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05)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06화(105/157)
산과 망령들 (8)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 전.
“아으, 진짜 그 인간들 당장 집어처넣어야 하는데!”
“절차가 있다잖아요. 부검 먼저 하고 신원 확인되면 그때 조사 들어간다고 하니까 계속 지켜보자고요”
“알죠. 아는데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제작진과 제보자가 분통을 터트렸다. 이유는 그러했다.
당장 그 남편과 내연녀를 검거해야 한다는 그들의 말에 경찰이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반응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땅속에 쓸쓸하게 묻힌 여자의 시신을 직접 파내면서, 그 처참한 모양새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아, 그쪽은 그쪽 절차대로 하고 우리는 우리 절차대로 해야죠. 그 인간들 찾아가서 인터뷰 따고 그 뻔뻔한 낯짝 카메라로 담아 내야죠. 그래봤자 모자이크될 테지만···”
“그런 인간도 초상권이 있다고. 나참.”
“아무튼 태구 님. 그분께 여쭤봐 줄 수 없나요? 그전에 살았던 집 주소 말이에요.”
“저도요! 저도 같이 가게 해주세요. 네?”
제보다는 특히 더 그러했다. 그는 자기 일처럼 분노하고 있었다. 심지어 예정에도 없는 촬영에 따라나서고 싶다며 애원 아닌 애원까지 했다.
“안 그래도 이미 물어봤어요.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을 직접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그래서 당장 출발하려고 하는데 진짜 촬영할 거예요? 괜찮겠어요?”
태구는 짧은 고민 끝에 자신의 행선지를 밝혔다. 논란이 될 게 분명했지만 숨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야 당연하죠. 법적 문제는 방송사에서 알아서 할 거예요.”
김 작가는 고민 없이 촬영을 택했다. 그렇게 태구 일행은 망령의 남편이 살고 있는 집 앞에 서게 되었다. 물론 망령도 함께였다.
평철로 만든 대문 앞에 선 태구 일행.
남자는 단층 주택에 살고 있었다. 검은 대문 너머로 마당이 보였다. 작은 마당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때문에 집의 외관이 보이지 않았다.
“그사이 이사라도 간 모양이네요. 하기야, 어떻게 그 집에서 살겠어. 인간이라면 못 그러지. 우리 애한테 미안해서 못 그러지. 흐히히히히.”
대문 앞에 선 망령은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남자는 여자와 함께 살던 집에서 살고 있지 않았다.
이사를 한 것이다. 망령에게 물어 남자의 집을 찾았다고 했지만, 실상은 명부록을 통해 남자의 위치를 확인한 태구였다.
물론 위치만 확인한 건 아니었다. 명부록에 기재된 남자의 마지막도 봤다.
그걸 본 태구는 당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제 발로 지옥에 들어갔구나.’라고···
한편, 김 작가는 대문 옆에 설치된 녹슨 우편함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 안으로 빛바랜 고지서가 무수히 꽂혀 있었다. 어찌나 많이 쌓였는지 우편함이 터질 것만 같다.
“남편 분 성함이 고홍길이라고 하셨죠? 이 집 맞네요. 다 고홍길 씨 앞으로 온 우편이에요. 그런데 엄청 많이 쌓여 있는데요? 이거는 작년분인데, 또 이거는···”
김 작가가 말끝을 흐리며 태구를 바라봤다. 정말 여기에 사는 게 맞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남편분은 무슨. 그냥 살인자 고홍길이라고 불러요.”
애먼 답이 돌아왔다. 제보자였다. 그는 혀를 차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때.
태구가 닫힌 철제 대문에 손을 뻗었다.
끼익, 끼익, 끼이익—
외부인의 출입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녹슨 쇳소리를 내는 대문.
문은 잠겨있었다. 그러나 태구는 개의치 않았다. 그가 철제 대문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어어? 잠시만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들어가는 건 분명 문제가 될 텐데요. 베, 벨 같은 거 없나? 아니면 소리쳐서 불러내죠.”
그러한 행동에 당황한 건 제작진 쪽이었다. 초상권이야 모자이크로 가리면 된다지만 이렇듯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도 분명 말이 나올 터였다.
살인자 운운하던 제보자도 태구의 과격한 행동에 휘둥그레 눈을 떴다. 그런데도 태구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굴었다. 이윽고 “끼이이익—깍”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기다려서 열릴 문이 아닙니다.”
태구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열린 대문 안으로 발을 드밀었다.
“에?”
“그, 그래도 이건 아닌데.”
일행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태구의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뭐 어쩌겠는가.
그리하여 들어 온 마당.
밖에서 보던 대로 잡동사니가 그득하다.
“어으, 냄새.”
순간 제보자가 코를 찡그렸다.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물건에서 썩은 악취가 풍겼기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검은색 형체가 빠르게 지나간다. 바퀴벌레였다.
“꺄악—!”
바퀴벌레 뿐일까. 쥐도 보인다.
“우편 쌓인 것도 그렇고 집안 상태도 이렇고··· 여기에 정말 사람이 살고 있는 거 맞아요?”
김 작가의 말마따나 사람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태구는 잠시 고민했다. 남자의 상태를 말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싶은 것이리라. 짧은 고민 끝에 태구는 후자를 택했다.
상황을 보고 설명해 줘도 늦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였다.
폐자재에 가려졌던 집의 외관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일행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푸른색 슬레이트 지붕 아래로 투명한 유리문이 보인다.
본래는 내부가 훤히 보였어야 할 유리문이었다.
그런 유리문 위로 무언가 덕지덕지 붙어져 있었다. 커튼은 아니었다.
“흐음.”
침음을 흘린 카메라 감독이 유리문에 포커스를 고정했다.
유리문에는 검은색 종이와, 신문지 그리고 부적 따위가 마구잡이로 붙여져 있었다.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건지, 참··· 아침에 와도 이런데 밤에 오면. 어으···”
몸서리가 쳐질 만큼 음산한 집이었다. 안락하고 포근해야 할 집의 모습이 아녔다.
그런 집안으로 돌연 망령이 돌진한다. 곧이어 그녀의 영혼이 까만 유리창을 통과했다.
[%^!$!#!^%$^!]그녀가 찾아 헤매던 그것들의 목소리를 들은 게 분명했다. 물론 태구도 듣고 있었다. 그가 걸음에 속도를 올렸다.
“같이 가요.”
그런 다음 망령이 들어간 유리문을 열었다. 대문과 달리 집안으로 통하는 문은 열려 있었다. 끼익—
굳이 깰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어둠에 잠긴 집안에 빛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
내부 역시 밖에서 보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죄다 부적이네.”
“이래서 죄짓고는 못 산다고 아주머니 때문에 이렇게 해둔 걸까요? 귀신이 되어 저를 찾아올까 봐?”
“뻔하지.”
“이렇게 살 거면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참···”
누런 벽지 위로 부적이 도배되어 있다. 비단 벽뿐만은 아니었다. 유리창, 거울과 같이 얼굴이 비치는 물건은 죄다 가려놨다. 더불어 문발 형태로 부적을 엮어 집안 곳곳에 걸어두기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부적에서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적이라 부를 수도 없는 종이 쪼가리에요.”
분명 귀신을 쫓을 용도로 쓴 것이 분명한데 효험이 하나도 없다. 괜히 이런 짓을 해놔 떠돌아다니는 망령들만 신나 달려왔을 터다.
햇빛 한 점 들지 않은 집안, 정체 모를 피로 적은 부적, 부정적인 기운.
망령들이 딱 좋아할 만한 장소가 아닌가. 이를 방증하듯 집안 곳곳에 귀기가 그득하다.
“그보다 사람이 없나 봐요.”
“그러게요. 있었으면 나와 볼 법도 한데···”
“아니, 애초에 여기서 살 수가 없다니까요.”
태구의 축성을 받은 일행들은 집안에 감도는 귀기를 느낄 수 없었다. 덕분에 이렇듯 떠들 여유도 있었다.
[꺄하하하, 꺄하하하히히히히갸하하. 아이고, 인간아, 인간아···]이어지는 웃음소리와 서글픈 곡소리도 그들의 귀엔 들리지 않는다. 이는 먼저 들어간 망령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순간.
팔랑, 팔랑, 파라랄랑—
벽에 붙어 있던 부적이 나부꼈다.
이러한 현상을 본 일행들은 흠칫 몸을 떨며 소리쳤다.
“까, 깜짝이야!”
“이거 갑자기 왜 이래요?”
태구는 조용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아주머니가 귀기를 발산해서 그래요. 저쪽 방 안에 있는 남편과 내연녀를 마주했거든요.”
“저 방이요? 진짜 여기에 사람이 산다고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이럴 게 아니라 우리도 당장 들어가요.”
태구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먼저 확인하고요. 부를 때까지 잠시만 여기 있어요.”
그러면서 거실 너머 닫힌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뭐가 그리 우스운지 깔깔거리며 웃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꺼억꺼억 울음을 토해내는 망령.
무얼 보고 그러는지 대충 알 것도 같다. 태구는 혀를 차며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 썩은 악취로 무뎌진 후각이 되살아났다.
“어억? 이거 피 냄새 같은데요?”
“설마..”
코끝으로 진한 피비린내가 스친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일행들도 그 냄새를 맡은 모양이다.
그럴 만도 했다. 방안은 온통 피범벅이었으니까.
망령의 남편 몸에서 빠져나온 피였다.
봐서 알겠지만 남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잿빛 얼굴을 한 채 방 한가운데 엎어져 있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인지 부패는 되지 않았다.
더불어 그 아래로 시퍼런 칼날과 피에 절은 종이 다발이 널려 있다.
일행들이 봤다면 기함할 광경이다.
망령은 그런 제 남편의 시신을 보며 웃고 울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맹세했잖아. 죽어서도 같이 묻히자고. 이런 거머리 같은 년, 끼히히히, 우린 한배를 탄 거야. 오빠, 오빠. 놔아아아아악—]정확히는 남편의 시신을 밟고 서 있는 망령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망령의 행색이 괴이했다.
마치 샴쌍둥이처럼 한 목에 두 개의 머리가 붙어 있다. 뿐만 아니라, 팔도 다리도 모두 한 쌍씩 더 붙어 있다.
덩어리처럼 엉겨 붙은 그것은 남편과 내연녀였다. 그들은 서로의 팔과 다리를 베어 물며 증오 섞인 말을 내뱉고 있었다.
[히히하하하하. 같이 있자. 놔, 놔. 그년한테 갈라고? 그년은 우리가 죽였잖아. 그리고 너도 내가 죽였지. 그래! 네가 죽였어. 네가!]방안에 들어선 태구와 부인의 기척을 느꼈을 텐데도 그들은 서로의 영혼을 먹고 욕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사랑을 속삭이던 과거가 무색해 보였다.
‘저게 바로 지옥이지.’
그들은 지옥에 있었다. 여기가 곧 그들의 지옥이었다. 그러나 지옥 아래 더 깊은 지옥도 있는 법이다. 이젠 그곳으로 갈 차례였다.
저벅, 저벅.
태구는 고개를 비틀며 허리춤에 꽂아둔 도끼를 뽑아 들었다. 서늘한 도끼날이 엉겨 붙은 망령의 몸뚱이를 향했다.
서걱.
[죽어, 같이, 같이 가. 놔아아아.]그렇게 그것들은 또 다른 죽음을 맞이했다. 검붉은 귀기가 밧줄처럼 꼬인 모양새를 하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여자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 하하하하···”
그 순간 그것들의 마지막 장면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