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 10화(10/157)
검거 완료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생명이 바스러졌다. 그런데도 반성을 모른다.
[’계단 암매장 사건’ 용의자, 살인 혐의 부인.] [대형 로펌 2곳 가세···]심심찮게 들려오는 소식이 그 증거였다.
김지민과 이학수. 둘은 본인들이 저지른 추악한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해댔다.
“임신 사실을 알고 언니에게 고백하려고 했어요. 당시 언니도 만나는 사람이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죠. 실제로 오빠랑 이혼 이야기를 나누던 시기였고요.”
변호사를 선임한 둘은 그렇게 진술했다.
“그래서 말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언니가 저를 죽이겠다며 달려들더라고요. 저는 죄인이니까 그냥 맞고만 있었어요. 그러다 정말 죽겠다 싶어 그만하라고 손을 뿌리쳤는데···”
제 발에 걸려 넘어진 언니가 가구에 머리를 박았다는 것이다.
손쓸 새도 없이 언니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두 사람은 그 상황이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언니를 계단에 암매장했다는 주장.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은 진술이었다. 게다가 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득을 좇고 있었다.
김지민과 이학수는 죽은 김수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상속권자에 속한다.
그러나 민법 제1004조 1호에 따르면 상속권자가 피상속인을 살인할 경우 상속 결격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죽은 김수인의 재산이 국고에 귀속된다는 말.
그런데 참 웃긴 게, 고의가 아닌 과실로 피상속인을 사망하게 한 경우에는 상속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단다.
그런 이유로 저들은 살인 혐의가 아닌 과실치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죽은 김수인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차지하기 위해, 형량을 낮추기 위해서!
실로 뻔뻔한 행태가 아닌가. 현실 세계의 법은 정말이지 가해자들에게 너무나도 관대한 거 아닌가.
태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짐했다. 자신이 직접 나서 마땅한 벌을 내려야겠다고.
김수인의 의사와는 무관했다. 그저 태구 본인이 저들을 용납할 수 없었다.
때마침 일전에 연락처를 교환한 형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치장에 구금된 두 연놈이 조만간 구치소로 이송될 거라는 소식이었다.
미적거릴 시간이 없었다. 태구는 그들이 구금된 경찰서 유치장을 찾았다. 그리고 접견 신청서를 작성했다.
“일이 쉽게 풀리겠군.”
이능력을 사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김지민과 이학수가 태구의 접견을 수락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태구는 두 사람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김수인, 아니 우리 언니 발견했다는 사람이 너야?”
김지민은 언니, 김수인과 퍽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매일 감사하다는 말만 되뇌는 김수인과 달리 김지민의 얼굴엔 불평불만이 가득했다.
또한, 구금된 상태임에도 잘 먹고 잘 자는지 축난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태구의 생각이 맞았음을 방증한다.
역시 이런 것들은 이 세상 법으로 다스려선 안 된다. 지독하게 매운맛을 보여줘야 한다.
태구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악마에게 영혼을 바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런 악독한 마음을 가진 거지? 참, 못났다.”
김지민과 마주하고서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그 해괴한 말본새에 김지민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뭐? 악마? 이 거지 같은 게 지금 뭐라는 거야.”
“쯧.”
“내가 너한테 그딴 말 들으려고 접견 수락한 줄 알아?”
“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었는데. 그래. 무슨 생각으로 내 접견을 수락한 건데?”
“질문은 네가 아니라 내가 해. 네가 김수인 발견했냐고!”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내가 벌할 맛이 나지.”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야, 그냥 꺼져.”
김지민은 몹시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접견실을 빠져나가려는 모양새였다.
“물심양면 뒷바라지해 준 언니와 조카의 생명을 빼앗고, 언니의 남편과 붙어먹는 짐승만도 못한 짓을 저질렀음에도 반성하는 기색 하나 없구나.”
그런 김지민을 멈춰 세운 건 이어진 태구의 말이었다. 남편도 모르는 언니의 임신 사실을 태구가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란 것이리라.
“방금 뭐라고 했어? 조카?”
“그래. 빛도 보지 못한 아이였지. 김수인이 그리 부탁하지 않았더냐. 제발 아이만큼은 살려달라고.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넌 오히려 죽여야겠다는 살의를 품었었지.”
김지민이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는 입회한 경찰의 눈치를 슬쩍 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네가 어떻게··· 너 정말 귀신을 볼 수 있는 거야? 언니가 네게 말해줬다는 그 말이 진짜 사실이냐고.”
접견 온 변호사에게 들었다. 언니가 어떻게 발견됐고, 또 눈앞에 있는 이놈이 경찰에게 어떤 말을 지껄였는지.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제 와 겁이 나는 게냐?”
“아니? 내가 왜 겁을 먹어야 하는데? 나 겁 같은 거 안나. 그랬으면 네 면회 수락하지도 않았을거고.”
“정말 보기 드문 쌍것이구나.”
필터 없는 태구의 날 선 말에 김지민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능력을 확인한 이상 할 말이 있었다.
“···네가 정말 귀신을 보고 또 귀신과 대화할 수 있다면 내 말 똑똑히 전해. 그러라고 너 만나 준 거니까. 너도 바라는 게 있어서 여기 온 거잖아? 돈 아니야?”
“보아하니 사죄의 말은 아닐 테고···”
“사죄? 헛소리하지 마. 내가 언니한테 진 빚은 이미 다 갚았어. 그 빌어먹을 쌍년이 내 아이를 데려갔단 말이야!”
묻어둔 아픈 기억에 김지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 문제 없이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허망하게 잃었다. 갑자기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했다.
의사는 그녀를 위로했었다. 이렇듯 이유 없이 엄마 곁을 떠나는 아이도 있으니 괜한 죄책감은 갖지 말라 했다.
그러나 아이는 아무 이유 없이 제 곁을 떠난 게 아니다. 분명 언니가 제 아이를 데려간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말 똑바로 전해. 나도 언니만큼 고통스러웠으니까 이제 내 곁에서 아니 우리 곁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죽었으면 미련 없이 저승으로 꺼지라고! 언니만 피해자인 거 아니니까 그만 청승 떨라고! 내 꿈에도 나타나지 말라고! 빠짐없이 전해.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얼마나 흥분했는지 입회한 경찰관의 존재도 잊은 듯 보인다. 김지민은 핏발 선 눈을 한 채 그렇게 소리쳤다. 태구는 혀를 끌끌 찼다.
“지 돈도 아니면서 뭔 돈을 주다 만다고 하는 건지, 쯧. 그리고 그렇게 전할 말이 많으면 네가 직접 전하거라. 나도 그럴 목적으로 온 거니까.”
그러면서 잽싸게 손을 뻗어 김지민의 손을 낚아챘다.
[살아있는 생령입니다.] [’생령’은 신전 출입 검증이 필요합니다.] [검증을 시작합니다.] [’생령’->’악령’으로 판단합니다.] [’김지민’ 영혼의 일부를 신전 하층부로 끌고 갑니다.]***
– 심상의 신전, 하층부.
“지, 지민아!”
“오빠? 여기 뭐야?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나도 몰라. 수인이 시체 발견한 놈이 접견 신청 왔길래 만났는데 갑자기··· 어억!”
이학수가 뜨헉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못 볼 거라도 봤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학수, 김지민?”
죽은 와이프가 지민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수인, 그녀도 뜻밖의 만남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잠시 같이 가자는 태구를 따라 온 것인데, 이런 곳에서 저 둘을 만날 줄이야.
그녀는 짐짓 당황스러웠다. 그녀가 태구를 바라보았다. 설명을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던 그때였다.
뒤늦게 태구와 수인을 본 김지민이 발광하듯 소리쳤다. 이학수도 말을 보탰다.
“말도 안돼. 이게 다 뭐··· 너, 이 무당 새끼! 이거 다 환상이지? 아니지. 김수인, 지금 이 상황 다 니가 꾸민 짓이지? 죽었으면 곱게 갈 것이지. 대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야!”
“귀, 귀신이야. 귀신. 저리 꺼지지 못해? 하늘에 계신 우리···”
그렇게 둘의 목소리가 장엄한 신전을 울렸다.
“쯧.”
태구는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
“?”
순간 주변이 고요해졌다. 두 사람이 입을 다문 게 아니었다. 지금도 둘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치고 있었다.
다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뿐이었다. 처음 겪는 이상 현상에 둘은 뒤늦게 두려움을 느꼈다.
둘의 마음은 태구가 알 바 아니었다. 그는 목소리를 빼앗는 것에 이어 행동에도 제약을 걸었다. 다시금 손을 휘저었다.
김지민과 이학수는 움직이지도 말을 내뱉지도 못하게 되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구나.”
이곳은 태구의 공간. 데려온 영혼을 구속하는 일쯤이야 그에겐 너무나도 쉽고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저 두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 와 있는 건가요?”
말을 할 수 있는 이는 허락된 영혼뿐이다. 김수인이 물었고, 태구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앞전에 말하지 않았더냐. 네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저들은 마땅한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 그러니까 저 두 사람. 죽었다는 말인가요?”
“죽음은 너무 가벼운 형벌이지. 저들은 멀쩡히 살아있단다. 그저 영혼 한 가닥을 뽑아 데려왔을 뿐이야.”
“···여기서 벌을 주시려고요?”
지난 날, 태구에게 신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하층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김수인은 알고 있다. 여긴 지옥보다 더한 지옥이었다.
“그래. 저들은 네가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머물며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야.”
“···”
“그래도 네겐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함께 내려온 것이고. 그런데 어째 아무 말이 없지?”
“어, 음···”
“싫은 게냐? 설마 정말 용서 뭐, 그런 거라도 한 것이냐?”
김지민과 이학수가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려 김수인을 바라본다.
퍽 간절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그런 눈빛과 마주한 김수인은 결심한 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 사실 거짓말이에요. 저는 저들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곳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곳인 줄 알지만··· 그래도 여기서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자업자득, 인과응보가 실현되면 좋겠어요. 이런 제 마음··· 너무 끔찍한가요?”
그러면서도 불안한 듯 태구의 눈치를 살폈다.
“별로? 끔찍할 게 뭐가 있지? 오히려 용서했다고 말했으면 퍽 당황스러웠을 것이야.”
태구는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그 반응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그녀는 다시 한번 솔직해지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눈치 보지 않았다.
“그럼···”
“그럼 뭐? 편히 말해.”
“저들이 벌 받는 모습을 제가 직접 볼 수 있을까요?”
이건 예상 밖인데? 태구는 어깨를 으쓱했다.
“썩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닐 텐데.”
“그래도 보고 싶어요. 제 눈으로 봐야 한점의 원한도 남지 않을 것 같아요.”
“흐음. 본인이 그렇다면야. 다른 할 말은 없고?”
“네.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어요.”
태구가 고개를 끄덕였고, 김수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형벌의 집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