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8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87화
[오늘의 선발 라인업입니다.]첼시
FW 바우프티니
MF 코작/세레티
델로아/오렐레나
DF 주니뉴/데 누초/완더레이/케이퀘/크루즈
GK 데스타노글루
뉴캐슬
FW 레델리/일리뉴/윤태양
MF 박스올/메넨데즈/고메즈
DF 반디아/아놀드/제나스/산체스
GK 리첼라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입니다. 과연 오늘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창과 최고의 방패가 붙어서 어디가 이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아무리 봐도 첼시 수비가 빡세긴 하다;
-근데 밀란이나 바르셀로나 상대로도 윤태양 골 넣는 거 보면 첼시도 결국 털릴 거 같긴 함
-난 반대로 첼시가 수비적인 팀이긴 해도 미드필더부터가 공격력이 좋은 팀이라 어케 될지 모른다고 봄, 뉴캐슬 수비가 생각보다 많이 불안해서;
-ㄹㅇ 불안하긴 함;
-난 히 감독이 태양이 파악 완료했다는 게 더 불안함; 통계로 상대 주특기 약점 이런 거 다 파악해서 견제하는 타입이라서ㄷ
-AI까지 도입했다는데; 근데 사람 대 사람인데 그게 쉽게 통하려나?
경기장 내외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오늘의 경기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첼시 감독인 히스 조나단이 태양의 대한 조사를 완료해 그의 약점을 간파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빈축을 산 통계 축구였지만, 그가 만들어낸 축구를 보면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태양과 함께 득점왕 경쟁을 하고 있는 아스날의 딜런 먼로도, 맨유의 펠리시아노도 첼시의 통계 축구 앞에 꽁꽁 묶여 활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유는 주심 덕분에 막판에 두 골을 몰아쳐 첼시와 무승부라도 건졌지, 아스날은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첼시에게 경기를 모두 내주다시피 했었다.
히스 조나단은 아르텔리도 별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시간을 유스 감독으로 보내며 고리타분한 구시대적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에게 질 자신이 없었다.
“약간 우려되는 거라면… 윤태양인데.”
히스 감독은 휘슬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는 태양을 바라봤다.
그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뉴캐슬이 밀란을 상대로 한 경기를 봤다.
사람들은 알베르토 지노를 판타지스타라고 불렀지만, 그가 보기에 진정한 판타지스타는 윤태양이었다.
그는 카멜레온 같은 선수다.
어떨 때는 알아도 막을 수 없는 메시같이 플레이했고, 어떤 때는 일 페노메노 호나우두처럼 저돌적인 플레이를 보여줬으며, 어느 순간에는 생각지도 못한 플레이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호나우지뉴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그들 개개인이 아닌 윤태양 한 사람이었다.
윤태양도 약점이 있고 공략할 무언가가 있었다.
몇 번이고 스탭들과 윤태양의 경기를 지켜보고 또 지켜보면서 만든 일종의 공략집을 선수들에게 나눠주고 숙지하게 하면서 몇 번이고 연습했다.
이제 경기에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히스 조나단은 자기 선수들을 믿었다.
공을 아무리 이리저리 옮겨 봐도 첼시는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공격해야 한다.
뉴캐슬의 풀백들이 앞으로 나서며 공격적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선 메넨데즈는 첼시 선수들을 끌어모은 뒤 윤태양에게 패스했다.
그의 날카로운 패스가 선수 사이를 가로지르며 단숨에 윤태양의 발 앞에 닿는다.
그 순간 크루즈가 태양의 앞을 막아선다.
태양은 공을 가지고 크루즈를 향해 돌진해 나아갔다.
그 모습에 히스 감독은 팔짱을 낀 채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태양은 공을 잡은 뒤 자신의 앞을 가로막으면 높은 확률로 그 선수를 제치려고 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정도 거리면…….
“그래, 그렇지.”
프리플랩이나 라 크로케타로 선수를 제치려고 한다.
그것도 상대방을 한 방향으로 유도한 뒤 가랑이 사이로 공을 집어넣어 제친다.
크루즈는 플랜대로 몸을 기울이는 듯하고 다리를 벌리며 태양이 다리 사이로 넛매그를 시도하게끔 유도했다.
그 순간 가랑이 사이로 지나치는 공을 확인하며 크루즈는 방향을 튼 그대로 몸을 빙글 돌려 공을 쫓았다.
크루즈라는 장애물을 피해서 앞으로 전진하는 태양보다 한 바퀴 빙글 돌아선 크루즈가 간발의 차이로 공을 바깥으로 걷어낼 수 있었다.
“흐.”
역시 감독의 통계를 통한 예측이 맞았어.
크루즈는 그리 생각하며 스로인을 대비했다.
산체스가 공을 들고 윤태양에게 스로인했다.
윤태양의 뒤에 다시 크루즈가 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은 마르세유 턴이나 플릭을 활용한다.
이번에는 공을 받은 즉시 크루즈를 축으로 턴을 한다.
그걸 예측한 듯 케이퀘가 달려들어 태양의 시야 바깥에서 절묘하게 태클한다.
공이 다시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오.”
태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탄성을 터뜨렸다.
* * *
이 사람들 보게나.
진짜 나에 대해서 빡세게 연구했나 보네.
내가 가려는 코스, 드리블 스킬, 패턴, 타이밍 모든 걸 파악한 것처럼 움직인다.
몇 번이나 돌파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막혔다.
“오오.”
내가 또 한 번 탄성을 터뜨리자 공을 바깥으로 걷어낸 케이퀘가 콧방귀를 뀐다.
너도 별것 아니네?
뭐 이런 생각이 표정에서 보였다.
“재미있네.”
재밌었다.
생각해 보면 지난 삶에서도 저 감독의 타겟이 된 적이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나를 팀의 키 플레이어이자 약점으로 지적하고 철저하게 나를 공략했었다.
그때 나는 고장 난 피지컬을 패스와 시야로 메꾸던 선수였다.
결점투성이었다는 소리다.
얼마나 공략하기 쉬웠겠는가.
그때 나는 무력하게 첼시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내가 몸이 멀쩡했다면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던 것도 떠오른다.
하지만 인생 2회차인 지금의 나는 다르지.
드리블을 통한 돌파가 어렵다면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면 그만이다.
나는 측면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플레이도 예측한 것처럼 그들은 전방을 향한 패스 코스를 차단했다.
생각해 보니 지난 시즌에는 미드필더로 나와서 첼시를 조졌구나.
그때부터 연구한 건가?
결국 전반 내내 뭘 해보지도 못하고 0대0 상황에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태양, 괜찮나?”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에 내가 걱정이라도 된 건지 아르텔리 감독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쁠 건 없죠?”
“첼시를 뚫는 게 쉽지 않지?”
“저를 많이 연구한 모양이더라구요.”
“그럴 걸세. 자네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체를 연구해 온 것 같더군. 통계가 무섭네. 그렇지?”
“글쎄요? 중요한 건 쟤들도 통계로 우리를 막아내기만 했을 뿐 공격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거죠.”
“그렇지. 그걸세. 통계 축구가 완벽했다면 우리는 벌써 몇 골이나 내준 채 지고 있었겠지. 통계가 전부가 아닐세.”
“네.”
그래, 통계가 전부는 아니다.
통계를 하기에는 아직 내가 보여주지 않은 게 더 많았다.
* * *
[전반전 동안 뉴캐슬은 단 한 번도 첼시를 뚫지 못했고, 첼시는 뉴캐슬을 완벽하게 막아냈습니다.] [윤태양 선수가 이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처음 봅니다. 과연 통계가 축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걸까요?] [지금 이 상황대로 진행된다면 히스 조나단 감독의 축구 철학이 더 우수하다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재개된 후반.
첼시는 기세등등하게 필드에 올라섰다.
그들은 자신들의 축구가 먹혔다는 생각에 사기가 오른 상태였다.
그들은 라커룸에서 감독이 한 말을 상기했다.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공격에 들어간다. 뉴캐슬의 수비라인은 약하다. 실점률이 빈약한 센터백에 비해 낮은 이유는 산체스, 그리고 메넨데즈의 가세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들을 끌어올리고 센터백만 남도록 만들어라. 그리고 그다음은… 알지?
히스 조나단 감독의 말은 틀릴 리가 없었다.
첼시 선수들은 이에 맞춰서 다시 수비적인 태세를 유지하며 조나단 감독이 요구한 상황이 연출되기를 기다렸다.
그 가운데 리그 최강의 창이라는 뉴캐슬은 그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라인을 올리고 골대를 노렸다.
후반에는 어떻게든 골을 넣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공격의 선봉은 태양이었다.
공을 잡은 태양은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첼시는 그들이 훈련한 대로 태양을 상대했다.
절대 태양이 속도를 낼 수 없도록 공간을 없애고, 가까운 거리에 한 명이, 지근거리에 한 명이 언제든지 붙어있는 선수를 지원하도록 지켜본다.
크루즈는 태양을 앞에 두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넌 이미 간파됐어, 자식아.”
“그래?”
태양도 마주 웃었다.
그리고 공을 가지고 크루즈에게 달려들었다.
태양은 정직하게 오른쪽으로 치고 나갔다.
이건 뭐지?
크루즈는 여느 때처럼 미끼를 던졌다.
자,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공을 넣어봐! 자, 어서!
태양의 웃음이 짙어졌다.
그는 공을 스윽 끌며 크루즈의 다리를 피하며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
순간 당황했지만, 그럴 수 있다.
몇 번이고 막혔는데 무식하게 넛매그를 계속 시도하진 않겠지.
크루즈는 태세를 바꿔 태양을 쫓았다.
그 순간 태양이 멈춰서고 방향을 바꾼다. 같이 멈춰서는 순간 태양은 또다시 방향을 바꾸며 속도를 올렸다.
아무리 통계에서 나온 대로 예측 수비를 해도 태양은 그것을 가벼운 볼터치로 피해내고 공을 절대 뺏기지 않았다.
그 상황에 지켜보던 선수가 지원을 위해 다가왔다.
태양은 그 둘 사이에서도 공을 뺏기지 않았다.
공을 지키며 뒤를 돌아 등진다.
힘껏 밀어보지만 태양은 밀리지 않았다.
옆으로 게걸음치며 그들을 벗겨내려던 태양이 휙 하고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태양을 막으려던 크루즈와 케이퀘는 화들짝 놀랐다.
공이 사라졌다?
놀란 그들 사이를 가르고 태양이 나아갔다.
태양이 두 사람을 등지며 시야를 가린 상태에서 패스한 공을 받은 메넨데즈는 크루즈와 케이퀘의 머리를 넘겨 공을 패스했다.
“막아!”
이런 상황을 예측한 건 아니지만, 완더레이가 태양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태양은 메넨데즈가 패스한 공을 등진 채로 완더레이를 맞이했다.
뭐지?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렸나?
왜 공을 등졌…….
“!!!”
난데없이 태양의 등 뒤에서 공이 솟아올랐다.
태양은 백힐로 공을 완더레이 머리 위로 훌쩍 넘겨 버렸다.
완더레이는 몸을 돌려 공을 쫓았다.
태양도 공을 쫓으려는 듯 완더레이 옆을 달렸다.
“일리뉴!”
완더레이는 자신의 머리를 넘어간 공이 일리뉴의 발 앞에 있는 걸 확인하고 그를 쫓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느새 케이퀘가 달려가 일리뉴의 옆에 있다는 것이다.
케이퀘가 시간을 끌어주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다.
“패스다!!”
“뭐?!”
공을 받은 일리뉴는 케이퀘를 뚫을 생각도, 슈팅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공을 옆으로 툭 하고 밀어냈다.
“앗!”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완더레이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태양!
자신과 나란히 달린 태양이 어느새 일리뉴가 밀어준 공을 차지하고 있었다.
“써니!!!!”
완더레이가 이를 악물고 외칠 때, 태양의 발은 골대를 향해 공을 감아찼다.
우아하게 휜 공이 그대로 골대 상단 구석에 빨려 들어갔다.
와아아아아!
원정석에서 환호성이 터짐과 동시에 태양은 뒤돌아 완더레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써니가 아니라 윤태양이야.”
골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지, 태양은 그저 계집애 같은 써니라는 애칭을 불쾌하게 받아들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