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6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63화
[뉴캐슬 유나이티드 5대4로 아스날에게 신승] [해트트릭, 윤태양] [원더보이] [뉴캐슬의 떠오르는 해, 윤태양] [빛바랜 딜런 먼로의 하울]뉴캐슬 시티센터의 어느 펍.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훑어보던 사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테이블 건너편 주인에게 물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마른 수건으로 맥주잔을 닦던 펍의 주인 피터는 사내의 물음에 흘끔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경기 못 봤나?”
“어제 장모님 생일이었어. 갈 수 있을 리가.”
“우리 원더보이가 해트트릭과 두 개의 어시스트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지.”
“빌어먹을, 그건 방금 뉴스 기사를 봐서 안다고. 딜런 먼로가 네 골을 쑤셔박았는데 우리 꼬맹이가 활약해서 엿을 먹이다니. 제길, 이걸 못 보다니.”
그 말에 피터가 웃으며 말했다.
“처가집에서 TV로 보지 그랬나?”
“내 인생 가장 후회하는 게 뭔지 아나, 피터?”
“응?”
“우리 와이프 고향이 어디인지 안 물어본 거야, 씨발.”
그 말에 피터는 잔을 닦던 걸 멈추고 사내를 바라봤다.
“자네 설마……?”
“그래, 선덜랜드라니. 아니, 선덜랜드 사람이 왜 뉴캐슬 와서 사냐고! 당연히 툰인 줄 알았지.”
“그래서 안 사랑하나?”
“어휴……. 사랑은 하지.”
한숨을 내쉬는 사내를 보며 피터는 어깨를 으쓱하다 펍의 문이 열리는 걸 보고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가 환하게 웃었다.
“오!”
“피터, 잘 있었는감?”
펍 안으로 들어온 건 두 명의 아시안 노인들이었다.
“며칠 만에 뵙네요. 바쁘셨습니까?”
두 사람은 다름 아닌 태양의 친, 외가 할아버지들이었다.
“이이, 우리 손주 경기 보러 갔다 오느라 못 왔지. 간 김에 관광도 허고.”
“아, 그러셨군요. 런던은 어땠습니까?”
“사람 살 곳이 아니더군. 여기만큼 살 만한 동네가 없는 거 같더라니까?”
그 말에 피터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뉴캐슬만 한 곳이 없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이, 그러고야 싶지. 우리 손주도 여기가 좋댜.”
“그으래요오? 아이고, 참. 깜빡하고 맥주를 안 드렸네요. 늘 드시던 걸로?”
“그랴.”
피터는 부랴부랴 일반 손님들에게 내놓는 것 보다 훨씬 큰 맥주잔에 특제 브라운 에일을 가득 담기 시작했다.
그런 피터를 보고 사내가 물었다.
“저 사람들이 누구길래 자네가 특급 손님들한테나 주는 그 맥주잔으로 맥주를 주나?”
“몰라? 아니, 어떻게 모를 수가… 아, 그러고 보니 자네는 항상 저녁에나 왔지. 저 두 분은 우리 원더보이의 할아버지들이지.”
“뭐?”
사내의 시선이 할아버지들을 향했다.
펍에 앉은 둘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럼 원더보이도 여기 종종 오나?”
“주말이나 점심때 가끔 가족이 다 와서 내 요리를 먹고 가고는 하지.”
“…외국인들이… 자네의 영국 요리를……?”
“내 요리가 어때서?”
무섭게 눈을 뜨는 피터의 모습에 사내는 찔끔하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자네 요리가 아니라, 우리 영국 요리 말이야. 우리나라 요리!”
“그래, 내 솜씨는 문제없지. 우리나라 음식이 개 같아서 그렇지.”
피터는 그리 말하고 할아버지들에게 브라운에일을 가지고 갔다.
사내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봤다.
평소 과묵하기 그지없는 피터가 저렇게 크게 웃는 건 처음 봤다.
피터의 웃음소리가 바깥에도 들린 건가?
하나, 둘 사람들이 펍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 써니의 창조주님들 오셨네!”
“영감님! 태양이 응원가를 만들었는데 들어보세요!”
“영감님들 테이블이 왜 이리 허전해! 먹을 것 좀 내와 봐, 피터!”
그들은 하나, 둘 영감님 주변으로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매일같이 일어난 것처럼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아니, 이 펍이 언제 이렇게 됐지?
와이프 등살에 빌어먹을 선덜랜드를 왔다갔다 한 게 문제야.
“다음 경기부터는 꼭 보러 가야지. 아, 유니폼이라도 사야 하나?”
사내는 시선을 돌렸다.
펍 한가운데 태양 모양의 방패가 걸렸고 그 아래…….
YOON
47
“47번.”
그래, 이왕 다시 경기 보러 가는 거 우리 꼬맹이 유니폼을 사서 입고 가야겠다.
* * *
우리 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집에서 아버지와 아스날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를 지켜봤다.
[아! 딜런 먼로! 기회를 날립니다!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리네요!] [이렇게 경기… 종료됩니다!]“아스날이 졌네.”
“그러게요.”
“이렇게 되면 4위 확정이지?”
아버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내년에는 챔스에서 뛸 수 있겠구나. 세상에 내 아들이 챔스에서 뛴다니. 허허허헛!”
축구광인 아버지는 생각만 해도 좋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역시 맥주는 라거지.”
아버지는 에일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
사실, 온통 라거 위주인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 에일이 익숙해지는 건 쉬운 일은 아니긴 하지.
“근데 감독은 경질된다냐?”
“글쎄요……?”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 없디? 여론은 경질할 거란 말이 많은데.”
“제가 생각해도 그럴 거 같긴 한데… 아직 나오는 이야기는 없어요. 저 같은 어린애한테 그런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요.”
“마테오 실바, 그 양반도?”
“축구 선수는 축구만 해야 한다는 마인드라서요.”
미스터 툰이라고 불릴 만큼 팀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양반이긴 하지만, 실바는 절대 내부 정치 같은 것에 관여하지 않았다.
감독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태업이나 선동을 하지 않고 오로지 묵묵히 뛰며 팀 내분이 일어나는 걸 절대 원하지 않았다.
“그래? 하긴, 그런 사람 같더라. 그런 사람이 진국이긴 하지. 그런데 그 양반은 은퇴 안 한대? 아빠 또래 아니야?”
아버지보다 몇 살 어리긴 하지만, 또래는 또래지.
“힘들긴 한 것 같은데, 모르죠. 그런데 아마 다음 시즌까지만 하고 그만둘 것 같긴 해요.”
“또 한 시대가 완전히 가는구나.”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가 가고 음바페와 홀란드가 활약하던 시대의 선수들도 본 무대에서 물러난 지 오래였다.
지금은 한국에서 밈처럼 부르는 4대 스트라이커의 시대였다.
말이 저렇다는 거지 사실 뭐 하나 압도적으로 대단한 선수가 없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저 네 명이나 그 외 세계적인 선수들이 못한다는 건 아니지만, 메시나 호날두, 홀란드처럼 리그 한 시즌에 4, 50골 이상을 넣는 괴물도 없고, 음바페처럼 월드컵 해트트릭을 두 번이나 기록하는 선수도 없다.
그리고 이제 다다음 시즌이면 괴물이 프리메라리가에 등장한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영원히 남을 것 같던 메시를 뛰어넘어 모두가 하나같이 축구의 신이라 부르는 디오스의 시대다.
“아들, 이 뉴스 봤어?”
“네?”
내가 새삼 디오스를 떠올리는데 아버지가 나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뭔가 하고 봤더니.
[윤태양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를 보면 메시가 떠오른다.]은퇴한 어떤 감독의 인터뷰 기사였다.
은퇴한 감독이 현역 선수들을 평가하는 건 어찌 보면 흔한 일이다.
다만, 그게 프리미어 리그에 맨시티 왕조를 세운 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허.”
저 말을 들어본 적 있다.
은퇴 이후에 절대 대외활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이례적으로 입을 열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
다만 대상이 바뀌었다.
디오스에서 나로.
“우리 아들 진짜 대단하긴 하지. 내가 낳았지만, 참… 도대체 어디서 나온 유전자지? 얼굴을 보면 엄마, 아빠 반반 잘 섞었는데 운동 재능은 참…….”
아니, 만드신 분이 그렇게 신기해하면 어찌합니까.
“뭐… 유전자가 굉장히 잘 섞인 거 아닐까요? 음식도 음료도 잘 섞으면 맛있잖아요.”
“그지. 사실 이 술도 그래. 소주랑 맥주가 섞여야 진짜 맛있는데.”
아버지는 쏘맥이 그리운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구하는 게 마냥 어려운 건 아니다. 가격이 좀 나가긴 하지만 그거야 뭐 해외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거니 어쩔 수 없는 거고.
도대체 왜 저렇게 그리워하는 걸까?
“자기야? 맥주가 세 캔이나 없어졌네? 한 캔만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그때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아버지가 흠칫 놀라며 당황한 얼굴로 맥주캔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응? 글쎄? 아버지랑 장인어른이 드셨나?”
아, 소주를 구하지 못하는 건 파는 곳이 없다거나 가격이 문제가 아니구나.
나는 안타까운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 * *
아스날이 토트넘에게 패배하는 걸 확인하고,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에버튼을 상대해 나의 득점과 오마르의 득점으로 2대0, 가볍게 에버튼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최종 순위는 4위.
과거 시즌과 비교하면 조금 힘겹긴 했지만, 우리는 결국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확정 지었다.
[윤태양, 38라운드에서 한 골로 유종의 미.] [프리미어 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윤태양.]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를 시작할 다음 시즌, 윤태양의 행보는?] [펩 과르디올라가 극찬한 천재, 우리나라는 윤태양 보유국.]경기만 했다 하면 한국에서는 뉴스가 빗발치듯 쏟아지고 있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음, 그냥 모처럼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있어서 그런 듯?
그래서 그런가 팬카페도 회원수가 어느덧 2만 명이나 된다.
성비를 보니까 여자가 더 많다.
음,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축구를 이리 좋아할 줄은 몰랐네.
기만하지 말라고?
크흠, 흠.
아, 그 가운데 2033/34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2대0으로 승리한 PSG의 손에 들어갔다.
PSG 입장에선 지난 10년 동안 벌써 4번째 빅이어였다.
예전만 해도 PSG는 어떻게든 빅이어를 들어 올리고 싶어 했는데, 그것도 이제 옛말이다.
이제는 유럽의 강자를 레.바.뮌이 아닌 레.파.뮌으로 부르고 있었다.
맨시티는 결국, 이번에도 결승에서 결국 빅이어를 구경만 하는 것에 끝났다.
만수르가 구단주로 취임한 이후 PSG처럼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빅이어인데, 희한하게 맨시티는 빅이어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있네.
뭐, 퍼거슨 이후 차곡차곡 쌓인 똥들 다 치우고 좋은 선수들 영입하고도 프리미어 리그 우승도 못하는 한 동네 형제도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지.
조만간 그마저도 못해서 맹구와 맹시, 맹형제로 불릴 처지인데, 준우승도 감지덕지다.
아무튼, 프리미어 리그가 끝나고 서서히 내 주변에 돈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자기 팀으로 이적하자고 제안을 하는 클럽들.
나의 에이전트가 되고 싶다고 하는 에이전트와 에이전시 등등.
에이전트는 고용해야 한다.
이번 시즌 짧지만 큰 임팩트를 남긴 내 활약 때문인지 뉴캐슬은 정식 프로 계약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락 온 곳 중에서 마음에 드는 에이전트나 에이전시가 없네.
이렇게 된 이상 괜찮은 사람을 찾아봐야겠는데.
머릿속에 몇몇 에이전트가 생각나지만, 일단 엄청 급한 건 아니니까 신중하게 알아봐야지.
일단은 뭐 시즌 종료하고 휴가니까 쉬어야지.
어른이라면 어디 해외나 한국이라도 다녀올 텐데 아직 미성년자라 어디 혼자 다닐 수도 없다.
그렇다고 애들 학교가 있는데 엄마랑 같이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으어.”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뉴캐슬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주말에 런던 구경을 가거나 영국 관광지를 구경하는 게 전부였다.
아, 이비사가 그립다.
선상파티에 불려 나가서 놀던 그 화려한 은퇴 후 삶이 눈물 나도록 그립다.
하지만 현실은.
“오빠, 나 토끼 그려줘!”
우리 막내 겨울이랑 같이 토끼 그림을 그리는 게 지금 내 현실이었다.
싫은 건 아니지만, 나도 가끔 과거가 그립다고.
어른의 삶 말이다.
시즌 끝나면 그동안 참았던 거 풀듯이 딱 하루 실컷 놀았었는데.
“오빠? 이게 머야? 이게 토끼야?!”
“응? 아, 미안. 오빠가 잠깐 딴생각을 했네?”
토끼가 아니라 내가 즐기던 위스키 병을 그리다 말았네.
더 그렸다간 시가랑 여자도 그렸을 듯.
정신 차리자.
“아들? 어딨니? 어머, 겨울이랑 놀아주고 있었어?”
정신 차리고 어설프게 토끼를 그리기 시작하는데 엄마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를 찾았다.
“네, 엄마. 무슨 일이에요?”
“아들, 아들한테 할 말이 있어.”
“네?”
불안하게 왜 그러지.
표정을 보면 나쁜 일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우리 태양이한테 새 동생이 생겼단다.”
“네?”
“엄마, 임신 3주래!”
뭐라고요?
“엄마? 나도 동생 생긴 거야?”
“그래, 겨울이도 이제 동생이 생겼네? 겨울이는 좋겠네?”
“우아! 동생이다! 나도 언니다!”
“헐.”
세상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