마. 발롱도르 앞에서 기념사진도 요청할지도 모르겠다.”
공부만큼이나 축구에 미쳐 사는 친구를 생각하며 지성이 피식 웃음을 흘리곤 말한다.
“너 음해한 놈들 고소해야지.”
“아, 그러네요. 변호사는 아버지께 부탁드릴게요.”
“변호사는……?”
“나머지는 저한테 맡겨 주세요.”
태양은 그리 말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뭐하려고?”
“음… 선전포고?”
“선전포고?”
태양은 씨익 웃으며 SNS를 실행했다.
@CHOOKTAEYANG
[축구협회 회장님이랑 같이 식사는커녕 깨톡 한 번도 한 적 없는 내가 비선실세? 내부폭로자? 아저씨, 아저씨 친구들이랑 하던 걸 나한테 뒤집어씌우면 어떻게 해요? ㅎ]* * *
축협은 예나 지금이나 더럽다.
그나마 이번 생에서는 기존의 고인물 파벌이 쫓겨나면서 개혁이 되긴 했지만, 양 파벌 간에 알력 싸움은 여전하다.
부와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걸, 내려놓는 게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
바로 나라는 사람 말이다.
왜냐고?
내가 SNS를 올리기 무섭게 무수히도 많은 댓글을 봐라.
-그래 우리 태양이가 그럴 리가 없지
-와 축협 회장하고 밥 한 번도 안 먹었다? 이게 말이 됨?
-근데 지금 축협 회장 관종이라 태양이랑 뭐했으면 사진 하나 올릴 법한데 그런 거 하나 없드라
-태양이 믿고 있다규
-일단 중립기어
-중립기어 박을 게 뭐 있어 아니라잖아 ㅡㅡ
-태양이도 작심발언 하네 원래 있던 파벌이 자기 저격했다고 돌려 말하고 있는 거 아님?
-맞네 ㅋㅋㅋㅋ
-와 ㅂㅅ들 건드릴 게 없어서 태양이를 가지고 날조를 하냐
-저 새끼들 지들이 축협 차지하고 있을 때 했던 거 생각 못하나? 우리나라 축구 암흑기로 끌고간 게 누구더라?
-축협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꿀빨 던 거 못 잊은 거지 ㅋㅋㅋㅋ
-태양아 그냥 속 시원하게 다 까발려라 ㅋ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내 SNS를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 편을 들기 시작한다.
내 SNS 발언 하나에 여론이 금방 뒤집어지려 하는 거다.
여기에 국대 멤버들의 지원사격까지 이어진다.
[윤진용, 태양은 축협 임원과 악수 한 번도 신중하게 하는 아이다. 비선실세는 터무니없는 소리.] [신호성, 월드컵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훼방 놓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만, 두들겨 패고 싶다.] [조동호, 내부고발? 온갖 비리로 쫓겨난 사람들이 하는 고발도 ‘내부’고발인가?]윤진용, 신호성, 조동호 등등.
대표팀 동료들이 언론이나 본인 SNS 계정을 통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이비카 감독이 말했다.
[윤태양은 대단한 선수임에도 감독을 존중하고 어린 나이임에도 동료들을 이끌 줄 아는 진정한 리더다. 제발 윤태양을 음해해 그를 뒤흔들지 말아라.]이비카 감독은 언론과 팬들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 사람.
[축구협회 정윤홍 회장. 태양이 악수 한 번을 안 해줘서 속된 말로 싸가지 없다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걸 예상한 모양. 내부고발자는 비리로 축출된 위원장 중 한 명으로 파악됐다. 법적인 조취를 취할 것.]그렇지.
축협 회장은 우유부단한 사람이라 양 파벌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지만, 없는 사실을 받아들여 지금의 대세를 거스르는 멍청한 사람은 절대 아니다.
뉴캐슬 소유주를 통해 본인 가문의 기업의 이익, 역대급 황금세대의 지지, 대회의 성적 등을 생각하면 굳이 쫓겨난 파벌을 다시 받아줄 필요가 없지.
이제 남은 건 하나.
“아버지, DM으로 저 욕한 사람들 캡쳐가 계속 오더라구요. 이거 증거자료로 쓸 수 있죠?”
“당연하지. 친구한테 부탁하마.”
고소 각을 잡아줘야지.
사람이 뚫린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대충 상황을 정리했으니 이제 남은 건 실력으로 민심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일뿐이다.
나는 물론이고, 본의 아니게 이번에 쫓겨난 파벌이 물어뜯을 빌미를 제공했던 어린 내 동료들 말이다.
-나 : 친구들 파주 언제 도착하냐?
-나이엘 : 난 이미 파주여 ㅎ
-최지우 : ㅎㅎ… 이곳 공기는 참 좋군…….
-나 : 오 빠른데
-최지우 : 어서 와라… 다시 한번… 환상적이었던 그 시절을… 재현해 보자 큭큭
…최지우 이 미친놈.
아직도 중2병 못 고친 모양이다.
-나 : 넌 여전하구나?
-최지우 : 내 안에 검은 친구는… 여전히 피를 갈구하지… 후후후
-나 : 미친놈아;;; 축구 뛰는데 뭔 피여;;;
예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