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of revenge is the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293)
복수의 끝은 재벌-293화 (완결)(293/293)
19. 복수의 끝은
삼정 전자는 인수하고 싶다고 해서 그냥 인수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몇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첫 번째가 SJ 하이믹스란 반도체 회사가 있는 SJ 그룹이 삼정 전자를 인수하면 독과점이 되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막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지분 관계다. 어느 회사나 그렇듯 지분 관계는 복잡하다. 그리고 삼정 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주식 가격이나 그 선호도가 다르다.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삼정 그룹과 삼정 전자를 계속 흔들어 주가가 하락하게 하면서 천천히 지분을 확보해야 했다.
뭐, 성진을 먼저 건드려서 화를 자초한 경우가 더 많기는 했다.
그래서 그냥 잊고 살려고 했던 성진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성진은 한국 정부가 독과점이라고 판단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성종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 * *
성진이 한국과 자신에게 해 준 것들이 있어 항상 고마운 마음을 지닌 민성종 대통령.
이제는 CPD의 특별 상임 위원이 되어 거의 한 국가의 수장처럼 대우할 수밖에 없었다.
“축하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이성진 위원님.”
민성종 대통령은 성진을 한 기업의 대표로 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회장이 아닌 위원이라고 불렀다.
성진은 위원이 아닌 SJ 그룹의 회장으로서 온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바꿨다.
긴 악연을 끝내려는 순간이다. 지위와 힘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리라 마음먹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하하. 감사하다는 말은 좀 안 하셨으면 합니다. 솔직히 내가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요.”
CPD의 의장 국가가 된 것도 성진 덕분이다. 지금 전 세계는 한국을 세계 최고의 의료국가이면서 어려운 나라를 돕는 좋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에 신규 채용도 늘린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다른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원 감축하는 것과 다르게 SJ 그룹은 인원을 뽑고 있었다.
CPD를 통해 전 세계 국가에 지원하는 물품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항상 빚만 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성진은 민성종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그냥 미소만 지었다. 호의적인 말만 하니까.
“그런데 이성진 위원님께서 또 무슨 일로 청와대까지 오셨는지.”
성진을 만날 때마다 한국 정부는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민성종 대통령은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이요?”
민성종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놀라며 성진에게 되물었다. 성진이 부탁할 일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바로 성진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SJ 그룹이 CPD에서 벌어들이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거기에 최근에는 중국에서 기술 이전을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다.
중국이 먼저 그렇게 나서자 좀 산다는 나라는 모두 로열티를 내기로 했다. 기술 공개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도 그것이 성진에게 줄 수 있는 보상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네.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탁입니다.”
“정말 궁금하군요. 전 세계에서 영향력 1위 인물로 선정된 우리 이성진 위원님께서 어떤 부탁을 하실지.”
이건 비아냥이 아니었다. 정말 궁금하면서도 사실 조금은 겁이 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성진의 말을 기다리는 민성종 대통령.
“삼정 전자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민성종 대통령은 눈을 크게 떴다. 성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인수하시면 되는 것 아닌가요?”
성진은 민성종 대통령이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우리 SJ 하이믹스와 삼정 전자 두 곳뿐입니다.”
“아.”
성진이 왜 찾아왔는지 이제 알게 된 민성종 대통령.
성진의 힘과 능력이라면 삼정 전자를 인수하는 것이 뭐가 어렵나 싶었었다. 하지만 독과점 문제로 한국 정부가 브레이크를 건다면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
“정말 어려운 부탁을 하러 오셨군요.”
“그렇습니다.”
민성종 대통령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성진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것과 이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특혜를 주는 것이다.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이건 내가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관계 부처의 의견을 들어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SJ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삼정 전자를 인수할 생각이라서요.”
민성종 대통령은 성진의 단호한 표정과 말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 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네. 대통령님께서 거절하신다면 삼정 전자를 파산까지 몰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하지만 지금의 성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에 조금 영향이 있을 겁니다. 거기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실업자 문제도요.”
성진의 SJ 그룹이 버티고 있으니 삼정 전자가 파산한다 해서 한국에 큰 영향은 없다. 어차피 한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 삼정 전자는 손실을 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대량으로 발생하는 실업자는 다른 문제였다. 성진이 신규 채용을 진행한다 해도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이들보다는 적을 테니까.
“협박인가요?”
“협박으로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는 것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삼정 전자를 파산시키는 것이 제게는 더 쉬운 일입니다.”
더 쉬운 일을 놔두고 청와대까지 와서 부탁한다라.
민성종 대통령은 성진이 또 한국을 배려하는 것을 알았다.
“그럼 개입하지 말고 가만히만 있으면 되는 건가요?”
“그렇게만 해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성진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성진이 아는 민성종 대통령은 이런 일을 쉽게 허락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다.
“생각보다 쉽게 허락하시는군요.”
민성종 대통령은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이성진 위원께서 부탁하시면 거절할 수 없습니다. 해당 부처에 검토하라고 해도 결론은 이 일에 개입하지 않는 거로 나올 겁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성진을 지지하는 국가들의 반발이었다. 당장 다음 달에 예정된 황장충 주석 대행과의 회담이 취소될 수도 있었다. 회담에서 서해 어업 현황과 대륙붕 공동 개발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성진 덕분에 권력을 잡은 황장충 주석 대행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회담만 취소되는 것이 다행일지도.
거기에 미국과 영국이 한팔 거들면 한국으로서는 성진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이익이 되는 일이니 그런 겁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민성종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 안 하셔도 됩니다. 삼정 그룹과의 악연이 있다는 것을 알기는 합니다. 하지만 삼정 전자를 인수하는 것이 결국 한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은 성진은 민성종 대통령과 중국과 미국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삼정 전자 지분을 더 확보하기 위해 흔들기를 시작했다.
* * *
삼정 전자 사장실.
김정철은 황당한 보고를 듣고 있었다.
“뭐를 공급 안 해?”
“갑자기 불화수소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이것들이 미쳤나. 지난달까지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잖아.”
“아무래도 이번에 새로 선출된 하토야마 총리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베 히리노 총리는 성진과의 협상이 실패한 후 의회 해산을 통한 내각 총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다시 정권을 잡으려 했다.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믿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친한파로 불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아베 히리노의 상대로 나섰다.
그리고 하토야마는 아베 히리노를 누르고 새로 구성된 의회에서 총리가 됐다.
“일본 문제는 그냥 접어 두고, 중국 부품 업체가 납품을 거부하는 것은 어떻게 됐어?”
어차피 처음부터 일본과 아베 히리노 총리를 믿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불화수소 개발을 했다. 그리고 생산 공정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을 끝냈다.
“저기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 부품 납품 업체들은 코로나 19 여파로 생산이 어렵다고 하며 부품 납품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면?”
“중국 통신사와 대리점에서 우리 삼정 전자의 스마트폰은 물론 반도체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가 왔습니다.”
코로나 19 여파만 견디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며 버티는 중에 갑자기 여기저기서 악재가 터지고 있다. 그것도 주가에 영향을 주는 그런 일들이다.
불화수소 개발이 끝났다고 하지만 생산 공정에 투입하려면 20일 정도는 필요했다. 약간의 주가 하락만 감수하면 된다.
하지만 부품 공급이 안 되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문이 닫혔다면 이건 큰 문제였다.
“이성진 회장이군.”
김정철은 이 모든 상황 뒤에 성진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아니, 본능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성진이 일본 하토야마 총리를 지원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정황 증거는 많았다.
그리고 중국이 이유도 없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다. 중국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성진뿐이다.
김정철이 확신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김정민 부회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인사도 없이 서류 몇 장을 김정철에게 줬다.
“이게 뭐야?”
“조금 전 신고된 대주주 명단.”
김정민 부회장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불안한 마음으로 서류로 눈을 돌리는 김정철.
그리고 그 서류에서 JM 펀드라는 이름을 볼 수 있었다.
“25.6프로?”
말도 안 되는 수치다. 병원에 누워 있는 김손수 회장도 삼정 전자 주식을 4.18프로만 보유하고 있었다.
그동안 삼정 전자 최대 주주는 11프로를 보유한 국민연금이었다.
“JM 펀드 밑에 대주주 현황도 봐라.”
김정철은 바로 밑에 있는 제임스 맥도웰이란 이름을 확인했다.
무려 5.7프로나 보유하고 있었다. 놀라는 김정철에게 김정민 부회장은 자신이 확보한 정보를 말했다.
“JM 펀드는 제임스 맥도웰이 운영하는 곳이다. 확인 끝냈다.”
JM 펀드와 제임스 맥도웰의 지분을 합치면 무려 31.3프로나 됐다.
“말하지 않아도 제임스 맥도웰이 누군지 알고 있지?”
“이성진 회장의 친구.”
김정철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할 거냐? 주가가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주주 신고를 했는데.”
김정민 부회장이 말하는 것은 곧 주주총회가 열릴 테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기는 막아야지.”
“무슨 수로?”
김손수 회장과 김정민 부회장 그리고 김정철이 보유한 주식은 24.99프로였다. 삼정 생명의 8.51프로와 삼정 물산의 5.01프로 그리고 삼정 화재의 1.49 프로를 합친 것이었다.
제임스가 보유한 31.3프로보다 6.31프로가 적은 상황.
이대로 주주총회가 열리면 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모았어?”
김정민 부회장은 무슨 소리냐는 듯 김정철을 쳐다봤다. 그런 그를 향해 김정철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차명으로 삼정 전자 주식 모으는 것을 모를 줄 알았어?”
김정민 부회장 역시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모았는데?”
김정철은 숨길 생각이 없었는지 바로 대답했다.
“5.6프로.”
김정민 부회장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모은 주식과 차이가 얼마 안 나기 때문이었다.
“알려 줬으면 얼마나 모았는지 말해 줘야지.”
“5.5프로.”
김정철도 놀랐다. 김정민 부회장인 5.5프로나 모았을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의 차명 지분을 합치면 11.1프로.
제임스와 차는 6.31프로보다 4.79프로가 많았다.
두 사람이 확보한 지분은 모두 36.09프로였다.
김정민 부회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번에는 우리 둘이 손을 잡아야겠네.”
김정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삼정 전자를 지킬 수 있다면 그래야지.”
김정철이 동의하자 김정민은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11프로는 어떻게 해결하냐는 건데.”
성진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국민연금이 성진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았다. 김정철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사실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김정민 부회장이 말했다.
“그건 내가 해결하지.”
“당신이? 어떻게?”
“대신 조건이 있어. 국민연금이 기권하거나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내가 공석인 회장 자리에 앉겠어.”
김정민 부회장은 김정철이 거절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삼정 전자를 잃는 것보다 자신이 회장 자리에 앉는 것이 손해를 덜 보는 것이니까.
“진짜 가능해?”
“가능해.”
김정민 부회장은 현 국민연금 이성주 사장을 움직일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비밀무기로 숨겨 놓은 것이었다.
김손수 회장이 이대로 죽는다면 김정철과 싸우기 위해서.
“어떻게 할 거냐?”
“좋아. 국민연금이 기권하거나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당신을 회장 자리에 앉게 해 주지.”
김정민 부회장은 이겼다고 생각했다. 삼정 전자를 지키고 그룹 회장 자리에 앉으면 김정철의 힘을 약하게 할 수 있다.
“그 약속 어기지 마라.”
“물론이야.”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SJ 그룹이 삼정 전자를 인수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인수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 * *
SJ 그룹이 삼정 전자를 인수하겠다는 발표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네티즌은 성진과 삼정 그룹의 관계를 파헤쳤다.
성진이 2008년 삼정 그룹을 그만둔 것부터 베트남에서 현 삼정 전자와 삼정 물산의 사장 김정철과 창고형 마트 사업으로 부딪힌 것.
그리고 삼정 그룹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진이 사업을 확장해 나간 것까지.
삼정 그룹이 성진을 짓밟으려 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그만둔 삼정 그룹 김손수 회장의 운전기사의 증언까지 있었다.
그러자 여론이 이상하게 나왔다.
성진이 삼정 전자를 인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SJ 하이믹스가 삼정 전자를 인수 합병하게 되면 한국 반도체 시장은 SJ 그룹이 장악하게 된다.
그런 점을 우려하는 여론은 몇 안 됐다.
이런 여론이 일어나는 것은 수년에 걸친 성진의 계획이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마스크 2억 장의 기부와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대비해 피해를 줄여 성진과 SJ 그룹의 이미지를 좋게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직원의 급여를 다 책임져 줬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저금리로 대출 전환도 해 줬다.
이미지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삼정 전자가 무너지기 전에 직원을 책임질 수 있는 SJ 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SJ 그룹이 가장 적임자였다. 삼정 전자가 파산하게 되면 현시점에 삼정 전자를 인수할 기업은 없었다. 자기 살기도 바쁘니까.
결국, 정부가 지원해 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세금 낭비를 하느니 SJ 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낫다.
이런 여론이 지배적이니 정부로서도 부담을 덜게 됐다.
* * *
2020년 12월 14일 월요일 아침 10시.
삼정 그룹은 어떻게 해서든 주주총회 일자를 늦추려고 노력했다. 시간을 벌어서 어떻게든 주식을 사들이고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주주총회가 열리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주주총회 장소에 주주의 숫자보다 기자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인이 보유한 주식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SJ 그룹과 삼정 그룹이 보유한 주식을 합치면 70.59프로다.
이제 진행자가 나와서 주주총회 개최를 알리고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김정철과 김정민 부회장이 성진에게 먼저 다가왔다.
두 사람을 막아서는 첸.
“잠시 비키지 네 주인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김정민 부회장이 첸의 어깨를 밀치려 했다. 그러자 첸이 한 발 뒤로 빼며 어깨를 틀었다. 어깨를 밀치지 못해 허공을 집는 손.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은 김정민 부회장은 얼굴을 붉혔다.
“소란을 일으키면 회장님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 그냥 두는 것이니 돌아가시죠.”
김정민 부회장 정도는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는 첸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참는 중이었다.
그런데 성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첸. 두 분이 할 말이 있다고 하니 그냥 보내요.”
첸은 바로 옆으로 비켜섰다. 김정민 부회장은 뭐라 할 기회를 놓쳤다. 첸을 노려본 후 성진에게 다가가는 김정민 부회장.
김정철은 무표정하게 그 뒤를 따라 성진에게 갔다.
“이성진 회장, 지금이라도 그만두지.”
김정민 부회장의 말과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에 그대로 돌려주는 성진.
“그만둘 생각이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거야.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 안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안 바뀌었나 보네.”
성진의 말에 발끈하지 않고 그냥 미소 짓는 김정민 부회장.
“성격이 쉽게 변하나. 그저 참는 것뿐이지. 오늘 주주총회는 네 뜻대로 안 될 거야.”
성진을 예전의 부하직원 대하듯 말하는 김정민 부회장.
성진은 그저 웃고, 다른 이들이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일어섰다. 안진영 그룹 사장이 대표로 나섰다.
“김정민 씨, 싸움 걸려고 여기 온 건가?”
“싸움은 SJ 그룹이 먼저 걸었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세상이 다 아는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김정민 부회장은 네티즌이 왜 과거를 캐내서 할 말이 없게 만드나 싶었다.
“뭐, 그건 그렇고.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되는지 봐야 알겠지.”
안진영 그룹 사장은 어이가 없었다. 현재 SJ 그룹의 힘이라면 삼정 전자를 말려 죽일 수도 있다.
“안 봐도 우리가 이길 거지만.”
너무 자신만만한 김정민 부회장의 말에 안진영 그룹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번에 당신들이 새로 확보한 11프로의 지분을 믿고 그러는 거라면 잘못 생각한 거요. 김정민 부회장.”
“과연 그것만 믿고 이러는 걸까?”
김정민 부회장은 안진영 그룹 사장이 아닌 성진을 보며 말했다. 성진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김정민 부회장이 안하무인 성격이라고 하나 절대 무모하지 않았다.
“36.9프로의 지분보다 더 많다고 들리는데?”
성진이 너희가 보유한 지분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김정민 부회장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SJ 그룹은 네가 가진 3.2프로 더해 봤자 34.5프로잖아.”
성진은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 3.2프로를 모두 자기 앞으로 돌렸다. 제임스가 보유한 31.3프로를 더하면 34.5프로다.
김정민 부회장이 단지 이것만 알고 있다면 그는 SJ 그룹을 이길 수 없다.
성진이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을 때.
“아! CF 펀드 3프로도 더해야지. 깜빡 잊었네. 그러면 37.5프로인가? 0.6프로 앞선다고 그렇게 좋아할 때가 아니야.”
주주총회를 최대한 늦춘 것은 지분 확보 목적도 있지만, 성진의 패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성진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0.6프로가 아니지. 내가 보유한 0.5프로를 더해야지.”
모두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그리고 엘조이 그룹 구정우 회장이 씨익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구정우 회장이 끝이 아니었다.
“조금 늦었군요. 구 회장님도 0.5프로인가요? 나도 0.5프로인데.”
KS 그룹 최원태 회장이었다. 성진은 두 사람의 등장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분께서 어떻게.”
“이 회장께 힘이 되어 드리려 온 것이지요. 최 회장님 안 그렇습니까?”
“하하. 당연히 힘이 되어 드려야지요. 그동안 받은 것이 얼마인데.”
각자 0.5프로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0.1프로로도 승자와 패자가 달라질 수 있다.
1프로의 지분을 더 확보하게 된 성진.
하지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표정 하나 안 바뀌는 김정민 부회장을 보며 조금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김정민 부회장은 엘조이 그룹 구정우 회장과 KS 그룹 최원태 회장까지 말로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럼 누가 이기는지 보자고.”
김정민 부회장은 성진에게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그런데 김정철은 형인 김정민 부회장을 따라가지 않았다. 반대로 성진에게 다가갔다.
성진은 두 형제가 번갈아 가면서 자신을 흔들려 하나 싶었다.
“김정철 씨는 왜 안 가고 옵니까?”
“이성진 회장님, 잠시 저와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나요?”
굳은 표정으로 묻는 김정철.
성진은 어딘지 모르게 비장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갈등했다.
“부탁합니다. 이성진 회장님.”
보는 눈들이 많아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탁이란 말을 들은 성진은 김정철이 고개 숙이는 것보다 더 힘든 말을 한 것을 안다.
“몇 분이라면.”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성진은 구정우 회장과 최원태 회장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첸에게 지시해 경호원들로 둘러싸인 자리를 만들었다.
작게 말하면 경호원들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거리를 둔 것이다.
그 중심에 남은 성진과 김정철.
김정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김정철이 예의 바르게 나오니 성진도 예의 있게 물었다.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한 겁니까?”
속으로 한숨이 나오는 성진.
현재는 일어나지 않은 일로 김정철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럼 삼정 그룹은 왜 나를 짓밟으려 했나요?”
“원래 위협이 된다 싶으면 매번 그래 왔으니까요.”
“그걸 이해해 달라? 그리고 오늘 주주총회에서 물러나라는 건가요?”
김정철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내가 지금까지 봐 온 이성진 회장님은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됩니다.”
사실이었다. 현재 SJ 그룹이라면 삼정 그룹 따위가 비벼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삼정 전자가 다시 회복하고 삼정 그룹이 한국 재계 10위 안에 든다고 해도.
“삼정 전자 인수보다 더 큰 일에 신경 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성진 회장님이 이렇게까지 할까? 자꾸 의문이 듭니다. 나만 싫으신 겁니까? 아니면 삼정 그룹 자체를 싫어하시는 겁니까?”
김정철이 진짜 묻고 싶은 것이었다. 성진의 생각이 정말 궁금했다.
“둘 다 싫어합니다.”
성진의 대답에 웃는 것처럼 보이는 김정철.
성진은 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마치 마음에 드는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삼정 전자를 인수한 후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차피 알려질 것 말해 줘도 생각했다.
“반도체 부분만 남기고 엘조이 그룹에 넘길 겁니다.”
갑자기 씨익 웃는 김정철.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김정철이 이번에는 고개까지 숙이며 인사했다. 경호원들로 둘러싸여 다른 사람에게 잘 안 보인다고 하지만 김정철을 잘 아는 성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김정철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밖에는.
* * *
김정철과 김정민 부회장이 자리에 돌아가고 바로 주주총회를 시작했다.
SJ 그룹이 삼정 전자를 인수 합병하는 것과 현 경영진의 사퇴 두 가지 안건이었다.
두 가지 안건을 한꺼번에 투표하기로 하고 주주 확인에 들어갔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를 확인했다.
김정철 김정민 형제와 삼정 그룹이 보유한 주식은 36.9프로.
성진과 제임스 등이 보유한 주식은 38.5프로.
모두 합쳐서 74.59프로였다. 정부 방침에 따라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국민연금 11프로까지 생각하면 85.59프로가 모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 그럼 안건에 대한 투표를 시작하겠습…….”
사회자가 바로 투표를 시작하려 할 때 누군가 주주총회장 문을 열고 들어와 소리쳤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조금 전 대주주 신고를 끝내서요. LF 펀드 한국 지사장 안정수입니다. 5프로 지분 확인을 하겠습니다.”
주주총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 5프로가 어느 쪽에 붙느냐에 따라서 삼정 전자 인수 합병의 결과가 달라진다.
“그렇게 하시죠.”
사회자가 승낙하고 안정수가 서류를 들고 확인하러 움직였다. 그런데 안정수가 김정민 부회장 앞을 지나가며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본 성진과 제임스 등은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제임스는 성진에게 조용하게 말했다.
“셰뮤엘, 내가 제대로 파악 못 해서 미안해.”
“아니야. CIA도 확인하지 못하는 정보를 제임스가 못 했다고 해서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정보를 주지 말라고 해도 CIA는 알아서 성진에게 삼정 그룹에 관한 정보를 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차명으로 미국 LF 펀드가 삼정 전자 주식을 5프로나 모은 것을 몰랐다.
주식 확인을 끝낸 안정수가 김정민 부회장 옆에 가서 앉았다. 이로써 LF 펀드가 누구의 편인지 확실해졌다.
“어쩔 수 없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삼정 그룹을 더 망가뜨리는 수밖에.”
성진의 말에 제임스와 안진영 그룹 사장 그리고 엘조이 그룹 구정우 회장과 KS 그룹 최원태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치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원래 기업이었다.
“확인이 끝났으므로 안건에 대한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찬반 투표를 종이에 써서 낸 다음 그것을 사회자가 발표하면서 집계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게 진행했다.
“의결권을 가진 주주분이나 대리인께서는 직접 나오셔서 삼정 전자의 인수 합병 찬성과 반대를 말해 주시고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어차피 진행은 삼정 전자에 맡겨 놨다. 성진은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김정철 사장님.”
김정철은 일어나지 않고 크게 말했다.
“가장 마지막에 투표하겠소.”
가장 먼저 할 줄 알았던 김정철이 마지막에 한다고 하니 사회자는 당황했다. 그것을 본 김정민 부회장이 일어섰다.
“내가 먼저 하지.”
“그러시죠.”
김정민 부회장은 앞으로 걸어 나가 사회자 바로 앞에서 말했다.
“삼정 그룹 부회장으로서 생명과 물산, 화재 그리고 내가 보유한 주식 24.21프로인 39,008,649주는 반대요.”
사회자가 다시 확인하고 김정민 부회장은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은 JM 펀드입니다.”
제임스가 일어나서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나갔다. 이런 불편한 방식은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다. 성진 때문에 하는 것뿐.
“제임스 맥도웰이요. JM 펀드와 내 개인 지분 31.3프로 50,453,335주는 찬성.”
제임스의 찬성 표도 사회자가 확인했다. 제임스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한 명씩 사회자가 부르고.
인수 합병 찬성 주식은 38.5프로인 62,059,214주가 됐다.
인수 합병 반대 주식은 29.21프로인 47,084,407주다.
현재는 성진이 이기는 상황.
하지만 성진은 물론 그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아직 김정철이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김정철 사장님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정철이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내가 보유한 7.7프로와 아버지 김손수 회장님께 위임받은 지분 4.18프로를 합친 11.88프로인 19,149,701주는…….”
현재 삼정 그룹 반대 주식인 47,084,407주에 19,149,701주를 더하면 66,234,108주가 된다.
성진의 인수 합병 찬성 주식 62,059,214주보다 4,174,894주가 더 많다. 오늘 참석하지 않은 국민연금 11프로가 찬성 표를 던지지 않는 한 성진이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SJ 그룹이 삼정 전자 인수 합병하는 것을…….”
김정철은 형인 김정민 부회장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성진을 향해 고개를 돌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찬성합니다.”
“네. 반… 네?”
“SJ 그룹이 삼정 전자 인수하는 것을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당황하는 사회자.
김정민 부회장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너 미쳤어?”
김정철은 김정민 부회장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사회자에게 몸을 돌렸다.
“확인하지.”
“아. 네. 11.88프로인 19,149,701주 찬성입니다. 이로써 삼정 전자 인수 합병은 찬성 81,208,915주 반대 47,084,407주로 SJ 그룹에 인수 합병이 됨을 알립니다.”
김정철은 김정민 부회장이 뛰쳐나와 잡는 팔을 뿌리치고 아무 말 없이 주주총회장을 나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성진과 일행은 당황했다. 기자들만 특종이 나왔다며 좋아했다.
어쨌든 성진은 삼정 그룹과의 기나긴 악연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김손수 회장의 부고에 아직 안 끝난 것을 알았다.
[세기의 반란. 김정철 삼정 전자 사장은 왜?] [처음부터 SJ 그룹과 커넥션이 있었나?] [김정철 삼정 전자 사장 잠적. 김정민 부회장 무효 소송 진행.] [SJ 그룹, 삼정 전자를 쪼개서 매각한다. 가전 부분은 엘조이 전자가 인수 희망.]수많은 뉴스의 헤드라인이 된 삼정 전자 주주총회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혀지기 시작했다.
삼정 전자가 SJ 그룹에 인수 합병되면서 삼정 그룹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정민 부회장이 제기한 무효 소송도 사건 성립이 안 된다며 기각됐다.
코로나 19로 인해 보험 계약 해지가 늘어나면서 삼정 생명도 위험해졌다.
삼정 물산 역시 주요 자산을 팔며 간신히 버티는 중이었다.
특별한 구제 조치가 있지 않는 한 삼정 그룹은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지, 지금까지 읽어 준 기사 제목 어떤가요?”
김정철은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 김손수 회장 옆에 앉아 있었다. 김손수 회장을 지키는 경호원들은 예전부터 포섭해 놓은 이들이었다.
“평생을 일군 삼정 그룹이 이제 사라지게 되네요.”
사라진다는 말에 김손수 회장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그것을 본 김정철은 씨익 웃었다.
“역시 삼정 그룹의 일에는 반응하시네요. 뇌혈관이 터져 의식도 없는 사람이.”
김정철은 주먹을 쥐고 분노를 누그러뜨렸다.
“가족보다 중요한 삼정 그룹이 망하는 꼴을 들으니 어떠세요?”
다시 움찔거리는 김손수 회장.
김정철은 쥔 주먹을 폈다. 어차피 이제 끝났다. 마지막만 남았다.
“당신이 어머니를 고통받게 놔둬 죽게 만든 것도 모자라 사자 새끼는 강하게 자라야 한다며 채찍질한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채찍질보다는 방임에 가까웠다. 형인 김정민 부회장에게 갖은 멸시와 학대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왜 이런 일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김정민 그놈이 와서 하소연하듯 다 말하고 간 것 압니다.”
하소연이라기보다는 누워 있는 김손수 회장에게 소리치며 화를 내고 갔다. 김정철 그놈을 감싸서 삼정 그룹이 망했다고.
“내가 왜 그랬을까요?”
김정철은 피식 웃었다. 이제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허무했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감정이 안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손으로 당신들 손에서 삼정 그룹을 빼앗아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였습니다.”
김정철이 베트남에서 창고형 마트 사업을 시작해 인정받으려 한 이유였다. 원래대로라면 승승장구하며 삼정 그룹 후계자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형인 김정민보다 위협적으로 느낀 성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성진이 죽은 2021년 2월 12일 그 후로 김정철이 삼정 그룹을 갈기갈기 찢어 발겼는지는 모른다. 성진은 2008년으로 돌아갔으니까.
“하지만 내 힘으로는 할 수 없더군요. 김정민 그놈이 삼정 그룹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성진 회장님의 힘을 빌렸습니다.”
삼정 전자 주주총회 당시 김정민 부회장은 비밀리에 미국 LF 펀드를 통해 주식 5프로를 준비했다.
그날 김정철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보다 김정민 부회장이 2프로 정도 더 많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삼정 전자는 김정민 부회장의 손에 들어갈 것도.
삼정 전자 방어에 성공해 약속대로 김정민이 회장 자리에 앉게 되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해 빌렸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내 손으로 삼정 그룹을 망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망할 삼정 그룹이니까요.”
김정철은 성진이 삼정 전자를 가지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삼정 전자를 빼앗기지 않았다 해도 김정민 그 멍청한 놈은 SJ 그룹을 적으로만 생각하다가 망했을 겁니다. 이성진 회장의 진짜 무서움을 모르니 당연하겠지만.”
김정철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김손수 회장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
김손수 회장의 산소호흡기를 떼어 내는 것이었다.
그때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경호원이 누군가를 막는 것 같았다.
김정철은 순간 멈칫했다. 증인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 잠깐의 망설임이 타이밍을 놓쳤다. 병실 문이 열리며 김정민 부회장이 들어왔다.
“김정철 너 이 자식!”
김정민 부회장은 병원에서 김정철을 봤다는 직원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것이다.
김정철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온 김정민 부회장은 손을 날렸다. 하지만 김정철은 뺨을 맞을 생각이 없었다. 그의 손을 붙잡았다.
“하. 잡아?”
“그럼 맞고 있을까? 어렸을 때 내가 아니야.”
김정철은 순식간에 다른 손으로 주먹을 날렸다. 김정민 부회장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얼굴을 맞고 뒤로 넘어졌다.
“크윽.”
자신이 김정철을 때렸으면 때렸지 단 한 번도 맞아 보지 못한 김정민 부회장은 아픈 것도 잊을 정도로 당황했다.
“왜. 맞아 보니까 아파? 네가 어렸을 때 저 인간 골프채로 때릴 때보다는 낫잖아.”
김정철은 황당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있는 김정민 부회장에게 다가가 쭈그려 앉았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비자금 내역 검찰에 보냈거든.”
김정철은 김정민 부회장도 그냥 놔둘 생각이 없었다.
“너…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너만 내 비자금 내역을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연하겠지. 하지만 난 상관없어. 이제 잃을 것도 없거든.”
잃을 것이 아닌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김손수 회장과 김정민 부회장까지 처리하면 끝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외환 관리법 위반에 배임, 횡령 그리고 직원 폭행 등이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
김정민 부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써서 변호사를 산다 해도 쉽지 않다. 그리고 성진이 두려웠다. 삼정 그룹의 나머지도 집어삼키기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
“처음부터 너 같은 서자는 집에 들이지 말았어야 했어.”
김정민 부회장은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말을 수없이 들었던 김정철은 주먹을 쥐었다.
그때 김손수 회장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 들 해… 라.”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며 뒤를 돌아보는 김정철.
김손수 회장이 깨어난 것을 확인했다.
김정민 부회장은 벌떡 일어나 김손수 회장에게 달려갔다.
“회장님.”
김정민 부회장이 자신 앞에 와서 회장님이라고 부르니 씁쓸하게 웃는 김손수 회장.
지금은 아버지라고 불러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죽음을 눈앞에 두니 모든 것이 허망했다. 아들이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으니 더 그랬다.
하지만 김정민 부회장에게 섭섭한 것을 말할 때가 아니었다. 간신히 팔을 들어 김정철을 불렀다.
“정철… 아… 가까이…….”
김정철은 무엇에 홀린 듯이 김손수 회장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김손수 회장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 하다.”
김손수 회장의 미안하다는 한마디.
김정철은 그 말이 벼락처럼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알았다. 그 한마디에 자신은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동시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이렇게 따뜻하게 쳐다보며 감싸 줬다면.
어쩌면 아버지의 사랑을 바라며 다른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는 김정철.
지금까지의 삶과 목표를 부정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당신은… 당신은…….”
그냥 편안하게 웃는 김손수 회장을 보며 김정철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도망치듯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것을 보며 김정민 부회장은 김손수 회장에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회장님, 저놈 때문에 지금 그룹이 망하게 생겼습니다.”
김손수 회장은 그룹 따위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정… 민아…….”
“네.”
“이제 너희 둘이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
힘을 내서 말하는 김손수 회장.
마지막 희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본 김정민 부회장은 김손수 회장이 기운을 차린다고 착각했다.
“누굴 의지하고 살아요. 회장님만 다시 일어나시면 그룹을 재건할 수 있을 겁니다.”
김손수 회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 경제를 일으킨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직 인맥이 많았다. 김손수 회장이 직접 부탁하면 거절 못 할 사람들도 있었다.
“아버지라고 불러주겠니?”
너무 따뜻하게 말하는 김손수 회장의 말투에 김정민 부회장은 왜 그런가 싶었다. 그리고 미소 짓는 얼굴로 가만히 있는 김손수 회장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 회장님!”
김손수 회장과 연결된 기계에서 삐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 *
김손수 회장의 죽음은 곧 세상에 알려졌다. 안진영 그룹 사장이 성진에게 알리러 달려갔다.
“회장님, 김손수 회장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중인 성진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안진영 그룹 사장을 향해 손을 들었다.
“네. 항상 고마워요. 케빈.”
케빈이란 말에 안진영 그룹 사장은 성진이 김손수 회장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전화를 끊은 성진.
“이제 우리 그룹도 CIA 못지않는 정보망을 가졌나 보네요.”
“하하. 그건 아닐 겁니다. CIA도 이제는 삼정 그룹을 크게 신경 안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진에게 위협적이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성진은 잠시 고민했다. 오늘은 2021년 2월 10일이다. 내일 11일부터 설날 연휴의 시작이다.
화이와 쌍둥이 영준, 영아와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2021년 2월 12일 자정.
“김손수 회장이 입원했던 병원이 아산 병원이죠?”
“네. 발인도 그곳에서 한다고 합니다.”
성진은 죽은 선배의 아산 병원 장례식장에 갔다가 한강에 빠져 죽었었다. 그리고 2008년으로 돌아간 그날이다.
“그럼 발인은?”
“설날인 12일 오전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묘하게 일치하는 날짜와 장소.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성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방심하는 순간 당한다.
“김정민 부회장과 김정철 사장 위치 파악할 수 있나요?”
“김정민 부회장은 직접 빈소를 지키는 중입니다. 김정철 사장은 알아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봐 줘요.”
성진의 심각한 표정에 바로 뛰어나가는 안진영 그룹 사장.
성진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케빈, 부탁 하나 합시다.”
* * *
2021년 2월 11일 저녁 11시.
결국, 김정철의 위치는 파악할 수 없었다. SJ 그룹의 영향력을 동원해 국정원과 CIA까지 나서서 찾았지만.
성진은 어쩔 수 없이 아산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김정철이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느낌이 아니더라도 아버지인 김손수 회장의 마지막 길에 한 번쯤은 찾아올 확률이 높았다.
김정민 부회장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하지만 손님으로 찾아온 성진에게 막말을 하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김손수 회장의 영정에 인사한 성진은 11시 30분까지 장례식장 입구에서 기다렸다.
아산 병원 일대에는 SJ 그룹 경호팀과 CIA 요원들이 물 샐 틈 없이 배치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차에서 내리는 성진을 따라 첸이 내렸다.
“첸. 들어주기 힘든 부탁 하나만 할게요. 이건 꼭 들어줘야 해요.”
첸은 성진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십시오.”
“혼자서 잠시 산책 좀 하고 싶어요.”
첸은 안 된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성진이 먼저 말했다.
“꼭 들어준다고 했으니 들어줘요.”
“죄송합니다. 이 약속은 못 지키겠습니다. 욕을 하셔도 어떤 말을 하셔도 이건 안 됩니다. 제가 불편하시다면 경호팀을 동행시키겠습니다.”
성진은 첸이 고집을 꺾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 1km 정도 떨어져서 따라와요.”
“안 됩니다. 위험한 순간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500m! 만약 이것도 허락 안 하면 마음대로 움직일 겁니다.”
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위험한 순간이 오면 과격하게 대응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요.”
성진의 승낙이 떨어지자 첸은 차 안에서 소총을 꺼냈다. 실탄이 아닌 고무탄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한국에서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았다.
첸뿐만 아니었다. 경호팀도 모두 무장하고 야간에 사용하는 적외선 스코프까지 챙겼다. 이 밤에 성진을 안전하게 경호하려면 필수였다.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성진은 빠르게 한강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이 빠져 죽었던 근처에 가자 누군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교묘하게 사각지대인 곳이라 자세히 살피거나 알고 가지 않으면 모르는 곳.
성진이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누군가는 벌떡 일어났다.
“김정철?”
성진은 이름을 부르자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것을 보고 김정철인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한강에서 달빛을 반사하듯 환하게 빛나는 것도 보였다.
성진은 저 빛이 달빛을 반사한 것이 아닌 한강 아래에서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정철이 저곳에 빠지면 안 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나 이성진이야. 물어볼 것이 있어.”
뒤로 주춤하던 김정철은 멈췄다. 성진이 물어볼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성진은 김정철과 1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갔다. 김정철이 뒤로 물러설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더는 접근할 수 없었다.
김정철의 등 뒤는 바로 한강이다.
“물어볼 거가 뭡니까?”
“왜 주주총회 때 찬성표를 던진 거지?”
김정철은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었다. 달이 밝은 날이라 성진은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것 조금 일찍 선물로 준 것뿐입니다.”
마지막에는 허무한 눈빛을 보였다. 성진은 입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포기한 눈빛이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성진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김정철이 한강으로 떠미는 순간 알았다. 죽기 싫다는 것을.
죽고 싶다가도 대부분 막상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면 죽기 싫어하는 것이 사람이다. 생존 본능이니까.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끝난 것 같군요. 그래도 마지막을 이성진 회장 당신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누구의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진은 김정철이 자신을 말하는 것을 알았다. 한 발자국 다가갔다. 그러자 김정철은 허무하게 웃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김정철, 어리석은 생각 하지 마.”
“어리석지 않아요. 그냥 내 삶이 싫을 뿐입니다.”
김손수 회장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김정철이었다. 김손수 회장은 죽었다. 이제 허무한 마음을 채울 수 없었다.
김정철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 성진은 땅을 박차고 뛰었다. 하지만 10m란 거리는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였다.
김정철은 한강까지 3m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으니까.
성진이 김정철의 뒷덜미를 잡기 직전 김정철은 아래로 쑤욱 떨어졌다. 그리고 곧 풍덩 소리가 났다. 성진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젠장.”
욕을 하며 바로 뛰어드는 성진.
한강 밑에서 나오는 빛에 빨려 들어가면 김정철도 과거로 돌아갈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지금껏 이루어 놓은 것들이 바뀔 수도 있다.
성진은 그냥 가라앉는 김정철을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그리고 그의 팔을 잡을 수 있었다.
김정철이 눈을 뜨고 놀라는 순간 성진은 그의 뒤로 돌아 목을 팔로 둘러 잡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정철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성진.
수영을 못 하는 약점 따위는 예전에 극복했다. 물에 빠져 죽은 트라우마 대신 다시는 물에 빠져 죽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커억. 컥. 컥.”
김정철과 함께 위로 올라오자 한강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첸과 경호원들이었다.
성진은 그들의 도움으로 김정철을 쉽게 둔치 위로 올릴 수 있었다.
한강 둔치 바닥에 물을 한참 뱉어 낸 김정철을 향해 성진이 말했다.
“아직도 죽고 싶어? 그렇다면 이번에는 말리지 않을게.”
김정철은 성진을 쳐다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 죽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은 안 구해 준다.”
사실 구할 필요가 없었다. 저녁 12시가 넘었다. 한강 밑에서 비치는 빛은 사라졌다. 김정철이 과거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는 것.
성진은 첸과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한강 둔치를 떠났다.
김정철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 * *
결국, 삼정 그룹은 완전히 해체됐다. 김정민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앉기도 전에 구속된 영향이 컸다.
자연스럽게 삼정 그룹의 남은 계열사는 성진이 인수했다. 다른 기업들이 성진의 눈치를 보며 인수할 엄두를 못 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성진은 영광스러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라 식장에 와 있었다.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코리아의 성진 리!]영문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성진의 이름을 불렀다. 수상식장에 참석한 모두가 일어나 손뼉 치며 축하해 줬다.
성진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성진은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받을 줄 몰랐습니다.]여기저기서 받아도 된다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도왔기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를 수 없지만, 모두에게 감사합니다.]잠시 말을 멈춘 성진은 같이 온 화이와 쌍둥이 자녀를 보며 웃었다.
[지금까지 믿고 따라와 준 나의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성진은 무대에서 내려오려는 순간 저 멀리 누군가 허리를 숙이는 것을 봤다. 그가 김정철인 것을 안 성진은 빙긋 웃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