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1화(1/15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모옹깡
만인에게 존경 받던 사도, 테오는 죽었다.
그리고 회귀했다.
“나는 귀신을 찢을 수 있느니라.”
전생의 능력을 가진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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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쟁이는 용했다.
아주 오래전,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에 점을 보러 간 적 있었다.
그곳의 주인, 무당은 저를 보며 그리 말했다.
“살아생전 이렇게 복 없는 놈은 또 처음 본다시네! 부모 복은 말할 것도 없고, 인복 자체가 없어! 얼씨구? 재복에 관복도 꽝이야. 그뿐이면 다행이게? 단명할 팔자에 객사한다고 하시는구먼! 이거 개시부터 더럽게 재수 없는 놈이 왔어, 에잇, 퉤! 더 볼 것도 없어. 당장 나가.”
한 시간에 30만 원, 전 재산의 1/3을 꼴아박아 본 점이었다. 그런데 이런 악담을 들을 줄이야.
불행 중 다행인 건 꼴에 양심은 있는지 돈은 안 받겠단다.
그때 냉큼 나갔어야 했는데. 그때의 난 무당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저 못 가요. 제발 저 좀 어떻게 해주세요. 신녀님 말마따나 저 정말 더럽게 재수 없는 놈이에요. 부모 얼굴은 본 적도 없고, 인복도 드럽게 없어요. 이번에도 그래요. 저 진짜 열심히 일했거든요. 개상남 아니, 그러니까 그놈 스튜디오에 살다시피 하면서 청소, 요리, 방송 준비, 하물며 그 새끼 여자친구 생리대 심부름까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했다고요! 근데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심지어 피 같은 내 돈도 꿀꺽···”
“에헤이!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그 재수 없는 인생사를 늘어놔? 썩 나가래도!”
“아악! 쌀은 왜 던져요! 진짜! 재수 없는 놈이라 말하면 그만이에요? 방법 좀 알려달라고요. 부적을 쓰라 하면 쓰고, 굿을 하라 하면 할게요. 여기 할부도 받죠? 뭐가 됐든지 간에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더러운 내 신세.
무당만이 그런 내 신세를 고쳐줄 수 있다 믿었다. 그렇게라도 미신에 매달리고 싶었다.
살아야 했으니까. 살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눈물 콧물 다 빼며 납작 바닥에 엎드려 빌었다.
내 간절한 태도 덕분일까. 무당이 나직이 한숨을 내뱉으며 읊조렸다.
“부적이니 굿이니 다 되지도 않아. 이것아.”
“그럼 개명을 할까요?”
“에휴.”
“왜 자꾸 한숨을 쉬세요. 정말 방도가 없는 거예요? 저 진짜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뭐든 알려주시면 다 할 수 있는데··· 진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요.”
“너, 그말 책임질 수 있어? 정말 뭐든 할 수 있겠느냔 말이야.”
“당연하죠!”
“그럼 말이야.”
“네네! 어쩔까요?”
“당장 나가 죽어.”
무당은 짐짓 진지한 얼굴을 하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농담 따위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 들은 걸까?
아, 그래!
내 의지력을 테스트하려는 거구나!
“죽으라고요? 저 진짜 콱 죽을까요?”
“신령님이 그러라고 하시네. 당장 나가 죽으라고. 내세에는 더없는 부귀영화를 누릴 팔자라는 구만. 내가 해줄 말은 그것밖에 없어.”
그러나 잘못 짚은 모양이다.
의지력 테스트 따위가 아니다.
저 무당,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번 생은 망했으니 다음 생을 노려라. 지금 이 말이에요?”
“보기와 달리 말귀는 밝네.”
이런 육시랄. 봇물 터지듯 속사포처럼 쌍욕이 튀어나온다. 불쑥 치솟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다.
“좀 치는 무당이라고 해서 와봤더니. 와, 나 진짜 개 같네.”
“뭐라고 꿍얼거리는거야.”
“이런 미친 육시랄 돌팔이라고 했다. 왜?”
“이, 이놈이!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어디긴 썅, 돌팔이 점집이지. 천기신녀라기에 무슨 방법이 있나 했더니. 뭐? 다음 생을 기약하세요? 그딴 말은 나도 하겠다! 그리고 당신, 그거 자살 방조 아니 자살 교사죄야. 알아?”
“허. 네놈의 인생이 불쌍해서 알려줬더니. 썩 꺼지거라!”
“그래. 잘 아네! 내 인생 불쌍하다 못해 시궁창이야! 그런데도 살겠다고 이렇게 찾아온 놈한테 나가 뒤지라는 말이 하고 싶든? 후우, 내가 진짜 여길 오는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난 무당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미친 돌팔이, 신빨 떨어진 무당, 사이비라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무당은 영험했다.
그것도 아주 족집게 그 자체였다.
단명에 객사할 팔자라는 것을 맞췄으며 내세엔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는 신점도 맞았다.
그랬다. 무당의 말마따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객사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났다. 정확히는 지구가 아닌 엘데르라는 차원에서.
엄밀히 말하자면 다시 태어난 건 아니다. 일종의 ‘빙의’라는 것을 했다. 빙의한 몸은 열살 남짓한 아이로 그 이름은 테오였다.
이른바 2회차 인생을 맞이한 것이다.
물론 테오로 사는 삶도 쉽지만은 않았다.
돌이켜보면 빙의 초반 몇 년은 현대인 강태구의 삶이 백번 천 번 나았다 생각할 만큼 이곳의 상황은 열악했다.
상상해보라. 눈떠보니 인신매매 본거지에 잡혀 온 고아란다! 그 삶의 난이도가 어떻겠나? 말할 것도 없었다. 아주 끔찍하다 못해 처절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나는 우여곡절 끝에 부귀영화를 누리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인신매매 본거지를 습격한 교단에 거두어진 게 그 시작이었다.
교단에 거두어진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성흔을 입게 되었다. 쉽게 말해 신에게 컨택 당했다는 말이다.
컨택의 대가로 성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신의 권능 역시 부여 받을 수 있었다.
이세계에서 신을 모시고 따르는 신관은 많지만, 그분의 눈에 드는 이는 소수다.
나는 그런 소수정예 속에서도 최고로 뽑혔다. 내게 부여된 권능이 또 성력이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권능을 아끼지 않았다. 성흔을 입은 그 길로 이단 심문관이 되었고 멸악을 행했다.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가 따르는 삶이었다.
반평생을 신을 대신해 불결한 것들을 멸했고, 종국엔 동료들과 함께 대륙에 강림한 마왕까지 처치했다.
그렇게 마왕을 멸하는 순간, 내 몸에 새겨진 성흔이 사라졌다. 성흔이 사라지면서 권능 역시 다룰 수 없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교단과 동료들은 크게 낙담했다. 성력을 다룰 수 없게 된 이상 난 일반인이나 다름없었으니.
축복 받은 육체, 강력한 권능, 일반인을 뛰어넘는 긴 수명 같은 축복은 재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괜찮았다. 정말 괜찮았다.
성력은 사라졌어도 내가 한 모든 일은 사라진 게 아니니까. 마침 쉬고 싶기도 했다.
교단은 내 공로를 잊지 않았다. 그들은 전과 다름없이 나를 대했다.
덕분에 난 교단에 남아 유유자적한 삶을 즐길 수 있었다. 후예를 양성하기도 했고, 그간 행했던 썰을 풀며 사람들의 공경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건 원 없이 다 했다.
그러니 그만 살아도 되겠지.
마침 주어진 수명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숨을 헐떡이고 있는 이 순간.
나는 두렵지도 아프지도 않다.
전생과 달리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이 삶에. 동료들 품에서 눈을 감을 수 있는 지금에.
더없이 행복할 뿐이다.
“테오 사도님, 그날 기억나세요?”
엘가가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녀는 7대 사도라 불리는 성자 중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성녀다.
“그날?”
“제가 나무 창대에 묶였던 그날 말이에요.”
아아. 그렇게 말하니 기억난다.
이단심문관으로 첫 출정을 나서던 때였다.
“사람들은 붉게 변한 제 눈동자를 보며 마녀라 단정지었지요. 심지어 교회의 사제조차도요. 창대에 묶여 화형당할 뻔했던 그날, 테오 사도님이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그래, 그랬었지.
엘가를 구하고 악마에 현혹당한 사제 놈을 척결했지. 옛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나는 기억을 곱씹으며 말했다.
“내가 아니라 그분이 너를 구하신 것이지. 나는 그저 그분의 말을 따랐을 뿐. 아무튼 또렷이 기억나는구나. 사제의 탈을 쓴 그 배교자 놈이 너의 성력을 탐하기 위해 사람들을 현혹했고, 놈은 결국 너를 화형대 위에 서게 하였지.”
“다 끝이구나, 정말 죽었구나 싶었어요.”
“허허. 하지만 이렇듯 살아있잖느냐. 거기다 너를 구해냄으로써 수천 명의 목숨까지 구할 수 있었으니. 돌아봐도 내 평생 가장 잘한 일은 그날 그 퀘스트를··· 아니, 그분의 말을 들은 것이야.”
“아뇨. 그분이 아니라 사도님이 저를 구해주신 거예요. 저를 구해냄으로서 살리신 수천 명의 목숨도 테오 사도님이 구하신 거고요. 저는 그저 사도님의 말을 따른 것뿐이에요.”
“이 녀석이···”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려주셨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도님의 말만 따르며 살았는데··· 그런 저를 두고 이렇게 먼저 가심 어떡해요. 저도, 저도 따라갈래요.”
7대 사도란 놈이 저런 말을 해서야.
아직도 한참 멀었다.
더군다나 뭐? 그분이 아니라 내가 구한 거라고?
어딜 따라와?
이거 딱 화형당하기 좋은 말 아닌가!
게다가 둘만 있는 자리도 아니건만.
“교황님. 아니, 요한. 이 철없는 녀석이 내뱉는 말 좀 보게나. 딱 이단스럽지 않은가? 내가 검을 쥘 힘만 있었어도 아니 성력만 다스릴 수만 있었어도 이 녀석을 데리고 가는 것인데.”
놀라고 황당한 마음에 친우인 요한을 불렀다.
엘가가 내뱉은 불경한 언사가 그녀의 발목을 잡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허허.”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요한이 피식 웃어 보인다.
또한 요한은 엘가를 나무라지 않았다.
내 죽음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는 서기관도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그는 엘가의 불경한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먼 여행을 떠나는 친우의 마음을, 존경하는 사도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반면, 엘가는 여전히 광신도스러운 모습을 계속 내비쳤다.
“그럴 수만 있으면 그러고 싶어요. 사도님과 함께라면 전 어디라도 갈 수 있어요. 설령 그곳이 마경이라도요.”
“엘가!”
“이런 제가 걱정되시죠? 그럼 조금만, 조금만 더 저랑 같이 있어주세요. 네?”
엘가에게 나는 부모나 다름없는 존재다.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엘가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밀려오는 졸음을 더는 떨칠 수 없다. 이제는 한마디 내뱉는 것도 벅차다. 엘가가 걱정되긴 하지만 요한에게 부탁했으니 괜찮겠지··· 아무래도 작별인사는 이쯤에서 끝내야 할 성싶다.
“엘가, 그만 테오도 쉬어야지.”
“그래요. 엘가 성녀님. 그럴수록 테오 경의 발걸음만 무거워질 뿐입니다.”
아이처럼 울며 떼쓰는 엘가를 보며 교황 요한이 말했다. 대주교도 말을 보탰다.
아무렴 함께 한세월이 얼마인데,
그들은 단번에 내 상태를 알아본 듯했다.
나는 힘겹게 미소 지으며 나를 둘러싼 이들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그때까지도 엘가는 엉엉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안식 기도가 시작되자 누구보다 열심히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엘가였다.
“테오 경,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모인 이들을 대표해 요한이 물었다. 테오 경이라고 하는 걸 보니 지금은 교황으로서 내게 질문을 던진 것이리라.
나도 그에 맞게 대답했다.
“만일 내게 천 번 아니 만 번의 삶이 있다면 그 삶 역시 여신, 헤스티아님을 위해 바치겠나이다.”
성자로서, 사도로서, 이단심문관으로서의 유언이었다. 그렇게 제법 멋들어진 유언을 내뱉은 나는 죽었다.
···고 생각했다.
경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