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40)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40화
챔피언스 리그나 UEFA 유스 리그나 뉴캐슬이 속한 C조는 꿀조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세계 최고를 다투는 클럽이 속해 있지만, 나머지 두 팀이 쾨벤하운과 뒤셀도르프라는 상대적으로 만만한 팀이 같이 편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인팀이나 우리 U-18이나 모두 강팀인 레알 마드리드를 잡았다. 그것도 원정에서 말이다.
이건 크다.
쾨벤하운과 뒤셀도르프한테 방심하지 않고 이겼을 때, 아직 레알과 홈경기가 남았지만, 여기서 잘해주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1위로 진출하면 다른 조 2위와 붙게 된다. 재수 없으면 조 1위보다 무서운 2위를 만나게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봐도 조 1위보다 조 2위가 만만하지 않은가.
다가오는 9월 29일.
9월의 마지막 경기, 쾨벤하운과 홈경기에서 나의 2골 1도움을 바탕으로 4대0으로 압승을 거뒀다.
그건 성인팀도 마찬가지여서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1군과 합동 훈련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이봐, 써니. 이겼다면서?”
한참 몸을 풀고 있는데 미스터 툰, 팀의 위대한 주장인 마테오 실바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
“골 넣었냐?”
“두 골 넣고 어시스트 하나 했어요.”
“오, 대단한데. 레알 마드리드한테는 해트트릭도 했다면서?”
“네, 뭐.”
“이야, 우리 툰의 미래가 밝디밝구만. 지금 은퇴해도 되겠어.”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사람 우리 아버지랑 동갑이네.
“저랑 같이 시합 뛴다고 했잖아요?”
“아, 그래, 맞아. 잊고 있었네. 못해도 마흔까지는 현역으로 여기 붙어 있어야겠구만.”
“그때까지 기량 유지 되겠어요?”
그 말에 마테오 실바가 우람한 팔근육을 자랑하며 말했다.
“꾸준히 관리하고 있으니 걱정 마라.”
대단한 양반이긴 하다.
우리 아버지는 하루가 다르게 배가 나오고 있는데 그는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을 자랑하고 있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떨어진 순발력은 경험으로, 느려진 발은 경륜으로 대처하며 주전으로 뛰고 있었다.
진짜 큰 부상만 없으면 마흔까지 할지도 모르겠다.
“골을 넣었다고?”
그때 누군가 마테오 실바 뒤에서 불쑥 머리를 들이민다.
안토니오 리첼라였다.
거대한 그를 올려다보니 그가 험상궂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살인미소가 저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나?
“역시 나에게 골을 뺏어간 친구답군.”
“하하…….”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대결이다. 오늘은 절대 골문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
합동 훈련 때마다 나는 리첼라와 골 내기를 하고는 했다.
득점 내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프리킥, 페널티킥, 세트피스 상황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와 득점 대결을 하는 거다.
지금까지 항상 내가 이겨왔다.
사실 나에게 유리한 조건이거든.
나는 10번 중에 최소 세 골만 넣어도 승리하는 게임이거든.
조건을 바꿀 법도 한데 자존심 강한 리첼라는 절대 이 규칙을 바꾸지 않았다.
“오늘은 최소 다섯 골을 넣고 이길 겁니다.”
“흥, 어림없는 소리.”
덤벼보라는 듯 가슴을 쾅쾅 두드리는 리첼라였지만, 결과는 나의 승리였다.
리첼라는 시뻘게진 얼굴로 내게 말했다.
“다음 주 훈련에선 이기겠다.”
“미안한데, 다음 주에는 이곳에 없어요.”
“왜? 원정 경기라도 있나?”
“아뇨, 대표팀에 합류하거든요. U-17.”
“오……. 추억을 쌓으러 가는군.”
추억?
뭐, 잘하면 좋은 추억이 되겠지.
* * *
대한민국 U-17, U-20 대표팀이 한독 교류전을 위해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호텔에서 집합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유소년 선수들은 스탭들이 인솔해 데리고 왔지만, 해외에서 뛰는 아이들은 이곳이 소집 장소였기 때문이다.
“뭐야, 기자들이 왜 있어?”
시차 적응과 이코노미 좌석과는 친분이 전혀 없는 이정후 감독은 피곤에 절은 얼굴로 호텔 로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 한국인 기자들을 보고 의아한 듯 말했다.
옆에서 흘끔 그걸 본 코치가 말했다.
“그래도 뭐, 이번 U-17 애들이 역대급 아닙니까. 해외파도 있고. 따라올 만하죠.”
“그런가? 그래도 너무 많은데?”
“아, 참, 태양이 때문에 그렇습니다.”
“태양이? 아, 하긴.”
정작 영국에서 인터넷은 물론이고 한국 영상매체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태양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한국에서 태양이는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뉴캐슬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데다가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 유스를 상대로 해트트릭까지 하며 영국 언론은 물론이고 스페인에서도 뉴스에 나오며 화제가 되고 있는데, 한국 언론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저녁 뉴스에도 나오고, 인터넷 기사도 무수히 올라왔으며, 유튜브에서도 태양과 관련된 영상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었다.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태양이와 관련된 게시물이 매일 올라오고 있었다.
“요즘은 여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것 같더라구요.”
“뭐? 왜?”
“잘생겼잖아요. 아이돌 느낌으로다가.”
“쯧쯧, 얼굴 잘생겨서 어디다 쓴다고.”
“많던데요.”
“뭐라 그랬냐?”
“…아닙니다.”
사실 쓸 곳이 많았다.
외모는 스타성을 의미하니까.
축구만 잘하면 1억 유로짜리 선수지만, 잘생기기까지 하면 2억 유로짜리 선수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안녕하심까!”
그때 호텔 로비로 누군가 들어왔다.
“야, 넌 이 동네 사는 애가 늦으면 어떻게 하냐!”
“헤헤, 죄송함다. 길이 막혀서…….”
“어휴, 어린놈이 뭐 저리 뻔뻔한지.”
“헤헤헤.”
김효준이 씨익 웃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애들은요?”
“그러게, 올 때가 됐는데.”
“아, 양반되긴 글른 애들이 있네요.”
김효준의 시선을 쫓자 배상현과 이성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시점에서 태양이 만큼은 아니지만, 도르트문트에서 9경기 4골 2도움을 기록한 이성호와 아인트라흐트에서 오랜 시간 수비 핵심 유망주로 키워지는 배상현은 유명인사였다.
축구와 관련된 기자들이 그 둘을 알아보고 연신 셔터를 누른다.
기사가 올라갈지 모르지만, 찍어둬서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런 기자를 바라보며 김효준이 두 눈을 게슴츠레 떴다.
“뭐시여. 내가 올 때는 찍지도 않던 양반들이 신나게 찍고 계시네?”
“너랑 쟤들이랑 같냐.”
코치의 말에 김효준이 입술을 비죽였다.
“저도 레버쿠젠인디요…….”
“후보잖아.”
아직 적응하지 못한 김효준은 대부분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곧 적응할 건디요…….”
“그래, 적응하겠지. 성호는 벌써 적응한 것 같더만.”
“아니, 쟤는 팀이 좋잖슴니까.”
“레버쿠젠 유스도 좋잖아. 그러니 네가 후보지.”
배상현이 코치와 김효준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아니, 형은 말을 뭐 그리 섭섭하게 해요.”
“벌써부터 어깨뽕이 장난 아닌 거 같아서 그러지, 인마. 그러다 도로 리턴할래?”
“말은 이렇게 해도 존나 잘하고 있거든요?”
“존나 잘하는 건 네가 아니라 태양이지.”
배상현이 뒤를 가리켰다.
호텔 로비로 윤태양이 걸어오고 있었다.
“윤태양이다!”
“찍어, 찍어!”
“실제로 보니 더 잘생겼네! 태양군 여기 좀 봐주세요! 사진 좀 찍읍시다!”
윤태양을 보기 무섭게 로비에 자리 잡고 있던 한국 기자들이 윤태양을 찍기 시작했다.
“워, 셔터 때문에 그런가 진짜 아이돌 포스 나는데요?”
코치의 말에 이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커서 여자 여럿 울리겄어. 벌써 울리고 있으려나?”
“야! 태양아, 여기다!”
“오, 안녕하세요!”
태양이 환하게 웃으며 선수단 쪽으로 다가왔다.
이정후는 그런 태양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고, 우리 태양이 왔어? 오면서 힘들진 않았고? 설마 그사이에 다치거나 하진 않았지?”
“네, 괜찮아요.”
“그래, 그래. 이제 다 모였으니 슬슬 움직여 보자.”
감독은 다 모인 선수들, U-17과 U-20 대표팀 선수들을 데리고 로비에 모인 기자들과 가벼운 인터뷰를 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시차 적응을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휴식을 취해야 했다.
* * *
정말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물론, 지난 아시아 교류전에 함께한 동료들 모두 반갑긴 하지만.
“공세환.”
서울 UTD에서 함께한 공세환은 그중에서 가장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흐.”
공세환이 실없이 웃는다.
근데, 이 자식…….
“뭐야, 안 본 사이에 뭐 이리 컸어?”
기껏해야 1년 반 정도 됐나?
그 짧은 사이에 172cm인 나보다 더 커졌다.
거의 180cm 가까이 되겠는데?
“내가 좀 컸지?”
“체격도 좀 더 커진 거 같은데……?”
“운동 좀 했지.”
“그냥 운동을 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지난 삶에 나처럼 무식하게 벌크업을 한 게 아니라 상당히 체계적으로 운동을 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엄마, 아빠한테 부탁해서 개인 코치 고용했거든.”
“피지컬 코치?”
“피지컬 코치도 있고, 여러 명. 기술 코치나 전술 코치 뭐 이런 분들이랑 운동했어.”
…그러니까 돈으로 축구 구단에서 활동해야 할 전문 코치들을 모두 고용해서 운동을 했다는 거네?
있는 놈 자식은 스케일이 달라도 한참 다르구나.
“그래서 효과 좀 봤냐? 너 포변한다고 하지 않았냐?”
“응, 지금 풀백으로 뛰고 있지. 그리고 우리 서울 올해 우승했다?”
“워…….”
서울이 우승이라니, 생각도 못했다.
혹시 공세환이 활약해서 우승한 걸까?
경기를 직접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만, 아무튼, 원래 소속팀이 우승했다니 기분은 좋네.
아니, 아니지.
감독이 미드필더로는 국가대표 어렵고, 포지션 바꿔서 활약하면 발탁해 준다고 했지 않나?
그 말은 풀백으로 활약을 꽤나 했다는 소리잖아?
“둘이 같이 있었네?”
그때 류준서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다, 태양아.”
“그래, 오랜만이네.”
그래, 이게 정상이지.
류준서는 키도 크고 코 밑이 거뭇거뭇해지긴 했지만, 공세환과 비교하면 딱 적당히 큰 수준이었다.
가만, 코치뿐만 아니라 이 자식 좋은 거 다 먹고 큰 거 아냐?
현질로 못 할 게 뭐 있어?
“공세환도 오랜만이네. 우리 개처바른 그때 이후로 처음 보는 거지?”
“개처바르긴… 하하.”
“뭐야, 너네 우리 서울한테 졌어?”
“이 자식 때문이야. 미친놈이 지치질 않아. 필드에 다섯 명 있는 줄 알았어.”
새삼스러운 눈으로 공세환을 바라봤다.
그사이에 진짜 무섭게 성장한 모양이다.
그게 피지컬로 밀어붙인 건지, 아니면 고용했다는 전술 코치에게 배워서 최첨단 풀백으로 탈바꿈해 서울을 먹여 살린 건지 정확하지 않지만, 많이 성장한 모양이긴 하다.
“공세환 대단한데?”
“하하, 운이 좋았지.”
뭔가 정신적으로도 성장한 것 같기도 하고.
현질만 하던 철없는 친구였는데 말이지.
“다들 여기 있었군!”
이번에는 이성호가 다가왔다.
꿀벌이 된 이 녀석은… 이 녀석도 키가 꽤 컸네. 체격도 커지고.
환경이 바뀌다보니 급성장을 한 건가?
“태양, 오랜만이다.”
“어, 그래.”
“기차 타고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영국에서 독일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닐 텐데.”
“…기차?”
난데없이 웬 기차?
“나는 뮌헨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너는 더 걸렸겠어.”
……음…….
“저기 말이야, 성호야.”
“왜?”
“영국은… 섬이야.”
“뭐? 정말?! 거짓말 하지 마라, 태양!”
……우리 성호는 몸만 크고 뇌는 여전히 순수하구나.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