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11)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12화(111/157)
신이 되고픈 남자 (5)
“그래서 그 몸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던 거군요. 쯔쯔쯔. 악독한 인간의 손을 빌리려다 저 자신까지 망친 망령이었네.”
악령의 사연을 들은 복차는 쯔쯔 혀를 차며 바닥에 누운 남자를 바라보았다. 안타까웠다. 살아있는 저 남자도, 악령 때문에 못 피운 작은 생명도···
– 뭘 주워 와? 애를 주워 와?
– 와, 씨 졸라 흉악한 년이었네ㅎㄷㄷ
– 아니지. 무당이 흉악한 거지.
– ㄴㄴㄴㄴ똑같은 것들임.
– 저 여자 때문에 도대체 몇 명이 죽은 거냐?
– 찾았다. 실제 있던 사건이었네. 이거 맞지?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들은 분노했다. 누군가는 7년 전 뉴스를 찾아오기도 했다. 악령이 생전 저지른 짓이 기록된 기사였다.
[악취와 벌레가 득실거리는 쓰레기 더미 집에 유기된 아이 데려와 방치시킨 20대女, 집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기사엔 생전 악령의 집안 사진과 그녀가 저지른 끔찍한 범행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무속전도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맞네. 이거네ㅡㅡ 와, 벽지 꺼먼 거 좀 봐라. 저 안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는 거잖아. 기사만 봐도 냄새가 느껴지네ㅎㄷㄷ 이웃들 개불쌍.
누군가는 이웃을 누군가는 희생된 아이를 입에 담았다.
[벙개의신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래서 애기 영혼은 어케 됨? 아까 윗집 문돼가 그랬잖아. 애기 울음소리도 들렸다고. 지금까지 그 여자 악령한테 붙들려 있는 거야? 복차. 알랴줘.
“그렇지 않아도 태구 선생님 말씀 듣고 다시 한번 훑어봤는데 없어요. 애기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고요. 들었다는 그 울음 소리는 악령이 스스로 내뱉은 것 같아요.”
– 더 끔찍스럽네;
– 자세히 봐. 쓰레기 더미에 묻혀 있는 거 아냐?
– 저거 다 드러내야 보일 듯.
– 영혼이랑 사람이랑 같냐? 만약에 여기 있으면 알아서 빠져나왔겠지.
– 그냥 좋은 곳으로 갔다고 해줘
누군가의 말마따나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랐다. 복차가 진심을 담아 물었다.
“좋은 곳으로 갔겠죠?”
그 물음에 태구는 어두운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
“나 역시 그 죄 없는 영혼이 더는 고통 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그 무당에게 먹힌 것 같아.”
악령의 집에 찾아온 무당. 그녀가 방울을 흔들 때 딸려 간 것은 악령뿐만이 아니었다. 티 없이 맑은 백색 영혼도 그 뒤를 따랐다.
“이런. 그럼 이럴 게 아니라 그 무당부터 찾아야겠네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찾아내 풀어줘야지.”
“생전 악령이 찾아갔다는 그 법당. 거기로 가실거죠? 어딘지 보셨어요?”
“보기야 봤지. 우리 집이랑 그리 멀지도 않아.”
“에?”
“청담동에 차려놨더라고.”
따지고보면 이상한 것도 아니다. 생전, 악령이 반값이라며 내놓은 돈만 해도 누군가의 일 년 치 연봉이었으니까.
[벙개의 신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시바. 세상 진짜 불공평하네. 저주하고 사람 목숨 빼앗고 거기다 돈까지 갈퀴로 쓸어 담아? 당장 도끼 챙겨서 가자. 그 무당 쉑, 때려잡아야지.
– 그나저나 살 날리는 게 진짜 가능한 거구나.
– 그래서 청담동 어디? 상세 주소 좀.
– 퇴마 당하기 전에 내가 ㅈㄴ빨리 다녀오고 싶다.
– 그 대신 너도 제물 될 각오로 가야할 듯^^
시청자들이 ‘ㄱㄱ’를 외쳤다. 그런데도 태구는 미동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무속전도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듣다 보니까 이해가 좀 안 되는데? 저 쓰레기 수집가. 죽어서 무당한테 끌려갔다며. 근데 왜 저 남자 몸에 붙어 있는데? 그 사이에 무당 손에서 탈출이라도 한 거임? 아니면 설마 저 남자도 무당 찾아가서 의뢰한 거 아님?
때마침 태구가 하려던 대답에 걸맞은 질문이 달풍으로 쏘아졌다. 태구는 고개를 저으며 하려던 말을 입에 담았다.
“근데 그 법당에는 안 갈 거야. 이미 폐업한 지 오래됐거든.”
“그걸 어떻게···”
이는 악령이 아닌 남자의 기억을 통해 봤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생전, 악령을 집어삼킨 무당은 이미 죽은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그 무당 역시 악령과 마찬가지로 이미 죽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다만 그 영혼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린 채 말이다.
그것은 얼굴을 허옇게 칠한 남자의 몸에 깃들어 흉악한 짓을 일삼고 있었다.
다시 말해 악령은 무당에게서 탈출한 게 아니다. 그저 무당의 의지에 따라 이 남자에게 붙은 것 뿐이다.
그러한 태구의 설명에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아경이 시청자들을 대신해 물었다.
[고 매니저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 무당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예요? 이해가 잘 안 가요.
“생령 하나를 잡아먹는 것보다 생령을 먹은 망령을 잡아 먹는 편이 놈의 입장에선 남는 장사라고 판단했으니까.”
그래서 생전 자신이 잡아먹은 망령을 남자에게 붙인 것이다. 남자의 생령을 먹은 망령을 또 한 번 잡아먹기 위해서.
“정말이지 끔찍하네요.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죄 없는 저 남자도 그 옛날, 아기처럼 희생되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다른 이의 목숨을 앗아갈 도구로 쓰였겠지. 복차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쓰러진 흰둥이의 주인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때.
“으, 으으···”
잠을 자듯 조용히 쓰러져 있던 남자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그가 눈을 뜨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신 좀 들어요? 급하게 일어나지 말고 천천히 땅 짚고 일어나요.”
“이게 다 뭐··· 다, 당신들 뭡니까.”
정신을 차린 흰둥이 주인은 횡설수설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신이 겪은 일을 기억 못하는 성싶었다.
[무속전도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님 귀신 들렸었음. 님이 예전에 키우던 개, 흰둥이가 태구한테 헬프쳐서 지금 퇴마된 상태고. ㅇㅋ?
“귀신? 흰둥이? 우, 우리 흰둥이 알아요? 아니 그보다 대체 여긴 어디예요.”
태구는 앉은 상태로 뒷걸음질 치는 그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부정하고 싶었으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남자 역시 태구를 알고 있었으니···
“아아— 그러니까 여기가, 쓰레기장 같은 이곳이 우리 집이란 말이네요. 허으으.”
그렇게 태구의 설명을 들은 남자는 앙상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대기 시작했다.
“흐어엉엉, 엉어어엉. 어떡해. 나 이제 어떡해요. 흐어어엉. 몸은 또 왜 이 모양 이 꼴이야.”
살아 있다는 안도감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허으으, 씨발. 어떡해. 차라리 그냥 뒤지는 게 낫지. 허으, 그냥 콱 죽게 놔두지···”
전세방 원상복구, 그간 펑크낸 알바 자리, 카드 빚 등···
돌아올 후폭풍이 두려워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로 인해 끝에는 이럴 거면 차라리 죽게 내버려 두지라는 말까지 입에 담는 남자였다.
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울분을 다 토해내길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벌건 눈을 한 채 태구에게 다가왔다.
“···죄송해요. 제가 추한 모습을 보였네요. 우리 흰둥이가 저 구해달라고 했다고 하셨죠? 혹시 흰둥이 여기 있어요?”
“아뇨. 여기 없어요.”
순간, 남자가 멈칫거리며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그럼요? 계속 제 옆에 있었다면서요. 지금은 왜 없어요? 혹시 먼저 갔어요?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여기 있으면 뭐 어쩌려고요.”
“그냥, 그냥 보고 싶어서···”
“그게 아니라 흰둥이랑 같이 갈 생각이잖아요. 근데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흰둥이가 그걸 바라고 나한테 온 것도 아닐 테고요.”
태구의 날카로운 지적에 남자는 푹 고개를 숙이며 본심을 털어냈다.
“앞뒤가 다 절벽이네요. 어떻게 된 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어떻게 하나도 없어요. 거지 같은 세상.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나한테만 이러는건지···”
“···”
“하아, 선생님 말이 다 맞아요. 저 죽으려고 물어본 거예요. 근데요. 나도 정말 살고 싶어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흐으.”
현실적인 문제만 생각하면 목이 조여든다.
흔들리는 좁은 돌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텨봤는데 이젠 버틸 힘이 없다.
남자의 앙상한 어깨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던 그때.
[햇빛인테리어 님. 달풍선 5,000 개 감사합니다.]– 그럼 살면 되겠네. 집 때문에 그래? 그건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태구야. 이건 너한테 주는 거 아니고 쟤한테 주는 거야. 딱 우리 아들이랑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데 그래서인가, 영 마음에 걸리네.
남자의 앞길을 밝혀주는 따스한 손길이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서울유기견보호센터 님. 달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흰둥이 구조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에는 흰둥이 대신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오대춘여사손녀 님. 달풍선 10,000 개 감사합니다.]– 할머니랑 같이 듣고 있어요. 저희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살고자 하면 살 수 있대요. 그러니까 사시래요. 참고로 저희 할머니 양쪽 눈이 안 보이세요. 6.25 전쟁 때 포탄 파편에 맞으셨거든요. 그런 몸으로 자식 여덟을 키우셨어요. 오빠는 몸 멀쩡하잖아요. 더 잘 살 수 있어요. 울 할머니 짱!
달풍 세례가 이어졌다. 남자를 돕고 싶어 하는 이들이었다. 5분도 안 되어서 5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 모아졌다.
“어, 어···”
처음 받아보는 호의와 응원에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저걸 받아도 되는지도 모르겠다.
“정산해 줄게요. 돈 때문에 그런 거면 이거 받고 살아요. 사람들이 다 살라잖아요.”
“그, 그래도···”
“부담스럽다 생각하지 말아요. 방송 출연 값이라고 생각해요. 그도 아니면 이야기 값이라고 생각하던가.”
“네?”
“빙의된 기억은 없을지언정 그 직전 기억은 갖고 있잖아요. 본인이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 대충 짐작이 가죠? 그때 만난 사람도 기억할테고요. 그 이야기 좀 해봐요.”
대충이 아니라 100% 그 남자다. 그 남자가 분명하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몸이 떨린다. 더불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쑥 분노가 치솟는다.
그 남자 때문에 제 인생이 꼬였으니까. 그래서일까. 남자는 곧장 그날의 일을 입에 담았다.
“그 남자 때문이에요. 그 남자 무당을 만나고 와서 부터 이상한 게 들리고 보였어요. 그러다 얼마 안 가 기억이 사라졌고요.”
[무속전도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남자 무당? 설마 너도 살 날리러 갔다가 살 맞아 온 건 아니지? 그런 거라면 달풍 다시 회수하고 싶을 것 같은데.
먹고 죽을 돈도 없는데 살이라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 남자는 거칠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전 그냥 알바 구한다는 글 보고 간 것 뿐이라고요.”
“아르바이트?”
“네. 짐 옮기는 것만 도와주면 된다길래 그래서 지원한 거예요. 그런데 약속 장소로 나가보니까···”
***
약속한 장소에는 화려한 화장에 무복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송가을 씨?”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무당이었어?’
그런 이와 함께 있으려니 괜스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처음엔 도망가려고 했었다.
“아닌데요.”
“히히, 아니기는. 모자 고쳐 쓸 거 없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못 속이니까.”
“······”
“왜? 막상 나오니까 하기 싫어? 흐응. 그래도 그냥 하는 게 좋을 텐데. 돈 무지하게 많이 필요하잖아.”
“···그런 것도 보여요?”
“그런 것만 보일까. 아주 좋은 기운을 가진 것도 보이는데.”
무당은 낄낄 웃음을 웃어대며 가을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 눈빛에 가을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와 동시에 이 일은 절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저 맞아요. 오늘 알바하기로 한 송가을이요. 그런데 이 일,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흐응, 이거 참 곤란하네. 일당을 두 배로 아니 세 배로 올려줘도 안 되려나? 나는 오늘 꼭 이 물건들을 옮겨야 하는 데에?”
그런데 일당을 세 배로 불러버릴 줄이야. 거절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 땐 가을의 손엔 핸들이 쥐어져 있었다.
“네비 찍어놨으니까 거기로 가면 돼. 도착하면 뒤에 실린 물건 몇개 좀 내려주면 끝이고.”
“···정말 운전하고 짐 몇 개만 내려주면 약속한 대로 90만 원 주는 거죠?”
“그래. 근데 말이야.”
“?”
“우리 신령님은 불신하는 것들을 제일 싫어하셔. 그러니까 그만 물어보고 운전해야지?”
남자 무당이 가고자 하는 장소는 어느 시골 산자락이었다. 그의 말로는 그곳에 기도 터가 있다고 했다.
무당과 함께 어두컴컴한 산길을 달리자니 온몸이 떨려왔다. 그래도 가을은 이를 악물고 운전을 계속했다. 그러던 때였다.
“?”
저를 보고 있는 시선이 느낀 가을이었다. 무당인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가을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수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푸으, 푸으—”
무당은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코까지 골며 말이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후우.”
가을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전방을 주시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돌려봤지만 무당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냥 하지 말걸.’
그러다가 현타가 밀려왔다. 뒤늦게 후회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차는 목적지 부근에 도착해 있었다. 돌이키기엔 이미 늦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떻게든 90만 원을 받아가야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떠나간 마을을 지나 비포장 길을 달려 도착한 산 중턱.
그곳엔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와 폐가가 있었다.
끼익—
차를 세운 가을은 잠에 든 무당을 깨우려고 했다.
“도착···헉!”
“푸으, 푸으.”
그런데 언제 눈을 떴는지 무당은 실핏줄 터진 눈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치 잠에 빠진 사람마냥 코까지 골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