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00)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01화(100/157)
산과 망령들 (3)
예상대로였다.
아빠는 아이들을 버린 게 아니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돌아가지 못한 것이리라.
“태구 님. 뭐 하세요. 거기에 뭐가 있는 거예요?”
“아빠요.”
절벽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김영채 작가와 제보자. 둘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렇게 물었다.
“아빠? 아빠가 왜···아! 서, 설마.”
“소나무에 깃든 아이들 아빠요?”
“여기서 약초를 캐다 사고를 당한 모양이에요. 잠시만요. 일단 좀 올릴게요.”
태구는 그렇게 말하며 내민 오른손에 힘을 줬다.
[가, 가, 가···]이윽고 그 손에 잡힌 무언가가 끌려 올라온다. 하반신이 없는 남자 망령이었다. 그렇다고 상반신이 온전한 것도 아니었다. 남자의 행색은 처참했다. 머리통은 다 깨져 있었고 팔과 손가락 관절은 기이하게 뒤틀려 있다.
“쯧, 엉망진창이네.”
태구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왜요?”
“몸통이 절단되어 있어서요. 그런 상태로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더라고요.”
이유는 빤했다.
[가, 가야 해, 가야 해···]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에게로 돌아가고자 했다. 이렇듯 엉망진창인 상태로 절벽을 기어오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더불어 의사소통도 어려운 상태였다. 죽은 남자는 오로지 아이들에게 가야 한다는 그 생각밖에 없었다.
“몸통이 절단되어 있다구요? 으, 으···여기서 추락하면서 허리가 부러진 건가요?”
“그런 것도 있고 죽고 나서도 같은 상처를 반복해서 만들어 냈네요.”
“에?”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린 남자의 시신은 날아다니는 짐승에게 좋은 표적이 되었을 터다. 허리를 옥죄는 로프도 이런 모양새를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을 터였고. 그 결과 남자는 상반신만 남은 모양새를 하게 되었다.
그런 상태로 절벽을 기고 또 기었다. 그러나 그 상태로 절벽을 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다 손에 쥔 산삼을 놓은 것도 아니었다. 추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추락하고 또 기어오르고 추락하고 또 기어오르고
태구를 만나기 전까지 그러한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한 것이리라.
“아···”
태구의 설명으로 남자의 사연을 알게 된 김영채 작가는 입을 막았다.
“에휴, 참. 안타깝네.”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카메라 감독도 이때만큼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침음을 삼켰다.
“잠시만요.”
태구는 그런 일행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바닥을 봤다. 오랜 시간 기어오르는 행위만 하다 바닥에 놓인 남자.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가, 가야 해. 가야 해.]“그래요. 애들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모습으로 가서 되겠어요? 준이랑 혁이 생각도 해야죠.”
태구는 남자를 보며 그리 말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태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어서 바닥에서 버둥거리는 남자의 몸에 손을 올린 채 기도문을 읊었다. 하얀 광채가 번쩍였다. 그러자 찢어진 상반신 아래로 하반신이 생성되었다.
[준이랑 혁이!]그와 동시에 연신 가야지, 가야해만 되뇌던 남자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신성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태구의 입에서 흘러나온 아이들의 이름이 그의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그래요. 당신 아들 준이랑 혁이요.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늦지 않게 가 봐요.”
태구는 그리 말하며 그분의 곁으로 남자를 보내버렸다.
[아아—]설명은 없었다. 따라가지도 않았다. 그 짧은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빨리 아이들과 만나게 해주고 싶은 태구였다.
“됐어요. 좋은 모습으로 갔어요.”
그는 텅 빈 바닥을 보며 말했다.
“···벌써요? 그 애들 만날 수 있을까요? 애들 먼저 보내서 못 만나는 거 아니에요?”
김영채 작가는 걱정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태구의 신전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다시 말해 쓸데없는 걱정이란 말이다.
“아빠 없이 갈 애들이 아니에요.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 위에 올라가서도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아. 그럼 다행이긴 한데··· 정말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럴 거예요.”
***
같은 시각, 신전의 입구.
아이들은 놀란 얼굴을 한 채 눈짓을 주고받았다.
“안 들려, 하나도 안 들려. 너도 그래?”
“응. 번쩍이는 것도 없어. 여기 좋다. 여기 어디야?”
눈을 찡그리게 만드는 불빛, 쾅쾅 고막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평온함이었다.
게다가 아이들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으나 내뱉는 말도 퍽 자연스러웠다.
말을 더듬지 않았고 반향어를 쓰지도 않았다.
생각한바 그대로를 내뱉는 아이들. 이는 치유의 힘이 가득한 신전 덕분이다.
그렇게 혼자만의 세상에서 갇혀 지내던 아이들이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몰라. 아빠한테 데려다 달라고 한 건데 이상한 데로 와 버렸어. 어떡해.”
“큰일 났다. 아빠 화날 텐데. 또 약속 어겼어.”
“안 되는데, 이번에도 약속 어기면 정말 안 되는데.”
그런 변화에도 아이들은 기뻐하지 않았다.
아빠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평온함 따위야 누리지 않아도 된다.
설사 지옥에 있더라도 아빠만 곁에 있으면 그곳이 곧 천국일 테니까.
그렇게 아이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때였다.
“오늘은 꼬맹이 둘을 보내셨네. 얘들아, 안녕?”
누군가 아이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이자 이곳에 머물며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망령, 예은이었다.
“······”
“어어?”
그런데 아이들이 돌연 주춤 뒷걸음질하는 게 아니겠나. 습관처럼 귀를 막기도 한다.
그 모습에 예은이 걸음을 멈추고 다시 말을 걸었다.
“아이고, 놀랐나 보다. 누나가 너무 급하게 다가갔지? 미안해. 놀라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어.”
그 진심 어린 목소리에 아이가 귀에서 손을 떼며 예은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저들끼리 그렇게 소곤거렸다. 미안한 건 자신들이라면서.
“···저 누나가 우리보고 미안하대.”
“아닌데. 우리가 미안해야 하는데.”
“응?”
영문 모를 이야기에 예은이 그 이유를 물었다. 아이들은 머뭇대면서도 곧잘 대답해 주었다.
“우리가 괴물처럼 굴어서 사람들 놀라게 하니까.”
“맞아. 우리보고 괴물이라고 했어. 집에 가둬놔야 한다고. 엄마 아빠 어딨냐고 막 그랬어. 우리가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막 소리 질렀어.”
고작해야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가 괴물로 보일 수 있나? 대체 누가 애들에게 그런 못된 말을 했을까. 예은이 미간을 찌푸렸다.
“괴물이라니, 너희 괴물 아니야. 누가 그런 말을 해.”
“아저씨가 그랬어. 화가 잔뜩 나서 막 소리 질러서 우리가 도망쳤어.”
“아빠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약속도 어겨버렸어.”
아이들은 지난날을 떠올렸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오래전, 소나무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아빠를 기다리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또래 여자아이였다.
“와아. 너희 얼굴이 똑같네? 진짜 신기하다!”
산에서 만난 또래가 반가웠던 걸까. 여자아이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소년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그 얼굴을 향해 대뜸 손을 뻗었다.
돌발 행동에 놀란 소년들은 순간 “어어, 으어어, 하지 마.”라며 소리를 질렀다. 버릇처럼 두 손을 들어 올려 자기 귀를 두드리기도 했다.
여자아이는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어서 크게 울음을 터트리는데 이를 들었는지 그녀의 아빠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으아아아앙!”
“왜, 왜! 혜린아 무슨 일이야.”
“아빠아. 쟤네가 나보고 소리쳤어. 나는 그냥 신기해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런 건데. 나보고 가라고 했어. 내 말 듣기 싫다고 막 귀 막았어. 나 아프게 막 밀었어. 으아아앙.”
“아아아, 시끄러워.”
“가, 가가가!”
성인 남자는 단박에 소년들의 상태를 알아봤다.
“이놈의 자식들이··· 응? 이것들 상태가 왜 이래. 야야, 조용히 못 해?”
그런데도 그는 제 자식만을 감싸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으아아앙.”
“괜찮아, 혜린아. 뚝 해야지. 혜린이 잘못한 거 없어. 저런 애들이랑 친하게 지낼 필요도 없어. 쓰읍. 너희 엄마 아빠 어딨어? 엉? 이런 애들을 산에 데리고 오면 어쩌자는 거야.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하고 빨리 말 못해?”
위협스러운 남자의 태도에 아이들은 겁에 질려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비극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산속은 위험천만한 장소였으니까.
더불어 아빠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쌍둥이 소년은 그날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약속을 어겼기에 아빠가 오지 않은 것이라고.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런 아이들의 말을 들은 예은은 입술을 짓씹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쁜 아저씨네. 누가 누구 보러 괴물이라는 거야. 그런 말은 다 잊어버려. 어른이라고 옳은 말만 하는 건 아니니까.”
아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어른이라면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어린 예은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정말?”
“그럼, 정말이지.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그럴 필요도 없고. 그 아저씨는 어른도 아니야! 그 아저씨가 한 말은 다 잊어 버려.”
마음 같아선 더한 말도 하고 싶다. 그렇지만 예은은 참았다. 아이들이 듣고 있으니까.
그런 예은의 친절한 마음을 알아차린 아이들이었다. 본래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아이들은 예은에게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 한 아이가 용기내 예은과 눈을 마주한다.
누군가에겐 쉬운 일일지 모르겠으나 아이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다. 그에 화답하듯 예은이 눈을 마주한 채 눈꼬리를 휘게 접으며 손을 뻗었다.
“그보다 배고프지 않아? 옷도 좀 갈아입어야겠다. 위로 가자.”
아이는 망설였다.
“응? 그렇지만 아빠한테 가야 하는데···”
“아빠? 흐음. 아빠는 태구 아저씨 오면 그때 물어보자. 분명 찾아봐 주실 거야.”
“태구 아저씨가 누구야? 우리 여기로 보낸 아저씨 이름이 태구야?”
“응. 우리 같은 아이들 돌봐주시는 분이야. 신이 이 세상에 직접 내려올 수 없어서 그 대신 보내준 사람이 바로 태구 아저씨야.”
그 말에 소년 둘이 짜기라도 한 듯 소리친다.
“어!”
“우리 아빠다! 우리 아빠도 그렇게 말했는데—!”
생전, 아이들의 아빠도 똑같이 말했었다. 신을 대신해 내려온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당신이 자신들을 끝까지 보살펴 줄 거라고.
노리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덕분에 아이들의 경계심이 풀렸다.
“정말 태구 아저씨가 우리 아빠 찾아올까?”
“응. 당연하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아저씨는 믿어도 돼.”
그로 인해 예은은 수월하게 아이들을 달랠 수 있었다. 이윽고 예은이 아이들을 데리고 신전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히고 수인이 만들어 준 음식을 먹였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해 줄 태구를 기다리는데, 또 다른 누군가가 신전에 들어왔다. 수인과 예은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준아, 혁아—!”
곧이어 그의 목소리도 들린다. 준이, 혁이. 아이들이 말한 이름이었다. 이를 방증하듯 아이들이 귀를 쫑긋한다.
“아빠?”
“진짜 아빠야?”
“그런 것 같은데? 태구 아저씨가 찾아 데리고 오셨나 보다. 뭐 하고 있어. 빨리 가자, 기다리고 계시겠다.”
예원은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을 데리고 신전의 입구로 향했다. 아이들의 아빠는 신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헐레벌떡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그 순간 아빠는 아이들의 변화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산삼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빠! 왜 이제 왔어.”
아이는 아빠의 품에 안겨 그간 부리지 못한 투정을 부렸다.
“미안, 미안. 아빠가 너무 늦었지? 우리 준아랑 혁이 먹일 거 가져온다고 그러느라고 늦었어.”
“우리는 그런 거 필요 없는데!”
“그러게 말이야. 아빠도 우리 준이랑 혁이만 있으면 되는데···”
“이제 어디 가지 마. 기다리라고 하지 마. 기다리는 건 너무 힘들단 말이야.”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 품에 파고든 아이 둘을 힘껏 껴안아 주었다.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산삼을 놓고서 말이다.
“아빠 이제 어디 안 갈 거야. 우리 준이랑 혁이 옆에 있을 거야.”
“웅! 아빠도 배고프지? 여기 이모가 우리 밥 줬어. 엄청 맛있어. 아빠도 같이 먹자.”
“나는 아빠 주려고 여기에 이렇게 빼놨는데!”
아빠의 품에 안긴 막내가 그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고는 새 옷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보였다.
“어? 훔치는 건 나쁜 거랬는데!”
“훔치는 거 아냐. 내꺼야! 안 먹고 챙겨 둔 건데!”
“아빠 주려고 우리 막내가 참고 챙겨둔 거구나, 우리 애기, 고마워.”
“히히.”
행복한 웃음소리가 신전 안으로 울려 퍼졌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예은은 부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참으로 큰 행복이니까.
하지만 괜찮다. 언젠가 그녀의 아빠도 이곳으로 올 테니까. 예은은 그때를 기약하기로 했다. 그때가 되면 자신도 저 아이들처럼 아빠의 품에 안겨 그간 못 부린 투정을 부려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