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3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31화
세상에 14살 어린 소년이 리첼라에게서 골을 넣다니.
그게 비록 훈련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대단한 일이었다.
리첼라는 골키퍼로서 골문을 지킨다는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다.
그게 훈련이라도 말이다.
1군 훈련에서도 페널티 킥이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골을 안 내주는 선수다.
“이런.”
어린 소년에게 당한 리첼라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그저 오늘 훈련에서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다.
그게 리첼라는 뉴캐슬 최고의 영입으로 평가되는 어마어마한 골키퍼에게서 골을 넣은 게 아니라 축구화 10켤레를 받는다는 기쁨이라는 것에 마테오 실바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렇게 좋냐?”
“최고 수준 축구화면 우리 집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으니까요.”
“그래? 그렇게 말하니 그럴 만하구나.”
잠시 잊고 있었다.
지금이야 2천 유로 정도야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지, 본인도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사준 200유로짜리 축구화도 함부로 신지 못 하고 아꼈었다.
부모님에게 큰 지출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아이도 그러겠지.
“들었지, 안토니? 이 친구에게 축구화 꼭 사주라고!”
“…알았다. 약속은 지킨다.”
콧김을 흥, 하고 내뱉은 리첼라가 일어나고 어느 순간 뉴캐슬 1군의 센터백 둘이 들어왔다.
“이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하는 훈련이야. 수비는 공격수 둘을 막고, 공격수는 수비 둘을 뚫고 골을 넣어야 하지.”
마테오 실바는 두 명의 센터백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다들 알지? 우리팀 센터백인 디다와 아놀드다.”
브라질의 디다와 스코틀랜드의 아놀드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뉴캐슬에서는 믿음직스러운 수비 듀오였다.
모자란 부분을 서로 보완하며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들 둘씩 짝지어서 이 두 사람을 뚫고 슈팅하는 연습을 해보지. 일단 오마르와 레델리가 시범을 보여줄 거야.”
오마르와 레델리는 디다와 아놀드를 보며 씨익 웃어보이고 공을 잡고 섰다.
아이들이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가운데, 둘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서서히 센터백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센터백이 각자 한 명씩을 맡으며 견제하는 가운데 레델리가 공을 가지고 속도를 높여 컷아웃의 움직임을 보였다.
레델리를 마크하던 아놀드가 레델리를 쫓아가자 센터백들의 간격이 벌어지고, 레델리는 왼발로 벌어져 생긴 공간에 공을 찔러넣었다.
오마르가 수비를 제치며 그 공을 받아 슈팅했다.
“흥.”
그리고 리첼라가 오마르의 슈팅을 한 손으로 막아냈다.
“아, 안토니!! 꼬맹이 슈팅은 못 막으면서 내 슈팅은 왜 그렇게 쉽게 막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네 슈팅이 저 아이 슈팅보다 형편없으니까.”
티격태격하는 오마르와 리첼라를 본 뒤 마테오 실바는 유스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봤지? 원래는 보통 4대2, 4대3 싸움을 한단다. 우리 포메이션에 맞춰서 말이지. 하지만 너희한테 우리 팀 풀백까지 붙으면 잔인하니까. 둘로 맞춘 거야. 일단 둘씩 팀을 맞춰볼까?”
그 말에 자연스럽게 샬렛의 시선이 태양을 향했다.
태양과 함께하자고 샬렛이 입을 열려는 순간.
“가만 보니 짝을 맞추면 한 사람이 남네. 윤, 너는 나랑 함께 해볼래?”
“좋아요.”
마테오 실바가 가로챘다.
샬렛이 분노 가득한 시선으로 실바를 바라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순서대로 아이들이 뉴캐슬의 센터백 듀오를 상대로 골에 도전했다.
둘을 손쉽게 뚫어낸 오마르와 레델리와 달리 유스 아이들은 센터백 듀오를 뚫지 못했다.
2대2 싸움.
머릿수가 같다면 사실 막는 것 보다 뚫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는 일인데, 그게 쉽지 않았다.
젊은 디다는 빠르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선수를 흔들었고, 연륜 있는 아놀드는 약간 떨어진 후방에서 상황을 보다 절묘한 타이밍에 공을 뺏었다.
샬렛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막바지에서 아놀드의 태클에 공을 뺏겼다.
몇 번 바닥에서 구른 샬렛은 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태양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보통이 아니다. 무슨 짓을 해도 아놀드는 내가 뭘 할 건지 알고 있는 것…….”
“샬렛, 잠깐만. 네 얘기는 내 차례 끝나고 들어줄게.”
태양은 그리 말하고 마테오 실바와 함께 준비 위치에 섰다.
휘슬과 함께 마테오 실바가 공을 몰고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디다가 그런 실바 앞에 서서 견제하다 실바가 안으로 치고 달리기 시작하자 타이밍을 맞춰 실바가 몸을 돌려 마테오에게 어깨를 들이밀었다.
전성기 있는 디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실바는 노련함으로 버텨내며 주변을 훑었다.
아놀드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서있는 태양이 보였다.
지금 패스를 주면 저 아이는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
사실 14살밖에 안 되는 어린애가 아놀드를 상대로 뭘 해줄지 기대하는 게 웃긴 일일 수도 있지만, 마테오 실바는 유스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저 아이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힘이 실린 공을 받기 어려운 복부쯤으로 향하는 패스를 보냈다.
“으악, 똥 같은 패스!”
뭐라는 걸까?
모국어로 뭐라 중얼거린 태양은 좀 더 앞으로 다가가며 공을 받으려고 했지만, 그 타이밍에 아놀드가 비집고 들어간다.
아놀드는 전진해서 공을 커팅하는 것에 있어서 뛰어난 선수였다.
전진해 가로챈다는 것 자체가 실패하면 공간을 만들어주는 위험 부담이 큰 행동인데 실수하는 법이 없었다.
이대로 허무하게 공을 뺏기나 싶은 순간, 태양은 앞으로 한 걸음 나가 어깨로 아놀드를 막아내며 발을 들어 공을 자기 앞으로 끌고 왔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상대방의 전진 커팅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거다.
거기서 끝이라면 모르겠는데, 태양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 놀라운 볼트래핑으로 공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비록 커팅에 실패했지만, 아놀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어깨로 태양을 밀어붙이며 균형을 무너뜨리려 했다.
태양은 밀어붙이는 힘에 버티기보다 그 힘을 발판 삼아 쭉 앞으로 나섰다.
생각 이상으로 빠른 속도에 아놀드가 따라붙는 순간 태양이 공을 접으며 다시 방향을 전환한다.
아놀드가 이에 반응해 멈췄다.
태양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접으며 아놀드가 향하는 방향 반대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런 태양을 맞이하는 건 안토니오 리첼라, 태양은 리첼라를 향해 과감하게 그대로 슈팅했다.
어린아이가 한 슈팅이라 믿을 수 없는 낮고 빠른, 그야말로 레이저 같은 슈팅이 리첼라가 뻗은 다리를 피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
마테오 실바는 작은 꼬마가 천하의 아놀드를 농락하고 또 한 번 리첼라에게서 골을 넣는 것을 보고 놀라 뭐라 피드백을 하지 못했다.
“Amazing……!”
그저 놀랍다며 감탄할 수밖에.
* * *
“와우.”
“그저 놀라울 따름이군.”
“아놀드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하더라도 14살 아이가 저런…….”
“내가 말했지 않았나? 쟤는 항상 저랬어.”
에이든의 말에 코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고 한동안 말이 없던 칼센이 고개를 돌려 U-18 감독을 바라봤다.
“어떤가? MD?”
막시밀리아노 디아즈, 흔히 MD라 불리는 U-18의 젊은 감독은 팔짱을 낀 채로 감흥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잔재주가 많군요.”
“어린 친구가 발재간이 좋긴 하지.”
“흐음.”
MD는 턱을 쓸어내리며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나?”
“아시지 않습니까?”
MD의 말에 칼센은 피식 웃었다.
MD는 화려한 개인기과 드리블로 공을 오래 소유하는 선수를 극도로 혐오했다.
“유스이니 저래도 괜찮지 않을까?”
“저런 겉멋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안 좋은 습관으로 남기 마련이죠.”
“그런가?”
칼센은 MD를 바라봤다.
분명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감독이었다.
어쩌면 먼 훗날 뉴캐슬의 감독이 되거나 어느 빅클럽의 감독이 될 수도 있는 재능을 MD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편협하다.
포용력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유도리가 부족하다 해야 할까?
이 고집불통 감독에게 칼센은 속으로 자네야말로 이대로 크면 안 좋은 단점을 가진 감독이 될 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가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이런 감독을 왜 데리고 있냐 묻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전술적인 부분에서 아주 뛰어난 스승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해줄 수 있었다.
다른 부분은 다른 코치들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고, 칼센이 적극 개입할 수 있기도 하고.
아무튼, 저 아이보다 이 감독이 어서 빨리 틀을 깨고 날아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자네가 좋아하는 감독이 펩이었지?”
“…그는 왜요?”
“그런 그조차도 필드 위에서 감히 마음대로 하지 못한 선수가 있다는 걸 아는가?”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감독인 펩조차도 그저 감탄하며 홀린 듯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던 한 사람.
MD의 얼굴이 대번 구겨졌다.
“저 아이가 ‘그’와 같습니까?”
이건 신성모독이다.
감히 누가 축구의 신과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과거 프리미어 리그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괴물 스트라이커 에링 홀란드도, 한때 라이벌 대접을 받았던 호날두도 감히 해선 안 될 일이다.
적어도 MD의 기준에서 말이다.
“글쎄, 그건 자네가 직접 데리고 있어보면 알겠지.”
“…디렉터는 그를 그 정도 선수가 되리라 생각합니까?”
칼센은 그 말에 태양을 바라봤다.
지난 한 시즌 만에 자기보다 나이 많은 아이들이 뛰는 리그를 초토화시키고 일부 툰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써니라는 별명을 얻은 아이.
“나뿐만이 아닐세.”
“그럼……?”
“에이든도, 그리고 나에게 자네를 추천한 프리델 마이어도 같은 말을 했지.”
“으음……!”
자존심 강한 MD가 인정한 사람들 모두가 칭찬한 아이라…….
MD는 칼센의 시선을 따라 윤태양을 바라봤다.
때마침 구름이 사라지고 태양이 태양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뉴캐슬의 태양이 될 거야.”
칼센은 몽롱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엄한 얼굴로 MD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디 그가 다치지 않고 쭉 빛날 수 있게 해주게.”
“……알겠습니다.”
* * *
“누가 내 욕하나?”
훈련을 하는데 문득 귀가 가렵다.
누구지?
리첼라인가? 아놀드인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샬렛이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뭐야, 왜 그렇게 봐?”
“마테오 실바와는… 행복했나, 태양?”
“뭔 개소리야?”
“오늘 같은 날 아니면 너와 함께 뛸 시간이 없는데, 이런 날 마테오가 아니라 나와 함께 플레이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적어도 그렇…….”
“시끄러워 인마. 이 자식 U-18 가더니 실력이 더 떨어진 이유가 뭐냐? 나랑 호흡 맞추려면 수준 좀 높여.”
“……!!”
샬렛이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네가 팀원을 수준 이하로 무시하는 순간 너도 똑같이 대접받는 거야 자식아. 내 기준으로 미달이야 너. 그러니까 가서 열심히 연습해.”
샬렛을 엄하게 다그치고 돌아서는데 칼센이 나를 불렀다.
“부르셨어요?”
“그래, 이리 와보게. 여기는 막시밀리아노 디아즈. U-18의 감독이지.”
막시밀리아노 디아즈.
이 사람이 U-18 감독이었구나.
한국에서는 축구계의 조괄이라 불린 감독이다. 디괄이라고.
조괄은 대충 설명하자면 전국시대 때 책상머리에 앉아 병법을 공부해 실무는 1도 모르면서 까불다가 대패해 나라를 존폐 위기까지 몰고 간 인물이다.
뭐, 중국 축구 선수가 유럽 진출하면서 큰소리치다 망하는 꼴을 보면 전형적인 중국인의 전형이라 볼 수 있으려나?
아무튼, MD도 책상머리에서 익힌 전술과 지나치게 좁은 시선과 똥고집으로 팀을 망친 사람으로 유명하다.
“반갑다, 윤. 내가 앞으로 너와 함께할 감독이다.”
그런 감독과 함께하는 U-18이라.
“반갑… 습니다?”
……이거 막말로 뭣됐다라고 해야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