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09)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10화(109/157)
신이 되고픈 남자 (3)
사라라라라락
“으, 으어어어억!”
열린 문틈 사이로 기어 나온 것은 바퀴벌레와 쥐였다.
수십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바퀴벌레와 쥐 떼가 남자의 앞길을 막아서는 건 순식간이었다.
사라라라락. 사라라라락.
“으, 이이익!”
헐레벌떡 계단을 오르던 남자는 혐오 섞인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털어댔다.
온몸이 근지럽고 따끔거렸다. 어느새 그의 발등에 붙어 기어 올라오는 바퀴벌레 때문이었다.
그러자 남자는 발작하듯 발을 굴렀다.
“으, 꺼지라고, 꺼져!”
찌익, 퍽.
배 터진 바퀴벌레의 내장이 계단에 범벅되던 그때였다.
– 우웨에에에에엑.
– 저게 다 벌레야?
– 문돼한테 무슨 일 있나 본데?
– ㅇㅇ 비명 들리고 난리.
– 아까 그 기세 다 어디 갔냐
– 다 저쪽으로 갔나바.
– 벌레 생존 본능 지렸다.
– ㅇㅈ. 태구 앞에서 홍해 갈라지듯 갈라져버리네.
뭐에 홀린 듯이 남자를 향해 돌진하던 벌레 떼가 사방팔방 흩어져 다시금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어어?”
당장 태구가 뽑아낸 신성력 덕분이다. 물론 남자는 알지 못했다. 그저 이때다 싶었다. 그가 기어가듯 계단을 올랐다.
“우, 우우웨에엑.”
그와 동시에 치밀어 오르는 구역감을 참지 못하고 토사물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벌레는 사라졌을지언정 코를 찌르는 역겨운 악취는 여전했으니.
‘시취가 이렇듯 지독하다고 하던데···’
저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에 남자가 머리를 반복적으로 흔들었다. 그는 오로지 집만 생각했다.
‘집에 가야 해, 집에, 집···’
그러는 사이, 바닥을 짚은 손바닥 사이로 찬란한 빛이 스며들었다. 지하를 벗어났다는 증거였다.
한편, 반지하.
열린 현관문 앞에 서 있던 태구는 벼락같은 속도로 손을 뻗었다.
신성력을 드러냄과 동시에 열린 문이 빠르게 닫히려 했기 때문이다.
끼이이익—
– 헐 저건 아픈데
– 태구 손 잘린 거 아니냐?
– 으으으으으으으.
– 벌레 공격 안 먹히니까 열었다가 바로 닫기인 부분?
– 필사적으로 닫으려고 하네ㅡㅡ;
그로 인해 태구의 손은 문틈에 끼이게 되었다. 이를 본 일부 시청자들이 마치 제 손이 끼인 것처럼 앓는 소리를 해댔다.
[영웅부재중 님. 달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ㅋ태구 방송 처음 보는 애들 ㅈㄴ많네. 태구 몸 유사 강철인데 저 정도로 다치겠음? 절대 아님. 떨지 말고 걍 보셈.
– 긍까. 소리도 안 지르잖아,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었다. 고인물은 달랐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태구의 손은 멀쩡했다.
“일반 시민도 갔겠다 이제 들어가 볼까.”
놀란 기색도 없었다. 태구는 담담히 말하며 가볍게 문을 열어젖혔다.
이미 드러낸 신성력 숨겨 뭐하겠나.
그는 가감 없이 신성력을 발휘했다. 귀기로 범벅된 현관문은 그렇게 저항 없이 열려버렸다.
– 분명 손 끼었던 거 아님?
– 방송 하루 이틀 봄? 칼에 찔려도 괜찮은 몸임. 걍 편하게 보셈들.
– 맞아. 나처럼 이불 뒤집어쓰고 보라고.
– 애들아 지금 그거 생각할 때가 아님.
– 저 안 좀 보셈.
– 우욱 ㅠㅠㅠㅠ
– 저러니까 벌레가 튀어나왔지.
– ㅇㅇ 벌레도 손절한 집 답네.
활짝 열린 현관문 사이로 보인 집안.
그 안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유모차, 낡은 티비, 박제된 동물의 머리통, 액자, 헌옷더미, 바퀴 빠진 마트 카트까지···
각양각색의 물건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잘못 건드렸다간 우르르 무너질 정도다. 발 디딜 틈도 하나 없어 보인다.
현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얼핏 보이는 거실도 마찬가지로 쓰레기 더미로 가득하다.
그러던 그때.
[태종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안에 귀신 들린 사람 있는 거 아녔음? 그래서 문 열리고 닫혔잖아. 근데 이거 어디 갔냐. 쓰레기 더미 때문에 빨리 숨을 수도 없을 텐데.
시청자 하나가 의문을 제시했다. 그의 의문은 합당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화면 너머, 사람의 실루엣은 보이지 않았다.
– 오????????????
– 예리했다.
– 그러게. 문 닫힘과 동시에 바로 열었는데?
다른 이들이 동조를 표했다. 그에 복차가 눈치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방금 전, 집안에서 쏟아져 나온 벌레 있죠? 그것들 때문에 선생님께서 기운을 흘리셨거든요. 아마 그 기운을 눈치채고 꽁무니를 내뺀 것 같아요. 감히 자기가 상대할 수 없는 거라는 걸 깨달은 거죠.”
[태종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여기에서 꽁무니 뺄 때가 어디 있음. 한 발짝도 내딛기 어려워 보이는데.
상식적으론 그게 맞다. 쓰레기로 가득 찬 공간, 좁은 보폭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상대는 악령이다. 그것들은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기 저 장식장을 밟은 다음 천장에 붙어 저 방으로 기어들어 갔어. 저쪽 방으로 도망가면 무슨 수가 있는 줄 안 모양이야.”
태구는 그리 말하며 몇 발짝 앞에 놓인 마트 카트를 손에 쥐었다.
그런 다음 앞을 향해 쭈욱 밀며 여유롭게 걸음을 옮겼다.
잡동사니로 가득 찬 방안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졌다. 그의 앞을 막는 쓰레기는 마치 종이짝 구겨지듯 구겨지거나 저항 없이 옆으로 밀려났다.
[태종태세문단속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천장에 붙어 기어 갔다고? 그게 말이 돼? 거미도 아니고. 아! 아니면 거미령 같은 거에 씌인ㄱㅓ임?
[여고생일병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거미령이 씌였다고 치자. 그래도 인간의 몸이잖아. 근데 거미처럼 벽에 달라붙을 수 있음?
“거미령이 아니라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말이 안 되게 느껴지지? 근데 그것들은 말이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만들어. 그게 악령이야.”
태구는 자신이 만든 길을 걸어가며 계속해서 입을 열었고.
“악령에 들리면 대개 비슷한 현상을 보이지. 첫째, 이렇듯 집안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그것들은 더럽고 습한 장소를 좋아하거든. 근데 여긴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네.”
그 뒤를 따르는 복차는 다시금 어지러운 집안을 카메라에 담았다.
– 특별한 이유요?
– 방안 어지럽히는데 특별한 이유도 따로 있나요?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그 본체와 마주하면 자세히 알 수 있을 테니 그건 그때 정확히 알려줄게. 그리고 둘째, 악령에 들리면 행동은 물론이거니와 그 목소리도 달라져. 겉모습은 남자인데 여자 혹은 아이의 목소리를 내뱉는다던가 그도 아니면 몸의 주인이 모르는 언어를 입에 담기도 할 거야.”
[반지하이웃사촌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맞아요. 원래는 쥐 죽은 듯이 살던 인간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애 엄마를 데리고 오더라고요. 그런데 인제 보니 그 인간이 혼자 말한 거 같아요.
– 반지하 이웃사촌? 설마 아까 문돼냐?
– 그런 듯.
– 뭐라고 말하던데?
– 걍 애기 울음 소리 날 때도 있고 입 닥치라고 소리지르는 소리도 들리고 그러다가 또 딸랑이 소리? 그런 것도 들리고 아무튼 총체적 난국이었음.
그때였다.
끼이, 끼이이익—
뜬금없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장 태구가 서 있는 방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은 작은 목소리도 들린다.
“한창 재미있었는데 왜 찾아와서 지랄인 거야. 저 말 많은 새끼들. 내가 이래서 인간들을 싫어해. 조잘조잘, 귀 따갑게. 응애애앵애— 아아악! 또 울어, 또. 그 입 좀 닥쳐.”
횡설수설하는 여자 목소리. 게다가 반지하 이웃사촌이 말한 대로 애기 울음소리도 껴있다.
태구는 바로 미닫이 형식으로 된 문을 밀어젖혔다. 그 안에 목소리의 주인이 있었다.
– 저거 사람 맞아?
– 아닐거야. 저게 어떻게 사람인데.
– 어어어? 본다 본다!
이쪽 방은 그래도 걸어갈 여유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였을까.
목소리의 주인도 땅에 발을 딛고 있다.
마치 미라처럼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을 한 그는 바깥과 이어진 창문의 쇠창살을 잡아 뜯는 중이었다.
끼이기익, 끼이익—
이미 두 개 정도는 뜯어낸 모양이다.
그러다 느껴진 기운에 놀란 남자가 휙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태구와 눈을 마주한 남자. 그의 동공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위에서 옆으로, 옆에서 또 아래로, 그 옆으로···
‘8’자를 그리고 있다. 짐짓 기괴해 보이는 모양새였다.
태구는 그 눈과 그의 손에 들린 창살을 보며 마지막 빙의 현상을 입에 담았다.
“셋째, 악령에 빙의된 이들은 초인적인 괴력을 발휘하기도 해. 괴력이라고 함은 일반 사람들의 상식을 벗어나는 힘 정도겠고.”
– 사람 맞고 빙의 확실하단 소리네.
– ㅇㅈ 해골 저걸 어떻게 뜯어내냐.
– 걸어 다니는 게 신기해요.
– 자, 이제 그럼 도끼 타임 가나요?
– 그나저나 저 남자 어쩌다가 저 지경 된 것임 이번엔 또 뭐야.
[영웅부재중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고인물 촉으로 보건대 온갖 쓰레기 주워 모으다가 빙의된 거 같음. 저 집에 깔린 물건 좀 봐.”
그 순간, 눈알을 굴리며 도망갈 궁리를 하던 남자가 돌연 날카로운 고성을 내지르며 태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쓰레기 아니야. 이 버러지 같은 놈이 뭘 안다고 지껄여!”
이번에도 여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튼 그가 든 쇠창살 촉은 태구의 눈을 향하고 있었다.
무기는 저만 있나? 질세라 태구도 도끼를 뽑아 들었다. 그런 다음 휘릭 한 바퀴 돌려 역수로 그러쥔다.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하지 그럼 뭐라 할까.”
이어서 타닥, 두둥 하는 둔탁한 소리가 어지러운 방안을 울린다.
“끼야야야야야약—!”
전자는 타격음이었고 후자는 바닥으로 추락한 쇠창살에서 나는 소리였다.
결론적으로 남자는 태구의 몸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키아아아아악!”
그는 정면으로 마주한 태구의 성력에 발작하며 피거품을 물었다.
태구는 여유롭게 남자의 머리채를 움켜쥐며 기도문을 읊었다. 남자의 몸을 지배한 악령을 분리하기 위함이었다.
그럴 때마다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남자. 그런데 그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여자의 음성이다.
[영웅부재중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거미령이 아니라 여자 악귀한테 씌었나보네. 근데 쓰레기란 단어에 왜케 발작하지? 정곡을 찔렀나?
순간, 태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앞세운 본체 뒤에 하나가 더 숨어 있었네. 그래, 이 남자랑 무슨 원한을 맺었길래 그 몸에 들어가 생령을 빨아 먹고 있는 거냐?”
내뱉은 말마따나 남자의 몸엔 두 개의 악령이 실려 있었다.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으나 이렇듯 손을 대고 보니 더 확실해졌다.
하나는 본체였고, 또 하나는 그런 본체를 이 남자 몸에 실어놓은 또 다른 기운이 묻어 있다.
그로인해 본체와 남자의 기억이 혼재되어 보인다. 더불어 요사스러운 방울 소리가 태구의 신경을 거스리게 만들었다.
딸랑딸랑딸랑딸랑—
‘재밌는 수작을 부리네.’
태구가 피식 웃으며 성스러운 기운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
“그래. 둘이든 셋이든 뭐가 중요하겠냐. 어차피 다 나오게 되어 있는데. 그치?”
“끼아아아야아, 아아악아악.”
앙상하게 메마른 가지 같은 남자의 몸이 벌벌 떨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