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50)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50화
“1군이라고?”
“어머, 진짜?”
아버지는 수저를 멈추고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엄마도 놀란 건 마찬가지다.
“거, 1군이면 프로팀 아녀?”
“네, 아버님. 그렇죠?”
“아니, 우리 손주가 벌써? 이제 겨우 17살 아니냐?”
“그러니까, 아빠.”
할아버지 두 분도 놀라셨다.
프리미어 리그 1군 입성은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자식을, 손자를 축구선수로 둔 덕에 네 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1군 훈련을 합류하긴 했지만, 출전은 힘들 거예요.”
“이이? 그러면 뭣하러 1군으로 올린 겨? 2군서 잘 뛰는 아를?”
“아버지, 1군서 훈련하는 거랑 2군에서 훈련하는 거랑 질 차이가 클 거예요. 경기는 2군에서 뛰더라도 1군에서 좋은 시설에서 최고 스탭 케어 받으면서 키우려는 거죠. 태양아? 아빠 말 맞지?”
“네, 맞아요.”
“이, 그런 겨? 그럼 좋은 거구먼?”
좋은 거지.
나도 이 정도로 빠르게 1군에 입성할 줄은 몰랐다.
물론, 아까 말한 대로 프리미어 리그 무대에 출전하는 건 장담하지 못했다.
정말 마지막, 시즌 말미에 승점에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아니, 그게 아니면 공격라인에 선수들이 죄다 부상을 당해서 부득불 나라도 출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16살 어린 선수를 내보낼 일은 없을 거다.
뭐, 그래도 만족한다.
당장 언제 1군 올라가서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지 조급해하던 걸 생각하면 이제는 1군 훈련을 하면서 프리미어 리그를 기다리는 입장이 됐으니까.
훈련시설도 대만족이다.
아무리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유스 훈련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돈을 덕지덕지 바른 1군의 훈련 시설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니까.
“오늘 가서 어른들이랑 싸우지 말고! 감독님이랑 코치님이랑 주장 말 잘 듣고! 알지?”
밥을 먹고 갈 준비를 하는데 엄마가 옆에서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신신당부를 하신다.
“엄마, 내가 애도 아니고…….”
“어이구, 엄마한테는 덩치 큰 여름이로 보이는데?”
아, 엄마, 그건 좀.
점점 더 잼민이다워진 여름이는 사고뭉치 그 자체였다.
얼마 전에는 크리켓 라켓으로 학교 유리창을 깨먹었다지?
“저 그만 갈게요!”
나는 서둘러 훈련장으로 향했다.
아, 학교는 안 가냐고?
당연히 안 가지.
미국은 운동을 하면서 학업을 게을리 하면 운동을 계속할 수 없는 시스템이고, 한국은 아예 K리그 유스가 학교와 연계되어 학교를 안 갈 수가 없는 시스템이지만, 유럽은 학업에 대해서 굉장히 관대했다.
나는 중학교 학력을 이수하기 무섭게 학교를 그만뒀다.
그 덕에 바로 훈련장으로 향한다.
1군 훈련장이라.
어제 잠깐 들린 걸 빼면 오늘이 첫 출근이네.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뛴 나지만, 세계 최고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 1군 훈련장은 또 처음이라 그런지 설ㅤㄹㅔㅆ다.
“라커룸이…….”
지금까지 견학 차원에서 들어갔던 라커룸에 들어가 내 자리를 찾았다.
YOON
47
한쪽 구석에 내 성과 등번호가 마킹된 유니폼이 걸려있는 자리가 있었다.
“이게 내 자리.”
비록 훈련장 라커룸이긴 하지만, 내 자리가 있다는 건 특별하다.
지난 회귀 전 삶에서 어려서부터 내 공간이 없이 자란 나는 나만의 공간을 굉장히 특별하게 생각했다.
“오! 왔구나, 태양?”
나만의 자리에 짐을 정리하고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티.”
마테오 실바였다.
이 노인네는 뭐 이리 부지런한 거야.
팀의 상징이자 최고참이라는 양반이 제일 일찍 오네.
“이야, 진짜 같은 무대에 설 날이 오긴 오는구나. 요즘 갈수록 몸이 삐그덕거리는 게 같이 못 뛰고 은퇴해야 하나 싶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거 치고는 활약이 괜찮던데요?”
“크, 10년 전이었음 그 두 배로 잘했을 걸?”
10년 전에 27살이라니.
진짜 필드 위에 요괴가 따로 없네.
나는 지난 삶에서 한국 나이로 32살에 은퇴했다.
멀쩡하지 않은 몸으로 32살까지 한 것도 사실 기적이었다.
“어때, 우리 라커룸 기가 막히지? 진짜 나 어릴 때 라커룸 생각하면 엄청나지. 그때는 말이지…….”
필드 위에 늙은 요괴가 라떼는을 시전하고 있었다.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반가운 얼굴이 라커룸 안으로 들어왔다.
안토니오 리첼라, 뉴캐슬의 골문을 지키는 거인이었다.
“이게 누구야? 꼬맹이가 드디어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그가 웃는다.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저 얼굴은 해를 거듭할수록 포스가 느껴지는 것 같다.
저러니 이번 시즌부터 마테오 실바를 대신해서 주장 자리를 맡은 거겠지.
얼굴만으로도 선수단을 이끌 수 있을 것 같잖아?
“이제 매일같이 내기를 할 수 있겠네요.”
내 말에 리첼라가 고개를 저었다.
“너랑 골 내기를 하면 사기가 꺾여. 매일같이 한다 생각하니 끔찍하군. 한 달에 한 번 이벤트 정도로 하자고.”
“그럼 1년에 12번밖에 못 이기겠네요.”
“흥.”
리첼라는 콧방귀를 뀌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뒤이어 익숙한 얼굴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이반 레델리, 오마르 레오나르드, 디다와 아놀드같이 내가 뉴캐슬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있던 사람들이었다.
오마르는 새삼스럽게 내 키를 보고 놀라워했다.
자기보다 한참이나 작았던 내가 어느새 근소하게 자기보다 커진 게 신기한 모양이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큰다는 걸 총각인 그는 와닿지 않는 모양이다.
어쨌든 라커룸 분위기는 이번 시즌 성적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다.
이번 시즌 성적이 어떻냐고?
지금 우리 팀은 5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도 4위인 아스날과 승점 9점이나 뒤쳐진 5위다.
11경기밖에 남지 않았으니 9점 차이는 크다.
아무튼, 그런 상황 치고는 분위기가 좋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마테오 실바가 복귀하며 팀을 결속시켜 3연승을 한 게 크다.
툰들은 하나같이 ‘여윽시 우리 미스터 툰!’ 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이 좋은 분위기에도 좋지 못한 사람도 있긴 했다.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제이슨 크롬웰, 그리고 그와 주전 경쟁을 하는 두 번째 옵션 하빕 델랍이었다.
놀랍게도 둘 다 죽을 쑤고 있었다.
팀에 7시즌이나 있으면서 매 시즌 최소 리그 10골, 모든 대회를 합하면 그 이상의 골을 책임져 주고 있던 제이슨 크롬웰은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고작 6골을 기록하고 있었고, 지지난 시즌 이적 와서 호시탐탐 크롬웰의 자리를 노리는 하빕 델랍도 신통치 못한 크롬웰을 대신해 몇 번이나 좋은 기회를 받았지만 10경기 동안 2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기분이 좋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당장 방출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하빕 델랍은 몰라도 크롬웰 방출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여기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이 타 리그 우승보다 힘들다는 프리미어 리그다.
매 시즌 챔스 티켓을 확보하는 우리 정도 되는 팀에서 활약이 좋지 않은 선수를 끝까지 데리고 있을 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돈이 제일 많은 구단이 우리 구단이니까.
그래, 막말로 7시즌이나 함께한 인연을 생각해서 당장 방출은 안 돼도, 하빕 델랍은 방출되고 본인이 백업 스트라이커로 전락한 뒤 주전 자리를 새로 이적 올 스트라이커에게 넘겨주겠지.
여기서 기회를 못 잡으면 결국 스스로 못 견뎌 나가거나 계약을 못하고 방출되거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 지난 삶 기억에도 쉬이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두 사람 빅리그 빅클럽 커리어는 황혼에 다다른 것 같다.
햐, 저 자리를 내가 차지하면 좋은데.
무리겠지.
그저 지금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자.
그런 마음으로 팀 훈련에 최선을 다했다.
감독과 코칭 스탭들은 나를 예뻐하며 심혈을 기울여 키우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고, 주장인 리첼라나 팀의 정신적 지주인 마테오 실바가 나를 아끼는 덕분에 어렵지 않게 1군에 금방 녹아들 수 있었다.
그 가운데 28라운드를 앞두고 가뜩이나 부진하던 크롬웰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다시 하빕 델랍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하빕 델랍은 28라운드 경기에서 이번에는 자신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열심히 뛰었고 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진 29라운드에서는 1골 도움 1개를, 이어서 30라운드에서는 멀티골을 기록, 31라운드에서도 또다시 득점하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자신의 가치를 4경기 5골 1도움이라는 미친 활약으로 연승을 견인하며 증명한 거다.
하지만 여기서 딛고 일어나 크롬웰 자리까지 꿰차고 뉴캐슬의 부동의 스트라이커가 됐다면 내 기억에 남았겠지.
그는 치명적인 결함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기세를 타서 몰아넣는 활약을 보여주지만 분명 기복이 있는 선수라는 점, 그리고 4경기 5골을 넣는 퍼포먼스에서 알 수 있듯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재능을 만개시킬 수 없는 유리 몸을 가지고 있었다.
32라운드에서 잠잠한 듯하더니 이어진 33라운드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고 침묵했다.
다행히 팀은 지지 않았고, 아스날이 조금 미끄러져 승점 4점 차이까지 따라잡았지만, 스트라이커가 골을 책임지지 못하면 남은 5라운드 안에 챔피언스 리그 티켓은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기회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34라운드.
레스터 시티와 홈 경기.
두 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해 조급해진 하빕 델랍은 후반 26분, 무리해서 돌파하다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허벅지 뒤를 부여잡는 걸 보니 햄스트링이 다친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벤치에는 저 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없었다.
나 빼고는.
혹시?
내가 기대감 서린 얼굴로 감독을 바라보는데, 이미 감독이 날 보고 있었다.
혹시, 설마?
* * *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오랜 시간 이끈 감독 어거스트 롬멜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잘하는 듯하더니 기어이 부상이다.
저 선수를 왜 영입했을까?
스포츠 과학팀에서 부상 위험이 크다고 했을 때 영입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러기에는 재능이 너무 탐났는데.
스포츠 과학팀의 말을 듣지 않았을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던 재능이 빛바래 들것에 실려오는 하빕 델랍을 바라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고 시간을 확인했다.
인저리 타임까지 고려한다면 25분 정도 남았으려나?
스코어는 0대0, 레스터 시티가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승점 1점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테오 실바를 빼지 말 걸 그랬다.
“일단… 오마르를 중앙으로 보내야 하나?”
그는 벤치를 바라봤다.
시즌 말미여서 그런지 부상병동이다.
그나마 백업 공격자원 하나가 벤치에 앉아있긴 하지만, 부상에서 이제 막 복귀했다. 아니, 사실 부상이 다 나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최후의 최후의 상황까지 생각해서 앉힌 거지 지금 상황에 넣어봤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의 시선에 태양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2군 콜업을 반대하던 마초 같은 외견과 다르게 깐깐하기 그지없는 2군 감독이 몇 경기 만에 홀딱 반해서 1군에 올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뉴캐슬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뉴캐슬의 미래.
게다가 유리 몸이 될 거라며 하빕 델랍의 영입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스포츠 과학팀이 피지컬로 보면 1군에서 뛰어도 문제없다고 평가한 소년.
이렇게 보니 나이가 어리고 얼굴이 곱상하니 앳돼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보니 키도 체격도 크게 문제될 거 없어 보이긴 한다.
그래, 어차피 레스터 시티도 우리처럼 몇 경기 내내 골 가뭄에 뉴캐슬의 단단한 수비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수비만 공고히 해주면 1점은 챙길 수 있다.
어차피 뭔가 해줄 자원도 지금은 벤치에 없다.
그래, 그렇다면.
“태양, 교체다. 준비해라.”
한 번 도박을 걸어볼 수밖에.
프리미어 리그 33/34 시즌.
34라운드 레스터 시티전.
뉴캐슬의 미래의 역사적인 데뷔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