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75)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75화
SPORTSTV ‘LIVE’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B조
FC 바르셀로나 3:2 뉴캐슬
-ㅋㅋㅋ 뉴캐슬 수비라인 진짜 노답이네 ㅋㅋㅋ
-뮌헨이 괜히 제나스 임대로 내보낸 게 아니라니까 빠른 거 원툴임
-안수 파티 쟤는 늙어도 빠르네
-안수 파티 ㅈ된다
-안수 팬티 플레이 보고 지림
-안수 팬티 ㄷㄷㄷ
-이래 가지고 본선은 가겠냐 뉴캐슬
-태양이가 해주지 않을까?
-아무리 윤태양이라고 해도 챔스 데뷔전에서 뭐 해주기는 빡셀 듯
-챔스가 ㅈ으로 보이냐
-메시도 챔스 데뷔전 데뷔골은 못하지 않았냐?
-몰?루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마테오 실바는 허리를 쭉 펴고 주위를 둘러봤다.
좋지 않은 상황 치고는 선수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수비라인 빼고.
“긍정적인 건가?”
“뭐가 긍정적이에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자신을 삐뚜름하게 바라보는 태양을 보고 실바가 말했다.
“애들 상태가 나쁘진 않아. 수비라인 빼고 말이야.”
“수비라인 상태가 나쁜 게 문제죠.”
“그럼 우리 심각하다는 거네?”
“아니, 이 아저씨가 오늘따라 왜 이러신데?”
“내가 뭐.”
“그런 거 살필 시간이 아니라 뭔가를 좀 해줘 봐요, 좀.”
태양의 말에 실바가 불쾌하다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내가 아니라 네가 해줘야지!”
“왜요!”
“네가 7번이잖아!”
“당신은 7을 두개나 달았잖아?”
“허……!”
자기 인생 반도 안 살은 녀석이 말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논리에 밀린 마테오 실바는 허리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 그럼 내가 조금 해줘야 하나.”
“그런 걸 동양에서는 솔선수범이라고 하죠.”
“소르서언수우뱀?”
“늙은 사람이 앞장서서 모범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 그거 해줄게.”
실바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재개된 경기.
뭔가를 해주겠다던 실바는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자기보다 몇 살은 어린 안수 파티는 신나서 뉴캐슬을 압박하고 있었다.
“어휴, 젊어서 좋겠어.”
남들에게 노장이지만, 실바에게는 안수 파티 정도면 한참 부러울 나이였다.
저땐 무릎이 훠어얼씬 덜 아팠으니까.
그래도 지금 무릎 상태가 저때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괜찮다.
사실 중요한 순간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 쉬엄쉬엄 한 것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견제가 줄어들었고 필드의 유령이 되어버렸다.
나이 든 지금의 실바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찾아온 거다.
스스로 말하기를 마테오 타임.
이 시간에 그의 표정은 더욱더 나태해진다.
뛰기보다 필드 위를 산책하듯이 걸어다니기 시작한다.
그러고 있다가 지금처럼 공격 상황에서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벗어나는 그 순간.
그는 귀신같이 수비수의 시야를 벗어나 은밀하게 파고 들어간다.
박스올이 귀신같이 그를 알아보고 그쪽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공을 향한 곳, 실바에게 일제히 꽂힌다.
유령으로 취급하던 실바가 단숨에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모든 상대 선수들이 아! 쟤가 있었지! 하고 골을 넣은 뒤엔 망연하게 자신을 바라볼 거다.
실바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러리라 생각하며 공을 잡고서 골대를 향해, 상대 골키퍼가 막기 힘들 코스로 슈팅한다.
이건 들어갔다.
마테오 실바는 확신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르셀로나의 골키퍼인 발토로메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날려 손을 쭉 뻗어 손끝으로 쳐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니, 그걸 왜 막아!”
실바가 버럭 소리치는 사이.
공은 손끝에 맞고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갔다.
어설픈 높이로 붕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공.
그 공을 향해 모두가 달려 나가려는 사이.
이미 한 선수가 그 공을 향해 짓쳐들고 있었다.
자기 절반밖에 안 산 놈이 우아하게 뛰어올라 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공이 바닥을 때리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 골망을 마구 뒤흔들었다.
[골입니다!] [동점골! 윤태양의 동점골입니다!] [윤태양 선수가 챔피언스 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원더골로 장식합니다!]승부는 다시 원점.
태양은 부리나케 골대로 가 공을 챙겨서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아, 윤태양 선수가 하프라인으로 공을 가져가네요.] [무승부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거겠죠?] [제가 윤태양 선수의 유스 시절 경기 영상을 다 챙겨보면서 알게 된 건데, 윤태양 선수는 겉보기와 달리 승부욕의 화신입니다. 이기기 위해서 1분 1초가 아깝다는 듯이 저런 행동을 자주 보여줬더군요.]그 말대로다.
태양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끓어오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에게 진다?
지난 삶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태양이었지만, 바르셀로나 상대로 이기진 못하더라도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바르셀로나의 천적, 사냥꾼.
꾸레(엉덩이)에 비수를 꽂는 자.
오글거리지만, 그런 별명으로 불렸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보다 약한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무력하게 휘둘릴 생각은 없었다.
태양이 코를 훔치며 얼른 돌아오라고 선수들에게 다그치자 그걸 지켜보던 안수 파티가 말했다.
“재미있는 꼬맹이네.”
“아마 오늘 경기가 끝나면 ㅈ같은 꼬맹이라고 욕할걸?”
지난 삶에서, 은퇴한 안수 파티는 윤태양이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그것도 바르셀로나 입장에서 5년 만에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1골 2도움으로 패배를 안겨주자 자신의 SNS에 ㅈ같은 절름발이라고 태그한 적이 있었다.
무릎이 안 좋아 경기가 끝날 때마다 절뚝이는 태양을 욕한 거다.
그때 그 말 듣고 뭐라 답변한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실바가 다가왔다.
“야, 내가 하려던 걸 네가 하면 어떻게 해.”
“아니, 제대로 넣으시던가요!”
“아, 늙어서 그런가 눈이 침침해서 실수함.”
“어휴.”
“그래도 이제 나 무시 못함. 나 이용하는 게 어때?”
“전 아까부터 계속 쭉 당신을 이용하고 있었어요.”
태양의 말에 실바는 오,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씩 웃었다.
그사이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재개됐다.
서둘러 하프라인으로 온 것은 빨리 경기를 다시 시작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상대 선수들이 멘탈을 수습하기 전에 어수선한 틈에 상대를 압박해 서둘러 공을 탈환해야 한다.
태양은 전과 다른 모습으로 수비라인을 타이트하게 마크했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는 태양을 보며 가르시아가 혀를 찼다.
“거, 드럽게 뽈뽈 거리며 돌아다니네.”
태양은 그 말에 가르시아를 흘끔 바라봤다.
“넌 수비수가 왜 그렇게 멀뚱히 서있냐?”
“내 맘이야, 새꺄.”
“나도 내 맘이야, 씨발아.”
“SSIBAL? 그거 네 나라 욕이지? 어린 새끼가 건방지게.”
태양은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가만 보면 서양인들이 은근 더 꼰대라니까.”
“코, 콘테? 그건 뭐……!”
가르시아가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가르시아에게 공이 다가왔다.
가르시아는 기겁을 하고 공을 쫓았다.
어떤 멍청한 놈이 마크가 붙어있는 자신한테 패스를 한단 말인가?
플랜에 어긋나는데?
그때 태양이 공을 잡고 달려오는 자신을 구심점 삼아 유려하게 턴하는 걸 보며 가르시아는 깨달았다.
아.
나에게 오는 게 아니라 윤태양에게 패스한 거구나.
언제 공을 뺏긴 거지?
아이의 도발에 상황조차 살피지 않은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은 상태로 가르시아는 태양을 쫓았다.
쫓는데, 쫓을수록 멀어진다.
빠르다.
가뜩이나 느린 가르시아는 늙어서 더 느려졌지만, 태양의 다리는 이 자리 그 누구보다도 빠르다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준족이었다.
골키퍼를 앞에 둔 태양은 공을 옆으로 툭 차서 골키퍼를 피한 뒤, 넓어진 골대를 향해 가볍게 툭 하고 공을 찼다.
[골입니다! 메넨데즈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를 받아 우아한 턴으로 가르시아를 제치고 깔끔한 마무리! 윤태양, 기세를 몰아 4분 만에 추가 득점을 성공시킵니다!] [윤태양, 이 선수가 정말 16살 맞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에 이런 친구가 나오다니요. 대단합니다. 자랑스럽고요!]-키야ㅑㅑㅑㅑㅑ 주모ㅗㅗㅗ
-얼마 만에 국뽕이냐 쥑이네
-국뽕은 박민규로 충분하지 않냐
-손홍민을 겪은 세대는 박민규로 만족하지 못한다
-근데 윤태양은 ㄹㅇ
-진짜 개소름…….
-지린다 진짜
-이러면 해트트릭 노려볼 만도……?
해트트릭을 할 것 같은 느낌.
분위기.
기운.
지금 상황에서 꾸레에게 있어서 가장 불길한 기운이 그들의 구장인 캄 노우에 감돌고 있었다.
그건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모든 이목이 16살 건방진 꼬맹이에게 꽂혔다.
저 꼬맹이에게 한 골 더 먹힌다면, 그건 치욕이자 굴욕이었다.
16살이 캄 노우에서 해트트릭?
만약 그게 된다면 향후 10년? 아니, 100년, 아니, 축구라는 종목이 사라질 때까지 바르셀로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에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그게 바르셀로나를 수비적으로 만들었고, 뉴캐슬은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오로지 한 선수만을 제외하고.
“공 넘겨! 앞으로 보네! 내가 해결할게!”
팀의 에이스이자 노장이고 리더인 안수 파티가 선수들을 다그쳤다.
오랜 시간 팀을 이끌어온 에이스의 말은 무게가 남다르다.
수비적으로 웅크리고 있던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시선이 온통 안수 파티에게 꽂혔다.
안수 파티에게 공이 집중됐다.
모두의 견제가 그에게 집중됐지만, 안수 파티는 그들의 견제 속에서도 패스와 드리블을 이용해 압박에서 벗어났다.
뉴캐슬 선수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시 상황을 원점으로 돌려 기세를 가져갈 때이다.
천하의 바르셀로나가 이 근본도 없는 뉴캐슬을 상대로 질 수야 없지.
안수 파티는 왕년의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주특기와도 같은 라 크로케타로 아놀드를 제치고 골대를 바라봤다.
남은 건 리첼라.
만만치 않은 골키퍼지만, 오늘 감각이 너무 좋았다.
부상에서 회복한 몸은 무디지만, 발끝의 감각만큼은 날이 바짝 서 있었다.
리첼라라고 해도 자신을 못 막는다. 오늘 느낌이 그랬다.
안수 파티는 각을 잡고 슈팅했다.
이건 분명 골일 거야.
그 순간.
“어허, 어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나타났다.
실바.
자신보다 몇 살은 많은 늙은 요괴가 자신의 길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공을 가로챘다.
“아니, 어떻게?”
공을 뺏기고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안수 파티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실바는 그런 안수 파티를 지나치며 그 혼잣말에 대답하는 것처럼 혼잣말을 내뱉었다.
“ㅈ같아서 매일 지켜봤거든.”
만만해 보이는데, 이상하게 넘을 수 없던 재능의 벽.
그게 너무 화가 나서 봤고, 나중에는 보고 배울 만해서 봤으며, 지금은 그의 플레이가 뻔하게 예측돼서 그게 재밌어서 봤다.
그리고 공격만 할 줄 알던 젊은 공격수는 늙어서 수비 스킬마저 늙어버렸다.
전력을 다해 내려와 공을 빼앗은 실바는 전방을 바라봤다.
늙으면서 늘어난 실력은 수비뿐만이 아니었다.
전방에 말도 안 되는 꼬맹이가 좋아할 만한 위치를 향해 공을 패스했다.
바르셀로나의 수비라인이 다급하게 라인을 내리며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향했다.
그들보다 조금 아래 위치했던 태양은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렸다.
수비수들 사이에서 떨어지는 공을 바라보며 태양은 가르시아를 등지고 밀어냈다.
가르시아가 뒤에서, 옆에는 엔조가 태양을 밀어내며 공을 따내려고 든다.
어린 선수지만, 태양은 밀리지 않았다.
그 둘을 버텨내며 떨어지는 공에 발등을 가져갔다.
공이 반동 하나 없이 태양의 발등에 딱 붙어서 부드럽게 바닥에 착지했다.
태양은 옆에서 발을 들이미는 엔조를 피해서 공을 옆으로 굴리고, 뒤에서 미는 가르시아를 엉덩이로 밀어내며 부드럽게 턴했다.
가르시아가 그런 태양을 붙잡기 위해 심판의 시선을 피해 태양의 유니폼으로 손을 뻗었다.
탁.
옆에 눈이라도 달린 듯 태양의 손이 가르시아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달린다.
아니, 달릴 수 없었다.
이번에는 바르셀로나의 풀백 발데가 태양의 앞을 가로 막았다.
공간이 없다.
태양은 왼쪽으로 짓쳐 들어가듯이 몸을 틀었다.
발데가 그쪽을 가로막는 순간 태양은 왼발로 공을 오른쪽으로 툭 차내고 방향을 전환해 오른쪽으로 파고들었다.
“흥!”
발데가 예상했다는 듯 오른쪽을 가로막는다.
막았다?
아니, 그럴 리가.
태양은 그런 발데를 비웃듯 프리플랩으로 공을 끌어오며 발데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왼쪽으로 빠져나간 태양은 골대 구석을 노리고 공을 감아찼다.
수학적으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한 곡선을 그리며 골망을 갈랐다.
[해, 해트트리이이익! 해트트릭입니다!] [이건 기록을 확인할 필요도 없습니다! 분명 챔피언스 리그 최연소 해트트릭입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넣은 선수들 중에서도 최연소일 겁니다! 윤태양이 역사를 만들어냅니다!] [바르셀로나의 굴욕의 날입니다!]해트트릭을 기록한 태양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골대를 바라봤다.
그런 태양을 향해 꾸레가 응답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짝, 짝짝짝!
씁쓸한 기립박수를 보냈다.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고의 굴욕을 선사한 윤태양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