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9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98화
후반이 시작되기 무섭게 스코어가 3대2가 되자 팬들의 열기는 더욱더 뜨거워졌고, 태양의 응원가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실바는 내심 걱정됐다.
저렇게 벨 아트롬을 자극해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저 어린놈은 도대체 왜 벨 아트롬을 자극하는 걸까?
의아한 가운데 리버풀이 공격해 온다.
그들은 여전히 거칠었다.
옆에서 다가오는 선수들에게는 팔과 팔꿈치가 거침없이 들어왔고, 앞을 막는 선수들은 차징하 듯이 밀어낸다.
발을 밟거나 찌르고 때리는 것도 서슴없다.
뉴캐슬 선수들은 질린 듯 쉬이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촤악.
물기를 머금은 잔디를 가르며 누군가 리버풀의 미드필더에게 태클을 걸었다.
[윤태양입니다! 저 선수가 언제 저기까지 내려간 건가요!] [크게 구르는 리버풀의 아벨!]아벨은 바닥에 구르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정강이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태클이 깊긴 했지만, 태양은 정확하게 공부터 먼저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사이 공을 따낸 태양은 잽싸게 일어나서 공을 가지고 달렸다.
아벨이 뒹구는 걸 본 리버풀의 선수들은 눈에 불을 켜고 태양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순하게 보면 이성을 잃고 수많은 선수들이 달려오는 것 같지만, 그들은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속에서 천불이 나도 찰리 아담이 지시한 대로 일부 선수만이 움직여 태양을 압박할 뿐이다.
거역한다?
찰장군 앞에서 거역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수를 마크하러 달려가는 선수들에게는 찰장군에게 일종의 면허를 받은 상황이다.
옐로카드 선에서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다는 면허를.
일단 옆에 한 선수가 달라붙어 어깨를 들이미는 척하면서 태양의 옆구리에 팔꿈치를 찔렀다.
태양은 반대 손으로 그걸 막고 벌어진 상대 선수의 팔 사이로 손을 스윽 집어넣어 오히려 상대를 뒤로 제쳤다.
“헛……!”
겉으로 보기엔 팔을 이용한 몸싸움으로 보였지만, 태양은 그사이에 아무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으로 상대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무리 근육으로 단련된 옆구리라 하더라도 충격이 없을 수 없다.
헛바람을 삼키며 한 선수의 발걸음이 멈추는 사이 태양은 속도를 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태양을 노리고 태양이 아벨에게 태클하듯 깊은 슬라이딩 태클이 들어온다.
한쪽 다리를 높이 든 그야말로 살인 태클이었다.
태양은 태클이 코앞으로 들어오는 순간 속도를 줄이고 공을 발끝으로 찍어차 선수를 넘기며 상대 선수와 눈을 마주쳤다.
태양의 눈은 웃고 있었다.
‘뭐야?’
찰나의 순간 상대가 의아하게 생각할 때 태양이 슬며시 들어오는 다리의 중간 부분에 자신의 다리를 댔다.
그리고 그 위로 넘어졌다.
무릎으로 상대의 복부를 짓밟으면서 말이다.
“커억!”
육중한 무게가 배 위에 떨어지자 상당한 고통이 엄습했다.
태양은 그 위를 구르며 자신의 정강이를 부여잡았다.
삐익!
이건 아무리 지금의 주심이라도 휘슬을 안 불 수가 없었다.
달려온 주심은 복부를 부여잡고 충격에 뒹굴거리는 리버풀의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주, 주심! 사, 상대가 일부러 넘어진 겁니다! 억울해요!”
“어린 선수한테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적당히 했어야지.”
주심은 단호하게 리버풀 선수를 나무랐다.
주심은 리버풀 선수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태양이 워낙 절묘하게 떨어진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프리미어 리그에 이제 막 데뷔한 어린 선수가 그런 요령을 부릴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필드를 지켜보는 관중과 TV에서 명백히 다리를 들고 태클을 하는 걸 봤을 거다.
‘이거 휘슬 안 불고 카드 안 주면 내 SNS에 난리가 나겠지?’
주심은 그리 생각하며 뉴캐슬에 프리킥을 내주었다.
프리키커는 태양이었다.
태양은 골대를 바라봤다.
직접 골을 넣기에는 멀다. 골이 들어갈 확률이 작아보였다.
태양은 공을 준비하기 전에 일리뉴를 불렀다.
“야.”
“응?”
“너 요즘 너무 살살하는 거 같다는 생각 안 드냐?”
“나? 나 왜?”
“여기 프리미어 리그야. 근데 너 너무 소녀처럼 축구하잖아.”
“레드카드. 민폐다.”
민폐라는 말을 할 줄이야.
태양은 생각했다.
일리뉴도 어느새 말이 제법 늘었구나.
문제는 그게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여서 문제지.
이 자식은 지금 태양이 포르투갈 어로 말한 걸 알아듣고 한국어로 하고 있었다.
태양이 집에 있든 없든 태양의 집에 와서 할아버지든 태양의 동생이든 같이 놀기 바빴다.
영어는 죽어도 배우기 싫다는 놈이 한국어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었다.
“상대가 거칠게 하잖아. 너도 거칠게 하라고. 리버풀만큼만 해도 심판 휘슬 못 불어.”
“아, 알았다.”
일리뉴가 서둘러 선수들이 벌써부터 자리싸움을 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태양과 실바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준비를 끝내자 심판의 휘슬과 함께 실바가 먼저 달렸다.
실바가 지나치고 태양이 타이밍을 맞춰 프리킥을 찼다.
공이 곡선을 그리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떨어졌다.
한편, 일리뉴는 공을 향해 우악스럽게 달려갔다.
리버풀 선수들이 그런 일리뉴를 붙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공이 떨어지는 위치에 선 일리뉴를 리버풀 선수 두 명이 달라붙었다.
한 명은 일리뉴의 엉덩이를 꼬집으려 했지만, 살이 잡히지 않았고, 또 한 명은 일리뉴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지만 팔을 한 번 흔들자 휘청였다.
그 가운데 동시에 모두가 뛰어올랐다.
같이 뛰어오린 리버풀 선수들은 일리뉴의 힘에 모두 옆으로 나가떨어지고 일리뉴 혼자 우뚝 솟아오른다.
일리뉴는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일리뉴의 머리를 맞은 공이 골대 구석 하단에 툭하고 떨어져 내리며 골키퍼가 손을 쓸 틈도 없이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섰다.
[아! 골입니다! 일리뉴의 득점! 뉴캐슬이 동점을 만들어냅니다!]일리뉴가 포효한다.
리버풀 선수들은 질린 표정으로 일리뉴를 바라봤다.
일리뉴는 최근 피지컬이 더 커졌다. 의도한 건 아니고 한식을 먹으면서 탄수화물을 섭취량이 많아졌다. 그런데 살이 붙어야 하는데 운동을 하다 보니 덩치가 커진 거다.
신기한 건 그렇게 덩치가 커졌는데도 플레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거다.
뉴캐슬이 관리해 준 것도 있지만, 일리뉴의 신체 자체가 사기적이었다.
그 가운데 경기가 원점이 되자 찰리 아담이 분주해졌다.
선수 교체를 단행하고 필드 위에 선수들을 닦달했다.
태양을 잡아먹을 듯이 굴던 벨 아트롬도 찰장군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깨갱했다.
“이야, 감독 말 잘 듣네.”
태양은 지나가면서 그런 벨 아트롬을 도발했다.
“닥쳐, 이 개자식아.”
태양은 욱하는 벨 아트롬을 비웃었다.
계속된 도발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벨 아트롬이지만, 일단 참았다.
저놈은 겁이 없는 놈이다.
아니, 겁날 일이 없었던 놈 같았다.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생각을 하는 사이 경기가 재개됐다.
공격수가 보낸 공을 받은 벨 아트롬은 리버풀 선수들을 이끌고 뉴캐슬의 진영으로 향했다.
리버풀의 모든 플레이는 벨 아트롬의 패스에서 나온다.
화려하거나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그는 다른 건 몰라도 패스 하나만큼은 끊이질 않게 해주는 장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지컬도 좋아, 패스도 좋아 이 정도면 월클이 아니냐 싶겠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덩치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 느렸고, 창의력이 부족했다.
부족한 창의력은 안정적인 플레이로 보충하고 더티 플레이로 풀어나갔지만, 결국, 한계가 있다.
정해진 패턴이나 지시가 있어서 뻔히 읽힌다는 것.
적어도 태양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가만히 벨 아트롬을 지켜보던 태양은 벨을 향해 다가가는 공으로 잽싸게 달려갔다.
그래, 단점, 아니, 약점이 하나 또 있었다.
공이 굴러오면 높은 확률로 올 때 까지 기다리는 안 좋은 버릇이 있었다.
그걸 파악한 태양이 잽싸게 벨 아트롬의 공을 가로채고 빙글 몸을 돌렸다.
“이 씹……!!”
벨 아트롬이 눈이 돌아 태양에게 달려들었다. 태양은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마주 달려갔다.
마치 폭주한 기관차 두 대가 서로를 향해 무식하게 달려가는 듯한 상황이 연출된다.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태양이 라 크로케타로 귀신같이 벨 아트롬을 스쳐 지나갔다.
벨 아트롬은 태양이 갑자기 사라지자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태양은 그런 벨 아트롬의 뒤에서 허리춤에 손을 짚고 공 위에 발을 올려둔 채 지켜보고 있었다.
“너 이……!”
태양은 그런 벨 아트롬을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 몸을 돌려 리버풀의 골대를 향해 달려갔다.
리버풀의 선수들이 달려든다.
태양은 리버풀 선수들과 술래잡기라도 하듯이 요리조리 피하며 공을 몰아갔다.
태양이 공을 오래 소유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선수들이 태양을 쫓아 몰려들었다.
공간이 많으니 이 상황이면 킬패스를 찔러주고 득점을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태양, 공을 계속해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리버풀의 선수 네 명이 태양을 쫓아 달립니다. 지역을 지키는 선수까지 하면 태양을 다섯 명이 마크하고 있습니다!] [의도한 상황인가요? 치명적인 상황으로 연출될 것 같은 공간이 보이네요!] [아! 윤태양 달립니다!]모두의 예상을 깨고 태양은 골대를 향해 달렸다.
라 크로케타로 한 명, 그리고 이어서 뒤에 붙은 선수를 마르세이유 턴으로 피한 태양은 다음 선수를 향해 달리다가 급제동 후 방향을 전환하며 따돌렸다.
[아! 단숨에 세 명을 제치고 달려가는 윤태양!]태양은 그 와중에 또 한 명의 선수를 벗겨내고 어느새 수비라인까지 다다랐다.
남은 수비는 풀백 한 명과 센터백 한 명뿐이었다.
그 둘을 상대로 태양은 시저스 스탭으로 다가갔다.
어린 선수지만, 지금 이 순간 리버풀 선수들의 눈에 태양은 전설의 축구선수 메시나 다를 바 없었다.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괴물을 막을 방법은…….
‘파울.’
그래, 파울뿐이다.
서로 눈을 마주하던 선수들 중에 풀백이 먼저 태양에게 달려들었다.
태양이 공을 왼쪽으로 툭 차며 풀백을 피해 앞으로 나가려 한다.
풀백은 몸을 돌려 태양을 쫓으며 손을 뻗어 태양의 유니폼을 잡았다.
그리고 힘주어 당기려는 순간 태양이 팔을 휘둘러 상대의 손을 쳐냈다.
그대로 바닥에 넘어진 풀백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센터백을 바라본다.
태양은 센터백의 눈을 바라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당황하는 것 같은 시선.
그런데 순간 그의 시선이 태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다.
마치 태양의 뒤를 보는 것 같은 시선.
태양은 속도를 내 센터백 앞으로 다가가 몸을 빙글 돌려 센터백을 등진 채로 앞을 바라봤다.
자신의 뒤에는 벨 아트롬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악착같이 따라왔는지 코앞까지 와 있었다.
뒤에서 센터백이 자신을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앞에는 벨 아트롬이 자신에게 당장 살인태클이라도 날릴 기세로 달려온다.
그 상태로 버티던 태양은 벨 아트롬이 코앞으로 다가온 순간 센터백을 엉덩이로 밀어내며 그 반동으로 벨 아트롬에게 다가가며 백플립플랩을 시도했다.
벨 아트롬의 옆으로 이동하며 태양은 공을 축으로 몸을 빙글 돌리면서 플릭을 시도했다.
태양의 등 뒤로 떠오른 공이 간신히 멈춰선 벨 아트롬과 센터백의 머리를 넘어 지나친다.
그리고 태양은 엉킨 상태로 어쩌지도 못하는 두 사람을 유유히 지나쳐 자신이 플릭한 공을 차지했다.
[와! 말도 안 되는 기술이……!]해설이 놀라서 소리치다 말을 멈췄다.
떨어져 통통 튀기는 공 앞에 태양이 다가간 순간, 어느새 골키퍼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태양은 튀기는 공을 발등으로 한 번 더 띄워 올려 골키퍼의 머리를 넘겼다.
골키퍼가 그대로 뛰어올라 허리를 뒤로 젖히며 공을 향해 손을 뻗어봤지만, 공은 골키퍼의 손에 닿지 않았다.
그사이 잽싸게 골키퍼를 지나친 태양은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발리로 슈팅했다.
철썩!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골입니다아아아! 윤태야아아아아앙! 맙소사!] [벨 아트롬을 시작으로 다섯 명, 이어서 또 벨 아트롬과 센터백을 제치고 골키퍼까지!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로 사실상 아홉 명을 제치고 골을 넣습니다!] [뉴캐슬의 어린 왕자!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위험한 소년이 결국! 기어이! 리버풀을 상대로 역전골을 넣습니다!]태양은 그 자리에 서서 양팔을 벌린 채로 관중석을 둘러봤다.
툰들이 그런 태양을 향해 준비된 말을 외쳤다.
“Your Prince Regent!!”
The Prince Regent.
왕을 대신해 섭정을 하는 왕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툰들은 자신들의 왕이었던 미스터 툰을 대신해 윤태양을 사실상 뉴캐슬의 왕으로 인정한 것이다.
뉴캐슬 사람들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모두가 인정하지 않지만, 적어도 뉴캐슬 안에서는 윤태양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