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8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88화
“껄껄껄.”
아르텔리는 태양의 득점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득점을 보고 신경질적으로 발을 한 번 구른 히스 조나단의 날카로운 시선이 닿았지만, 아르텔리는 개의치 않았다.
“그래, 이게 태양이지.”
태양은 통계와 확률로 계산할 선수가 아니었다.
해트트릭에다가 글러트, 더블 해트트릭까지 무서운 골 기록을 만들어낸 이 소년에게 할 말이 맞나 싶지만, 태양은 아직 보여준 게 많이 없었다.
이 소년은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은 태양이 화려한 돌파와 득점, 이따금 나오는 번뜩이는 어시스트만 생각하겠지만, 아마 유스 시절부터 태양의 경기를 지켜본 사람은 알 거다.
태양은 득점도 패스도, 경기를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게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 외에도 이 소년은 아직 보여줄 게 많았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태양의 모든 걸 끌어내지 않는 건, 이 말도 안 되는 천재가 축구에 흥미를 잃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둘 뿐.
물론, 그게 팀을 망친다면 조언을 하고 간섭을 하겠지만, 소년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지금.
소년은 프리미어 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동료를 활용했다.
그것도 그 특유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말이다.
이 부분은 히스 조나단 감독도 알고 있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군.”
그 어떤 기록을 찾아봐도 태양이 다른 선수를 활용해 돌파했다는 기록은 없을 거다.
이럴 때는 유스 기록이 세부적으로 남지 않는 게 아쉬울 정도다.
아니, 애초에 유스 기록까지 찾아봐야 할 정도로 경력이 짧은 괴물은 처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태양이 어떤 방식을 활용하든 지금으로선 지금 이 방법을 고수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더욱이 태양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기에는 태양 말고도 위험한 선수들이 많았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데, 야속하게도 경기는 빠르게 진행됐다.
[최강의 창이 기어이 최강의 방패를 뚫었습니다! 전반 내내 첼시에게 막혔던 윤태양이 해내는군요!] [그저 놀라운 플레이였습니다. 저런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대단합니다.]실점으로 인해 마음이 조급해진 사람도 있고 화가 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첼시는 최대한 침착하게 플랜대로 움직이는 데 주력을 다했다.
뉴캐슬을 끌어들이고 뒷공간을 노린다.
분명 뉴캐슬의 수비진은 나약하니까.
그리고 그들이 애타게 노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풀백과 미드필더, 공격수 모두가 라인을 올려 공격적인 압박을 하는 걸 확인한 완더레이가 미드필더와 수비라인 사이로 롱패스를 찔러 넣었다.
높지만, 빠르게 뻗어나간 공이 적당한 위치로 떨어진 순간 첼시의 스트라이커 바우프티니가 공을 차지해 앞으로 나아갔다.
아놀드는 쉽지 않으니 제나스를 노린다.
제나스는 호전적으로 바우프티니에게 달려들었다.
어렵지 않게 제나스를 제친 바우프티니는 달려오는 아놀드를 피하며 골대를 바라봤다.
지금이다.
반 박자 빠른 슈팅.
바우프티니는 이보다 완벽한 슈팅 타이밍은 없다 생각하며 힘껏 다리를 휘둘렀다.
결과는…….
[리첼라가 막아냅니다! 역시 위기에서 팀을 구하는 건 뉴캐슬의 수호신이군요!]리첼라가 어렵지 않게 공을 잡아냈다.
수비가 아무리 불안하다 하더라도 뉴캐슬이 최소 실점을 할 수 있는 최종적인 이유.
바로 리첼라, 뉴캐슬의 수호신이 있기 때문이다.
수호신은 공을 잡자마자 곧 바로 공을 힘껏 킥했다.
그리고 수호신은 골킥도 뛰어났다. 그는 단숨에 한 번의 기회를 노리기 위해 라인을 바짝 올린 첼시의 뒷공간을 향해 공을 찔러넣었다.
첼시와 뉴캐슬의 선수들이 뉴캐슬의 진영에서 몸을 돌려 첼시 진영을 향해 분주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윤태양이 가장 빠릅니다! 윤태양 공을 잡습니다! 아, 미리 나온 골키퍼가 바로 앞에 있습니다!]역습 상황에서 공을 차지한 태양은 코앞으로 다가온 골키퍼를 보고 침착하게 행동했다.
골키퍼는 가깝지만 골대가 멀어 로빙슛을 하기도 애매하다.
‘제칠까?’
그리 고민할 때였다.
“태야앙!”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태양은 씩 웃으며 미련 없이 공을 옆으로 보냈다.
한 마리 황소같이 달려온 일리뉴가 태양의 패스를 받아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골! 골입니다! 윤태양의 침착한 패스와 일리뉴의 마무리!] [거리가 상당히 있었는데 공을 받기 무섭게 다이렉트로 때려 버리네요! 역시 일리뉴입니다!]득점 후에 포효하는 일리뉴를 바라보며 히스 조나단 감독은 입맛을 다셨다.
새삼 그를 데려오지 못한 게 아쉽기 그지없다.
바우프티니는 분명 괜찮은 선수지만, 피니셔로서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일리뉴만 데려왔으면, 공격라인까지 완성하여 지금보다 더 완벽한 첼시를 완성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일리뉴는 첼시의 제안을 거절하고 하얗고 검은 뉴캐슬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빌어먹을 뉴캐슬.
히스 조나단은 속으로 뉴캐슬을 욕하면서도 선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첼시는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잡지 못하고 야속하게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 * *
아마 지금쯤 첼시 감독은 일리뉴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을 거다.
다잡은 물고기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 그런 걸로 말이다.
솔직히 그럴 만하다.
내 기억 속에 막강한 첼시는 바우프티니를 대신해 일리뉴가 제일 선봉에 섰을 때니까.
일리뉴, 아니, 일리뉴를 대신해 괜찮은 스트라이커를 영입했다면 이번 시즌 아쉬웠던 네 번의 무승부 모두를 승리로 가져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만약이고.
현실의 조나단 감독은 일리뉴를 놓치고 바우프티니로 만족했으며, 그 결과 챙겨야 할 승리를 놓쳐 뉴캐슬이 추격할 기회를 줬다.
감독의 결정이 이리 중요하다니까?
어쨌든 경기는 이제 끝나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조용하던 델로아가 움직였다.
패스를 통해 선수 몇 명을 제치고 앞으로 전진하다 바우프티니에게 공을 몰아주고 빈 공간으로 침투, 바우프티니가 다시 돌려준 공을 잡은 델로아가 리첼라를 향해 달려들어 마르세유 턴을 선보이며 득점했다.
“오.”
역시 델로아는 델로아인가?
“으아아아악!”
정작 당사자는 내 감탄과 별개로 화를 주체 못하는 모양이다.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저런, 쯧쯧.”
지난 경기에서 나에게 농락당한 걸 보복해 주고 싶었는데, 마음은 급했고 뜻대로 되진 않아 오히려 두 골을 먹혔다.
감정에 잡아먹혀 자기 본래 실력을 내놓지 못한 거다.
아니, 반대로 감정을 어떻게든 절제하려 하다 자기 실력이 안 나왔다고 봐야하나?
화를 토해낸 델로아의 플레이는 달라졌다.
재개된 상황에서 델로아는 다시 공을 뺏고 무섭게 질주해 나갔다.
패스를 통한 탈압박으로 한 명을 제치고 놀라운 볼터치 스킬로 또 한 명 제친다.
그리고 골대를 향한다.
동점골을 넣기 위해.
나는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정해진 시간은 끝나 있었다.
남은 건 인저리 타임.
주심은 델로아의 마지막 발악까지 지켜볼 것인가?
그러기에는…….
삐익! 삐익! 삑!!
골대와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단호한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리그 12라운드.
첼시를 제치고 우리가 리그 1위로 올라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 * *
[뉴캐슬, 프리미어 리그 정상 등극!] [첼시를 제치며 1위를 차지한 뉴캐슬,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르텔리, 통계는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 [히스 조나단, 통계는 잘못되지 않았다. 자료 수집이 부족했을 뿐.]뉴캐슬 유나이티드는 10년 동안 시즌 중에도 1위를 차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3위에서 6위 사이를 전전하며 치열하게 챔피언스 리그 티켓만 노렸을 뿐이었다.
그것과 별개로 맨시티라는 괴물팀이 항상 1위 자리를 독차지하다시피 해서 뉴캐슬이 그 자리를 넘보는 게 힘든 것도 있었지만.
아무튼, 10년 만에 차지한 1위에 툰들은 신이 나 있었다.
이대로 1위를 유지해 우승까지 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아직 팀 간 승점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한 번만 미끄러지면 단숨에 7, 8위까지도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즈음부터 프리미어 리그의 대부분 팀들은 각 구단과 감독의 방식대로 선수들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다가올 박싱데이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하면 3일 단위로 네, 다섯 경기가 타이트하게 치러지는 박싱데이는 우승팀을 예측할 수도 있고 상위권 팀과 중위권, 하위권 팀을 나누는 기점이 되어준다.
아직 어리지만 팀의 핵심인 태양은 팀에서 더욱더 체계적으로 밀착 관리를 받았다.
경기가 끝나면 스포츠과학팀은 물론이고 의료진, 체력코치, 스포츠마사지사, 그리고 온갖 기계들이 태양에게 달라붙는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만, 아직 어려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태양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인원이 붙었다.
그리고 중요하지 않는 경기는 무조건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렸다.
어리거나 욕심이 많은 선수라면 자신의 출장기회가 줄어들면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지만, 이미 한 번 선수 생활을 하고 온 태양은 내일 한 경기를 위해 자신의 몸을 혹사해 다치게 하는 걸 극도로 꺼려했기 때문에 구단의 관리를 철저하게 받았다.
감독은 물론이고 코칭 스탭이 가장 흐뭇해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세상에 어린아이가 객기 하나 부리지 않고 자기 몸 아낄 줄 알다니 기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13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 태양은 결장했다.
그 빈자리를 오마르와 레델리, 일리뉴가 대체했고, 후반에는 이젤과 실바가 투입해 경기를 뛰어 2대0으로 가볍게 승리를 따냈다.
그런 뉴캐슬의 다음 경기는 바르셀로나와 홈경기.
태양은 이 경기에 투입해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후반 21분에 교체됐고, 1대0으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조별예선을 한 경기 남겨두고 있지만, 밀라노가 바르셀로나라는 강팀을 상대로 홈과 원정 모두 승리를 거두며 죽음의 조의 최종 승자가 됐다.
사실, 조별리그가 팀 대진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뉴캐슬이 조 1위로 진출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었다.
그건 리그도 마찬가지였다.
아르텔리 감독 체제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하고 윤태양이라는 어린 소년이 팀의 중심이 되어 활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윤태양은 리그 10경기에서 15골과 8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 성적은 리그 득점 2위, 도움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리그에서 윤태양보다 득점이 앞선 선수는 13경기 모두 출전해 17골을 넣은 펠리시아노였다.
팀이 위기에 빠져도 혼자 힘으로 꾸역꾸역 골을 넣으며 하드캐리를 하는 그는 지금 맨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플레이 스타일도, 국적도 과거 메시의 라이벌이라 불릴 정도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비슷해 제2의 호날두라고 불렸지만, 다른 게 있다면 바로 인성이었다.
어린애 같은 자국의 레전드와 다르게 그는 인성마저도 완벽한 사람이었다.
다만, 비슷한 게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승부욕.
그는 자신과 경쟁하는 상대라면 나이와 지위, 성별을 가리지 않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윤태양은 분명 훌륭한 아이다. 좋은 경쟁 상대고. 하지만 내가 이긴다.] [윤태양 잘한다. 하지만 내가 더 잘한다.] [그와 경쟁은 날 자극한다.]평소 언론과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는 그가 이렇게 말이 많은 이유가 뭘까?
물론, 기자들이 승부하고 있는 상대를 언급하면 드물게 인터뷰를 하긴 한다.
하지만, 유난히 말이 많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다음 라운드에 맨유와 뉴캐슬이 붙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