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unuch Regains His Manhood in His Second Life RAW novel - Chapter (89)
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89화(89/267)
항산파 행에 오르기 일주일 전.
나는 사부와 독대해서 야명주를 받아냈다.
“이제 본 파의 위세도 충분히 올랐고, 향화객들도 드문드문 오고 있으니 야명주를 처분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야명주 처분은 하오문을 통해 하겠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공동파의 위세는 충분히 상승했다.
야명주 하나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서문청하를 시비로 둔 덕분에, 서문세가의 견제도 약해졌다. 본산에 향화객이 오는 것이 그 증거였다.
거기에 공동파 앞마당인 화정현은 무려 현경의 절대고수가 지키고 있었다.
어중이떠중이 흑의복면인들이 함부로 설칠 수 없는 동네라는 소리였다.
그러니 이제 야명주를 팔아서 더 많은 정력제, 최신식 수련 시설을 지어야 할 차례였다.
“알겠다. 내 너를 믿겠다. 허나 조심하거라. 사마외도의 무리는 신뢰할 수 없으니.”
내 말을 들은 사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1년 전.
비무 토토로 벌어들인 일천냥 조금 안되는 은자를 전부 공동파 재정에 보탠 뒤부터, 나에 대한 사부의 신뢰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높아져 있었다.
웬만한 일은 보고만 하면 허락되는 수준.
하긴 내가 벌어들인 은자면 장원 하나를 사도 될 정도로 꽤 큰 돈이다.
그걸 문파에 기부한다니, 나 같아도 믿을 거 같긴 했다.
물론 내게 돈이란 정력제를 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기에 큰돈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전생에는 황금을 산처럼 쌓고, 그 위에서 잠자도 될 정도로 천하에서 손꼽히는 재물을 보유했던 나였다.
하지만 부질없었다. 돈으로도 양물을 되살릴 수 없었으니까.
신의 그 돌팔이 새끼 진짜, 내가 그 인간에게 먹인 돈이 얼마인데.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사부에게서 조심스럽게 야명주가 담긴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주머니를 열자 야명주의 형광빛이 반짝였다.
“조심히 잘 다녀오거라.”
사부의 배웅 인사를 받으면서 나는 야명주를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산문을 나섰다.
“공자님. 어딜 그렇게 가시나요?”
내가 산문 밖으로 막 발걸음하려는 찰나.
서문청하의 부름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고개를 돌리자, 입술을 삐죽 내민 서문청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산 아래 볼일이 있다.”
“그 볼일, 저도 함께해도 괜찮을까요?”
내 말에 서문청하가 허리에 양 팔을 올리면서 되물었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강요였다.
지난 1년동안 계속 이랬다.
화정현 곤화루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사매는 물론 서문청하와 사형까지 나를 따라나서려고 했다.
덕분에 적사월과 만나는 빈도가 평소의 삼분지 일로 줄어들었다.
뭐, 무슨 꿍꿍이인지는 뻔하다.
나와 적사월, 아니 능월향 사이에 퍼진 추문 때문이겠지. 정파의 공자가 기루를 드나든다는 건 자랑거리는 못 됐으니까.
세가도 아닌 일단은 도문의 간판을 걸고 있는 공동파라면 더욱 그렇고.
“······오늘 일은 사부님께서 직접 나한테만 지시한 일이라서 말이야. 아쉽지만 청하 너랑은 함께 못 하겠는걸.”
“······흥. 누, 누가 아쉬워한다는 거죠? 하나도 안 아쉽거든요? 공자님 따위, 제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요?”
내 말에 서문청하가 입술을 삐죽이면서 손에 든 빗자루로 산문 앞을 슥슥 쓸어댔다.
흙먼지가 나를 향해 눈보라처럼 휘날렸다.
쪼잔하기는.
나는 흙먼지 바람을 뚫고 경공을 펼쳐 산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는 익숙해진 화정현의 풍경이 들어왔다.
공동파가 서서히 재건되면서, 화정현 지역 경제도 활성화가 되는지 여기저기 신축 건물을 공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관광객도 확실히 더 늘어났다. 1년 전에 비해서 말이다.
나는 빠르게 유흥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역 경제가 호황을 맞이한 덕분인지, 화정현 유흥가도 1년 전보다 훨씬 규모가 커져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거대한 기루는 단연 곤화루였다.
사천제일기녀 능월향.
차세대 천하제일미가 머무른다는 소문이 구주팔황에 전부 퍼진 이후 곤화루는 신축 5층 건물로 확대 이전하여 이제는 화정현 제일을 넘어 감숙제일기루로 발돋음하고 있었다.
저 멀리 난주에서도 화정현까지 풍류를 즐기러 올 정도.
물론 능월향이 받는 손님은 오직 나뿐이었다. 그녀는 나를 제외한 손님은 일절 안 받고 모습조차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당연히 능월향의 면사도 내 앞에서만 벗겨졌다.
하지만 그런 신비주의 전략이 먹힌 탓인지, 곤화루의 손님은 날이 갈수록 늘어갔다.
아직 낮이라 그런지 영업은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꺼진 청등 아래 드리운 발을 익숙하게 걷어내면서 곤화루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옵쇼. 이 소협. 그분께서는 5층에서 소협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곤화루가 확장 이전하면서 특실도 5층으로 옮겨졌다.
왜 자꾸 위를 고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나는 하 총관의 말을 흘려들으면서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도착한 5층 입구에는 문이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익숙한 광경이 나를 반겼다.
가운데 놓인 탁자와 바닥에 깔린 푹신한 양탄자, 창살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화정현의 전경이 인상적인 특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렇다.
능월향, 아니 적사월은 5층 전체를 특실 및 본인의 주거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본인 혼자서 쓰다니, 공간 낭비가 따로 없다.
“가가, 어서 오셔요!”
내가 속으로 혀를 차고 있던 그때.
다탁에 앉아 있던 적사월이 나를 바라보며 반색하며 웃었다.
그녀의 적안이 휘어졌다. 곳곳에 불을 붙인 향초에서 달콤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지정석은 언제나 그렇듯 그녀 바로 옆자리뿐이었다.
아니 왜 항상 옆에 앉아야 하는거야.
탁자 위에는 오향장육, 동파육을 포함한 각종 돼지고기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소녀, 가가가 보고 싶었어요.”
스윽.
적사월이 내 팔을 자연스럽게 휘감으며 달라붙었다.
얇은 나삼 너머에 있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팔에 뭉개졌다. 부드럽고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향수라도 뿌린 모양인지 그녀의 몸에서 달콤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사형의 은은한 들꽃 향기와는 다른, 끈적이면서도 퇴폐적이면서 노골적인 향기였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지, 물건을 처분하려고 왔다.”
나는 품에서 야명주가 든 주머니를 꺼내서 탁자에 올려놓았다.
탁.
주머니의 끈이 풀리자 야명주 빛이 새어 나왔다.
“야명주다. 얼마에 살 거지?”
하오문의 구성원은 기녀, 점소이, 마부, 왈패, 전문 타짜, 장물아비, 도둑 등등 하류잡배.
그들이 벌이는 사업도 당연히 많다. 정보를 사고파는 정보상부터 도박장과 기루 운영에 지금처럼 출처불명의 물건을 매매하는 일까지.
하오문의 구성원 중에는 도둑도 있었기에 당연히 장물처럼 수상한 물건을 거래하는 장물아비 역할도 하오문이 직접 맡고 있었다.
물론 사도팔문 중 하나인, 소금 밀매업자와 국제 밀수업자들, 암상인이 모인 문파인 사도련의 재정을 책임지는 밀금당에 비하면 하오문의 유통망은 손색이 있었지만, 야명주 하나 소화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적사월이 조심스럽게 야명주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녀가 야명주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중얼거렸다.
“······이건 진품이군요.”
“우리 사이에 의리가 있지, 가짜를 들고 오는 짓은 안 해.”
나는 동파육을 한 점 집어먹으면서 말했다.
우물우물.
부드러운 동파육에 밴 양념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이 집 요리 잘하네.
내 말을 들은 적사월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마, 맞아요! 가가와 소녀 사이인데요! 의, 의심해서 미안해요. 가가.”
“미안할 것까지야. 그래서 얼마 줄 건데.”
“금자 오백 냥 정도면 적당하겠네요. 돈은 일주일 후에······.”
적사월이 말끝을 흐렸다.
금자 오백 냥. 현대로 치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이다.
딱 내가 책정한 적정가였다.
나는 적사월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일주일 후에는 안 되겠는데. 지금 당장은 안 되나?”
원래는 이런 거금을 화정현 지부 같은 시골에서 바로 융통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사월은 사파제일인.
그녀에게 금자 오백 냥은 껌값에 불과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혹시 갑자기 거금이 필요하시다던가······. 누군가한테 빚이라도 지신 건 아니죠?”
갑자기 거금이 필요하다는 말에 놀라는 적사월. 그녀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곧 경연 때문에 항산파로 출발할 예정이라서 말이야. 이거 판 돈 중 일부를 여행 자금으로 사용해야 해서 시일이 촉박하거든.”
내 말을 들은 적사월의 적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적사월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그렇군요. 항산파와의 경연······. 그랬었죠. 맞아요······. 소녀는 왜 잊고 있었을까요······. 후후.”
어색하게 웃는 적사월.
그녀의 뺨이 떨렸다.
“······그래서 지금 당장 받았으면 하는데, 괜찮겠어? 향매.”
향매.
마법의 단어를 꺼내자 적사월의 몸이 굳었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찰싹.
그녀가 내 곁에 달라붙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무, 물론······. 다, 당연히 가능하죠. 가가를 위해서라면 햐, 향매는 뭐든······. 뭐든 할 수 있어요!”
좋아.
나는 그녀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적사월이 주는 오향장육을 받아먹었다.
그렇게 그날, 나는 적사월에게서 금자 5백냥짜리 전표를 받아 공동파로 돌아갈 수 있었다.
*
이철수를 배웅한 뒤.
적사월은 5층 곤화루에 앉아 가가께서 판매한 야명주를 손에 쥔 채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경연······. 그래, 그랬었지.”
적사월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요즘 들어 가가와 만나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정보로는 개방과 강호제일을 다툰다는 하오문의 태상문주이니만큼, 적사월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 핏덩이 연놈들이······. 나와 가가의 만남을 방해하다니······.”
1년 전 그날.
가가의 품 안에 안겨 눈물로 용서를 받아낸 이후.
적사월은 가가를 자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오문이었다. 가가를 위해서라면 웬만한 정보는 전부 제공할 수 있었다. 그 외의 다른 업무도.
개방과 사이가 좋지 않은 공동파로서는 하오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가가와 자주 마주쳐서, 그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게 적사월이 세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보기 좋게 어그러졌다.
사매 서하린. 사형 유진휘, 그리고 서문청하까지.
셋이 합쳐서 이철수와 그녀가 만나지 못하게 중간에 훼방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셋은 어떨 때는 눈치 없이 그분과의 밀회를 미행 시도하기도 했다.
‘건방진 연놈들. 나이와 젊음을 빼면 내세울 장점은 하나도 없는 주제에······!’
검봉 서문청하도, 서하린도 전부 그녀보다 못했다.
재력도 무공도 권력도 아름다움도 배분도 전부 그녀가 우위였다.
단 하나.
나이와 젊음만 제외한다면.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경연에서 검후 은설란이 또 가가를 노릴 게 분명했다.
전부 그녀보다 못한, 나이와 젊음만 내세우는 어린 것들이었다.
쾅!
어린 핏덩이들을 떠올린 적사월의 손이 탁자를 내리쳤다.
탁자가 반으로 가볍게 쪼개졌다.
그녀의 적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건방진 년들······!”
올해로 61세가 된 적사월의 마음에 40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어린 소녀들에 대한 질투가 가득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