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8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83화
9라운드가 끝나고 챔피언스 리그를 치렀다.
상대는 죽음의 조 유일한 약체인 LASK 린츠였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놀라운 승리를 거둔 우리는 로테이션 멤버를 대거 투입하고, 나 역시 벤치에 앉았지만,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를 치루고 나서 거의 4일 간격으로 진행되던 타이트한 일정에 아주 작은 여유가 생겼다.
감독은 선수단 전원에게 하루 휴식을 취하도록 했고, 나는 샬렛, 소비올라, 린데만, 그러니까 유스팀 동료 삼총사를 우리 집에 초대했다.
소비올라는 으리으리한 우리 집을 보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샬렛은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서는 엄마를 쫓아다니며 투머치토킹을 하기 바빴다.
“이걸 우리 구단주가 사줬다고?”
한참을 구경하던 소비올라가 나에게 물었다.
“어.”
“와, 구단주 플렉스 미쳤네. 돈 많은 사람은 선물 수준부터 다르구나.”
그리 말하는 소비올라의 눈에는 의욕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자신도 잘해서 이런 집을 선물 받고 싶다, 뭐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남미에서 온 소비올라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다.
이런 집이라면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고 보니.
“야, 너 형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냐?”
“있지.”
“얼마나?”
“누나 하나, 동생 셋.”
“나랑 똑같네.”
내 말에 잠시 우리 가족을 헤아려 보던 소비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 구성도 비슷해. 할아버지 두 분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긴 하지만.”
“그렇구먼. 다들 고향에 있는 거야?”
“어어.”
얘는 나보다 더 간절하겠네.
부모가 계신 덕분에 삶이 윤택해진 나와 다르게 얘는 가족이 다 있어도 힘든 삶을 살아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이놈은 성공할 놈이라 별로 걱정되진 않네.
“온 김에 밥 먹고 가라.”
“안 줄 생각이었어?”
“그건 아니지. 한국 음식 괜찮아?”
“ㅈ 같은 영국 음식보단 낫겠지.”
“영국 음식이랑 비교하지 마라. 화낸다.”
소비올라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리 둘 사이에 린데만이 스윽 다가왔다.
“난 여기 몇 년을 살았는데도 영국 음식은 도저히 적응 못하겠더라.”
“나도 그래.”
“난 그래서 외식 잘 안 해.”
진짜다.
런던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다르게 음식이 맛있었다.
단, 영국 본토 음식은 찾아보기 힘들게 세계의 모든 음식들이 총망라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이곳 뉴캐슬에서는 맛집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이탈리아 요리도 프랑스 요리도 전부 영국화 되어 있었다.
그나마 할아버지들이 가는 펍, 이탈리아 식당 하나, 정 아니면 차이나타운 안에서 중국요리를 먹는 게 다였다.
그게 전부다 보니 질리기도 해서 어느 순간 외식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
뭐, 아쉬운 건 없었다.
최근 시티 센터에 한국 마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건 거기서도 웬만하면 다 구할 수 있었다.
고국의 음식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뉴캐슬에도 괜찮은 식당 생겼으면 좋겠다. 집에서 밥해먹기 귀찮아.”
가족을 두고 혼자 이곳에서 지내는 소비올라는 대부분 저녁 식사를 외식으로 때우고는 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괜찮은 식당이 간절할 법하다.
어쩌면 그래서 지난 삶에서는 이적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네.
“그러고 보니 맨체스터에는 괜찮은 식당이 제법 있지 않냐?”
소비올라의 말에 린데만이 말했다.
“거긴 대도시니까 우리보다는 사정이 낫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맨시티나 맨 유나이티드로 갈 걸. 괜히 여기 와가지고는.”
소비올라가 한탄한다.
이러다가 진짜 이적하는 거 아냐?
어떻게 하다 보니 프로 데뷔 이전에 이적을 하는 인생을 바꿨는데, 이제 와서 이적하게 되는 건 곤란하다.
아직 포텐이 터지기 이전이지만, 이 녀석은 미래에 메넨데즈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될 테니까.
“맨시티 가면 뭐하게? 이번 시즌 하는 거 못 봤냐? 걔넨 이제 끝났어.”
“에이, 고작 이번 시즌이지. 지금까지 잘했는데 한 시즌 삐끗했다고 끝났다고 할 일이냐?”
소비올라가 부정적으로 말하자 잠시 생각하던 린데만이 말했다.
“소비올라 말대로 한 시즌 삐끗하는 걸 수도 있는데, 반대로 태양이 말대로 끝일 수도 있어.”
“그게 말이 되냐?”
“세대교체 잘못해서 망하는 팀이 한둘이야? 거기에 감독까지 잘못 선임하면 망하는 거 순식간이지. 아무도 맨유가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지금까지 우승 한 번 못할 줄 몰랐잖아?”
퍼거슨 감독은 거의 20년도 더 된 옛날 감독이다.
물론, GOAT 반열에 오른 감독인지라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긴 하지만, 그가 더더욱 회자되는 이유는 그의 은퇴 이후 맨유가 우승을 단 한 번도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 몇 번이고 이 정도면 우승할 팀인데 싶다가 미끄러진 적도 있다.
린데만의 말을 들은 소비올라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도 그렇네. 그나저나 맨시티 감독은 새로 앉혔냐?”
“넌 축구 한다는 애가 아는 게 도대체 뭐냐?”
“남의 팀 감독까지 내가 기억해야 해?”
“한심한 놈. 근데 새로 임명된 감독 생각하면 최소 다음 시즌에는 부활할 거 같기도 하다.”
린데만의 말에 맨시티의 감독을 떠올려 봤다.
맨시티의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을 역임하며 지금 시대 최고의 스타 감독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티모시 베르거.
선수 이력은 분데스리가 2를 전전하던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 감독이 된 이후 뛰어난 능력으로 승승장구한 감독이다.
지금 그의 명성을 보면 다들 맨시티가 다시 돌아올 거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천하의 그도 맨시티를 살리지 못한다는 걸 오로지 나만 알고 있다.
* * *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 뉴캐슬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가 잠시 후 이곳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펼쳐집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라운드를 끝으로 감독과 결별하고 티모시 베르거를 선임한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경기입니다.] [맨시티가 지난 열 번의 시즌 동안 10라운드가 되도록 리그 3위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데요, 지금은 심각합니다. 리그 11위. 1위와 승점 차이가 무려 10점입니다.] [과연 새로운 사령탑으로 온 티모시 베르거는 이 위기를 벗어나 팀을 구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첫 경기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아요. 무서운 신예를 앞세워 리그 3연승, 초반의 부진을 이겨내고 리그 4위까지 올라간 뉴캐슬입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뉴캐슬이 밀란, 바르셀로나, 토트넘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윤태양 선수겠죠?] [아, 그렇죠. 윤태양 선수는 다방면에서 천재적이지만, 그 선수 최고의 강점은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주변의 야유가 크면 클수록 강해지는 클러치 플레이어라는 겁니다.]챔피언스 리그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윤태양의 위상은 또 달라져 있었다.
“윤태양이 어리다고 방심하지 말고 절대 그를 놓치지 말아야 해.”
맨시티의 신임 감독 티모 베르거는 초토화된 수비라인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급하게 2군에서 올린 센터백 에제크웸을 바라봤다.
“그 자식이 위험하다는 걸 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베르거는 말없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비록 어린 소년이긴 하지만, 에제크웸은 뛰어난 능력을 자랑했다.
주전 센터백들이 모두 부상을 당한 지금에 와서는 가장 뛰어난 센터백이나 다름없었다.
베르거는 에제크웸을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내보냈다.
필드 위에 선 선수들 사이에서 유난히 앳돼 보이는 검은 머리 소년이 보인다.
“이 바닥은 참 알다가도 모르는 곳이야.”
동양인이, 그것도 어린 소년이 세계 최고 무대라는 이곳에서 저런 활약을 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도대체 무슨 유전자를 타고나서?
그야말로 축구계의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그 가운데 상황은 빠르게 진행돼,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오늘의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뉴캐슬
FW 실바/윤태양/일리뉴
MF 알브레히트/메넨데즈/고메즈
DF 린데만/제나스/아놀드/산체스
GK 리첼라
맨체스터 시티
FW 알케인/루크 영/호킨스
MF 카르벨/로자스/로드리게스
DF 미아흐/에제크웸/네노브/보가도
GK 맥나마라
[부상인 선수들, 이번 시즌 활약이 저조한 선수들을 모두 제외하고 2군에서 유망주를 대거 콜업해 기용하고 있습니다.] [파격적입니다만, 베르거는 말했습니다. 맨시티는 돈으로 데려온 선수 때문에 2군에 보물들을 활용도 하지 않고 내보내고 있다고요. 그 말이 맞는지 지켜볼 일입니다.]베르거의 말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맨시티에는 뛰어난 유망주가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
당장 하위권 팀이라면 1군, 아니, 핵심 선수로 기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들이 2군에 잔뜩 깔려 있었다.
베르거는 그걸 보고 기함했다.
유소년 수집만 하고 왜 쓰질 않은 거지?
왜 얘들을 진즉에 콜업해 키우지 않고 노인정을 만든 거지?
그 결과가 천하의 맨시티가 11위 자리에 있는 것 아닌가.
베르거는 이번 시즌은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었다.
이 부분은 구단도 받아들였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따랐다.
반드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것.
이는 다음 시즌 필요한 선수를 수급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상황이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오늘 경기를 부담 없이 치르더라도 져서는 안 된다는 거다.
지더라도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부디 보여다오, 니들 재능을.”
조금은 오글거리는 말을 하는 가운데 휘슬이 울린다.
자신이 신중하게 고른 선수들이 골대를 향해 빌드업하기 시작했다.
공을 주고받으며 서서히 접근하는 가운데.
“응?”
프리미어 리그의 노장 중에 노장이 어슬렁거리다가 득달같이 달려든다.
“어어?”
초토화된 수비라인에서 유일하게 경험이 풍부한 25세, 재능이 넘치는 풀백 호세 보가도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공을 뺏겼다.
아니, 저 늙은이 움직임 하나 간파하지 못하는 건가?
그 정도로 저 늙은 선수가 영리하다고 봐야겠지?
“침착해라! 당황하지 마!”
그래, 노련한 실바에게 공을 뺏길 수 있다.
그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공을 뺏긴 보가도가 실바를 쫓고 네노브가 길목을 차단하고 로드리게스가 가세하기를 기다린다.
실바는 툭툭, 공을 차고 나아가다 어정쩡한 자세로 공을 툭하고 찍어 차올렸다.
실바의 발에서 떠난 공이 네노브의 머리 위를 넘겨 그 뒤로 툭하니 떨어진다.
그리고 그 공을 잡은 건.
“윤…….”
보가도가 발음하기도 힘든 그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윤태양은 실바보다 단순한 움직임으로 자신을 쫓은 에제크웸을 한 걸음 벗겨내고 빠른 타이밍에 슈팅했다.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공이 골키퍼 맥나마라의 손을 피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맨시티 역사상 최단 시간 실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