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97)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97화
나는 리버풀의 감독을 바라봤다.
리버풀의 감독은 챌리 아담이다.
찰리 아담.
어디선가 들어봤다면 그 사람은 분명 우리 아버지와 동년배일 거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외치겠지.
‘찰장군……!’
지난 삶에서는 내가 그의 선수 생활에 대해서 알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버지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리버풀의 플레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찰장군이라는 말 한 마디면 알 수 있었다.
그는 플레이 자체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강력한 킥과 시야,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자랑하는 선수로 어떻게 보면 지금의 리버풀과 닮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선수시절 플레이를 닮은 축구 철학을 발전시켜 프리미어 리그의 명장으로 자리 잡았다.
선수생활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감독으로서 빛을 봤다 할 수 있었다.
물론, 팬들이 싫어할 정도로 악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일단, 축구 자체가 투박하고 실리만 따지는 재미없는 축구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의 플레이를 닮아서 축구가 거칠다.
지금 필드는 찰장군이 11명이나 뛰는 거나 다름없었다.
축구가 아닌 축구2를 한다.
찰장군의 부하들이 말이다.
팔꿈치 사용은 적극적이고 양발 태클도 심심하면 나오고 몸싸움 상황에서 초크 비스름한 것도 걸어온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축구다.
심지어 콥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축구에 미친 사람들답게 경기장을 찾는다.
돈이 되고, 돈이 덜 들어서 그는 리버풀 보드진의 사랑을 받는다.
어휴, 답 없네.
구단도 감독도 말이다.
그리고 지금 경기를 하는 우리 팀 선수들도 말이다.
그 가운데 거친 태클로 공을 빼앗은 리버풀의 공격이 시작된다.
킥으로 빈 공간에 패스를 보내고 공을 차지한다. 혹시 이 상황에서 볼 경합이 일어나면 거친 몸싸움이 이어진다.
그렇게 상대를 힘으로 제압한 뒤에 전진한다.
공을 빼앗기 위해 다가온 선수를 찰장군식 팔꿈치 후리기로 제압하며 탈압박하고 또 달리다 패스를 한다.
공격수에게 공이 닿으면 공격수는 등지고 ‘퍽퍽’이라고 팔꿈치로 선수를 때려가며 몸을 돌려 골대를 노린다.
본인이 득점하기 어려우면 미련 없이 같이 올라와 준 동료에게 공을 이어준다.
그리고 머지않아 슈팅.
리버풀이 두 골 앞서갔다.
선수들이 불편한 표정으로 환호하는 리버풀 선수들을 바라본다.
짜증이 날 만도 하다.
뭐 같으면 우리도 축구2를 하면 되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저 정도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 가운데 실바가 지나가며 선수들 하나하나 격려하기 시작한다.
말년이라고 선수들에게 크게 간섭하지 않는 양반이 모처럼 진심 축구 모드로 들어간 모양이다.
진지한 얼굴로 듬직하게 선수를 다독인 그가 공을 돌리며 경기가 재개된다.
메넨데즈를 중심으로 플레이가 진행된다.
메넨데즈와 선수들은 리버풀과 직접적인 충돌을 피했다.
선수가 다가오면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고, 볼 경합이 일어날 거 같으면 곧 바로 후방으로라도 패스를 하며 볼을 이어갔다.
그런 우리를 상대로 리버풀의 선수들은 당장 부딪쳐 싸우고 싶은 사람들처럼 달려들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리버풀의 후방까지 공을 전진시킬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공을 잡은 건 실바.
실바는 서슴없이 리버풀 선수들에게 접근한다.
무릎도 성치 않은 양반이 뭐 어쩌려나 싶었는데, 리버풀 선수들이 좋은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 달려들자 잽싸게 그 뒤로 칩샷으로 공을 넘겼다.
일리뉴가 공을 차지하고 달려갔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강력한 슈팅이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아!
추격골이 나왔다.
골을 넣은 일리뉴는 실바에게 달려가 실바를 바라보며 포효했다.
그나저나 저 칩샷, 왠지 내가 했던 거랑 비슷한데?
저 양반 보고 따라하네.
연륜이 있으니 발기술은 한 번 보면 다 따라할 정도구나.
이래서 늙은 생강이 맵다고 하는 건가 싶다.
시간을 바라봤다.
전반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 스코어를 유지한 채로 끝나려나?
아니었다.
리버풀이 또다시 거칠게 밀어붙이면서 기어이 말도 안 되는 골을 만들었다.
벨 아트롬, 찰리의 아들이라는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찰리를 닮다 못해 실력은 더 뛰어난 놈이 미친 중거리슛으로 리버풀의 스코어를 3으로 만들어 버리며 전반이 끝났다.
그걸 지켜보던 아르텔리는 내 어깨위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후반에 출전해야 하니 라커룸에 들어오지 말고 몸을 풀어두게.”
“알겠습니다. 그… 어디서 어떻게 플레이할까요?”
“어디서든 자네 마음대로.”
“좋아요.”
* * *
-ㅋㅋㅋㅋ 너네 현지 리버풀 팬포럼 들어가 봄? 현지 콥들 찰리는 ㅈ 같은데 이기고 있어서 기분 좋다고 딜레마에 빠져 있더라
-ㅋㅋㅋ난 아직도 리버풀이 찰장군을 감독으로 앉힌 게 신기하다
-비싼 돈으로 감독 데려오기는 싫고 그렇다고 아무나 데려올 수 없으니 적당한 가격에 적당히 좋은 성적 내줄 감독이 때마침 찰장군밖에 없었음 ㅋㅋㅋ
-우연이 재앙을 만들었네
-우리 아버지는 리버풀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고 한숨 쉬심
-ㅋㅋㅋ얽ㅋㅋㅋ 우리 아부지도
-근데 어쨌든 결과로 보여줌 뉴캐슬 상대로 두 골 앞서가는 중
-경기 꿀잼인데 난 ㅋㅋㅋㅋ UFC 보는 기분임
-근데 태양이는 왜 안 나옴?
-감독이 태양이 지켜주고 싶나봄
-ㅇㅇ근데 지금 하프타임인데 경기 나가려는지 몸 푸는 중
-오 후반에는 나오나
후반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프타임 동안 정비를 갖춘 뉴캐슬은 한 명의 선수 교체가 있었다.
오마르를 대신해 오른쪽 공격수 자리에 태양이 들어갔다.
태양은 잔디를 꾹꾹 밟아보고 마지막으로 몸을 풀었다.
“야, 괜찮겠냐?”
실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괜찮아요?”
“위험한데.”
“위험하긴, 축구가 다 그렇지.”
태양의 시큰둥한 말에 실바가 고개를 저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 위험해. 넌 홀몸이 아니라고. 이 클럽이랑 팬들이 너만 보고 사는 거 모르냐?”
누가 들으면 부담스러운 말이지만, 태양은 그저 웃었다.
“저 싸움 잘해요. 알잖아요?”
“네가 어려서 모르나본데, 그 싸움이랑 축구 싸움은 다르다?”
“그것도 내가 실바보다 더 잘할 걸요?”
뭔가 다 안다는 듯한 태양의 표정에 실바를 하려던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알아서 해라. 해. 다치기만 해 아주 그냥 1주짜리를 한 달짜리로 바꿔 버릴 거니까.”
“넵.”
태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프라인 너머를 바라봤다.
먹이를 눈앞에 둔 승냥이처럼 자신을 보고 침을 질질 흘리는 찰장군의 아들들이 보였다.
태양은 그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하.”
그런 태양을 보고서 공격수 뒤쪽에 있던 벨 아트롬이 콧방귀를 뀌며 뭐라 중얼거렸다.
“뭐래? ㅈ…만 한… 새끼가… 뒤지려고?”
태양은 그의 입모양을 따라해 그의 말을 유추하고는 이내 씨익 웃음을 흘렸다.
그 특유의 잘생기고 곱상한 얼굴에서 나올 수 없는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그 웃음을 정면에서 본 벨 아트롬의 시선이 싸늘하게 굳으려는 순간.
삐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저 새끼, 비켜. 비켜!”
벨 아트롬은 태양을 쫓았다.
그 가운데 태양은 실바에게서 받은 공을 뒤로 돌리고 앞으로 전진했다.
“어디 이 새파랗게 어린놈이 사람을 비웃어?”
태양을 집요하게 쫓아온 벨 아트롬이 태양에게 말을 걸었다.
“뭐, 어쩌라고. 필드 위에 나이가 어디 있어? 지도 몇 살 안 처먹었으면서 드럽게 유세 부리네.”
태양의 말에 벨 아트롬이 허리를 죽 펴고 성큼성큼 태양에게 다가갔다.
“응?”
뭐지, 미친놈인가.
태양은 그런 벨 아트롬을 멀뚱히 바라봤다.
그 가운데 대뜸 벨 아트롬이 태양에게 다가와 난데없이 태양에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걸 본 리버풀의 선수들, 그리고 벨 아트롬을 잘 아는 관중들은 동시에 생각했다.
‘시작됐구나.’
어린 선수를 상대로 저런 식으로 상대를 압박해 기를 죽이는 거다.
싹수가 보이는 어린 선수들이 저런 벨 아트롬의 모습에 얼마나 많이 당했던가.
어린아이라고 하더라도 하나같이 운동하고 승부욕이 있어서 쉽게 기가 죽는 선수는 없었지만, 벨 아트롬의 피지컬이 문제였다.
2m 가까이 되는 큰 키에 엄청난 피지컬, 험상궂은 외모를 지닌 벨 아트롬은 감히 함부로 대들기에 어려운 선수였다.
그런데 태양은 지지 않았다.
반동으로 벨 아트롬의 머리를 밀어내고 어이없다는 듯 주심을 바라봤다.
상황을 파악한 주심이 경기를 잠시 중단하고 벨 아트롬과 태양에게 다가왔다.
아까도 말했지만, 주심은 반칙에 굉장히 관대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왠지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아니, 글쎄…….”
벨 아트롬은 평소 자신과 친한 주심에게 이 상황을 어필하며 태양을 압박하려고 했다.
그때 벨 아트롬의 말을 끊고 태양이 나섰다.
“주심, 얘 정신병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난데없이 시비를 걸어요!”
“정신병……?”
“아니면 어리다고 저를 겁주려고 하는 거 같은데요? 난데없이 박치기를 하잖아요?”
주심은 태양의 말에 벨 아트롬을 게슴츠레 바라봤다.
“아트롬, 주의하게.”
짧은 그 말이 전부였다.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벨 아트롬을 과하게 몰아붙이지 않은 거였다.
태양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둘을 둘러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났다.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벨 아트롬은 계속해서 태양을 따라다니며 태양을 압박했다.
공을 잡기라도 하면 태양에게 거친 태클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기세가 느껴졌다.
“저기로 보내면 안 될 것 같은데.”
뉴캐슬 선수들이 그렇게 느낄 정도였다.
메넨데즈도 무리해서 태양에게 공을 보내지 않고 왼쪽의 실바에게 공을 보내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다
실바가 공을 잡고 일리뉴의 위치를 가늠하며 패스를 주려는 순간.
벨 아트롬을 달고 있던 태양이 갑작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벨 아트롬이 반응해서 쫓아갔지만,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속도로 말이다.
실바는 아주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태양이 있는 쪽으로 크로스를 보냈다.
채찍같이 날카롭고 빠른 크로스가 태양의 앞으로 떨어져 내린다.
태양은 공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서서히 속도를 죽였다.
“이 새끼, 내가 못 쫓을 줄 알았지?”
그때 마침 들려오는 벨 아트롬의 목소리, 그리고 슬그머니 자신의 등 뒤로 다가오는 손길에 태양은 주심을 살폈다.
주심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오른팔로 자신의 등 뒤에 바짝 붙은 벨 아트롬의 옆구리를 때렸다.
강하진 않지만 옆구리 체격 차이 때문에 간장 위를 얻어맞은 벨이 헉, 하는 신음을 흘리는 사이.
태양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발리 슈팅했다.
태양의 발을 떠난 공이 바닥에 낮게 깔리며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와아아아아!
모두의 환호가 터지는 사이, 태양은 빙글 돌아서 옆구리를 만지며 자신을 노려보는 벨 아트롬을 바라봤다.
“이봐, 페어플레이 하자고, 페어플레이.”
벨 아트롬의 두 눈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태양은 그런 벨 아트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두 눈을 또렷이 뜨고 씨익 웃었다.
“페어플레이가 안 되면 나도 더러워지는 수가 있어.”
벨 아트롬은 자신의 앞에서 이리 당당하게 더티 플레이를 하겠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말문이 막힌 채로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그런 벨 아트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걸어갔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인 것 같았다.
아니, 무서운 거 없는 미친놈인가?
미친놈치고는 눈이 너무 맑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