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7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71화
탈리크 회장은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네 경기 동안 1승 1무 2패로 14위를 달리고 있다 하더라도 섣불리 감독을 자르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아르텔리가 추진하는 플랜도 마음에 들었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빼온 코치들 역시 그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리빌딩한 것도 간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빌딩한 선수들이 아직 적응을 못한 건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아르텔리만 꼬집어 문제 삼을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회장의 전적인 신뢰 아래 아르텔리는 팀을 살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디다와 아놀드지.
디다는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에이징커브는 현대 과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은 욘더 제나스를 데려온 것으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아놀드는 문제가 컸다.
수비를 조율하는 수비라인의 사령탑과 같은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아버지가 많이 아픕니다.”
아놀드와 면담을 하며 조심스럽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 물었더니, 아놀드가 어렵게 사정을 말한다.
“그거 큰일이군. 왜 구단에 말하지 않았나?”
“제 가족 문제를… 구단예요?”
“회장에게 말해 자네 아버지를 봐달라 이야기하지.”
아르텔리는 이 사실을 회장에게 이야기하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다.
탈리크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최고의 의료진과 병원을 제공했다.
사실, 이건 아놀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솔로인 그가 축구와 아버지를 돌보는 일을 병행하면서 축구에만 전념하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해 줄 수 있었고,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었다.
아놀드는 밝아진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고, 점차 예전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 문제는…….”
일리뉴였다.
인테르에서 지난 시즌 득점왕을 하며 레알 마드리드를 위시한 유수의 빅클럽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선수가 첫 경기 이후 단 한 골도 못 넣고 평점도 최악이다.
그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심심하다. 외롭다. 일리뉴는 구단에서 왕따인가?”
거대한 덩치와 인상과 달리 순박하기 그지없고 소심한 일리뉴는 구단에서 겉도는 게 힘든 모양이었다.
아르텔리는 난감한 얼굴로 까칠한 수염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 영어를 열심히 배우면 개선되지 않을까?”
“영어, 열심히 한다. 그런데 어렵다. 일리뉴는 어려운 거 잘 못한다.”
그렇다.
일리뉴에게 최고의 영어 선생을 붙여줬지만, 이를 습득하는 일리뉴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친구였다.
아니, 공부와 담을 쌓은 수준이 아니라 브라질에서 유년기를 보내던 당시 그의 별명은 bobo(바보)였다.
일리뉴의 부모는 축구 외에는 구구단도 헤매는 일리뉴가 걱정돼 지능 검사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아르텔리는 고민에 빠졌다.
“실바에게 부탁해야 하나?”
…아니다.
실바는 스페인 사람이었다.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가 거의 비슷하고 서로 언어를 습득하는 게 순식간이고 굳이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정도라고 하지만, 상대는 일리뉴였다.
문제는 구단에 포르투갈어를 쓰는 국적의 선수가 디다밖에 없다는 건데, 디다는 지금 일리뉴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아, 그러고 보니 포르투갈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구나.
“Mi Sol, Sol에게 부탁해야 하는가.”
나의 태양.
그래, 윤태양에게 말이다.
어디서 배운 건지 몰라도 윤태양은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가 능숙했다.
현지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최근에는 리첼라와 어울리면서 비슷한 언어 계열인 이탈리아어도 빠르게 습득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라면 일리뉴를 챙겨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부탁해 봐야지.”
아르텔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감독실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였다.
“감독님!”
그가 문을 열기 전 누군가 밖에서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알레스? 왜 그러나?”
“싸, 싸움이 났습니다!”
“싸움? 누가?!”
“일리뉴와 태양입니다!”
아르텔리가 기겁을 했다.
“아니, 애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애랑 싸운단 말인가! 일리뉴 이 친구를 그냥……! 태양이는 괜찮나?”
“네? 아, 그게…….”
“왜 그러는가?”
“일리뉴가 태양이에게 두들겨 맞고 기절했습니다.”
아니, 세상에.
일리뉴가? 윤태양에게?
그 반대가 아니고?
믿을 수 없어 아르텔리는 알레스와 함께 서둘러 훈련장으로 나왔다.
선수들이 모여서 알레스를 바라보고 있었고, 윤태양은 마테오 실바와 함께 서서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양이만 보면 과연 그가 싸움의 당사자인가 싶을 정도였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일리뉴를 확인한 아르텔리는 굳은 얼굴로 윤태양을 바라보며 물었다.
“Sol, 무슨 일이지?”
그의 물음에 답한 건 실바였다.
“일리뉴가 태양에게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했다고 하네요.”
“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종차별 문제는 심각하고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있지만, 걸리면 도덕적인 비난은 물론이고 피해자가 신고하면 범죄로 처벌받는 수준이었다.
적어도 이곳 영국에선 말이다.
“인종차별이라니…….”
인상은 더럽지만, 일리뉴는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녀석이 왜……?
잠시 후 깨어난 일리뉴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나는 인종차별 안 했다! 일리뉴는 인종차별 싫어한다!”
곧 바로 태양이 받아쳤다.
“지랄하네. 내 앞에서 눈을 쫙 찢어놓고 안 했다고? 진짜 더 처맞아야 정신 차리겠냐?”
…윤태양은 포르투갈어를 그냥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욕까지 찰지게 붙여서 할 정도로 수준급이군.
그리 생각하며 아르텔리가 일리뉴를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그랬나?”
일리뉴가 사색이 됐다.
“몰랐다. 일리뉴는 그게 인종차별 제스처인지 몰랐다. 동양인과 친해지는 방법인 줄 알았다. 미안하다, 태양!”
그리 말하며 일리뉴는 태양에게 다가가 무릎까지 꿇었다.
저렇게까지 하니 태양은 화내는 걸 멈추고 물었다.
“정말 몰랐다고? 그럼 왜 한 거야?”
“친구가 가르쳐 줬다. 네가 축구를 정말 잘한다고 말하고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더니 이렇게 하면 친해질 거라고 가르쳐 줬다. 즈, 증거도 있다. 핸드폰에 문자 내용 있다!”
그 말에 태양은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걔 선수야?”
“아니, 브라질 내 친구.”
“걔 결코 좋은 애 아니네. 너 엿 먹이려고 한 거 같은데. 친해지지 마.”
“그런 건가?! 걔가? 왜?”
일리뉴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친하다고 믿은 친구가 자기를 엿 먹이려고 했다니?
“네가 잘된 게 배 아팠나보지.”
“…어떻게 그럴 수가.”
충격에 빠지다 못해 울상을 짓는 일리뉴를 바라보며 태양은 혀를 끌끌 차더니 말했다.
“야, 괜찮아. 그런 애 하나쯤 없어도 너랑 친구 해줄 사람 많아. 그렇죠, 마티?”
“응? 뭐가? 친구? 아, 일리뉴랑? 그럼 당연하지.”
“봤지? 마티도 친구가 돼준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그런 쓰레기랑 어울리지 마. 알았냐?”
“어, 알았다. 태양 말 들을게. 고맙다, 날 용서해 줘서.”
“그래.”
태양은 일리뉴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아르텔리에게 말했다.
“이 일은 일리뉴가 못된 친구한테 속아서 그렇게 된 거니까 그냥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르텔리는 그 말에 웃음을 흘렸다. 알게 모르게 자기의 폭력은 묻어버린 영악한 소년을 보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좋아. 대신 자네도 과할 정도로 폭력을 썼으니 그 대가로 일리뉴를 잘 챙겨주도록 해. 알았지?”
“…그러죠.”
“태양이 나 챙겨준다? 좋다. 태양이 축구도 잘하는데 싸움도 잘한다. 챙겨줄 자격 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사람을 쉽게 믿고 따르지 말라고.”
“응? 왜? 사람은 믿고 살아야 한다. 믿고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엄마가 말했거든.”
“…어머니가 아주 훌륭하신 분이시네.”
상황을 지켜본 아르텔리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양은 만사를 귀찮아하지만, 그 안에는 타고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마테오 실바는 그걸 알고 태양에게 서둘러 7번을 물려준 건 아닐까?
“에구구, 허리야. 무릎도 모자라 이제 허리도 삐걱거리네. 늙으면 죽어야지.”
…늙은이를 앞에 두고 늙었다 앓는 소리를 하는 걸 보면 그냥 만사 귀찮아서 넘긴 것 같기도 하다.
* * *
별명이 개와 연관돼서 그런지 개처럼 구는 놈도 모자라서 곰 같은 놈이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태양아 내일 보자!”
해맑게 웃는 ‘개’는 훈련이 끝나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문제는 ‘곰’이었다.
“태양, 너희 집에 놀러가도 돼?”
이놈은 집까지 쫓아오려고 했다.
개 패듯이 두들겨 팬 날, 때린 게 조금 미안해서 집에 가서 밥을 먹이고 놀아줬던 게 화근이었다.
그 이후로 매일같이 우리 집에 오려고 했다.
물론, 매일 부르진 않지만, 거절하면 비 맞은 곰마냥 축 쳐져서 집에 가는 꼴이 좀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 오늘은 밥이나 먹자. 우리 집 가서.”
“오! 고맙다, 태양!”
곰 같은 양반이 신나서 나를 따른다.
“아들!”
여느 때처럼 엄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어머, 일리뉴 씨도 있네?”
“어, 음… 안녕하…세?”
“안.녕.하.세.요. 이 멍청아. 인사 정도는 외워.”
“미, 미안하다, 태양.”
일리뉴의 모습에 엄마는 웃음을 흘리다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에게 말했다.
“너무 다그치지 마. 어쩔 줄 몰라 하잖니.”
그래, 너무 다그치면 애가 기죽어서 곤란하긴 하지.
나도 안녕하세요만 사백 번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화를 내지 않았을 거다.
이런 놈이 축구는 어떻게 잘하는지 모르겠다.
뭐, 그 축구란 놈도 멘탈에 휘둘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런데 태양, 오늘 저녁은 뭐야?”
“몰라. 엄마, 저녁 뭐예요?”
“일리뉴가 왔으니까 삼겹살이나 먹을까?”
“오! 삼겹살!”
아니, 안녕하세요는 못 외우는 놈이 삼겹살은 또 기가 막히게 외웠네.
“댄장찌개!”
된장찌개도.
뭔가 본능에만 충실한 놈이란 말이지.
“와! 일리뉴다!”
집으로 돌아오니 학교를 다녀온 여름이가 일리뉴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일리뉴는 그런 여름이를 번쩍 안아 들어올렸다.
“일리뉴, 나랑 놀려고 온 거야?”
“개구쟁이 친구 오랜만!”
“일리뉴, 내 장난감 볼래?”
“쿠키 먹으면서 놀까?”
“일리뉴, 내 말 알아들어?”
“전에 준 거 약과 맛있었다!”
동문서답의 끝을 보여주는구만.
그래도 둘이 잘 논다.
어쩌면 정신연령이 비슷해서 잘 어울려 노는 걸지도 모르겠다.
참 신기하단 말이지.
브라질 빈민가 출신, 심지어 나를 놀리도록 시킨 놈은 물론이고 친구라고 있는 것들이 죄다 갱 출신인 놈이 어떻게 이리도 순박할 수 있는지 참.
“일리뉴, 일리뉴는 축구 잘해?”
“태양, 네 동생이 뭐라는 거야?”
“축구 잘하냐고 묻는데?”
“응. 어, 어, yes?”
“잘한다고? 형보다 더?”
“…라고 묻는데?”
내 물음에 일리뉴는 나를 가리키고 여름이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보였다.
“솔직한 놈이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일리뉴, 다음 경기에서 우리 형이랑 같이 골 넣어!”
“라고 하네.”
“알았다. 이제 외롭지 않다. 일리뉴 잘할 수 있다.”
일리뉴가 여름의 말에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다음 경기 상대가 누구였지? 아, 번리구나.
만만치 않네.
고작 번리 가지고 그러냐고?
우리는 14위고 번리는 15위다.
만만치 않은 상대가 맞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이겨야 한다.
안 그러면 15위로 떨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