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3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32화
“아들, 그러면 이제 어,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하면 19살 애들이랑 축구하는 거냐?”
“네.”
“허어… 그게… 상대가 되나?”
아버지는 내가 최대 고3이랑 같이 축구를 한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뭐, 4살 차이 정도야 어렵지 않던데요?”
“그래?”
아버지가 그래도 고개를 갸웃하는데 엄마가 옆에 앉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 성인팀이랑 같이 훈련하는 영상 못 봤어, 당신?”
“응? 그런 것도 있어?”
“봐봐.”
엄마가 아버지한테 테블릿 pC를 내밀었다.
@nufC
NewCastle United FC
[영상 : 마테오 실바와 태양의 공격 훈련 영상]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하는 훈련, 툰의 미래는 굉장히 밝다.
그 영상에는 내가 아놀드를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이 나와 있었다.
아버지는 그걸 보고 입을 o자로 벌리고 나를 바라봤다.
“와… 19살이 문제가 아니었네.”
“어른도 별거 없더라구요.”
그 말에 아버지는 와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이러다가 최연소 프로 데뷔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가능할지도 모르죠.”
“그래, 그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뭐하나 슬쩍 옆을 보니 고등학교 동창들 단톡방, 조기축구회 단톡방에 링크를 올리고 계셨다.
-[링크]
-우리 아덜 축구하는 영상임돠 ^^ 행님덜
-우리 아덜 축구 잘하죠?
-한국 축구 미래는 우리 아덜이 책임집니다, 행님덜 ^^
아들 자랑이라니… 팔불출이라고 하고 싶은데, 왠지 가슴이 따듯해졌다.
얼른 프로가 돼서 우리 아버지 자랑거리를 늘려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 *
오늘부터 디괄, 막시밀리아노 디아즈가 이끄는 U-18로 출근한다.
이론밖에 모르는 책상머리 감독이라는 비웃음을 산 감독을 뉴캐슬이 도대체 왜 U-18의 감독으로 뒀나 고심했는데, 생각해 보니 별거 없다.
유스팀에서 감독의 권한은 경기장에서 역할을 부여해 뛰도록 하는 거지, 모든 훈련에 관해서는 유스 디렉터인 칼센이 코치들의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형태다.
MD는 어디까지나 감독으로서 경기와 전술에 집중하는 역할일 뿐이었다.
다만, 문제는 전술에 관해서는 1군팀 감독 외에는 아무도 그에게 지적하지 못한다는 거고, 경기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지적하지 못한다는 거다.
“조쉬! 너는 우측면에서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역할이라고 했잖아. 누구 허락을 받고 사이드로 달려갈 생각을 한 거지?”
“…….”
“네가 사이드에서 공격을 전개했을 때 성공했던 확률은 고작 24%밖에 되지 않아. 자제하도록.”
“알겠습니다.”
저런 식이다.
감독은 선수의 자유를 극도로 억제하고 있었다.
장기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선수의 자유보다 전술에 집중하길 원하는 감독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만! 오른쪽에서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면 왼쪽은 후방에서 대기하라고 했지? 누가 뒤에서 기다리라고 했나?”
“앞에 선수들이 제가 들어가야 할 위치를 가로막고 있는데요.”
“핑계는 듣고 싶지 않아!”
…저건 너무 과했지.
괜히 책상머리 감독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인간이 기계도 아니고 상대도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위치를 고수하라니.
축구를 직접 뛰어보지 않았으니 저게 안 되는 이유를 이해 못하는 거다.
경기를 뛰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걱정이 앞섰는데, 생각보다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윤……! 너… 아니다.”
“윤! 후… 그래, 잘하고 있군.”
“그 돌파는……!”
그는 나에게 다른 선수들에게 한 것처럼 자기 기준에 맞춰 가둬놓질 않았다. 아니 못했다.
도대체 왜?
그때 나는 묘한 대치를 보게 됐다.
내가 뭘 할 때마다 뭐라 하려는 감독을 무섭게 노려보는 수석코치.
그는 유소년 육성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노장이었다.
일개 유스 감독이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칼센의 신임을 받는 실질적인 유스팀의 권력가였던 거다.
그가 다른 선수들에 있어서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감독을 존중했지만, 나와 관련된 일에는 계속해서 감독을 압박하고 있었다.
내부적인 뭔가가 있는 모양인데, 어쨌든 나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감독을 아예 무시하진 않았다.
한쪽에만 너무 기울어져 있다가 그쪽이 망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니까.
뭐, 사람 사는 게 둥글둥글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아, 그리고 U-18은 U-16보다 유난히 영입이 활발했다.
“자, 이번에 새로 온 친구다.”
이런 말을 고작 며칠 사이에 몇 번이고 들은 것 같다.
하긴 이 U-18쯤 되면 얘가 미래에 쓸 만한 선수인지 아닌지 대충 감이 잡히기도 하고, 계약을 하기 때문에 돈으로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적이 활발할 수밖에 없긴 하겠다.
다만, U-18의 많은 선수 중에 내가 미래에서 들었을 법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뭐, 사실 프리미어 리그와는 인연이 없으니, 이 바닥에서 내가 들었을 법한 이름이라면 빅클럽 주전이나 국대 정도는 돼야 하긴 한다.
그런 이름이 몇몇 있는 것만 해도 뉴캐슬 유스가 대단한 거지.
“안녕? 난 왔다, 아르헨티나.”
그중에 가장 대단한 놈은 이놈.
소비올라.
“아르헨티나? 멀리서 왔네.”
“우리 말 가능?”
“어쩌다 보니 할 수 있네?”
“여기는 감독 빼고는 에스파냐어를 쓰는 사람 없었는데, 다행이군.”
그러고 보니 에스파냐 어를 쓰는 국가의 아이들이 아예 없었다.
비슷한 포르투갈어를 쓰는 아이도 있긴 하다만, 뭐 100% 대화가 가능한 건 아니니까.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올라 이 녀석.
이 녀석이 왜 뉴캐슬에 있는지 모르겠다.
라 마시아 출신 바르셀로나 선수 아니었나?
내가 선수의 과거 커리어까지 기억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라 마시아 출신 바르셀로나 선수는 맞는데.
역사가 바뀐 건가?
모르겠다.
“근데 너 어려 보이는데? 아시안은 동안이라는데 그래서 그런 건가?”
“아니, 실제로 어려. 14살이거든.”
“맙소사. 내가 제일 어릴 줄 알았는데 나보다 어린 선수가 있다니.”
그러고 보니 이 녀석 16살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17살.
비록 월반을 코앞에 둔 나이라고 하지만, U-16을 거치지 않고 바로 U-18로 온 걸 보면 확실히 재능은 인정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불만 있나?”
“그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이 어려 보여서. 혹시 후원 같은 걸 많이 했나?”
예전에는 일본, 요즘은 중국이 돈을 많이 주고 빅클럽 유스에서 노는 일이 드물지 않다.
남미는 그게 더 심하지.
일부 클럽에서는 돈만 주면 1군에도 뛰게 해주는 대륙이 남미다.
“여기가 돈 준다고 받아줄 클럽이냐?”
“그렇네. 그럼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가? 궁금하네.”
“그 궁금증은 조만간 풀어지겠지.”
리그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야.
눈여겨볼 친구는 한 명 더 있았다.
“Fxck! Fxck!”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저 백인 친구가 눈여겨볼 친구다.
제이크 린데만.
독일계 미국인으로 포지션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 풀백이다.
저놈은 미스터 퍽이라는 별명이 더 익숙한데, 희한한 건 저 놈도 원래는 여기가 아니라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한 친구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소비올라나 이 녀석이나 원래 뉴캐슬에서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간 건가?
아니면 진짜 원래 역사가 뭔가의 나비효과로 바뀐 건가?
중요한 건 샬렛, 소비올라, 린데만 이 셋만 있어도 나중에 뉴캐슬은 굉장히 세진다는 거지.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뉴캐슬의 미래가 밝다, 아주.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밝은 건 아니었다.
디괄과 다르게 샬렛도 소비올라도 린데만도 모두 개성이 넘치는 친구였으니까.
그리고 각자 개성은 다른 주제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나치게 옭아매면 답답함을 느끼고 흥미를 빨리 잃는다는 것이다.
어쩐지 이래서 샬렛이 저번 훈련 때 재미없다 징징거린 거구나.
이러다가 진짜 원래 역사대로 바르셀로나로 가고 맨시티로 가고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문제는 나도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거다.
처음에는 칼센의 오른팔이자, 유스팀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짬밥이 높은 수석코치 때문에 잔소리를 안 하더니 점점 잔소리가 늘어나고 있었다.
수석코치가 압박을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걸 눈치챈 건지, 이 팀의 감독은 나라고 자존심을 내세우고 들이박는 건지, 해볼 테면 해봐라 하고 배짱을 부리는 건지 아무튼.
“윤! 네 역할은 상대편 수비라인을 부수는 역할이라고 했잖나!”
이건 잘하긴 하지만, 난 절대 라인 브레이킹 원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니지! 그게 아니지! 네가 패스의 기점이 될 게 아니라 역습 상황에 수비 뒷공간을 노려야지!”
그 기점이 될 놈을 후방에 박아둬서 1선에서 찔러줄 애가 없다는 건 왜 생각 안 하지?
“드리블은 자제해! 그 시간 끄는 개인기도!”
개인기를 즐기는 건 지난 삶에서 못해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솔직히 내 개인기가 시간을 끈다?
그건 아니다.
기껏 해봤자 시저스 드리블이나 라 크로케타, 프리플랩 정도다.
이건 메시 같은 선수들도 즐기던 간결하고 빠른 드리블이다.
뭐, 가끔 플릭 같은 화려한 개인기를 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를 일부로 도발하기 위한 거지 빠른 전개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절대 펼치지 않는다.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감독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
칼센을 뒤에 둔 이 바닥 짬밥이 장난 아닌 수석코치가 아무리 압박을 줘도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니까.
선발로 뛰려면 감독의 말을 들어줘야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샬렛이 나에게 물었다.
“네가 감독 말에 충성을 다할 줄은 몰랐다. 재미없다고 떠나자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왜 떠나? 여기서 해주는 게 얼만데.”
“난 맨체스터 시티에서 이적 제의가 왔거든. 거기로 갈 생각 중이다.”
벌써 U-18 애들한테 맨시티 그 근본 없는 놈들이 마수를 뻗고 있었단 말인가?
“맨시티 따위 가서 뭐하게?”
“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도 못하는데?”
“리그 우승도, 챔스 우승도 못한 건 뉴캐슬도 마찬가지 아냐? 심지어 뉴캐슬은 우승한 게 20세기 초반으로 알고 있는데? 100년이 넘었잖아? 아니야?”
정확히는 1926/27 시즌이다.
트리위키로 확인했지.
왠지 누가 물어보고 맞추면 이미지 상승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러니까 더 짜릿하지. 맨시티 가서 우승해 봐, 네가 주목받을 거 같아?”
“음……!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아직이잖아?”
“걔들은 우승 못하는 게 이상한 팀이잖아. 아무리 잘해도 주목 못 받아. 그런데 생각해 봐. 여기서 거의 백 년 만에 리그 우승? ‘최초’의 챔스 우승? 어떨 거 같아?”
샬렛은 투머치토커인 만큼이나 관종이었다.
상상했는지 흥분으로 귀가 빨갛게 익어간다.
“괘, 괜찮은데?”
“그지?”
샬렛을 꼬시는 건 쉬웠다.
문제는 두 놈이었다.
린데만과 소비올라, 얘들은 어떻게 이 팀에 붙잡아 놓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리그가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여기에 집중해야겠네.
나는 감독의 말을 충실히 따랐다.
“윤! 내가… 어? 그렇지! 그래! 라인 브레이킹을 해달라고! 빠른 발을 이용해야지!”
“수비 뒷공간을 노리라… 고 했는데 잘하고 있군?”
“드리블! 개인기 금지! 그렇지! 잘하는구나! 하면 되는걸! 어리긴 하지만, 개막전에서 뛰어도 되겠군.”
자기 말을 충실히 따라주니 디괄은 아주 만족한 듯 나를 쓰겠다 약속했다.
그렇게 찾아온 개막전 당일.
상대는 리버풀이었다.
몇 년째 유스팀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전통의 강호였고 그 명성에 걸맞게 우리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신나게 두들겨 팼다.
전반에만 디괄의 이론을 철저하게 부수며 2골로 앞서가더니 시작된 후반에서 1골을 추가하며 3대0, 유효슈팅은 물론이고 점유율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압도하는 리버풀을 상대로 디괄은 마음에 안 드는 듯 인상을 찌푸리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태양, 출전이다. 아무래도 역습 시 발이 빠른 선수가 필요한 것 같군. 라인을 유지하면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그 플레이 잊지 말아라.”
“예, 알겠습니다.”
나는 결연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충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디괄의 앞에 섰다.
“믿는다, 태양.”
내 뒤에서 경직된 디괄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안합니다, 디괄.
당신이 하라는 대로는 못할 것 같네요.
디괄을 등진 채로 나는 음흉하게 웃었다.
내 시간이 찾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