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35)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35화
내가 전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선덜랜드 성인팀은 비록 리그 1에서 뛰고 있지만, 유스는 무시할 수 없다.
애초에 유스의 1부 리그라고 할 수 있는 북부, 남부 리그 안에 들어간다는 거 자체가 최고의 유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게다가 하위리그로 떨어져 재정적인 수입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선덜랜드는 유스 시스템을 통해 훌륭한 유망주를 키워 파는 셀링 클럽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스에 진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몇몇은 어린 얼굴인데도 낯이 익다.
유로파든 챔피언스 리그든 같은 경기에서 뛰어봤거나, TV에서 봤겠지.
그런데 말이지.
“넌 왜 여기 있냐?”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 있었다.
바로 이엘 하츠.
나에게 주전 자리를 뺏기고 어느 순간 뉴캐슬을 나가더니 설마하니 상대편인 선덜랜드에서 보게 될 줄이야.
아니, 그나저나 얘들은 고등학교 들어갈 나이쯤이면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기라도 하나 왜 이렇게 나이가 빨리 드는 거 같지?
저 수염 때문인가?
“네가 내 꿈을 망가뜨렸어.”
그 가운데 이엘 하츠가 원망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데 그 얼굴이 낯이 익다.
이엘 하츠여서 낯이 익은 게 아니라 지난 삶에서 본 것 같단 말이지.
“네가 못해서 떠난 걸 왜 내 탓을 하는 거야?”
“…네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뉴캐슬의 주전 스트라이커는 나였을 거다. 엘런 시어러의 후계자로,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했을 거야.”
그게 그렇게 되나?
엘런 시어러만큼은 몰라도 잉글랜드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나름 한몫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만.
“아니, 엘런 시어러의 후계자는 몰라도 네 실력이 좋았으면 국가대표 주전 스트라이커는 거기 있어도 되는 거 아니냐? 이게 지가 뭐같이 못하는 걸 내 탓으로 퉁 치려고 드네?”
내 말과 함께 뒤에서 누군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은 게 왜 태양 탓은 아니지.”
샬렛이었다.
“다 들었다. 너희 부모님이 이혼해서 네 엄마 고향인 선덜랜드로 갔다는 걸. 부모님 이혼이 태양 탓은 아니지 않나?”
아, 그런 사연이 있었어?
“흥, 별걸 다 주워들었네. 좀만 흔들면 죄책감에 멘탈이 나갔을지도 모를 일인데.”
대충 8개월 만에 만난 이엘 하츠는 더 이상 뇌까지 근육에 절여진 멍청한 아이가 아니었다.
부모님 이혼에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약아빠진 못된 어른이 된 것 같다.
“아무튼, 네가 퍽킹 아시안인 건 달라지지 않았어. 빌어먹을 놈, 오늘 널 이기고 말 거다.”
그리 말한 이엘 하츠가 뒤돌아서 걸어간다.
그의 등이 보인다.
JOYCE
9
조이스.
“조이스? 하츠가 아니라 조이스?”
“이혼하면서 엄마 성으로 바꾼 모양이네.”
샬렛의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며 그걸 어떻게 알았냐 물었다.
“쟤 유명하잖아. 쟤네 집안 타인위어주에 제법 유명한 귀족 집안이야. 쟤 본명도 조상 이름 물려받아서 이엘 잭 로뎀 조이스 하츠인가 그래. 세상에 미들네임을 조상에서 따오다니. 영국 귀족은 알 수가 없다니까?”
미들네임이 무려 세 개라니.
아니, 가만.
“그럼 지금… 축구 뛸 때 잭 조이스라 부르냐?”
“어? 아네? 잭 조이스라는 양반이 원래…….”
샬렛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떠올린다.
잭 조이스.
훗날 잉글랜드 주전 스트라이커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어쩐지 갑자기 확 늙은 얼굴이 낯이 익더라니.
뭐, 대단한 선수냐고?
아니, 그건 아니다.
잉글랜드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역대급으로 스트라이커 가뭄에 빠지면서 ‘그나마’ 괜찮은 탓에 주전이 된 케이스니까.
그렇다고 못하는 건 아니다.
역대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대비 상당히 떨어진다는 거지.
과거 피터 크라우치, 저메인 데포 그런 선수와 비슷한 입지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무튼, 선덜랜드 가서 행복해지는 구나, 자식.
저 자식이 뉴캐슬에서 하던 꼬라지를 보면 그건 별로 달갑진 않네.
심술이 마구 솟아난다.
“안 되겠다. 오늘은 전력을 다해야지.”
“응?”
사람이라는 게 한결같지 않아서 특별한 것 없더라도 어떤 날은 몸이 무거운 날도 있지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몸이 가볍고 상쾌한 컨디션 최고조의 날도 있는 법이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기어를 풀어야겠어.”
진심 축구 1을 보여줄 때가 됐군.
* * *
태양의 아버지 윤지성은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한국에 골뱅이 수출을 위해 한국 식품회사 바이어와 현장을 답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곧 있으면 시티센터로군.”
상사의 말에 피곤으로 인해 꾸벅 졸던 윤지성이 설핏 잠에서 깨 창밖을 내다봤다.
“아, 리틀 벤튼.”
그러고 보니 오늘 아들이 중요한 경기에 출전한다고 했던 기억이 나 멍하니 리틀 벤튼을 보고 있던 가운데 상사가 그런 지성을 보고 물었다.
“자네 아들이 뉴캐슬 소속 선수라고 했지, 아마?”
“아, 네.”
“흐음…….”
백발이 희끗한 상사는 리틀 벤튼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딘가 씁쓸한 그 모습에 지성은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가 싶어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눈치 없는 동료 하나가 말했다.
“이 친구 아들이 지금 툰의 미래라 불리는 써니라는 아이입니다. 실력이 대단해요.”
“툰의 미래?”
“네,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유망주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빅클럽에서도 스카우터를 보낼 정도로요.”
“그렇군. 아들이 자랑스럽겠어, 윤.”
“하하, 아무래도 그렇죠.”
윤지성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가운데 그 눈치 없는 동료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자네 아들, 오늘 검은 고양이 새끼들이랑 붙는 날 아냐?”
“맞아. 더비전이지.”
“재밌겠네.”
“검은 고양이? 선덜랜드, 타윈-위어 더비… 말인가?”
평소 축구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던 상사가 더비까지 알고 있는 게 의아하긴 했지만, 뉴캐슬 사람이니 축구를 안 봐도 충분히 알 만한 이야기인 듯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더비라…….”
더비를 읊조리는 그를 바라보며 눈치 없던 동료, 제이크가 말했다.
“하하, 이사님이야 축구보다는 크리켓을 더 좋아하시죠? 그래도 타인-위어 더비는 우리 툰의 자부심입니…….”
제이크의 말이 끝나기 전에 상사가 말했다.
“…제이크, 차를 돌리게.”
“예?”
“검은 고양이 놈들과 경기는 유스 경기라도 안 볼 수 없지. 리틀 벤튼으로 가세나.”
“지, 진짜요?!”
“자네가 보기에 크리켓이나 럭비를 더 좋아할 것 같지만, 나도 엄연히 뉴캐슬 사람이네.”
“아, 그렇죠! 하하, 역시. 그럼 바로 차 돌리겠습니다!”
환하게 웃는 제이크가 핸들을 돌리는 모습에 지성이 당황해서 말했다.
“어, 지금 업무 시간…….”
“자네는 자네 아들이 경기를 뛴다는데 일이 중요한가? 가세나! 자네 아들이 더비에서 얼마나 멋진 활약하는지 봐야 할 거 아닌가.”
“…감사합니다.”
냉혈한 같기도 하고 한없이 근엄하기만 하던 상사의 말에 감명 받은 지성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괜히 민망해진 상사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하나같이 뉴캐슬 출신, 툰들뿐인지라 차 안은 어느새 묘한 흥분이 감돌고 있었다.
그렇게 들어선 리틀 벤튼 경기장은 경기가 한창인지 작은 경기장이라 생각될 수 없을 정도로 요란한 함성 소리와 뉴캐슬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동료들은 응원가를 듣기 무섭게 조건반사처럼 응원가를 흥얼거리며 자리를 잡았다.
필드에는 때 마침 검은 머리 소년이 공을 가지고 있었다.
“저 아이가 자네 아들인가?”
“예, 어! 어어?!”
흐뭇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지성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좀처럼 직장에서 격한 감정을 보이지 않던 지성이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모두의 시선이 필드로 향했다.
“오오!”
지성의 아들, 태양이 달리고 있었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져 질주하던 태양은 수비라인 마저 제치고 골대를 바라본다.
측면에 위치해 중앙까지 거리가 제법 되는 걸 확인한 태양은 본인이 드리블로 질주하기보다 측면에서 중앙을 가로지르는 컷백을 시도했다.
수비라인의 뒤를 절묘하게 스치듯 지나간 패스는 반대쪽 측면에 위치했던 샬렛의 앞으로 향했다.
샬렛은 공을 멈추기보다 발을 들이밀어 공의 방향을 골대로 바꾸는 것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적중해 골키퍼가 반응하지도 못한 채 골망을 갈랐다.
“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직장 상사가 윤지성을 바라봤다.
“자네 아들, 좀 하는군? 멋진 어시스트였네.”
“하하, 네, 감사합니다.”
윤지성은 흥분되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아들을 바라봤다.
골을 넣은 소년이 달려와 어깨동무를 하며 좋아하는데도 혼자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들이 보인다.
저 나이에 저런 말도 안 되는 패스를 했으면 흥분할 법도 한데.
“내 자식이지만 참…….”
“응? 뭐라 했는가?”
“아, 아닙니다. 그냥 대견해서요.”
“…저런 아들을 두면 부모 입장에서 뿌듯하기 마련이지.”
“그렇죠, 아무래도.”
상사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경기는 재개되어 선덜랜드가 공을 가지고 뉴캐슬 진영으로 빌드업해 나갔다.
“윤!! 오, 제발! 내려가지 말라니까!”
그 순간 뉴캐슬 벤치에서 감독의 외침이 들린다.
흘금 감독을 바라봤다 다시 필드를 바라보니 본인의 위치인 1선에서 내려온 태양이 뒤에서 귀신같이 선덜랜드의 공을 낚아채고 있었다.
공격수답지 않은 절묘한 스탠딩 태클로 공을 빼앗은 태양이 선덜랜드의 골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기보다 몇 살이나 많고 키도 체격도 큰 선수들 사이에서 작은 소년이 질풍같이 공을 몰아간다.
한 선수가 소년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마치 귀신이 스쳐가는 듯한 드리블, 라 크로케타로 단숨에 제쳐 버린다.
그 선수를 제치기 무섭게 선덜랜드 선수들이 달라붙었지만, 소년은 자신의 발아래 공을 허락하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달리는 것 같았지만, 절묘하게 다리로 공을 가리고, 가벼운 터치로 상대 선수의 발을 피해낸다.
누군가는 피지컬만 믿고 몸으로 밀어붙이기도 했지만, 소년은 넘어질듯 넘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균형감각으로 꿋꿋이 선 채로 공을 몰아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선다.
그 순간 선덜랜드 골키퍼와 태양에게 붙지 않고 골대까지 전력으로 달린 선덜랜드 선수 두 명이 삼각형태로 태양에게 달라붙는다.
누군가는 소년에게 노골적인 반칙성 태클을 하고 누군가는 공을 향해 억지로 발을 집어넣는 반면, 누군가는 소년의 진로를 가로막는다.
이대로 소년의 놀라운 질주는 끝이 나는가 싶은 순간, 소년의 백힐로 공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날씨가 맑아 눈부신 하늘 위 태양 빛이 공을 숨겨준 사이, 소년 태양은 공을 보지도 않고 마치 그곳에 공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듯 다리를 휘둘렀다.
펑!
떨어지던 공이 소년의 발에 닿았고, 직선으로 골대 안으로 뻗어나가 골망을 흔든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작은 경기장에 폭동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여섯이나 되는 검은 고양이를 제치고 플릭을 통해 발리슛으로 만들어낸 원더풀한 득점에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건 지성도, 지성의 직장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봤지? 봤냐? 저 아이가 바로 내 아들이라고!!! 태양아아악!!”
“와, 자네 아들 정말 대단한데?”
“소문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엄청난 아들을 뒀어!”
지성과 동료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뉴캐슬의 응원가를 부르짖는다.
그 가운데 경기는 계속됐고, 뉴캐슬은, 아니, 오늘 그 어느 때 보다 컨디션이 좋은 태양은 검은 고양이를 학살하는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그들을 유린했다.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두 번째 득점을 올렸고, 단 한 번 다리를 휘두르는 것으로 중거리에서 선덜랜드의 수비라인과 골키퍼를 바보로 만드는 말도 안 되는 슛을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그렇게 경기가 종료되고 태양은 리틀 벤튼의 지배자라도 된 것처럼 선수들의 무등을 탄 채로 경기장 관중석으로 옮겨졌다.
“아버지!”
이내 지성을 발견하고 태양이 외치자 선수들이 태양을 짊어진 채로 지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지성에게 상사가 말했다.
“멋지군. 과연 툰의 미래라 할 만한 아이일세.”
“네?”
“자네의 아들 말일세.”
“하하, 감사합니다, 이사님.”
“…나도 한때는 축구 선수를 꿈꿨지. 툰으로서 1군 직전까지 가기도 했고.”
그 말에 지성이 놀라서 이사를 바라봤다.
정확한 계급을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멋들어진 포쉬와 함께 고결한 귀족의 모습을 유지하던 이사가 축구 선수 출신이라고?
차라리 크리켓이나 승마 선수라면 모를까.
그런 지성의 시선에 상사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부상과 부모의 반대로 결국 나는 그저 그런 직장인이 되었네. 신분 때문에 체면밖에 모르는 그런 직장인.”
부모님, 가족, 가문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애써 외면하던 축구를 봤던 상사는 가슴이 마구 뛰는 걸 느꼈다.
신분도, 나이도, 직급도 잊을 만큼 말이다.
역시 자신은 뼛속까지 툰 그 자체인 듯싶었다.
“앞으로 자주 찾아와야겠군.”
모처럼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 툰의 미래를 바라보며 상사가 지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 아들 핑계를 대고 말일세. 부하직원 격려, 맴버쉽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하하, 네. 언제든지 리틀 벤튼으로 모시겠습니다.”
“이왕이면 세인트 제임스 파크까지 데려가 주게나.”
“물론이죠!”
문득, 지성은 자신이 좋아하고 아들도 좋아하는 축구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게 쉽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