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07)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08화(107/157)
신이 되고픈 남자 (1)
심령솔루션 ‘조난객 편’이 방송되기 하루 전.
강원도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 2구의 신원이 파악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장기 실종자 약초꾼 A씨와 가출 신고가 접수된 중년 여성이었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 드러난 정보였다.
그로 인해 본방을 기다리고 있는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다음 날.
“안녕하십니까. 심령솔루션 MC 강희목입니다. 이번 편은 특히나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는데요. 저 역시 여러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오늘만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본 방송이 막을 올렸다.
“저희 심령솔루션 팀은 ‘착한 망령’ 편을 기획하여 사연을 접수 받았고 그 과정에서 중복된 사연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던 조난객들의 목숨을 구해 준 망령이 있다는 소식에 저희 제작진은 출연진 태구 님과 함께 강원도 어느 야산으로 떠났습니다. 자, 그때 촬영한 방송분을 지금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하게도 방송은 대박을 쳤다. 이는 실시간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입증되었다.
실시간 시청률 47%
회차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더불어 시청자의 반응을 엿볼 수 있는 ‘실시간 톡’ 방은 미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미친. 시신 발견을 다 태구가 한 거였구나.] [심지어 친절하게 길도 안내해 줬네.] [ㅠㅠㅠ아버지랑 애들이랑 만났다니 다행이다.]초반부, 실족사한 약초꾼의 사연이 나왔을 땐 ‘ㅠㅠ’란 반응으로 도배가 되었고.
[ㅁㅊ. 이게 심 봤다의 그 심?] [약초꾼 영가가 선물로 준 건가봐ㅠ.] [응. 아니야.] [이래서 T랑은 말도 섞음 안돼] [저거 다 자폐 협회에 기부했다고 함;]산삼밭 발견 장면이 나왔을 땐, 실시간 검색어 급상승 순위로 ‘산삼 가격’이 찍히기도 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조난자에게 도움을 준 망령의 사연이 나올 때였다.
[와, 씨! 진짜 핸드폰 벨 소리 들린다.] [이거 주작 아니지?] [아직도 주작 타령하는 주작무새가 있네.] [애들아 속보 뜸 ㅡㅡ. 핸드폰 복원 성공했대.]방송 중, 뉴스 속보가 떴다.유골과 함께 묻힌 핸드폰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였다.
복원한 핸드폰 안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이 담겨 있었다.
[진짜 태구가 설명한ㄷㅐ로야.] [남편이랑 내연녀 목소리 녹음되어 있다고 함] [그래서 죽을 때까지 핸드폰 안 놨나 봐.] [억울함 풀어달라고ㅠㅠㅠㅠㅠㅠ]이를 통해 다시 한번 태구의 신력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바람 피는 인간들 다 쓸어버려야 한다ㅠ] [애들아. 근데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너 이새끼 잡았다. 너 불륜하고 있지?] [불륜 카페 좌표 찍음. 이것들 지금 벌벌 떠는 중ㅋ]더불어 새삼 불륜 카페가 주목받았다. 방송을 보고 분노한 시청자들이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는 카페를 찾아내 폐쇄를 끌어낸 것이다.
망령의 사연에 마음이 아파 나선 행동이었다.
당장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는 망령의 사연 따위 일절 관심도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태구” 한 사람이었다.
***
“저놈이 딱인데. 딱 맛있을 것 같은데···”
그는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렇게 말했다.
티비 속에는 죽은 남자의 유서를 건네주고 있는 태구가 담겨 있었다.
남자는 태구를 보며 거듭 군침을 삼켰다. 마치 맛있는 음식이라도 되는 양 말이다. 심지어 티비를 보며 질질 침을 흘리기도 한다.
그가 있는 방안으로 역겨운 냄새가 퍼져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오늘도 심령솔루션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MC의 마무리 멘트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화면 위로 떠올랐다.
한 시간 남짓한 방송이 끝난 것이다.
“에잉, 쯧.”
남자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런 다음 오색 찬란한 소매를 들어 입가를 벅벅 닦아냈다.
그러자 오색 빛 옷감 위로 침과 함께 붉은색 자국이 묻어났다. 립스틱 자국이었다.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주변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보이는 거라곤 온통 쓰레기뿐이었다.
휘이이이잉——
“보자, 보자. 어디 보자.”
남자는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썩은 닭의 뼈, 어느 가족의 사진, 피 묻은 옷가지가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여기 있네.”
남자가 키득거리며 쓰레기 더미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올렸다.
노트북이었다.
휘이이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휘파람을 불어대는 남자.
이어서 노트북 전원을 킨 그가 ‘알바 시장’ 사이트에 접속한다.
티비가 꺼진 적막한 방안,
남자가 부르는 휘파람 소리와 노트북 자판 소리가 울려 퍼진다.
타닥, 타다닥, 다다닥.
남자는 마치 피아노라도 연주하듯 과장된 손짓으로 키보드를 두들겨 댔다.
[당일지급/고액알바/식사제공/야간지원]–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는 업무
– 짐 옮기는 일입니다.
– 무거운 짐 아닙니다.
– 성별 무관.
– 신체 건강한 사람만 지원하세요.
– 생년월일 제대로 적으세요.
잠시 후.
남자는 자신이 써 내려간 내용물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키득키득 웃어 보였다.
그런 남자의 모습이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다.
남자의 얼굴은 밀가루를 덮어쓴 것처럼 새하얗다. 파우더를 바른 것이다. 거기다 피처럼 붉은 립스틱을 볼과 입술에 발랐다.
형편없다 못해 소름 끼치는 화장술이었다. 그런 얼굴로 키득거리던 남자가 일순 눈동자를 돌렸다.
[띵똥.]바닥에 놓인 핸드폰에 불이 들어왔다.
“어디 보자.”
그가 올린 고액 알바에 관심 있어 하는 지원자의 문자였다. 이를 본 남자의 눈빛이 게걸스럽게 빛났다.
***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태구지만 그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그와 함께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복차와 아경은 여느 때처럼 접수된 사연을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
“흐으. 봐도 봐도 줄지 않네.”
아경이 피곤한 얼굴로 기지개를 켰다. 이를 본 복차가 말했다.
“사연은 나 혼자 봐도 충분하다니까. 가서 좀 쉬어.”
“에이, 그래도 돈 받고 일하는 건데 그러면 안 되죠. 그리고 복차 오빠에 비하면 전 보는 것도 아닌걸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빨리 볼 수 있는지 진짜 신기해요.”
“그거야 나는···”
“나는?”
하마터면 저승사자라고 말할 뻔했다.
“크흠.”
저도 모르게 실수할 뻔한 복차가 헛기침하던 그때였다.
쾅쾅, 쾅쾅쾅—!
“으응?”
아경이 “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꺾었다. 쿵쿵거리는 굉음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구와 그 동료들이 살고 있는 집은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고급 아파트가 아닌가. 방문객이 있다면 인터폰을 통해 연락이 왔을 터였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파트 소속 직원이 저렇듯 문을 두들겨 댈 리도 없을 테고···
그래서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경이 복차를 바라보며 물었다.
“방금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복차도 들은 모양이다. 그는 이미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난 상태였다.
“누가 온 모양이야. 내가 나가볼게. 아경 선배는 그냥 여기 있어.”
“아뇨! 제가 관리실에 연락 넣어볼게요. 오빠도 나가지 마요. 이상하잖아요.”
아경이 방을 나서려는 복차를 만류했다. 불현듯 스토커 망령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하여 나가지 말라고 한 것인데, 그 말을 들을 복차가 아니었다.
“괜찮아. 여기 있어. 알아보고 금방 올게.”
복차도 아경의 말을 안 듣는데 아경이라고 그 말을 들을까.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쿵, 쿵쿵쿠웅—!
거실로 나오니 문을 두드리는 요란스러운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그놈 참 시끄럽네.”
그 소리에 복차는 미간을 찌푸리며 성큼성큼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경도 이에 질세라 빠르게 인터폰 앞으로 뛰어갔다.
“어?”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현관문 너머 서 있는 이가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귀신?’
그 순간 아경의 머릿속이 번뜩했다. 설마하니 귀신인 건가 싶은 것이다.
“복차 오빠—!”
아니나 다를까.
“아이구, 이놈 이거 왜 이래.”
문을 연 복차가 허공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경이 주춤주춤 그 뒤로 걸어가 물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이놈이라뇨? 혹시 망령이 찾아온 거예요?”
“이것도 망령이라면 망령이지. 근데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찾아온 건가. 어어?”
순간 현관문 너머에 시선을 두고 있던 복차의 고개가 집안 방향으로 꺾여진다. 아무래도 집 안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왜요, 왜! 들어왔어요? 어디에 있는데요? 아니, 들어와도 괜찮은 거예요? 악귀 그런 건 아니죠?”
“악귀 아냐. 그냥 상처 입은 흰 개야.”
“멍멍 짖는 그 개요?”
끄덕끄덕.
“어머! 어디에 있는데요?”
“여기 아래. 혹시 해피 친구인가···”
복차가 손을 뻗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망령의 상태를 자세히 보기 위함이었다.
[끼잉, 끼잉]복차의 눈에 흰색 개가 보였다. 개는 혀를 쭉 내뺀 상태로 누워 있었다. 거진 쓰러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만큼 녀석의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복차가 조심스레 녀석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쯔쯔. 어디 좀 보자. 아이고야, 지독한 놈한테 제대로 물렸냬.”
“왜요?”
“얼굴 반쪽이 다 으스러져 있어. 보아하니 악령과 마주한 모양이야.”
“어떡해 ! 그래서 온 거래요? 해피가 이쪽으로 오면 된다고 알려준 건가?”
“글쎄···”
그 깊은 사연까지는 모르겠다. 망령을 수거하는 차사라지만 그는 동물 령이 아닌 인간 령 수거하는 부서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르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조금만 누워 있어. 곧 오실 때가 됐으니까. 선생님께서 봐주실 거야. 어어? 누워 있으래도?”
복차는 그리 말하며 헐떡이는 녀석의 몸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런데 그 순간.
[껑, 꺼엉···]한차례 숨을 고른 흰색 개가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제 몸을 만지는 복차의 소매를 물고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왜, 같이 나가자고? 왜? 기다리면 곧 오신다니까.”
흰색 개는 저를 알아본 복차를 어딘가로 데려가고 싶어 했다. 어림도 없었다. 복차는 꼼짝하지 않았다.
[으르르릉···]“어허? 못된 입!”
그에 개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때. 아침 운동을 나갔던 태구가 집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복차는 냉큼 상황을 설명했다.
“아니, 이놈이 문에 저 몸을 처박고 있어서 열어줬더니···”
태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흰색 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렇듯 집으로 들어온 망령은 처음이었기에 그 사연이 짐짓 궁금했다.
잠시 후.
“고 매니저. 오늘 심령솔루션 촬영 후기편으로 방송할 거라고 했지?”
“그랬죠?”
“그거 취소한다는 공지 좀 올려줘. 방송 시간도 좀 앞당겨야 할 것 같아.”
“앞당기면 얼마나요? 또 뭐라고 올려야 할지···”
태구가 낑낑거리는 개를 보며 말했다.
“제 발로 찾아온 망령, 그게 오늘의 방송 주제야. 그리고 방송은 한 두 시간 정도 앞당기자.”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이요?”
“응. 그쯤이면 도착할 것도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