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94)
축구가 간절하다 294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뉴캐슬을 상대로 이길 거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다.
맨유의 팬을 제외하면 말이다.
맨유 팬들은 후반기 들어서 더 잘나가기 시작한 팀을 두고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비엥베뉴가 태양을 전담하면 우리 팀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확실히 비엥베뉴 폼이 바짝 서긴 했지
-비엥베뉴에다가 우리 수비진이 받쳐주기만 하면 윤태양도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펠리시아노가 골
-환상적인 시나리오군
-이번에 승리하면 그걸 계기로 우리 팀이 날아올랐으면 좋겠네
-심심해서 포럼 들어와 봤더니 등신들이 행복회로 돌리고 있었군
-머저리들
어디까지나 행복한 상상이었다.
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윤태양의 어시스트로 일리뉴가 득점을 한 것을 시작으로 뉴캐슬이 맨유를 압박해 들어가자 그들이 돌린 행복 회로는 금방 절단나고 말았다.
[맨 유나이티드! 하프라인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캐슬의 압박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 같아요. 서로 공간을 보완하며 맨유가 전진패스할 틈을 주지 않아요!]앞으로 전진하려던 공은 결국, 다시 돌아왔고 비엥베뉴의 앞에 놓여졌다.
비엥베뉴는 공을 가지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쪽으로 공을 몰아가면서 양 팀의 선수들을 끌어모은 비엥베뉴는 반대쪽으로 전환하는 패스를 보내…려고 했지만!
[윤태양, 공 커트해서 가로챕니다!]귀신같이 나타난 윤태양이 발을 내밀어 비엥베뉴의 공을 채갔다.
“이런!”
비엥베뉴가 기겁하며 윤태양을 쫓았지만, 달리기 시작한 윤태양을 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공수가 전환된 상황에서 급하게 뉴캐슬의 선수들이 골대를 향해 우르르 달려 나갔다.
맨유의 수비수들에게 다행인 점은 라인을 넘지 않아 골대 앞으로 빠르게 복귀해 위치를 잡을 수 있다는 거다.
그 가운데 공을 가진 윤태양은 수비 사이 하프 스페이스를 향해 달린다.
태양이 달리는 방향으로 수비들이 밀집한다.
태양은 다시 한번 방향을 전환하며 새로운 공간을 쫓는다.
태양의 빠른 발에 대처하기도 전에 태양은 순식간에 그 공간으로 들어간다.
다급하게 수비수가 막아서지만, 태양은 라 크로케타로 귀신같이 제쳐 버리고는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벼락같이 뻗어나가는 공.
맨유의 선수들은 절망 어린 시선으로 골대를 바라보다 순간 안색을 폈다.
스토일리코비치가 태양의 슈팅 경로를 읽고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막았다.
공을 막아야 하는 골키퍼 스토일리코비치까지 확신하던 순간.
공을 지켜보던 맨유의 선수들 모두의 안색이 굳어버렸다.
스토일리코비치를 지척에 두고 공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망할 악마 같은 놈.
무회전 슛이었구나.
알아채고 반응하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공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뚝하고 떨어지며 스토일리코비치를 피해 골라인을 넘어서 바닥을 때리고 튕겨 골망에 휘감겼다.
[골! 골입니다!!] [전반 19분! 윤태양의 득점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2대0으로 앞서갑니다!]두 번째 골이 터지는 순간, 내색하지 않았지만, 양 팀 팬들은 내심 생각한다.
이겼다.
오늘도 텄다.
벌써부터 희비가 교차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
-아직 모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래 아직 전반이야
이런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맨유 팬들도 있을 거고.
-펠리시아노 저력이 무서우니 긴장하자
-긴장하면 이길 것도 지는 법이야.
끝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툰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극소수다.
-억ㅋㅋㅋ 비엥베뉴가 누굴 막아?
-진짜 행복 회로를 수천 개 돌리네 비응신 같은 맹구들 ㅋㅋ
-비펠 조합이면 다 깨부순다고 까불던 맹구들 어디 갔누?
-ㅅㅂ 그럼 그렇지 우리가 이길 리가 없지
-맹구가 뉴캐슬을 어케 이기냐 해트트릭 이런 거나 당하지 말자 제발
-펠리시아노가 입털 때부터 알아봤어
-유나이티드 더비 공식 = 펠리시아노 sns에서 입 털음 = 태양이 자극함 = 맨유 개털림 ㅋ
-매번 똑같네 식상하게
-유나이티드 더비는 개뿔
-이제 유나이티드하면 뉴캐슬이다
-맨 유나이티드? ㅈㄲ 뉴 유나이티드다 이 새끼들아
맨유가 야심차게 준비한 게 모두 틀어진 걸 본 모두가 이 경기의 승리는 스스로 자초해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한 뉴캐슬이 차지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뉴캐슬은 그 기대에 져버리지 않았다.
[윤태양 골!!] [샬렛 골입니다!!] [윤태야아아앙! 해트트리이이익!]5대0.
후반 23분 만에 뉴캐슬이 맨유를 흠씬 두들겨 팼다.
이 정도면 질래야 질 수 없다고 생각한 베이트호벤이 슬슬 주요 전력을 교체해 주려고 할 즈음.
[펠리시아노! 추격골입니다!]펠리시아노가 추격골을 만들었다. 오로지 그의 힘만으로 만들어낸 집념의 골이었다.
베이트호벤은 그걸 보고 지친 듯한 무리시를 빼고 데스포토비치를 투입하고 윤태양과 공격형 미드필더인 카싸마를 빼고 수비형 다미아노를 투입하면서 수비를 든든하게 하며 스코어를 지키는 축구로 오늘 경기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그 가운데 펠리시아노는 분전했지만, 추가 득점은 하지 못한 채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경기가 마무리됐다.
시작은 뜨거웠던 유나이티드 더비는 뉴캐슬이 이 시대의 진짜 유나이티드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한 채 마무리됐다.
* * *
형이 어김없이 진짜 유나이티드로 우뚝 서고 있을 때.
모처럼 훈련을 쉰 여름이와 보미는 신중한 얼굴로 무언가를 들고 마당에 섰다.
“자, 보미는 뒤에 타는 거다?”
“보미가 아페!!”
“네가 앞에 탄다고? 아, 그게 더 안전하려나?”
여름은 잠시 생각하다가 큰 인심 썼다는 듯한 표정으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가져온 건 조그마한 바퀴가 달린 썰매였다.
그것도 개들이 끌 법한 아주 큰 썰매.
“자, 집순아, 얘들아.”
“월!”
“너네가 이 썰매를 끄는 거야.”
그랬다.
썰매개가 나오는 영화를 본 두 아이는 집순이와 아이들을 데리고 썰매를 타보려고 나온 것이다.
무모한 짓이지만, 지금 집에는 이 둘을 말릴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여름이는 이 집에 둘밖에 없는 아들 중에 가장 장난기가 넘치는 아이였고, 보미는 뭔가 하려는 작은 오빠의 모습에 그저 신나 있었다.
“근데 얘들아 너무 빨리 달리면 안 된다?”
그래도 보미와 함께하기 때문에 혹시 모른다는 마음으로 여름이 집순이와 자식들에게 말한다.
개가 알아들었을까?
그저 혀를 내밀고 헥헥 거리는 아이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어 준 여름은 아이들에게 자기 나름대로 일렬로 연결한 반려견 리드줄을 채우고 썰매에 손잡이 부분 두 개를 단단히 묶었다.
“되려나?”
“타자! 오빠 타자!!”
긴가민가한 여름과 달리 보미는 냉큼 썰매 앞에 올라탄다.
그런 보미를 보고 여름은 피식 웃고는 보미의 앞에 푹신한 쿠션과 같은 안전장치들을 해두고 그 뒤에 탔다.
브레이크는 없다. 아니, 여름의 두 다리가 브레이크였다.
“자, 출발!!”
“쭐발!!”
두 사람의 외침에 개들이 귀를 쫑긋 세운다.
믹스이긴 하지만, 시베리안 허스키도 일부 섞인 것 같은 집순이와 자식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주 미세한 조상에게서부터 내려온 유전자가 썰매를 끌어야 한다는 본능을 자극한 모양이다.
“오오, 간다!”
“간다아!”
썰매가 나아간다.
그리고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어, 이건 좀…….”
여름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한편으론 썰매가 빠르게 나아가자 절로 신이 났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보미는 진즉에 신나 있었다.
“어어, 보미야 손잡이 꼭 잡아야지!”
“어으아아아아아!!”
너무 신나 여름의 말도 한 귀로 흘리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바람을 가르며 집순이와 자식들이 썰매를 끌고 쭉 나아간다.
하지만 집이 아무리 크더라도 끝은 있는 법이다.
어느 정도 나아가자 숲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집순이와 자식들은 그것을 보고 방향을 튼다.
속도를 죽이지 않고 방향을 틀자 순간 썰매가 기울어진다.
이대로 가면 뒤집어진다는 생각에 여름이 멈춰! 라고 외치고 썰매를 꽉 잡고 두 다리로 땅을 딛는다.
그대로 멈춰서는 썰매.
문제는 그 반동으로 보미가 붕 떠올랐다.
“엇!! 보미얏!!!”
여름이 손을 뻗었지만, 보미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여름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가는 순간, 보미가 앞구르기로 데구르르 구르더니 벌떡 일어났다.
마치 체조선수처럼 양손을 번쩍 들어올린 채로 말이다.
“오와……!”
본인이 해놓고도 놀란 모양인지 입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미가 뒤돌아 여름이를 봤다.
“봐써?”
“어, 어어… 어?”
저게 왜 되는 거지?
여름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보미에게 다가가 보미를 살폈다.
흙이나 낙엽 같은 게 묻어있었지만, 어디 하나 다친 곳이 없었다.
“어휴, 다행이다. 괜찮지?”
“웅! 보미 갠차나!! 오빠, 또 타자! 또!”
“음… 너무 위험해서 안 될 것 같아.”
“재미눈데!!”
보미가 툴툴 거리자 여름은 보미를 안아 들었다.
“미안, 그래도 너무 위험해. 오빠가 생각이 짧았어.”
설마하니 여섯 마리가 저리 잘 달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본인들도 놀랐는지, 아니면 재밌었는지 여름이에게 몰려든 여섯 개들이 헥헥 거리며 여름이와 보미를 올려다본다.
“얘들아, 가자.”
“월!”
한참 뛴 몸이 식지 않은 개들이 우르르 달려 나가자, 보미도 내려달라 하고는 개들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한다.
“저건 뭐… 모X리인가?”
어릴 때 형이 보여준 정X북을 떠오른다.
“띠어! 더 빠리!!”
본인은 잘 뛰지도 못하면서 개들을 독촉하는 보미를 보며 여름은 혀를 내둘렀다.
제각각 크나 작으나 재능을 가진 이 집안에서 보미는 커서 뭐가 되려나 궁금해진다.
“운동신경은 확실한데…….”
던지는 거 빼고는 잘하는 거 없는 본인보다 운동신경이 더 좋은 건 확실하다.
뭐, 일단 귀여우니까 뭐라도 되겠지.
여름이도 막내 바보였다.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은 겨울이는 친구 같다면, 보미는 진짜 동생 같았으니 말이다.
그런 보미를 두고 내년이면 떠나야 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내년이면 한국 기준으로 중학생이 되는 여름이는 미국으로 간다.
중학교에서부터 야구를 배워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팀까지 밟을 예정이었다.
이미 태양이 뉴캐슬의 스포츠 과학팀에 협조를 얻어 보고서를 만들고 투구 영상 등을 통해 그의 전담 코치와 MLB 출신 선수들에게 자문을 얻어 도전해 볼 만하다는 판단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미국행이 결정됐다.
벌써 미국에 집도 구하고 학교도 대충 이야기가 정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영국으로 올 때는 너무 어려서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 이 나이가 되고 미국을 향하려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형은… 어떤 마음이었던 거야?”
가족을 다 데려오긴 했지만, 선뜻 영국행을 결정하고 축구에 인생을 걸었던 그 당시 형이 자신과 나이가 비슷했다.
새삼스럽게 형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여름이었다.
“오빠! 얼릉 와!!”
“어어! 갈게!!”
부담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지만, 여름에게는 장점이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해야지.”
근심 걱정은 닥치기 전까지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윤여름!! 숙제해야지!!!”
“앗……! 엄마 언제 왔지? 보미야, 오빠 없다고 해.”
“웅!!”
씨익 웃은 여름이 사라져 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