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Inquisitor’s Exorcism Broadcast RAW novel - Chapter (114)
전직 이단심문관의 퇴마 방송-115화(114/157)
신이 되고픈 남자 (8)
법당 안으로 서늘한 한기가 불어왔다. 그와 동시에 귀가 썩어들어갈 사특한 목소리가 들렸다.
[빌어먹을개잡종새끼가 왔어. 진짜 왔잖아. 겁대가리 없이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내가 누군데. 내가 저개잡놈 아가리에서 피를 토하게 만들거야. 키키킥. 그리고 저 보드라운 살결을 씹어 먹어야지. 아이, 맛있겠네.]뭐하고 섰니? 당장 이 앞으로 와서 대가리를 내밀어야지···
라는 말을 끝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괴이한 말을 주문처럼 외우는 무당령.
일반 사람이라면 저 말에 미혹되어 무릎을 꿇고 기어가 대가리를 숙이겠지만 태우는 달랐다.
“지랄하지 말고 그냥 나오라니까.”
태구는 귀를 후비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시선은 불상 쪽을 향해 있었다.
[무속전도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나와? 태구 지금 무당 귀신이랑 말하고 있는 거 맞지? 걔 지금 여기 이 안에 있어?
“예. 저 불상 뒤에 숨어 있어요. 저 뒤에서 선생님 살결을 씹어먹는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리고 그 망령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말인데. 선생님! 저것들은 어떻게 할까요? 저도 도울까요?”
복차가 잘린 염소 대가리를 보며 물었다.
“당연히 그러라고 내버려 둔 건데?”
태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쿠당탕탕탕!
법당 안으로 커다란 소음이 일었다.
제단 위에 올려져 있던 불상이 바닥을 나뒹굴며 난 소음이었다. 당연히 태구의 작품이다. 대답과 동시에 제단 위 불상을 쓸어버렸으니.
그로 인해 불상 뒤에 가려져 있던 벽화가 환하게 드러났다.
– ㅅㅂ; 저게 뭥미?
– 난 불상 사이에 사람이 숨어 있다는 줄 알았는데.
– 몸주가 아니라 귀신인가 봄.
– 저 위에 누운 저 년 맞지?
– 그런 듯.
– 완전 지 세상으로 그려놨네.
– 신령들한테 화가 단단히 났나 본데?
– 어? 방금 눈알 돌리는 거 같지 않았냐?
– 붉은 눈알!!!!
법당 안에 그려진 벽화는 보통 무당이 모시는 신령을 그려 넣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폐법당 안에 그려진 벽화는 그렇지 않았다. 그 어느 법당에서도 신령을 저런 식으로 그려 넣지 않는다.
벽화의 중앙.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이 그려져 있다.
그런 가마솥 앞으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고깃덩이.
잘려진 머리를 보아하니 토막 난 사람 고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고기 위에 꽂힌 부채.
선녀를 상징하는 무구였다.
이를 보건대 토막 난 고기는 선녀인 성싶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장군신도 있었다.
갑옷을 입고 있는 장군은 손에 들린 삼지창으로 제 눈알을 찌르고 있었다. 그가 서 있는 바닥 아래로 붉은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다.
끝으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존재가 그려져 있다.
벽화의 윗부분.
기다란 구름에 누워 지옥도를 내려다보고 있는 존재. 붉은 눈알을 한 여인, 무당이었다.
그러던 그때.
[저개잡놈을찢어죽여당장내앞에데랴와이야소야이우뱌이우죽여죽여···]벽화에 깃든 무당이 귀기를 돋군 채 빠르게 방언을 읊조린다. 폐법당 안으로 사특한 기운이 몰아친다.
그로 인해 벽화를 찍고 있던 카메라가 위에서 아래로 요동을 쳐댔다. 이윽고 카메라 앵글은 다시금 잘린 염소 대가리로 향한다.
더 정확히는 염소 대가리를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있는 망령에게 닿아있었다. 벽화와 연결된 붉은 끈. 무당 귀신에게 종속된 하급 아귀들이다.
“개잡놈을찢어죽여서당장우리신령님앞에다가대령해야지.그래야신령님이밥준다.저개잡놈을찢어죽이자.”
별안간 고개를 치켜든 아귀가 중얼중얼 입을 놀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생기 잃은 염소의 가로 동공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툭 튀어나온 주둥이 역시 삐그덕거리며 움직여 댄다.
“죽여.죽여.죽여.죽이자.저놈을 찢어죽이자.”
– 저거 입 왜 저래?
– 누가 실 잡아 당기고 있는 거 아냐?
– 어으; 잇몸 덜렁거리는 봐 ㅠㅠ
– 돌겠네 진짜.
–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 다른 망령이 더 있다더니 저 염소도 악령이었던건가?
“어어어? 이놈들이 어딜!”
무슨 상황인지 설명할 겨를이 없었다. 무당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아귀들이 태구를 향해 쏘아져 나갔으니. 일단은 선생님의 발목을 잡으려는 망령들부터 잡아 처리해야 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복차는 그간 감춰둔 귀기를 드러내며 손을 뻗었다.
한편, 불상을 넘어뜨린 태구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굴었다. 누구도 그의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히이이익! 차, 차사다!]등 뒤로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망령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복차가 제 일을 잘해주고 있는 성싶었다.
‘그렇다면 나도 내 일을 해야겠지.’
태구가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쩌억! 성력 깃든 도끼가 벽화에 그려진 붉은 눈깔 여인의 얼굴을 찢어발기는 건 순식간이었다.
쩌어어억—
“끼아아아아악!”
딸랑딸랑딸랑딸랑.
그러자 법당 안으로 귀곡성과 함께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내 기괴한 그림이 그려진 벽 위로 시커먼 핏물이 주르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곧 죽을듯한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무당령은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아니야못가내가왜가내가어떻게가저씹어먹을개잡놈새끼···]그 순간,
쐐애애애액—
벽화를 뚫고 날아드는 사특한 기운. 그것은 빠른 속도로 태구의 눈알을 향해 날아들었다. 태구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저었다.
완만하게 그려진 곡선이 화살의 형태로 날아온 기운을 튕겨낸다. 그와 동시에 다시 손을 드는 태구. 그의 손에 들린 도끼는 또다시 벽화를 찢어발긴다.
이번에는 구름 위에 누워있는 무당의 몸뚱이를 향했다.
“끼이아아악!”
그러고 나서도 몇 번이고 사특한 기운이 날아들었다. 종국에는 비처럼 쏟아지기까지 했다. 몇 개는 태구의 몸에 꽂히기도 했다.
“지랄 말고 나오라니까, 거 참.”
그런데도 태구의 기세는 변함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 귀기는 태구에겐 간지러운 수준이었으니까.
[왜, 왜애애애!]반면 무당은 아니었다. 그것이 내지르는 귀기는 시간이 갈수록 약해져 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찢어진 벽화 뒤로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인제 보니 벽화는 벽 위에 그려진 게 아니었다. 마치 미닫이문 같은 곳에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자리한 작은 공간. 그 안으로 무당들이 사용하는 부적 용지와 세필붓 그리고 검은 신칼 두 자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여깄네.”
무당의 눈알을 찌른 신칼이자 무당의 본체였다. 무당의 본체는 신칼에 깃들어 있었다.
[왜애애애애! 조금만 더 있으면 나를 이리 만든 그년놈들의 멱을 따러 갈 수 있었는데, 왜애애애! 또 왜애애!]태구가 발악하는 검은 잿더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너를 그리 만든 년놈들?”
[그래, 그 씹어먹을 것들을 쫓아갈 수 있었는데! 네놈이 아니었으면, 싱싱한 생령을 조금만 더 먹었으면으아아아악!]신칼에 깃든 무당령의 몰골은 흉측하다 못해 끔찍했다. 조금 전에 본 무당의 조상신처럼 온몸이 새카맣게 타들어가 있었다.
다를 게 있다면 눈알이 있던 자리엔 피 같은 붉은 귀기가 넘실대고 있는 것과, 새카만 피부 중간중간 새살이 돋아나 있는 모습이 달랐다.
생령과 사령을 먹어 제 살을 수복한 것이다. 그렇게 끔찍한 몰골을 한 무당령은 얼마 안 남은 귀기를 헐떡이며 발악하고 있었다.
“너를 그리 만든 건 너지. 다른 게 아니야.”
태구가 무당령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아아아아아악! 그것들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나는 그것들을 위해 먹을 것을 주고, 기도를 올리고, 예쁜 옷을 지어줬는데 그것들은 지랄만 해댔어.]조상신과 선녀 그리고 장군을 말하는 성싶다.
악다구니 지르는 망령의 뚫린 눈알 사이로 핏물 같은 기운이 질질 흘러넘쳤다. 한으로 똘똘 뭉친 악령이었다.
[그런 년놈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이제 내가 그 년놈들을 그렇게 만들 차례야. 한 년은 묶었고, 두 년놈만 남았는데에에!]몹시 억울하다는 듯이 구는 악령의 태도에 태구는 구역감이 치밀어 올랐다. 처음 느끼는 감정도 아니었다. 문득 신전 하층부에 가둔 수많은 악령이 떠올랐다.
“그래. 너희들은 항상 자신만 아픔만 생각하지.”
이런 망령들과 말을 섞어봤자 기분만 더러울 뿐이다.
여태껏 그래왔듯 이럴 땐 그저 보여주면 되는 거다. 정확히는 돌려주면 된다. 그럼 죄없이 희생당한 이들의 아픔도 알게 될 터.
[니 새끼가 뭘 알어? 죽일테면 죽여. 저승으로 보낼 테면 보내봐! 어떻게든 기어나와 네 새끼의 새끼, 그 새끼의 새끼까지 찢어 죽여버릴테니까아아아악! 내가 꼭 그리할 것이야. 피가 이어진 늙은년도 그리 만들었는데 네 새끼는···컥]순간, 태구가 뽑아낸 백색의 기운이 까만 무당령의 머리통을 찔렀다. 저승으로 보내라던 무당은 그렇게 신전의 하층부로 이동하게 되었다.
“아이고, 화면이 고르지 못했던 점 죄송합니다. 사실 염소 머리에 대가리를 처박던 망령 둘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갑자기 선생님께 달려드는 터라··· 예예, 저도 손을 좀 보탰죠.”
일을 마친 태구가 고개를 돌려 복차를 바라봤다.
망령을 정리한 복차는 다시금 제 일을 하고 있었다. 태구를 찍으며 상황을 중계하는 중이었다.
“맞아요. 저기 검은색 날붙이에 숨어 있었던 걸 우리 선생님께서 말끔하게 퇴마하셨습니다. 끝까지 반성이란 걸 모르는 흉악한 망령이더군여. 아유, 보시다시피 선생님은 괜찮습니다. 악령이 사특한 기운을 쏘아 보내긴 했지만 문제 없죠. 예예. 선생님을 상대로 주술 같은 걸 걸던데요?”
그러면서 태구와 그의 발밑에 나뒹구는 신칼을 카메라에 담는다. 악령이 깃들어 있던 무구였다.
태구는 흐트럼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덩그러니 놓여있던 한 쌍의 신칼은 동강 나 있었다.
– 진짜 끝났나보다.
– 그러게 분명 허공을 찍었는데 저게 빠갈라지네?
– 저 벽화가 저렇게 된 게 더 신기해;;;
– 무당령이 퇴마 되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
– 그 빙의된 몸주는 어케 됐을까.
[무속전도사 님. 달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태구야. 네가 말해봐. 이제 다 끝난 거야? 흰둥이 주인 두 다리 뻗고 자도 돼?
태구는 손에 든 도끼를 허리춤에 꽂아 넣으며 말했다.
“그래. 다 끝났어.”
***
한편, 그 시각.
“안돼, 안돼. 내가 어떻게 모신 신인데. 빌어먹을 개잡놈들이.”
차 한 대가 폐법당을 향해 진입한다.
이윽고 그 안에서 화려한 분장을 한 남자가 내린다. 악령이 사용한 몸주, 무당이었다.
“이놈이구나, 이놈이 불러들인 거야.”
차에서 내린 무당이 희번득 눈알을 부릅뜨며 태구 일행이 타고 온 차량을 노려보았다. 운전석에는 앙상하게 마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송가을이었다.
“벌벌 떨며 꽁무니 빼던 새끼가!”
이를 본 무당이 화를 참지 못하고 들고 온 낫을 휘둘렀다. 콰앙! 큰 소음에 눈을 뜰 법한데도 송가을은 미동하지 않았다.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날붙이가 유리창문을 찍었음에도 창문엔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보호막처럼 둘러진 성력 덕분이었다.
그걸 알 리 없는 무당은 거듭하여 낫을 휘둘렀다.
쾅, 캉캉캉!
물론 그럼에도 달라지는 건 없다.
괜히 제힘에 못 이겨 손날만 베일 뿐.
“아아아아악!”
그로인해 비명을 지르던 때였다.
“!”
오른쪽 다리에서 저릿함을 느낀 무당이었다.
그에 몸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간다.
“왜, 왜 이래. 아니야. 안돼. 안돼!”
그도 그럴 것이 오른쪽 다리는 신을 모시고 난 후부터 멀쩡해졌으니. 평생을 절름발이로 살아온 그에게 처음 깃든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런 기적이 떠나가려고 한다. 그럴 수는 없다. 남자는 “안돼. 다 죽여 버릴 거야. 안돼. 안돼.” 하며 몸을 돌렸다.
그의 걸음이 향한 곳은 태구가 있는 폐법당이다. 그러나 들어가지 않아도 됐다. 이제 막 일을 마치고 나온 태구 일행과 마주했으니.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제 발로 왔네?”
태구가 그를 보며 말했다. 대답은 서늘한 파공음과 절규로 돌아온다.
쉬이익, 쉬익!
“죽어——!”
태구를 본 무당은 다짜고짜 손에 든 낫을 휘두르며 고성을 내질렀다. 흉기를 든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퍼억! 그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 초면 충분했다.
“아, 아아아. 안돼.”
어느새 무당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뭉퉁한 코에서 핏물이 콸콸 흘러넘쳤다. 태구의 주먹에 맞아 나뒹군 것이다.
자신이 휘두른 낫을 어떻게 피했는지 감히 눈으로 보지도 못했다. 태구가 쓰러진 무당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뻗었다.
그렇게 악령의 작은 조각마저 회수한 태구였다. 그 순간, 무당은 깨달았다. 제 몸에 깃든 그분이 떠나갔음을. 이를 방증하듯 하반신에서 불편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아아아아앙아아아악!”
무당은 절망하여 소리쳤다. 태구는 그런 무당을 내려다보았다. 무당령과 똑같은 족속이다. 그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족속. 자신이 어떤 짓을 일삼았는지 깨닫지 못하는 족속.
태구는 그런 그의 영혼 한 조각도 같이 회수했다. 죄값을 치를 차례였다.