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6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69화
“진짜네.”
“진짜구나.”
경기장을 찾은 툰들의 시선이 윤태양을 향한다.
정확히는 윤태양의 등에 마킹된 7번을 향하고 있었다.
7번이라는 등번호는 그들에게 있어서 십수 년이 넘도록 오로지 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 번호가 다른 사람 등에 달린 걸 보는 게 이리도 낯설 줄이야.
“그래, 시대가 바뀌긴 했지.”
“너무 오래 얽매여 있었던 걸지도?”
일부는 이제 떠나야 할 사람은 보내주고 새로운 뉴캐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도 마티가 버젓이 있는데…….”
“아직은 이르지 않나? 저 꼬맹이가 7번이라니?”
아직은 마테오 실바를 보낼 준비가 안 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견은 같았다.
“그래, 7번은 태양이지.”
“그래도 그다음 7번이라면 쟤겠지.”
태양이 그 뒤를 이어 7번을 달아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자, 양팀 경기 시작합니다. 미들즈브러가 조심스럽게 공을 전개합니다.]미들즈브러는 신중하게 뉴캐슬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미들즈브러에게 있어서 뉴캐슬은 최근 들어 가장 원수 같은 팀이었다.
쉽게 말해 져서는 안 되는 팀이라는 소리다.
강등과 승격을 거듭한 지난 10년 정도 되는 시간 속에서 강등이나 승격이냐 기로에 섰을 때 그들을 강등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팀이 항상 뉴캐슬이었기 때문이다.
뉴캐슬은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미들즈브러에게는 지독한 악연이 아닐 수 없었다.
개막전이긴 하지만, 뉴캐슬한테 진다?
시작부터 강등 PTSD가 올라오며 팬들이 선수들에게 온갖 욕을 퍼부을 거다.
근데 말이 쉽지.
승강을 반복하는 팀이 챔스 단골팀을 이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패스 하나, 하나가 신중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전개되던 공도 다시 뒤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미들즈브러가 너무 사리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시작부터 다소 지루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너무 사린다고?
아니다.
미들즈브러도 공격이라는 걸 하고 싶었지만, 뉴캐슬이 쉬이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반복되는 후방으로 백패스는 뉴캐슬에게 기회를 주기에 충분했다.
[아! 고메즈 공 뺏습니다! 그대로 윤태양에게! 윤태양입니다!]미들즈브러가 느린 템포로 공을 앞으로 전개조차 하지 못하고 조심스러웠다면 뉴캐슬은 과감했다.
뉴캐슬의 새로운 7번은 시간을 잡아먹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크로스 스탭으로 달리다가 과감하게 자신에게 달려오는 살켈드를 상대로 윤태양은 라 크로케타로 가뿐하게 제치며 나아갔다.
[커티스가 길을 차단하는데요, 윤태양, 한 박자 빠르게 커티스가 벌려준 빈 곳으로 공을 찔러넣습니다!] [일리뉴가 달려 들어가 공 잡고… 슈팅!] [슈우우우웃! 골!] [골입니다! 골골! 일리뉴의 데뷔전 데뷔골입니다!]미들즈브러는 망연하게 서서 일리뉴를 바라봤다.
득점에 성공한 일리뉴는 그 특유의 헐크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하고는 달려가 태양을 번쩍 들어올렸다.
태양은 시큰둥한 얼굴로 있다가 난데없이 들려지자 인상을 찌푸리며 일리뉴의 마빡을 손바닥으로 짝, 하고 때렸다.
[일리뉴가 윤태양을 안아 들어올립니다. 힘이 보통이 아니네요.] [뉴캐슬이 이렇게 앞서갑니다. 미들즈브러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우울한 전개네요.] [매년 강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뉴캐슬에게 지는 건 미들즈브러 입장에선 달가운 게 아니죠. 아, 아니나 다를까 원정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옵니다.야유는 미들즈브러를 조급하게 만들었지만, 기세는 이미 뉴캐슬에 넘어갔다.
[경기 시작되고 뉴캐슬이 거세게 몰아붙입니다.] [미들즈브러가 승격과 강등을 거듭하면서도 팀을 유지하며 팀워크가 좋은 팀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지금 상황을 보면 오히려 5명이나 신입생으로 구성된 뉴캐슬의 팀워크가 더 좋아 보입니다.] [미들즈브러가 뉴캐슬의 압박에 고전하는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윤태양이 공 뺏습니다!] [삼각 대형으로 윤태양을 빠르게 압박하는 미들즈브러!]선수들이 몰려오기 전에 윤태양은 가만히 서서 공 밑을 툭하고 찍어 차올렸다.
공이 떠올라 태양을 감싸던 선수를 넘어 반대편에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절묘하게 떨어져 내린다.
그걸 받은 건 레델리.
왼발로 공을 받은 레델리는 골대를 슬쩍 한 번 보고 그 자리에서 슈팅했다.
직선으로 쭉 뻗어나간 공이 골대 구석에 꽂혀 들어갔다.
[골! 4분 만에 추가골입니다! 레델리의 득점입니다!]-뉴캐슬 무섭네
-아무리 미들즈브러라고 해도 뉴캐슬 축구 ㅈㄴ 쉽게 하네
-축구는 윤태양이 제일 쉽게 하는 거 같은데
-밥상 다 차려놓고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 수준 ;;;;
-미쳤네 그냥 툭 찍어차서 어시하네 ;;;
-아까 혼자 돌파하고 패스 찔러 넣어준 것도 지렸음
-우리나라 나이로 17살 아니냐? 17살이 epl에서 날아댕기네 ;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한국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어린 한국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두 개나 어시스트를 했으니 난리가 안 날 수가 있나.
하지만 이곳만 할까?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툰들의 함성이 그치지 않았다.
미친 듯이 뉴캐슬의 응원가를 부르짖으며 너나 할 거 없이 맥주를 들고 자기 팀 선수들의 활약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태양이 공을 잡으면 어느 순간부터 툰들이 일제히 어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OH, MY SUN!
OH, OUR SUN!
OH, EVERYONE’S SUN!
[아, 어느새 태양의 응원가가 생긴 모양입니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응원가네요.] [뉴캐슬이 새로운 7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노래입니다.]그 가운데 오로지 세인트 제임스 파크의 주인들만이 신난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 * *
“어때, 경기는 재미있나, SOL?”
라커룸에 들어가기 무섭게 아르텔리 감독이 나에게 물었다.
재밌냐고?
“글쎄요.”
“재미없나 보군?”
“글쎄요. 뭐 일을 재미로 하나요. 먹고살려고 하죠.”
“껄껄, 그래? 그렇지. 먹고살려고 하는 거지.”
한국에서는 흔히 쓰는 말인데 감독 입장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유머로 들린 모양이다.
“이왕 하는 김에 골을 넣어보는 건 어떤가?”
“그럴까요?”
“껄껄, 그래. 골을 넣어주게.”
감독은 그리 말하고 유유히 다른 선수에게 갔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별다른 전술 지시를 내리지 않고 격려의 말과 혹시 모를 부분에서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것밖에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굳이 선수들을 모아서 타이트하게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긴 하다.
전반전 내내 미들즈브러를 압도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물론, 과거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같이 작고 사소한 것까지 자신이 구상하는 전술대로 완벽하게 뛰길 원하는 감독이라면 이 와중에도 뭔가 타이트하게 지시를 내릴지 모르지만, 우리 감독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니까.
늘 그렇듯이 바나나로 부족한 당을 채우고 유니폼과 양말을 갈아신고 다시 필드에 나섰다.
미들즈브러는 선수 변화가 있었다.
공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스트라이커 브라이언을 대신해서 처음 보는 흑인 선수가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영입한 후방 미드필더인 잭 카일런도 들어왔다.
올해 27세인 잭 카일런은 원래 아스톤빌라 선수로 미들즈브러가 큰마음 먹고 데려온 선수였다.
몸값이 한화로 700억 정도.
잉글랜드 자국 선수 프리미엄에 국가대표 출전도 18회나 되는 선수.
어떻게 보면 승강을 거듭하는 미들즈브러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스타를 데려온 거나 다름없었다.
아스톤빌라에서 그 자리를 대체할 카일런보다 더 비싼 선수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이적할 일도 없을 선수였다.
그는 활동량이 많고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로 미들즈브러의 중원 장악력을 높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잉글랜드 프리미엄까지 붙고 국가대표 경력까지 있는 선수가 고작 700억밖에 되지 않는다?
미들즈브러 입장에서는 비싼 영입이지만, 사실, 프리미어 리그 안에서 잉글랜드 선수 프리미엄이 붙은 선수치고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다.
맨시티에서 이번 시즌 영입한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18살짜리 유망주도 비슷한 가격에 거래가 된 걸 생각하면 저렴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쌀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단 소리다.
그는 후방 미드필더인 주제에 수비 원툴이다.
수비력을 강화해 주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해주질 못한다.
마치 포지션을 변경하기 전 공세환을 보는 것 같군.
수비 빼면 시야도, 패스도 모든 게 아쉽다.
아까보다 수비가 잘되는 느낌이지만, 반대로 공은 더더욱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들즈브러가 한 명의 선수를 투입했다.
수비수 알레그리가 투입됐다.
뭐지, 이 자식들?
또 수비수를 내보내?
그냥 이대로 경기를 끝낼 생각인가?
의아한 가운데.
잔뜩 움츠리고 있던 미들즈브러 최후방, 알레그리가 뻥 하고 공을 최전방으로 차올렸다.
잉글랜드 전통의 킥앤러시가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아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아직도 킥앤러시라니?
우리 수비 라인을 뚫고 한 명의 선수가 한 마리 표범처럼 달려 나갔다.
그 듣도 보도 못한 흑인 선수였다.
몸 자체가 축구 선수가 아니었다.
탄력적인 근육에 슬림한 육체가 마치 달리기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선수.
지난 삶에서도 본 적 없는 그 선수는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 공을 차지하고서는 허겁지겁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순식간에 골을 만들어낸 그 흑인 선수가 포효한다.
“와, 쟤 뭐야?”
옆에서 망연히 서있던 고메즈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러게 뭐지?
“저거 어떻게 읽는 거야?”
고메즈에게 물으니 고메즈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이름을 읽는다.
“음바와예?”
“음, 전형적인 아프리카 이름이구나.”
이름도 들어본 적 없네.
아무튼, 중요한 건 더럽게 빠르다.
내가 수십 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저 정도로 빠른 선수는 본 적이 없었다.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선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무서운 속도에 놀라긴 했지만, 아직 우리가 1골 앞서간 상황이다.
우리는 침착하게 라인을 올리고 평소처럼 압박해 들어갔다… 라고 생각했다.
뒤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야?”
디다와 아놀드의 위치가 애매하다.
미드필더와 간격이 너무 벌어져 있었다.
음바와예의 미친 속도에 놀란 모양인지 라인을 올리지 않은 거다.
이건 위험하다.
메넨데즈는 이를 의식했는지 아놀드와 디다를 독촉했고 순간 어수선한 틈을 타서 미들즈브러의 미드필더가 박스올이 가진 공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미들즈브러는 2선과 3선 사이 넓은 공간 한가운데 공을 찔러넣었다.
음바와예가 다시 공을 잡고 넓은 공간을 질주했다.
그는 육상선수처럼 직선으로 달리는 것만 빠른 게 아니었다.
디다와 아놀드를 피해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거리를 벌리고 그 벌어진 거리만큼 앞으로 전진한다.
단순하게 달리기만 빠른 게 아니라 공을 잡은 상태에서도 빠르다.
속도와 기술만 보면 프리미어 리그 상위팀에서 주전으로 써도 될 만한 수준.
어째서 이런 선수가 지난 삶에서는 본 적이 없는 거지?
나라는 존재의 나비효과인가?
아니면 미들즈브러에 올라왔지만 무슨 사연으로 인해 성공하지 못한 걸까?
그 가운데 음바와예는 기어이 수비라인을 그 빠른 발로 뚫어버리고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가 다시 원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팀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환상적인 호흡으로 뉴캐슬의 후방을 지키던 센터백 듀오.
빠른 발로 누구보다 앞서서 상대 선수의 공을 탈취하던 디다는 늙어서 예전 같지 않았고, 아놀드는 그런 디다를 커버하기에 너무 발이 느렸다.
라인을 높게 올려 공격하는 우리 팀에게 있어서 느려진 센터백 듀오는 뒷공간을 공략하기 쉬운 약점이 되어버린 거다.
지금까지는 아놀드의 수비조율 능력과 산체스의 가세로 문제가 없었는데, 음바와예의 사기적인 속도는 그걸로 커버가 되지 않았다.
“이러면 미들즈브러가 우리의 카운터가 되는 건가?”
선수 몇 명 교체한 것만으로 미들즈브러가 우리에게 쥐약 같은, 카운터 팀이 되었다.
이 상황을 우리 감독은 파악했겠지?
슬쩍 감독을 보는데, 때마침 감독이 나를 바라보며 외친다.
“SOL!!! 공격해!! 공격 또 공격!!”
아르텔리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공격을 주문했다.
그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지.
그렇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나는 공을 받고 전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