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92)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92화
나이 든 선수들은 말한다.
마치 필드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경기장이 훤히 보이고 머릿속에서 어떻게 하면 선수를 뚫을 수 있고 골을 넣을 수 있을지 다 떠오르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실바가 그랬다.
젊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플레이들이 머릿속에 쏟아져 나온다.
다 떠나서 무릎만 멀쩡해도 딱! 딱! 이렇게 해서 선수 제치고 휙! 하고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도 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어느 위치에서 치명적인 패스를 넣어주는 것.
그리고 타겟맨처럼 움직여 득점하는 것.
다만 두 번째는 한 사람이 있어줘야 한다.
자신과 같은 생각, 아니, 자기보다 더 많은 걸 보고 그리는 윤태양 말이다.
마치 자기의 생각을 읽는 듯 한 수 앞서서 패스를 찔러주는 쟤만 있으면 골을 넣을 수 있다.
태양은 공을 가지고 선수들을 끌어모으다가 오마르 하고도 1대1 패스를 시도하며 본인이 직접 골을 넣을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진영이 오른쪽으로 쏠린 가운데.
실바는 눈을 빛내고 빈 왼쪽으로 어슬렁 걸어갔다.
그 순간 태양은 득달같이 실바가 향하는 방향 쪽으로 로빙 스루를 찔러넣었다.
실바가 텅 빈 공간을 홀로 질주했다.
비록 느린 달리기였지만, 맨유의 수비라인이 따라잡기에는 어려운 속도였다.
“이거지.”
실바는 빙글 웃음을 지어보이고 골대를 바라봤다.
여기면 될 것 같은데?
실바는 거리를 가늠하며 툭 찍어찼다.
사실 이거야말로 지금의 실바가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수천, 수만, 아니, 어쩌면 수십만 번 찼던 슈팅이었다.
눈을 감아도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지금은 눈을 뜨고 있는데 골쯤이야.
그런 자신감으로 찬 슈팅이 크게 휘면서 골대를 향한다.
“들어가…….”
퉁!
[아, 골대 맞고 튕겨 나갑니다! 골대의 저주인가요!]“지 않았네, 제길!”
체면을 구긴 실바가 얼굴도 구길 때.
누군가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태양이었다.
태양은 간발의 차이로 뒤따라오는 센터백과 공을 잡기 위해 달려오는 골키퍼를 확인하고 공 앞에서 몸을 빙글 돌렸다.
그리고 날아올랐다.
“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실바는 머리를 북북 긁고선 태양에게 달려갔다.
시큰둥한 얼굴로 공을 챙겨서 하프라인으로 걸어가는 태양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이 골 도둑놈!!”
“무슨 골 도둑놈이에요? 어차피 못 들어갈 골이었는데.”
“흥이다, 이놈아.”
한편, 너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펠리시아노는 이를 악물었다.
“해트트릭이라니.”
자신은 고작 두 골밖에 못 넣었는데……!
게다가 해트트릭으로 경기가 원점이 되었다.
펠리시아노는 신경질적으로 잔디를 걷어차고는 위치로 돌아갔다.
상대도 경기가 이대로 끝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공을 챙겨서 부지런히 하프라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지?
시선을 돌려 시간을 확인하니 후반 33분.
인저리 타임까지 생각하면 15분 정도 남았으려나?
펠리시아노는 이를 악물고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그건 뉴캐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기서 실점을 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일까?
양 팀 모두 무서운 집중력으로 골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야속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마지막 공격이 될 것 같은 맨체스터의 공격이 시작됐다.
에거튼이 문티누에게 공을 패스하고 문티누가 브라이언에게 공을 넘겼다.
브라이언은 하프 스페이스를 노리고 들어갈 듯하다가 펠리시아노에게 공을 넘겼다.
펠리시아노는 공을 받은 즉시 앞으로 달렸다.
미리 봐둔 제나스를 향해 헛다리를 짚으며 달렸다.
제나스는 주춤주춤 어찌할 줄 모르다가 이내 펠리시아노의 상체 무빙에 속아 넘어가 그를 보내주고야 말았다.
[펠리시아노오오! 제나스 제치고 골대입… 아니! 아놀드가 달려옵니다! 아놀드! 아놀드!]펠리시아노의 옆으로 아놀드가 거칠게 어깨를 들이밀었다.
펠리시아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 여기서 슈팅을 하면 들어갈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찰나의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던 펠리시아노는 문득 옆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마음을 정했다.
그래, 견제를 받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욕심내서 슈팅했다가 실패라도 한다면?
해트트릭을 못한 거보다 그게 더 가슴 아플 것 같았다.
어쨌든 골을 넣는 건 이기기 위해서니까.
펠리시아노는 왼발로 툭하고 옆으로 공을 보냈다.
달려오던 에거튼이 펠리시아노가 찔러준 공을 잽싸게 찼다.
철썩!
“우아아아악!”
에거튼이 괴성을 지르며 펠리시아노에게 달려와 안겼다.
“잘했어! 에기!”
“이러면 이긴 거죠? 우리가 이긴 것 맞죠?”
두 사람의 모습에 뉴캐슬 선수들은 망연하게 바라봤다.
그때였다.
와아아아아!
관중석에 앉은 툰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부심이 깃발을 들고 있었다.
이어서 무효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에 맨유 선수들은 억울하다는 듯 우르르 주심에게 달려갔다.
잠시 후 맨유의 항의에 VAR 판정까지 나왔지만,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확정 지었다.
맨유 선수들이 망연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리첼라는 공을 가지고 멀리 골킥했다.
[경기……! 종료됩니다!] [리첼라의 골킥으로 마무리되는 경기! 결국 무승부로 마무리되네요!]제3자 입장에서는 최고로 흥미로운 경기였지만, 선수들은 기운이 쭉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력을 다했는데 무승부였으니 말이다.
가장 아쉬워하는 건 펠리시아노였다.
그는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고 한숨을 푹 쉬더니 하늘을 올려봤다.
어느새 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만약 아까 욕심내서 슈팅했더라면 차라리 지금 보다 상황이 낫지 않았을까?
“야, 네 잘못 아냐. 울지 마.”
멀리서 달려온 브라이언이 펠리시아노의 등을 다독였다.
그걸 멀찍이서 지켜보던 윤태양은 겨울인데도 흥건하게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말했다.
“누가 보면 진 줄 알겠네. 쟤 왜 우는 거래요?”
어느새 옆에 다가온 실바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경기는 무승부지만, 쟤는 졌다고 생각할걸?”
“네? 왜요?”
“넌 세 골이고, 지는 두 골 넣었잖아.”
그 말에 태양은 인상을 구겼다.
“아니, 무슨…….”
“말했잖아, 골에 미친놈이라고. 무승부인데 한 골 부족하니 너한테 판정패 당했다고 생각할 놈이야.”
그의 말에 태양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이번 시즌 가장 치열했던 무승부!] [펠리시아노, 다음에는 우리가 이긴다. 우리의 홈에서.] [아르텔리, 비록 아쉽게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선수들의 열정을 확인한 경기였다.] [득점왕 대결, 해트트릭한 윤태양의 판정승.]-팬이 아닌 입장에서 보면 ㅈㄴ 개꿀잼 경기였다
-펠리시아노 또 기집애처럼 엉엉 울더라
-울보 ㅅㅋ 왜 저러나 몰라 ㅋㅋㅋ
-인성은 완벽한데 가끔 저러는 거 보면 날강두 생각남
-ㄹㅇ 은근 비슷한 구석이 있음
-근데 윤태양은 또 골이네 그것도 해트트릭 ㄷ
-이번 시즌만 챔스까지 다 하면 해트트릭 이상 넣은 경기가 벌써 4경기나 되네 ㄷㄷㄷ
-국대는 진짜 뭐하냐, 쟤 데려다 안 쓰고? 쟤보다 잘하는 애 한 명도 없는 거 같은데
-아직 너무 어리니 아껴야지. 무리해서 원정하다 부상이라도 당해봐라 거위 배 가르는 거랑 똑같은 거임
-그래도 A매치 뛰는 거 보고 싶긴 하다
* * *
우리는 다시 2위로 내려갔다.
그래도 뭐, 승점 1점밖에 나지 않으니 큰 타격은 없었다.
선수단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감독은 빡세게 경기를 뛴 선수들에게 하루 휴가를 내주었다.
대부분 집에서 쉬고 있겠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침대에 누워서 마냥 뒹굴거리면서 축구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나와 관련된 것들을 구경하다가 모처럼 유소년 국대 단톡방에 들어가 봤다.
귀찮아서 안 읽었더니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
이 자식들은 축구는 안 하고 깨톡만 하나.
-나 : 다들 축구 안 하냐 왜 이리 말이 많아?
-김효준 : 남이사 자든말든
-나 : ㅋㅋㅋ 안 자냐?
-김효준 : 이제 막 훈련 끝났다
-나 : 아 너 독일에 있지 자꾸 까먹네 요즘은 좀 할 만함?
-김효준 : 죽겠다
레버쿠젠 유스팀으로 이적한 효준은 요즘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삶과 달리 조금 더 일찍 유럽에 진출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모양이다.
쉽지 않을 만하지.
효준은 발이 빠른 스타일의 공격수다. 발이 빠르지만, 아쉽게도 피지컬이 유럽에 비빌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피지컬을 키울 수도 없는 나이니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벽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다.
-이상호 : 나 2군에서 뛰고있어.
반대로 이상호는 월반까지 한 모양이다.
이상호 이놈은 피지컬도 유럽 아이들에 비해서 꿇리지 않으니까 그럴만 하다.
-배상현 : 야 이게 누구야 뉴캐스의 어린 왕자가 깨톡까지 다 하시고 ㅎㅎㅎㅎ
-나 : 오랜만
-배상현 : 너 요즘 ㅈㄴ 잘나가더라 독일에서도 떠들썩해 ㅋㅋ 우리 구단에서도 너 아냐고 나한테 물어보고 막 그런다 ㅋㅋ
-나 : 그래? ㅋㅋ 나 데려가기라도 한대?
-배상현 : 우리 구단 거지라고ㅋㅋ 그럴 리가 없지 ㅋㅋㅋㅋ
그거 참 슬픈 이야기네.
-배상현 : 아 너 게임에도 나오더라? ㅋㅋㅋ 16살이 나오는 거 쉽지 않은데 ㅋㅋㅋ
-나 : 무슨 게임?
-배상현 : 피파랑 FM
-나 : 오
내가 게임에 나왔다고?
물론, 예전에도 축구계 양대산맥과도 같은 두 게임에 내가 나오긴 했다.
피파에서는 제일 높게 받아본 오버롤이 74였지 아마?
이 정도면 굉장히 준수한 오버롤이었다.
FM에서는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할 당시 어빌 145 포텐 151인가 받아봤다.
이것도 한국 선수 치고는 굉장히 후한 점수였다.
지금은 어떠려나?
내 능력치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를 찾았다.
피파 2035.
지금은 34년도지만, 피파 게임 특성상 타이틀 뒤에 다음 해가 넘버링으로 붙는다.
“오, 진짜 있네.”
능력치는…….
“70? 뭐야 왜 이리 짜.”
지금 해주는 게 얼마인데 쪼잔하게 구네.
“응?”
스페셜 카드라는 게 있다.
이달의 선수, MOM, 이주의 팀으로 선정되면 특별히 활약도 만큼 능력치를 올려서 내놓는 선수 카드였다.
사람들이 이런 거 뽑으려고 돈을 마구 쓴다지 아마?
그 스페셜 카드에선 내 카드가 여러 개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 베스트 카드로 바르셀로나와 밀란을 상대로 얻은 능력치 89, 92 카드였다.
오, 이 정도 오버롤이면 어마어마한데.
“VS 맨시티 카드도 있네.”
더블 해트트릭을 넣은 맨시티 경기 카드는 오버롤이 94였다.
뭐, 대단한 거긴 한데 이건 현질하라고 주는 카드니까 큰 의미가 없지 않나?
게임을 한 번인가밖에 안 해봐서 모르겠다.
하지만 FM은 다르지.
몸이 망가졌을 때 열심히 했던 게임이고 은퇴하고서도 했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유망주 같은 경우에는 고정 포텐과 랜덤 포텐으로 나뉜다.
고정 포텐은 선수 파악이 완료돼서 나오는 능력치고, 랜덤 포텐은 아직 정확한 포텐을 판단하지 못하고 대략적인 잠재력만 넣어서 정확한 수치를 랜덤으로 나오게 하는 거다.
나는 랜덤 포텐이었다.
랜덤포텐 –10.
“오……!”
FM에서 내 잠재력을 최고로 쳐준 거다. -10이면 포텐이 180~200 사이로 나온다.
엄청난 거다.
현역 선수 중에 잠재력이 180이 넘는 선수들은 손에 꼽거든.
근데 난 못 떠도 180이라는 거니 평가가 굉장히 후한 거지.
아까도 말했지만, 유난히 한국 선수 평가가 짠 걸 고려하면…….
가만, 개발한 회사가 영국이지?
“개발자 중에 툰이라도 있나?”
충분히 의심해 볼 일이었다.
뭐, 기분은 좋구만.
어쨌든 고정 포텐 200이 나오도록 노력해야겠네.
생각지도 못한 것에 사기가 진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